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는 부도덕 무단 출간을 하고서도 사과글을 쓰지 않았어요. 이 글들 가운데 섞인 '한길사 공식 입장' 하나만 내놓았을 뿐입니다. 이 글들은 2003년 11월 무렵 '북에디터' 게시판에서 오간 글들입니다.

 

특별히 반성하는 내용은 없더군요 03/11/21 17:15 조회수:117
작성자 : 편집자 34
 
요약하자면, 이오덕 선생님께서(돌아가신 후에는 아드님과 주 선생님께서) 구두로라마 허락하셨고,
권정생 선생님도 현재로서는 출고 정지만을 요구하신 상황에서 이쯤에서 그냥 넘어가자는 입장이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과정을 (한길사 입장에서) 죽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 글로, 한길사가 어떤 곳인지만 중언부언하고 있어서 그다지 호감이 가는 글은 아니더군요.

이번 일의 핵심은, 제대로 된 계약서 작성 없이, 두 저자 선생님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책을 출간했다는 것 아닙니까. 이에 대한 해명이나 변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최종규님의 글에서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명 없이 '한 사람'의 일방적인 '매도'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한길사의 무리한 출판에 비난을 가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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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한길사의 공식 입장 03/11/21 17:19 조회수:242
작성자 : 편집자 34
 
‘살구꽃 봉오리...'의 출간에 대하여

글쓴이:한길사 글쓴 날짜:2003-11-21 오후 1:07:41 조회수 : 58


이오덕 선생님은 편찮으시기 전까지는 자주 한길사에 오셨습니다. 또 저희가 자주 찾아 뵙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늘 우리말과 글, 어린이책, 또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엔 늘 가슴이 그득해졌다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교사나 학생들과 나눈 편지글을 책으로 엮어 내신 선생님은 편지글에 대한 아름다움을 강조하시며 편지를 담아 내는 무크지를 내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이 선생님이 권정생 선생님과 나눈 편지에 대해 말씀하신 것은 1997년이고, 이를 책으로 만들어 보자고 해서 실제로 조판에 들어가고 선생님이 교정지를 보신 것은 1998년의 일입니다. 저희는 어린이날에 맞추어 내면 좋겠다는 의논도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권 선생님이 꺼려하시니 편지 내는 일을 뒤로 미루자고 했습니다. 그 뒤로 저희 출판사에서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 ‘어린이책 이야기’ ‘문학의 길 교육의 길’을 내시면서 이따금 두 분의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병으로 몸이 무거운데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셨습니다. 사과 반쪽도 다 드시지 못해 사분의 일만 드시고 나머지는 접시에 놓으며 ‘내일 먹지’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래도 찾아간 사람들에겐 과일을 직접 깎아 주시고 차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저의 수첩엔 선생님을 뵙고 나눈, 앞으로 낼 책에 대한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우리글에 대한 원고가 한 권 분량 가량 있고, 사람 이야기, 자연 이야기, 사회 문제 등을 다룬 원고가 각각 한 권씩 될 것이며, 아동문학사도 정리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올해 안에 써 놓은 글을 정리하고 내년부터는 자서전을 쓰겠다는 말씀도 했습니다. 저희는 어딘가에 연재를 해야 지치지 않고 쓰실 터이니 지면을 알아보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길사는 1978년에 낸 ‘삶과 믿음의 교실’을 시작으로 선생님의 책을 13권 냈으며, 선생님의 주선으로 출판한 책도 10여 권에 이릅니다. 저희는 선생님과 25년 이상 변함없이 신뢰를 지켜 왔습니다. 지난 11월 12일 권정생 선생님을 뵈었을 때 ‘평소 이 선생님이 한길사만큼은 올곧게 출판정신을 지키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 말씀을 듣고 더 죄송하고 더 송구스러웠습니다.

올 3월 22일 충주 무너미에 갔을 때도 이오덕 선생님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내가 권 선생한테 다시 이야기하지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KBS에서 두 분에 대한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방송국 피디에게 ‘이오덕 선생님 같은 분은 반드시 공영방송에서 기록을 해 놓아야 한다’고 권했습니다. 함석헌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바로 전해에도 한길사에서는 선생님의 방송 출연을 주선해서 ‘11시에 만납시다’라는 프로에 출연하시게 되었고, 다행히 그 기록이 남아 앞으로 우리 현대사를 조명할 때 귀중한 자료로 쓰이게 될 것입니다.
이 선생님은 KBS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방송될 내용 중에 편지가 들어간다는 사실도 이 선생님은 당연히 아셨지요. 권 선생님은 이때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방송을 준비하던 중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그 프로그램은 이 선생님의 추모특집같이 되었습니다.

지난 9월 20일 무너미에 갔습니다. 묘소를 참배하고 그곳에 오신 주중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의 아드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편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생전의 선생님 뜻이고, 방송에도 소개되었으니 이제 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주 선생님은 꼭 나와야 할 좋은 책이니 권 선생님 허락은 나중에 받자고 했습니다. 자신이 꾸중을 듣겠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이 책을 만들면서 머릿글을 주중식 선생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주 선생님은 두 분 책의 머릿글을 어찌 감당하겠냐고 하시며 이오덕 선생님을 추모하는 글모음집에서 권 선생님의 글을 뽑아 주셨습니다. 주 선생님의 뜻은 이 책 말미에 들어 있습니다.

