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6.


《어린이의 비밀》

 마리아 몬테소리 글/구경선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11.30.



시골버스가 안 다니는 쉼날이다. 고흥군수한테 글월을 적으려고 한다. 온나라는 버스회사에 이바지돈(지원금)을 해마다 대는데, 버스회사는 왜 시골에서 쉼날과 해날에 버스를 멈출까? 쉼날과 해날에 버스를 멈추면 이바지돈을 뱉어서 시골사람한테 택시삯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낮에 두바퀴를 달린다. 논두렁을 가르면서 수박을 장만하러 다녀온다. 집으로 오는 길에, 뜸부기는 왼논에서 오른논으로 가로지르고, 나는 뜸부기 옆으로 스치고, 둘은 눈이 마주친다. 뜸부기랑 내가 서로 바라보는 줄 서로 알아차린 3초가 마치 3만 해 같았다. 온몸이 찌릿찌릿하면서 온마음이 환하게 깨어났다. 《어린이의 비밀》을 읽으면서 몹시 아쉬웠다. ‘지만지’ 책이 으레 이런 줄 알기는 했지만, 엮은이가 너무 자르고 줄였다. 이른바 ‘간추림(요약판)’으로는 무엇을 읽거나 나눌 만한가? 몬테소리 님이 남긴 글이 너무 길어서 쳐내거나 잘라야 하나? 아닐 텐데? 또한 몬테소리 님은 ‘글을 어렵게’ 안 썼다고 느낀다. 하늬나라 사람들이 글줄마다 라틴말을 잔뜩 욱여넣지 않을 텐데, 우리는 왜 한글판에 일본말씨에 일본한자말에 중국한자말에 옮김말씨로 범벅을 이뤄야 할까? “어린이 수수께끼”를 알려면, 우리 스스로 “우리 어린날”을 떠올리면 된다.


#Il segreto dell'infanzia

#MontessoriMari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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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5.


《화가들의 꽃》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엮음/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3.11.



노래꾸러미(시창작수첩)를 집에서 찾는다. 아주 잘 놓았으리라 여기면서 책더미를 주섬주섬 들여다보니 아주 잘 나온다. 잃지 않도록 책더미 사이에 지긋이 눌러 놓았구나. 읍내 나래터를 찾아가서 책을 부친다. 저잣마실을 본다. 얼추 이레 만에 저잣마실을 하노라니 묵직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넷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서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화가들의 꽃》을 물끄러미 읽는다. 꽃을 그리지 않은 그림지기란 없다고 할 만큼, 다들 꽃을 그린다. 그런데 나는 ‘꽃그림’이라고 하면 꽃등으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떠올린다. 이다음으로는 ‘존 제임스 오듀본’이며 ‘어니스트 톰슨 시튼’에 ‘장 앙리 파브르’를 떠올린다. 오듀본 님이 남긴 ‘새그림’을 보면 으레 풀꽃나무가 나란히 있고, 시튼 님이 남긴 ‘들숲짐승’ 그림 곁에도 으레 풀꽃나무가 남실거린다. 더구나 《파브르 식물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파브르 동물기》에도 풀벌레가 깃드는 풀꽃나무를 참으로 그윽히 담아낸다. 풀과 꽃과 나무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붓끝에 아무 기운이며 빛이 없지 싶다. 해바람비를 읽고 머금기에 뭇숨결이 푸르고, 별빛과 밤빛을 살피고 품기에 온숨결이 포근하구나 싶다.


#theBookoftheFlower #FlowersinArt #AngusHyland #KendraWilso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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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4
미즈나기 토리 지음, 심이슬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6.19.

마음에 짓고 마음으로 빚는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4》

 미즈나기 토리

 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1.30.



  온마음(감정)을 바라보노라면 언제나 사랑이라는 길로 걸어온 나날이었네 하고 느껴요. 꽃길도 가시밭길도 모두 우리가 걷는 길이고, 밤길도 낮길도 우리가 마주하는 길이고, 새벽길도 저녁길도 우리 스스로 다스리는 길일 테니, 오늘 걸어가는 길에서 새여름 새빛을 한껏 누리자고 여깁니다.


