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3.


《여름, 제비》

 구윤미·김민우 글·그림, 노란상상, 2023.6.8.



늦여름 더위를 누리면서 빨래를 하고 이불을 말린다. 하루일을 하고서 더위를 식히다가 두바퀴를 달린다. 등짐으로 수박을 나른다. 천천히 들길을 가르는데, 오늘 따라 흰새가 유난히 많다. 구름 한 조각조차 없는 파란하늘은 이제 까만하늘로 바뀌고, 미리내가 물결치는 별잔치로 넘어간다. 매미는 한밤에 이르러 노래를 멈추고서 쉰다. 풀벌레노래가 감돈다. 작은아이 자는 곁으로 가서 틈틈이 부채질을 한다. 《여름, 제비》를 읽는다. 서울아이가 모처럼 시골집에 와서 제비를 만나는 줄거리는 잘 짰다고 느끼지만, 시골집을 너무 못 그렸다. 시골집을 모르는 서울사람 눈으로는 ‘뭐가 엉성한지 모를’ 만하리라. 처마도 섬돌도 밖마루도 이 그림처럼 안 생겼고, 기둥도 들보도 도리도 이런 모습이 아니다. ‘구경하거나 찰칵찰칵 찍은 모습’으로만 그릴 적에는 뒤틀린다. 시골집에서 살지 않은 채 시골집을 그린다거나, 제비를 철마다 만나는 여러 해를 누리지 않고서 붓질을 한다면, 아무리 그림(사진·영상)으로 많이 들여다보았더라도 맨눈으로 만나지 않은 채 붓질만 한다면, 헛바퀴로 그치고 만다. 나는 잿집(아파트)에서 안 살기에 잿집을 못 그린다. 부디 시골에 깃들어 느긋이 살림을 짓고 나서 붓을 쥐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2.


《내 친구 김정은》

 김금숙 글·그림, 이숲, 2024.7.24.



물어보는 사람은 스스로 열쇠를 쥔다. 안 물어보는 사람은 스스로 마음을 닫는다. 물어볼 줄 알기에 모든 걸음마다 새길을 연다. 안 물어보기에 언제나 스스로 갇힌 채 맴돈다. 저잣마실을 가볍게 마치고서 15:30 시골버스를 탄다. 우리 마을로 돌아오는 시골버스는 뜸하기에, 옆마을에 서는 길로 간다. 황산마을에서 내린 뒤에 들길을 걷는다. 참새떼를 모처럼 만난다. 쉰 마리쯤이다. 늦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걷는데 땀방울이 논두렁으로 뚝뚝 떨어진다. 올해 들어 이렇게 땀을 길바닥에 흘리며 걷기는 처음 같다. 낮은 아주 후덥지근하다. 《내 친구 김정은》을 흘깃 보았다. 마치 “박정희는 우리 동무”라고 여기는 얼거리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총칼로 사람들을 짓밟고 우쭐대는 우두머리는 ‘동무’가 아니다. 이들 우두머리는 ‘얼간이’일 뿐이다. “동글동글하여 모나지 않기에 도란도란 돌아보면서 두레를 맺는 사이인 ‘동무’”라면 숱한 사람들이 굶어죽고 달아나는데 끝없이 펑펑 쏘아대면서 콧대를 높이지 않는다. ‘두나라 한겨레’가 어울릴 길을 찾고 싶다면 작은이를 찾아보기를 빈다. 북녘에서 달아날 수 있던 사람이 있고, 도무지 달아날 구멍을 못 찾는 사람이 있다. 박정희·김정은 따위가 아니라 ‘옆집 사람’을 만나길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1.


《전태일 평전》

 조영래 글, 돌베개, 1983.6.20.첫/1991.1.10.개정판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햇볕을 듬뿍 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볕길을 골라서 다닌다. 여름에 볕길을 골라서 가면 한갓지다. 매미와 잠자리를 바라본다. 구름이 너울거리는 길을 살핀다. 늦여름이라는 이름을 곱씹는다. 《전태일 평전》을 모처럼 되읽었다. 어제오늘 되읽을 적에는 ‘서울’ 이야기가 유난하게 보인다. 지난날에는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로 떠난 사람이 많다. “굳이 서울로 안 가”더라도 마을과 고을에서 품을 수 있었을 테지만, 예나 이제나 마을살림(지방자치)은 “마을을 살리는 스스로길”이 아니라 “마을에 떨어지는 돈을 뒤에서 나눠먹기” 같은 얼개라고 느낀다. 그래서 더더욱 서울로 가려고 하겠지. 이런 서울을 견딜 수 없는 작은이가 시골로 가려고 하지만, “그저 서울로 보내는 굴레”인 ‘오늘날 시골’에서는 더 버거울 만하다. 그나저나 2009년부터 《전태일 평전》은 ‘아름다운전태일’이라는 곳에서 나온다. 바람처럼 불처럼 떠난 전태일 님은 ‘아름다운-’을 앞에 붙인 이 이름이 멋쩍을 텐데? 왜 ‘바보전태일’ 같은 이름을 안 쓸까? ‘일하는전태일’이나 ‘어깨동무전태일’이나 ‘누구나전태일’처럼, 떠난넋이 나누려던 씨앗을 헤아리는 이름을 붙일 줄 모른다면, 전태일을 어떻게 읽힐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먹여살려야 할 처자식들과 팔다리밖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날마다 몰려드는 곳이 서울이다. 땅 잃은 농민들, 흙에 묻혀 아버지 어머니가 겪었던 괴로운 무지랭이의 삶을 이어받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어서 멀쩡한 팔다리를 갖고도 입에 풀칠을 할 수가 없는 실업자들, 그밖에도 살 길을 잃은 가지가지 사연의 사람들이 특권과 부귀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를 주워먹기 위하여 그들의 지친 발길을 최후의 종착지인 서울로 돌린다.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발걸음은 이렇게 해마다 서울로 향하였고, 그리하여 서울의 판자촌, 뒷골목, 이른바 우범지대는 때려부숴도 때려부숴도 더욱 늘어만 갔다. (37쪽)