11월 12일 충주에 가서 이 선생님 아드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권 선생님이 많이 언짢아 하신다는 말씀을 하셔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출고를 중지하고 권 선생님께 앞뒤 사정을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안동으로 가서 권 선생님께 사과말씀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어려운 시절 이야기들인데, 지금은 그냥 덮어두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서점에 나간 책을 회수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그리 쉽지 않으니 더 이상 출고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고, 선생님도 그렇게 하자고 하셨습니다.
책은 11월 10일 오후에 입고되어 11일에 서점에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책과 관련해 광고를 낸 적이 없습니다. 12일부터는 선생님의 뜻에 따라 책을 출고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내보낸 1200여 부는 서점에 유통되었을 테지요.

권 선생님을 방문한 그날 사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잠깐으로 끝나고, 우리나라 출판사와 독서 경향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은 함석헌 선생님 이야기를 주로 하셨습니다. 그분의 사상도 사상이지만 그렇게 유려한 글을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함 선생님이야말로 대문장가라고 하셨지요. 그런 책을 한길사에서 내 참 다행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안동에서는 그 책을 살 수가 없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저희는 그렇지 않아도 함석헌 선생님 책을 다시 만들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출판사는 저자와 함께 길을 걷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길사는 이오덕 선생님을 높이 기리고 싶어합니다. 이 선생님을 비롯해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 가신 분들을 저자로 모시고, 그분들의 뜻을 책으로 구현시키는 일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함석헌 선생님의 글을 모아 20권의 전집을 펴냈고, 작년에는 송건호 선생님의 글을 모아 전집 20권을 냈습니다.
1월 11일 이오덕 선생님을 찾아 뵙고 송건호전집을 드리면서 전집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의 손으로 직접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렸지요. 3월 22일에도 전집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돌아가신 후에는 주중식 선생님, 이 선생님의 아드님이신 이정우 님과 전집 출판에 대한 의견을 잠깐 나눈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주요저작을 낸 출판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집들을 상업성을 따지며 할까 하는 문제는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저희가 아니더라도 이 일은 어느 출판사든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정생 선생님께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 선생님과 권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이 적극 권했고, 이런 책은 꼭 세상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만들었지만, 권 선생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추후에 용인해 주시리라는 안이한 태도로 일에 임한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이정우 님께도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더 철저하게 일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11월 18일에 찾아간 저희를 오히려 위로해 주셨습니다.
“내가 한번 마음 아픈 것으로 끝내지요. 한길사도 이번 일로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서로 떳떳하게 감수하지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길을 잘 지켜 나가길 바랍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한길사에 대해 섭섭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무릇 어떤 경우이든 의견 차이가 있을 때에는 양쪽의 주장이 다를 수밖에 없고, 양쪽의 견해를 다 들어보아야 전후사정을 알 수 있는 법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한 사람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유포되기보다는 한길사가 책을 내게 된 과정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간단하게 적어 보았습니다.

한길사는 1년에 80여 종의 책을 내고 있습니다. 1977년부터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2000여 종에 이르는 책을 펴냈습니다. 그 가운데 80%는 인문학 서적입니다. 저희는 모든 책 한 권 한 권에 정성을 기울입니다. ‘살구꽃 봉오리......’도 그러한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희는 이 책을 내는 것이 선생님의 유지를 잇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며, 두 분의 글이 너무도 아름답고 진실하여 편집자 자신이 감동 속에서 일했습니다.
한길사는 시대 상황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고 나름대로 좋은 책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이 같은 자세와 정신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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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펌] 한길사의 공식 입장 03/11/21 17:33 조회수:199
작성자 : 행인3
 
글쎄요... 이 공식입장이 액면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왜일까요?
내가 너무 때가 묻었을까요?
그간 인문학 서적에 공들여 온 한길사의 업적은 빛나지만...
조금 아는 한길사에 근무하는 후배는 그런 말도 하더군요.
한길사는 '로마인이야기'나 '혼불'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지만 각종 돈 안되는 인문서적으로 그 돈을 날리고 있다... 그 후배 말의 논지는 그렇더군요. 그게 한길사 대표의 지적허영심 때문이라고. 옆에서 그 소리 듣는 나는 좀 약올랐죠. 차라리 지적허영심이라도 좋으니 그런 출판사가 좀 많아졌음 좋겠다. 뭐 그딴 시덥잖은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데다 이런 소리를 하면 몽둥이로 얻어맞기 딱 십상이겠죠? ㅎㅎ
하지만 이번 '살구꽃...' 사태(?)를 바라보는 저는 좀 무덤덤합니다.
굳이 메이저출판사의 횡포... 그런 식으로까진 생각하고싶지 않군요. 정작 횡포는 그런 게 아닐 거니까요.
난 저자가 서점에 가서야 자기책 나온 줄 알았다며 출판사에 확인 전화하는 그런 요상한 출판사에서도 일해봤거든요.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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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Re: 오오~ 03/11/21 18:41 조회수:152
작성자 : 흐흐흐
 
