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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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58



좋아한다면 거짓말 안 해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10.23.



‘아차! 내가 뭘 술술 다 부는 거야? 이런 소릴 했다간 공부 방해할 게 뻔한데!’ (25쪽)


“아니, 맨날 골탕 먹이면서 왠지 오늘은 나한테 잘 해 주네 싶어서.” “아아. 아니, 내가 맨날 수업 시간에 니시카타 골탕 먹였잖아. 그래서 니시카타 성적이 떨어지면 미안하다 싶어서.” (32∼33쪽)


“뭐, 뭐야?” “음, 그냥. 아까부터 계속 서로 쳐다보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든 것뿐이야” (48∼49쪽)


“바위 낼 거라고 했잖아. 난 니시카타한테 거짓말 한 적 없다고 하잖아.” (77쪽)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짓말을 하려고 든다면 이내 얼굴이 벌개지거나 말을 더듬겠지요. 못할 짓을 하려 드는 줄 스스로 뻔히 느끼기 때문입니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무한테나 장난을 안 치기도 하지만, 거짓말도 아무한테나 섣불리 못 해요. 더더구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라면.


  한국 사회가 처음부터 남성 가부장 권력이 드세었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이씨 사내를 내세운 조선 즈음부터 차곡차곡 쌓이다가 일제강점기에 크게 불거졌고, 해방을 맞이한 뒤에 군사독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그만 주먹힘이나 이름힘이나 돈힘이나 자리힘으로 내리누리는 흐름이 널리 퍼졌어요. 이제 온나라는 촛불힘을 바탕으로 삼아 작고 낮은 목소리를 밀물결처럼 냅니다. 여태 짓밟히거나 억눌린 목소리가 하나둘 터져나옵니다.


  우리는 작고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쌓을 새로운 ‘남녀 사이’를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남녀 사이뿐 아니라, 이웃 사이를 새로 헤아려야 할 테지요. 위아래 아닌 어깨동무를 헤아릴 노릇이요, 힘으로 윽박지르거나 밀어붙이는 길이 아닌,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벼운 장난으로, 놀이로, 어울림으로 드러냅니다. 장난질을 받는(이러면서 늘 장난질을 맞받아치는) 니시카타는 ‘늘 나만 골탕을 먹고 타카기한테는 하나도 안 먹히네’ 하고 여기는데, 어느 날 문득 ‘서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타카기한테 다가설’ 수 있다면, 이때에는 흐름이 뒤집어지리라 봅니다.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집니다. 2018.3.1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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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6.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허은미 글·김진화 그림, 여유당, 2018.1.25.



  우체국도 들르고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하러 읍내로 두 아이랑 함께 간다. 요즈음 시골버스는 제법 왁자하다. 삼월로 접어들면서 도화면이나 포두면에서 학교를 새로 다니는 아이들이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중학생이라면 예전에 초등학생 모습을 보았고, 초등학생이라면 예전에 갓난쟁이 모습을 보던 아이들이다. 해마다 학생 수가 부쩍 줄어드는데, 얼마 앞서 벼락처럼 새로 지었다는 고흥군청 건물은 몹시 으리으리하다. 아이도 젊은이도 어르신도 엄청나게 줄어드는데 군청 공무원은 외려 늘어나지 싶다. 뭔가 뒤집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물 반찬을 하고서 그림책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를 새삼스레 읽는다. 열흘쯤 앞서 전주 마을책집 〈책방 같이:가치〉에서 장만했고, 책집지기님이 매우 좋아하신다고 했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불곰 같은 엄마’ 어린 날 얘기를 할머니한테서 가만히 듣고서 새삼스레 ‘불곰스러운 엄마’도 저처럼 앳된 아이인 적이 있고 상냥한 아가씨였던 적이 있다고 느끼면서, 어머니랑 아버지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이 아이는 커서 어머니처럼 ‘불곰이 되어’ 착하고 멋스러운 사내를 곁님으로 삼거나 이웃으로 지낼 수 있겠지.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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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는 릴리를 사랑해 책 읽어주는 책
카이 루프너 글, 포 옮김, 주디스 드류즈 그림 / 어썸키즈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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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97


내가 나한테 들려줄 말 “사랑해”
―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
 카이 루프너 글·주디스 드류즈 그림/포 옮김
 어썸키즈, 2014.4.20.