  첫여름이 슬슬 한복판으로 이르면서 한여름이 머잖은 나날입니다. 오늘꽃을 피우는 새아침을 넉넉히 누리자고 돌아보면서 하루를 맞습니다. 바쁘지 않거나 느긋하자는 마음이 아닌, 오늘 맞아들여서 누릴 일을 헤아립니다. 크거나 작은 일이 아닌, 오늘 새롭게 보살피면서 일굴 이야기를 살핍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일이 배움길이면서 배움씨앗이라고 느낍니다. 궂은일은 궂은 대로 기운을 북돋우고, 기쁜일은 기쁜 대로 마음을 다독이고, 안된일은 안된 대로 다시 일어서자는 생각을 지핍니다. 집안일은 언제나 바로 이곳을 다시 바라보는 손끝을 일구는 밑거름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가 마음에 짓는 씨앗대로 차근차근 맞이합니다. 우리가 마음으로 빚는 씨앗으로 찬찬히 나아갑니다. 이따금 불씨를 터뜨렸다면, 불풀이를 하고 불다툼을 하고 불장난에 이르다가 불벼락을 맞을 수 있어요. 불길이 꼭 나쁘지 않습니다. 불바다란 얼마나 끔찍한지 온몸으로 배우는 길이에요.


  풀씨를 흩날렸다면, 풀내음을 맡으면서 풀빛을 머금고 풀잔치를 이루면서 풀꽃을 피우는 마음을 품어요. 누가 우리를 푸근하게 안아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푸근히 안을 줄 알기에 서로 다가가서 온하루를 풀어내는 눈빛을 나눕니다.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4》은 앞선 석걸음이며 이다음으로 잇는 꾸러미하고 매한가지입니다. 가다가 서고, 또 서다가 가더니, 다시 가다가 서고, 그야말로 한참 서고서야 가는 길을 들려줍니다.


  숱한 사람들은 몹쓸놈(사탄)이 이기면 매우 싫어하는데, 놈이 이긴대서 싫어해야 할 까닭이 없어요. 놈(사탄)은 놈(사탄)대로 응어리를 풀 수 있습니다. 놈이 아닌 빛(천사)은 그저 빛이라서 지든 이기든 아랑곳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나 스스롬없이 지고, 스스로 기쁘게 짐을 지면서 놈을 달랩니다.


  이기느냐 지느냐에 얽매이는 이는 모두 놈(사탄)이에요. 이기느냐 지느냐를 안 쳐다보면서 오늘 이곳과 이웃을 헤아리는 사람은 누구나 님(천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바로 님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굳이 놈이 되어야 할 까닭은 없어요. 우리는 저마다 다 다른 빛으로서 한결같이 새롭게 사랑으로 모두 품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ㅍㄹㄴ


“카라 씨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토요일에도 일하시니까, 그 정도는 따뜻한 눈으로 봐드리자.” (6쪽)


“SNS에서 반려동물로 닭을 키우는 분을 팔로하고 있는데, 그분을 통해 닭이 풍부한 표정을 가진 동물이란 걸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달걀을 낳을 때도 굉장히 괴로워 보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매일 보다 보니, 나 같은 인간이 먹어도 되는 걸까? 라는 마음이 생겨서, 저절로 고기에서 멀어지긴 했어요.” (16쪽)


‘이주라, 생각도 못해 봤어. 자연의 힘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 그런 게 의외로 나와 맞을지도.’ (34쪽)


“온천은,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오래 있으면 몸에 탈 나니까 조심해.” (72쪽)


“이거, 굉장하네∼. 귀마개가 이리도 강력하다니.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들릴까? 옆집 아가씨가 당신이 내는 소리 듣기 싫어서 하루 종일 이걸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거참 밉살스러운 아가씨네. 뭐, 그래도 어차피 이제 곧 이사 갈 거니까.” (119쪽)


+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4》(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저도 제 전용 행복 레일을 갖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있어요