(아름다운전태일, 2020.9.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31.


《길모퉁이의 짐 할아버지》

 엘리너 파전 글/장숙자 옮김, 유진, 2001.5.1.



수그러드는 한여름 더위일 테지만, 여름은 여름이다. 다만 해가 조금씩 짧다. 오늘은 구름이 새삼스레 걷히면서 잠자리가 하늘을 덮는다. 매미노래가 그득그득 울린다. 빨래를 하고 씻고 또 빨래를 하고 씻는다. 함께 밥을 차리고 누리고 치운다. 줄줄이 흐르는 땀을 씻고 나도 땀이 줄줄이 흐른다. 이러면 또 씻고 빨래를 하고 새로 씻는다. 여름이면 “사람은 땀을 얼마나 흘릴 수 있는가” 하고 돌아본다. 14살 작은아이하고 〈그때 그 사람들〉을 함께 볼 수 있는지 돌아본다. 아직 멀었을 텐데, 혼자 조용히 다시보자니, 총질이 너무 잦다. 드러내려는 뜻보다 볼거리에 기울었다고도 느낀다. 나라도 살림도 사람도 꿈도 마구잡이로 밟던 무리를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까? 《길모퉁이의 짐 할아버지》를 되읽는다. 무척 잘 쓴 이야기인데 진작에 판이 끊겼다. 《작은 책방》은 새로 나왔는데, 엘리너 파전이라는 분이 어린이 곁에서 이야기꽃을 펼친 마음을 헤아리면서 이어읽기로 나아갈 분이 늘기를 빈다. 《말론 할머니》도 《클럼버 강아지》도 《줄넘기 요정》도 반짝반짝 아름답게 펼치는 이야기잔치이다. 어린이를 헤아리는 눈빛이기에 어른으로서 어진 길이란 무엇인지 새삼스레 돌아볼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억의 노래 에르네스트와 셀레스틴 14
가브리엘 뱅상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황금여우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9.23.

그림책시렁 1268


《추억의 노래》

 가브리엘 벵상

 햇살과나무꾼 옮김

 황금여우

 2015.1.25.



  그림책이건 글책이건 가만히 붙잡고서 한참 들여다보고 되읽습니다. 어느 책은 열 해를 훌쩍 넘기고 스무 해나 서른 해를 붙잡은 끝에 비로소 느낌글을 씁니다. 이제 가브리엘 벵상 님 그림책을 다시 만나기란 까마득하다고 여겨, 2015년에 새로 나온 꾸러미를 조금조금 되읽으면서 삭이곤 합니다. 이 가운데 《추억의 노래》는 ‘아이로서는 아직 모를’ 만하지만, ‘어른으로서는 어릴 적부터 마음에 새긴’ 노래에 얽힌 이야기로 꾸립니다. 아이는 “그 노래가 뭐가 좋아요?” 하고 물을 만하고, “그 노래를 들으며 왜 울어요?”라든지 “그 노래를 들으며 왜 웃어요?” 하고 물을 만하지요. 이때 적잖은 어른은 암말을 못 하고서 눈물에 젖거나 빙그레 웃을 수 있습니다. 아이로서는 알쏭하지요. 그러나 온누리 모든 일과 이야기는 단박에 알아차려야 하지 않습니다. 곱씹고 되씹는 사이에 천천히 알아갈 일과 이야기가 있어요. 봄에 맺는 멧딸기를 그자리에서 덥석 훑어서 혀에 얹으면 곧장 달짝지근한 맛이 온몸으로 퍼질 텐데, ‘애틋노래’는 아이한테 좀처럼 안 와닿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도 “바로 아이일 적에 누리고 즐기는 노래”가 머잖아 어른으로 설 적에 오래오래 두고두고 그리는 ‘애틋노래’로 자리잡게 마련입니다.


#GabrielleVincent #MoniqueMartin

#ErnestetCelestine #ErnestCelestine

#UneChanso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