릴리는 엄마의 눈과 아빠의 입을 가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릴리는 그녀 자체예요. (3쪽)

릴리는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무섭게 인상을 찌푸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눈사람이 녹을 만큼 달콤한 웃음을 지을 수도 있어요. (11∼12쪽)


  아이는 키가 작을 수 있습니다. 아이인걸요. 아이는 힘이 여릴 수 있습니다. 아이인데요. 아이는 모르는 것이 많을 수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많을 수 있습니다. 참말 아이잖아요. 그러나 아이가 못하거나 모르는 것이 많다 해서 아이가 싫거나 나쁠 수 없습니다. 아이는 아직 못하기에 앞으로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아이는 아직 모르기에 앞으로 하나하나 배우기를 바랍니다.


릴리의 얼굴은 여름에 주근깨 범벅이에요.
하지만 겨울에도 마찬가지로 주근깨 범벅이죠.
그녀는 주근깨에도 이름을 붙여 주어요. (13쪽)

릴리는 비록 작은 몸집이지만, 커다란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음, 그렇다고 엄청나게 크진 않아요) (16쪽)


  그림책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카이 루프너·주디스 드류즈/포 옮김, 어썸키즈, 2014)는 아직 작고 여리며 못하는 일이 많으며 모르는 것도 많은 아이가 누구인가를 묻고 밝히며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가는 하루를 그리고, 아이가 아이로서 즐거운 하루를 밝히지요. 아이는 오롯이 아이인 터라 어여쁘며, 아이는 참말로 아이 그대로인 터라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는 넘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는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아이는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배고플 수 있고 배부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조잘조잘 수다꽃을 피우다가 오래도록 입다물 수 있습니다.

  못하는 것도 많지만 잘하는 것도 많은 아이입니다. 주근깨마다 이름을 붙여 줄 수 있는 아이는, 들판에 가득한 봄꽃마다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어요.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별님마다 이름을 붙일 수 있고요.


“너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릴리라고 불릴 필요는 없어.
하지만 네가 누구인지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아둬.
그리고 네가 누가 아닌지와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도 말이야.” (22쪽)


  그림책 《릴리는 릴리를 사랑해》는 우리가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가르칠 한 가지가 무엇인가를 짚습니다. 오늘 작은 몸에 마음이기에 앞으로 큰 몸에 마음으로 거듭나는 삶으로 나아간다는 대목을 짚습니다. 오늘 여기에 있는 아이는 끝이 아닌 처음이라고, 더 바뀔 수 없는 모습이 아닌 아이 스스로 가다듬고 가꾸면서 새롭게 피어날 씨앗이라고 알려줍니다.


“쉽게 말해 네가 진짜 너였을 때, 너는 세계 최고야.
헷갈리니? 전혀 헷갈릴 필요 없어.
그냥 거울을 한번 보렴.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해 봐.
그것만이 릴리가 매일 하면 되는 일이야.” (23쪽)


  무럭무럭 자라날 아이처럼 한결 야무지면서 아름답게 피어날 어른이지 싶습니다.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자란달까요. 아이도 앞으로 몸이며 마음이 자란다고 하는 대목을 일깨우고 즐겁게 지켜보면서 하루를 살도록 이끌듯, 어른도 앞으로 생각이며 사랑을 새롭게 가꾸면서 기쁘게 북돋우는 하루를 살아야지 싶습니다.

  온누리가 평화가 흐른다면 아이랑 어른이 함께 저마다 스스로 사랑하면서 평화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느껴요. 온누리에 기쁨이 넘친다면 아이랑 어른이 다 같이 스스로 아끼면서 기쁜 보금자리하고 마을을 일구기 때문이지 싶어요.

  스스로 사랑하며 살림을 짓는 어버이 곁에서 스스로 사랑하며 환하게 놀이하는 아이가 자랍니다. 우리가 날마다 스스로 들려줄 말이란 바로 “사랑해”일 테지요. 어른하고 아이는 누구보다 스스로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하루를 짓고,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을 적에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2018.3.16.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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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5.


《어쨌든 노르웨이로 가자》

카트리나 데이비스 글, 필로소픽, 2015.8.7.