→ 저도 제 나름대로 꽃길을 가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봐요

→ 저도 제가 누릴 꽃길을 바라면서 이것저것 해요

3쪽


리모트로 하면 되지 않나

→ 멀리서 하면 되지 않나

→ 먼발치서 하면 안 되나

5쪽


베지테리언이세요? 저도 채식에 관심이 있거든요

→ 풀사랑이세요? 저도 풀밥에 마음이 있거든요

→ 풀살림이세요? 저도 숲밥에 마음이 있거든요

14쪽


SNS에서 반려동물로 닭을 키우는 분을 팔로하고 있는데

→ 누리길에서 벗짐승으로 닭을 키우는 분이 있는데

→ 누리빛에서 곁짐승으로 닭을 키우는 이웃이 있는데

16쪽


팔다리가 같은 방향끼리 나가고 있어

→ 팔다리가 같은 쪽끼리 나가

→ 팔다리가 똑같이 나가

17쪽


저희도 그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어요

→ 저희도 그 일을 크게 지켜봐요

→ 저희도 그 대목을 크게 그려요

20쪽


원래 지역 산업은 목각인형이니까요

→ 예부터 마을일은 나무둥이니까요

→ 워낙 마을에서 작은나무를 깎았어요

21쪽


이래 봬도 가벼운 천식이 있는데

→ 이래 봬도 가볍게 기침을 하는데

→ 이래 봬도 가벼이 재채기 하는데

23쪽


종기가 하루 만에 없어지는 온천도 있어요

→ 부스럼이 하루 만에 녹는 포근샘도 있어요

→ 뾰루지를 하루 만에 푸는 푸근샘도 있어요

→ 고름을 하루 만에 없애는 따뜻샘도 있어요

23쪽


가끔씩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가 있어요

→ 가끔 더 못 견딜 때가 있어요

→ 가끔 더 못 참을 때가 있어요

26쪽


영구 이주를 생각 중이라고 하더라고

→ 아주 옮길 생각이라고 하더라고

→ 뿌리내릴 생각이라고 하더라고

31쪽


원래 주거라는 건, 자신의 몸에 맞는 고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게 맞지 않을까

→ 모름지기 집이란, 제 몸에 맞는 고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맞지 않을까

→ 아무래도 땅은, 우리 몸에 맞는 고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맞지 않을까

32쪽


설국에서 가혹한 여행을 이어가는 얘기인데요

→ 눈밭에서 고단히 돌아다니는 얘기인데요

→ 눈벌판에서 힘겹게 다니는 얘기인데요

89쪽


지금 바람이 견갑골을 스치고 갔어요

→ 막 바람이 어깨뼈를 스치고 갔어요

98쪽


감자보다 위에 더 자극이 없는 것 같아

→ 감자보다 뱃속을 덜 건드리는 듯해

→ 감자보다 속에 더 부드러운 듯해

113쪽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분이, 저는 이 단지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저는 똑똑히 목소리를 내는 분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저는 제대로 외치는 분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21쪽


도시를 떠나는 게 예전부터 꿈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 예전부터 서울을 떠나는 꿈이 있었더라고요

→ 예전부터 큰고장을 떠나려는 꿈을 키웠더라고요

140쪽


보양식을 생각해 봤어요

→ 돌봄밥을 생각해 봤어요

→ 살림밥을 생각해 봤어요

→ 보듬밥을 생각해 봤어요

142쪽


건무화과는 와인과 같이 먹으면 정말 잘 어울리잖아요

→ 말린속꽃은 포도술하고 먹으면 참말 어울리잖아요

15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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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상추쌈 시집 2
서와(김예슬) 지음 / 상추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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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6.18.

노래책시렁 501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서와

 상추쌈

 2020.11.25.



  멀리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적에는 밤을 새거나 이른새벽부터 움직입니다. 안개가 폭 덮은 첫여름 새벽에 씻고서 빨래를 합니다. 마당에 옷가지를 널려는데 발밑에 개구리가 있습니다. 간밤에 실컷 노래하고서 느긋이 쉬려는 때 같습니다. 바닥에 쪼그려앉아 한참 마주봅니다. 눈밝은 멧새라면 흙빛으로 몸빛을 바꾼 개구리를 알아챌 테고, 여름이라 다른 먹이가 많으니 굳이 개구리를 안 노릴 수 있습니다.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는 단출히 꾸린 하루노래입니다. 시골에서 밭흙냄새를 맡는 하루가 어떻게 스스로 북돋우면서 가꾸는가 하고 속삭입니다. 손끝에 닿는 흙과 풀과 비와 바람과 해를 고스란히 그립니다. 발끝에 닿는 나무와 돌과 물과 마당을 그대로 담습니다. 노래라고 한다면 온빛입니다. 더하거나 덜지 않으면서 속빛을 그릴 적에 노래입니다. 입히거나 씌우거나 꾸미려고 한다면, 노래가 아닌 노래시늉이게 마련입니다. 생강도 감자도 수박도 호박도 ‘가꾸는 시늉’이 아닌 ‘가꾸는 손’으로 자랍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끼는 시늉’이 아닌 ‘아끼는 손길’이 닿으면서 즐겁습니다. 이제는 밤빛을 누리고서 느끼는 작은사람 작은노래가 작은누리에 작은씨앗으로 퍼지기를 바라요. 큰고장 큰노래는 참 덧없습니다.


ㅍㄹㄴ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 오늘 본 밤하늘을 //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오늘부터/13쪽)


예슬아, 개구리다! / 온몸이 흙투성이인 것 보니까 / 막 겨울잠 자고 일어났는갑다 (개구리는 다 안다/42쪽)


이른 아침부터 / 생강밭 좁은 고랑 사이 / 바짝 쪼그려 앉아 풀 매다 보면 / 어느새 생강 잎 사이로 / 저녁놀이 고개를 내민다 (풍경/74쪽)


+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서와, 상추쌈, 2020)


그때마다 “저한테는 농사가 공부예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으로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한테서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을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 그때마다 “저는 흙짓기를 배워요.” 하고 말했어요

4쪽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저에게는 농사였어요

→ 저는 흙을 지을 적에 살아갈 수 있어요

→ 저는 흙을 가꿀 적에 살아숨쉴 만해요

4쪽


농부가 되고 작은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어요

→ 흙꾼이 되고서 작은숨결을 바라보는 눈이 생겨요

→ 흙지기가 되니 작은이웃을 바라보는 눈이 생겨요

5쪽


금요일만 기다리게 되더라

→ 쇠날만 기다리더라

15쪽


농부는 월요병 같은 거 없지?

→ 논밭꾼은 달날앓이 없지?

→ 논밭지기는 첫날앓이 없지?

15쪽


아쉬운 인사 나눈다

→ 아쉽게 손을 흔든다

→ 아쉽게 헤어진다

26쪽


부추전 부쳐 먹고

→ 부추부침 먹고

→ 부추지짐 먹고

6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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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4.


《청춘의 독서》

 유시민 글, 웅진지식하우스, 2025.4.30.



노래를 쓰는 꾸러미 하나를 부산에 놓고 온 듯싶다. 노래꾸러미(시창작수첩)를 너무 많이 들고 다니는가 싶으나, 여러 갈래로 쓰자니 꾸러미가 달라야 글을 추스르기에 수월하다. 나래터(우체국)에 가려던 일을 쉰다. 이불을 볕에 말리고 빨래를 한다. 작은아이가 끓인 밥을 먹고서 쉰다. 조용히 해바라기를 한다. 꽃이 핀 돌나물을 훑는다. 마당과 뒤꼍을 둘러싼 멧딸기를 누린다. 쌓은 책을 읽는다. 《청춘의 독서》가 다시 나와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나는 책집에 서서 옛판을 두어 벌 읽은 적 있다. 굳이 안 읽어도 될 줄거리이지만, 유시민 씨를 좋아하는 이웃님이 많아서 ‘이웃님은 어느 대목과 어떤 글결을 좋아하나?’ 하고 마음을 나누려고 여러 벌 읽어 보았다. 열 몇 해째 드나드는 책집을 일구는 이웃님도 유시민 씨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 이러다가 새삼스레 깨닫는다. 유시민 씨는 “그냥 촉새”가 아닌 “촉새 흉내”로구나.


조금이라도 눈이 밝다면 “청춘의 독서”라는 책이름이 무늬만 한글인 “그냥 일본말씨”인 줄 안다. 유시민 씨가 아닌 ‘저짝놈’이 쓴 책에 이런 이름을 붙였으면 허벌나게 화살을 맞고 까였을 테지만, “촉새 흉내”인 유시민 씨가 쓴 책이라서 그다지 까이거나 화살을 맞을 일도 없다. 유시민 씨는 “친절한 척하지만 조금도 친절하지 않도록 ‘고전명작’이라 일컬을 책을 ‘나무위키’ 비슷하지만, 나무위키보다는 조금 ‘고상하게 대학입시 언어영역 문제풀이’를 닮은 글”을 선보인다.


우리집 곁님은 《백경》이라는, 또는 《흰고래 모비딕》이라는 책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집 곁님이 바라마지 않는 온갖 한글판 《백경》이며 《흰고래》를 손에 닿는 대로 살림돈을 탈탈 털어서 장만해서 바쳤다. 부산이웃님 한 분도 《백경》을 사랑하셔서 〈북카페 백경〉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책집을 차리셨는데, 책집지기 이웃님보다는 우리집 곁님이 먼저라서, 아주 드물게 겨우 만날 수 있는 《백경》은 언제나 곁님한테 사드린다.