  부산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 오르려고 보수동에서 택시를 잡는다. 새벽부터 퍼붓는 비는 낮에도 잦아들지 않는다. 우산은 ‘산복도로북살롱’에 놓고 나왔다. 택시에 타려고 우산을 접었는데, 접은 채로 책집에 놓았네. 어쩜 이리 알뜰한가. 택시를 모는 일꾼은 할아버지. 가시아버지처럼 차를 매우 잘 모신다. 오랜 나날 손잡이를 돌린 숨결을 느낀다. 어둑해지는 하늘을 느끼며 시외버스에 오르고, 《어쨌든 노르웨이로 가자》를 편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찬찬히 읽는데, 글쓴이가 어릴 적부터 얼마나 쓸쓸하면서 따분한 나날을 보내다가 홀로 첼로를 짊어지고 머나먼 마실길을 떠났는가를 느낀다. 그런데 그 외롭고 어둡던 가시밭길을 걸었기에 첼로를 곁에 둘 수 있었고, 어설픈 가락을 타면서도 눈물을 흘릴 수 있었으며, 이 눈물을 보며 노랫가락에 귀를 기울이는 이웃이 있었기에 노르웨이 끝자락 북극에서 저녁해를 볼 수 있었겠지. 삶은 때로는 어둡고 불가마 같으나, 이 삶은 때때로 환하며 춤마당 같다. 아슬아슬하기에 외려 기운을 낼 만하고, 지쳐서 쓰러지고 싶기에 다시 어깨에 짐을 얹고서 한 걸음을 뚜벅뚜벅 내딛는다. 어쨌든 나는 고흥 보금자리로 간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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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파워를 깨워라
도린 버츄.찰스 버츄 지음, 여연 옮김 / 샨티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202



아이들 맑은 목소리에 어른들이 마음 열기를

― 인디고 파워를 깨워라

 도린 버츄·찰스 버츄/여연 옮김

 샨티, 2018.3.5.



그들은 온몸으로 부정직한 것에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인디고 아이들이 과도하게 활동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 어떤 인디고 아이는 사기꾼 예술가를 즉시 가려낼 수 있다. 설령 어른들이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려 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 사람의 에너지는 인디고 아이를 물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에, 아이는 고통의 원인을 피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12, 13쪽)


때로 우리의 에고는 뭔가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내려면 나이를 더 먹거나 교육을 더 받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줄리아는 나이나 학력과 상관없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주 멋진 본보기이다. (27쪽)



  ‘인디고(indigo)’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쪽빛’을 뜻한다지만, 쪽빛으로만 쓰지 않습니다. “인디고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도 씁니다. 여느 아이들하고는 사뭇 다른 숨결로 태어난 아이한테 “인디고 아이”라는 이름을 붙여요.


  인디고 아이 이야기를 담은 《인디고 아이들》이라는 책이 지난 2003년에 한국말로 나온 적 있습니다. 《인디고 파워를 깨워라》(도린 버츄·찰스 버츄/여연 옮김, 샨티, 2018)는 어느새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란’ 그 인디고 아이들이 삶을 어떻게 마주하면서 이 땅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를 차분히 짚는 책입니다.



어떤 나이든 상관없이 인디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인디고들이 1970년대 중반 이후로 태어났다. 이 시기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시대였다 … 1970년대에 태어난 인디고들이나 그 뒤에 태어난 인디고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들이 자신이 가진 직감을 신뢰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기 내면에 있는 나침반이 이끄는 대로 살아간다. (38, 39쪽)


인디고들은 솔직하지 않거나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존경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 인디고들은 자신의 느낌과 반대되는 말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벌을 받는 편을 택한다. (76쪽)



  옳지 않은 일을 앞두고 “옳지 않아!” 하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많지 않으나 씩씩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고 보니 한국말로 ‘씩씩하다’가 있군요. 숱한 사람들이 입을 다물더라도 나설 줄 아는 사람은 ‘씩씩하다’고 하지요. 몸이 여리거나 몸집이 작아도 드세거나 우람한 몸집인 어른 앞에서 제 할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란 더할 나위 없이 씩씩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고 싶어요. 우리 어른들은 얼마나 씩씩할까요? 우리 어른들은 씩씩한 아이를 볼 적에 어떻게 하나요? 아이가 씩씩하기에 대견스레 바라보는지요, 아니면 어리거나 여린 녀석이 당돌하다면서 눈을 감거나 윽박질러서 물리치나요?


  “나도 말할래!”라고 하면서 ‘미투’ 바람이 붑니다. 그동안 입을 다물던 목소리가 하나둘 터져나옵니다. 아니 그동안 입을 열었어도 우리 어른들이 거의 안 듣던 목소리가 이제 하나둘 곳곳에 흐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무척 많은 어른들은 “인디고 아이들”을 비롯한 씩씩한 사람들 목소리를 귀여겨듣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얕보거나 깔아뭉개기 일쑤였습니다. 귄위하고 권력, 여기에 신분하고 계급, 여기에 나이하고 학력, 여기에 남성이라는 가부장제, 이밖에 여러 가지를 내세워서 작고 낮지만 씩씩한 목소리를 걸어잠근 얼거리였다고 느낍니다. 씩씩한 아이가 설 만한 터가 거의 없었다고 느껴요.