스물 몇 해 앞서 서울에서 책동무 한 분이 “최종규 씨라면 나중에 짝을 맺어서 아이를 낳을 텐데, 그럼 아이한테 읽힐 《머나먼 시리즈》를 사셔야겠는데?” 하고 불쑥 말씀했다. 《반지의 제왕》으로 널리 읽히는 톨킨 님이 남긴 책인데, ‘동서문화사 에이브문고’에서는 ‘머나먼’을 붙인 꾸러미로 냈다. 어느새 200자락 넘게 이웃책을 한글로 옮기는 책동무는 “나? 난 이미 이 책이 있지. 그런데 최종규 씨 책읽기 버릇으로 보면 이 책은 아직 안 샀을 듯해. 오늘 마침 아주 깨끗한 판으로 나왔으니까, 다른 책은 사지 말고 이 책부터 들여놔. 나중에 알 거야. 오늘 안 사면 아마 20년 뒤에 후회할걸?” 하더라.


책동무 말대로 나는 ‘동서문화사 에이브문고 머나먼 시리즈’를 거의 열다섯 해 동안 아예 한 쪽조차 안 펼쳤지만, 먼지가 앉을세라 틈틈이 닦고 털면서 건사했는데, 참말로 우리집 큰아이가 톨킨 책을 바라셔서 건네었더니, 다시 읽고 또 읽고 거듭 읽으면서 마르고 닳도록 아껴 주신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촉새 흉내”를 내는 유시민 씨는 《흰고래 모비딕》이나 《반지의 제왕》이라는 꾸러미를 놓고서 느낌글을 적으면서 이 나라 어른아이한테 읽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는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 꾸러미를 여러 벌 되읽고서 이 꾸러미를 오늘날 우리한테 읽으라고 들려줄 수 있을까?


나는 오늘날 이웃 젊은이한테 《미스 히코리》를 읽히고 싶다. 그림책 《생쥐와 고래》라든지 《펠레의 새 옷》을 읽히고 싶다. 그림책 《아기 물개를 바다로 보내 주세요》라든지 《날아라 꼬마 지빠귀야》라든지 《닉 아저씨의 뜨개질》을 읽히고 싶다. 그리고 《영리한 공주》라는 동화책은 소리내어 100벌쯤 읽고 읽힐 노릇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유시민 씨는 제발 “촉새 흉내”가 아닌 ‘촉새’가 되기를 빈다. 그러니까 “들숲메와 마을 사이를 잇는 날갯길”이라는 ‘새’가 되기를 빈다. 말많은 흉내를 하면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는 바보 ‘흉내’가 아니라, 가볍지만 야무진 깃으로 하늘과 땅 사이를 이으면서 노래를 베푸는 ‘새’가 되기를 빈다.


예순 살에 이르고도 나이만 먹으면서 ‘새’로 거듭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만 골(뇌)이 썩고 만다. 유시민 씨 스스로 외친 말씀이지 않은가? 새처럼 살아가지 않고, 새바라기를 하지 않으며, 새노래를 늘 부르는 사람으로 서지 않을 적에는, 나이 예순 살이 아닌 마흔이나 스물에도 그만 골이 썩거나 곪을 수 있다.


골이 썩지 않기를 바란다면 《80세 마리코》 같은 만화책을 읽고 널리 알리시기를 빈다. 골이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란다면 《우리 마을 이야기》나 《나츠코의 술》 같은 만화책이 다시 태어나기를 꿈꾼다고 외치시기를 빈다. 그리고, 드디어 한글판이 새로 나오는 《토리빵》을 이레에 걸쳐서 천천히 읽고서 눈물에 젖어 보기를 빈다. 만화책 《토리빵》을 읽으면서 눈물과 웃음이 나란히 피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골이 썩어문드러진 놈팡이라는 뜻이라고 본다.


젊은날에 할 책읽기란 ‘고전명작’이 아닌, ‘아름책’과 ‘사랑책’과 ‘숲책’이어야지 싶다. ‘고전명작·세계명작’은 나이 예순을 넘어설 무렵부터 “골이 안 썩도록” 곁에 두는 조그마한 꾸러미여야지 싶다. 젊은날에는 눈빛을 밝히면서 스스로 살림하고 사랑하는 씨앗 한 톨과 같은 책을 가슴에 품을 노릇이라고 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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