인디고들은 언제나 자신의 진실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그 말을 들어줄까? 아니면 인디고들의 퉁명스러운 말투 때문에 소통의 문을 닫아버릴까? 그렇지만 인디고들이 단호하면서도 배려 있는 태도로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83쪽)



  《인디고 파워를 깨워라》라고 하는 책은 인디고 아이들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겪은 삶을 들려주기도 하지만, 인디고 아이들 스스로 조금 더 삶을 배우고 한결 부드러우면서 차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들려줍니다. “옳지 않아!” 하는 목소리를 우리 어른들이 조금 더 귀여겨듣도록 하자면, 인디고 아이들도 애써야 한다는 대목을 조용히 짚어요.


  그런데 이런 줄거리를 읽다가 살짝 책을 덮고 생각에 잠깁니다. 아니, 이런 매무새는 인디고 아이들한테만 바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하고요. 이웃을 더 살피거나 헤아리는 말씨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매무새란, 모든 어른이 갖출 매무새가 아닐까요? 우리는 저마다 곱고 상냥하며 즐겁게 삶을 가꾸면서 마을을 돌볼 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참말로 누구나 고우며 상냥한 말씨로 이웃을 더 넉넉히 헤아려야 슬기로운 어른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을까요?



비유해서 말하면 인디고 아이들은 바위를 들어 올려서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이 세상에 왔습니다. 커튼을 걷어서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려고 온 거예요. 빛의 일꾼들이 이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141쪽)


모든 사람이 자기 몸에 무엇을 집어넣고 있는지 알아야 하겠지만, 특히 인디고들은 더 그렇습니다. 인디고들은 아주 예민하고, 뭐든 해로운 것에 아주 격렬히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인디고들에게 먹어도 좋다고 허락하는 음식이 무엇이든 그것이 가장 높은 진동을 가진 음식임을 확인하고 먹게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224쪽)



  《인디고 파워를 깨워라》를 읽는 동안, 어쩌면 저도 인디고 아이들 가운데 하나였는지 모르겠다고 느낍니다. 1975년에 태어나 자라는 동안 숨통이 꽉 막힌 집안이며 마을이며 학교이며 사회를 느꼈습니다. 숨통이 꽉 막힌 모든 곳에서 “그건 옳지 않은걸요?” 하고 한마디를 하면 언제나 꿀밤을 맞았고, 군대에서는 숱하게 발길질을 받았으며, 술 먹이는 웃사람한테 술 그만 먹이라 하니 갖은 거친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궂은 짓을 하는 어른한테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아요?” 하고 따질 적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같은 대꾸를 들어야 했어요.


  느끼는 그대로 옳지 않다고 말할 적에 이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른을 거의 못 보며 살았습니다. 어딘가 틀리거나 어긋난 모습을 보았기에 그 대목을 좀 고치자고 말할 적에 이를 그때그때 받아들이는 어른을 좀처럼 못 보며 살았습니다. 어쩌면 무척 많은 ‘여리거나 어린 이웃’들이 이러한 길을 걸었겠구나 싶습니다.


  참을 참이라고 말할 줄 아는 매무새는, 인디고 아이들한테서만 엿볼 모습이 아니라 우리 누구나 건사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을 보면 거짓이라고 말하는 매무새도, 인디고 아이들한테서 흔히 엿보는 모습으로 그칠 노릇이 아니라 우리 누구나 갖출 매무새여야지 싶어요.린 이웃’들이 이러한 길을 걸었겠구나 싶습니다.



낮은 에너지에 중독된 이 세상은 높은 진동수를 지닌 존재를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런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단지 여러분 자신이 됨으로써, 물어야 할 것을 물음으로써, 어떤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함으로써 뭔가를 믿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봄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248쪽)



  꽃처럼 맑은 아이들이 언제나 꽃처럼 맑은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디고 아이들도 여느 아이들도, 인디고 어른들도 수수한 어른들도 모두 상냥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 땅과 나라와 마을을 사랑으로 가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힘을 즐겁고 슬기롭게 쓰기를 바라요. 어른들은 더욱 따사로운 눈길하고 손길이 되고,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넉넉하고 환한 이야기꽃을 물려받을 수 있기를 바라요. 2018.3.1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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