마지막 두 문장 정말 대박입니다.
사람 생김만큼 갖가지 출판사가 다 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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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Re: Re: 그뿐일줄 아세요? 03/11/21 22:16 조회수:109
작성자 : 행인3.4
 
출판계약을 맺을 땐 말이죠, 계약서에 인세 일부를 발간 후 일정기간(3개월에서 6개월 가량)이 지난 후로 작성하죠. 그다지 지명도가 없는 저자일 경우엔 울며 겨자먹기로 거기에 서명해요. 책이 잘 팔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꼭, 꼭 문제가 발생하죠. 나중에 가서는 꼭, 꼭 책이 안 팔려서 인세지급이 어렵다고 발뼘을 하죠. 그럼 대게의 저자들은 못믿겠다는 표정과 마음속에 불타는 의구심을 갗게 마련이죠. 계약서 위반과 법정대응을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사장님은 끄덕 안씁니다. 그런 출판사의 사장은 그런 어리숙한(?) 저자들의 반발과 심리를 너무 잘 알죠. 곧바로 "미스*, 장부 가져와~" 그런 답니다. 마치 무슨 기밀서류를 보여준다는 근엄한 태도와 괴로운 얼굴로 입출 내역과 반품을 조목조목, 때로는 자신도 너무 억울하다는 식으로 설명해서 아예 저자의 사기를, 마지막 남아있는 자존심(?)을 송두리채 흔들어대지요.

하지만, 그런다고, 그러니 더더욱, 한길사의 불미스러움이 돋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들 어떤 계약서든 서명할 땐 오목조목, 꼼꼼히 따지고 읽은 후 서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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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공식 입장을 보니 슬프네요...(hbooks)

참 슬픕니다.
어쩜 그렇게... 뉘우칠 줄 모르는가 싶어서요.

송건호 선생님 전집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나왔어야 했습니다. 비록 한겨레신문사에서 내분이 생겨서 송건호 선생님이 튕겨져 나오기는 했으나 송건호 선생님 장서도 청암문고로 만들어 한겨레신문사 자료실에 따로 방을 만들었고, 당신 일기와 원고도 그곳에서 정리를 했는데... 그걸 한길사에서 냈다고 자랑할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군요.

이오덕 선생님과 관련해서 당신은 "내가 뭘 돋보이게 하려고 자서전을 쓰느냐"고 말씀하셨고 당신 전집을 내는 일도 싫다고 하셨는데... 당사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다들 "살아 계실 때 이렇게 말을 했더라" 하는 카더라... 말만 되뇌이고 있어서 슬픕니다.

앞서 여러분들이 말씀하셨듯 계약서도 안 쓰고, 허락도 안 받고, 통보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여러 정황에서 거짓말을 하고 말을 바꾸고, 저와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와도 말을 다르게 했던 여러 가지 정황들과 얽힌 해명도 없는 이런 글을... 공식 입장이라고 하다니...

참말로 우러르고 모시는 선생님이라면 말로만 우러르지 말고... 뒷통수를 때리는 짓으로 우러르지 말고, 고개 숙이고 다소곳한 매무새로 우러르면 좋겠어요. 1997년부터 준비를 시킨 책을 돌아가실 때까지도 내지 않은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권정생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무섭게 책을 낸 까닭은 뭐겠어요?

왜 살아 계실 때는 책을 안 내고 돌아가신 뒤에 책을 내면서... 그리고 돌아가신 뒤 출판 저작권과 사용권은 모두 아드님에게 귀속이 되어 있는데, 나중에 출판사에서 딴 소리를 할 것을 미리 걱정하셔서 변호사 입회 아래에 공증서류를 만들어 놓으신 이오덕 선생님입니다.

한길사는 참... 염치없는 짓으로 끝내 구렁텅이로 떨어지려는가 봅니다...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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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찜찜한 해명... 03/11/24 15:05 조회수:56
작성자 : 찜찜이
 
그냥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 한마디면 족할 것을 왜 이리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한길사의 이력을 모릅니까.
다 아는 그 이력들을 이렇게 늘어놓는 의도도 의심스럽거니와, 길게 늘어놓는 변명도 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사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좋은 원고를 두고 욕심이 나는 것은 출판인으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허락 없이 출판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차라리 권정생 선생님을 더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했겠지요.
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엉뚱한 쪽으로만 노력한 것에 대해서 솔직하고 간단하게 사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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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1-11 19:06   좋아요 0 | URL
한쪽 입장만이 아니라 한길사와 주중식씨의 기사까지 함께 올리셨군요.
어제 올리신 것부터 차례로 읽어보았습니다.
찜찜한 해명보다 깨끗한 사과가 훨씬 아름다울텐데요.
어린이책 출판 분야에서도 최근 저자의 허락 없이 게재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저작권을 찾아주자는 움직임이 조용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200부 나갔다는 그 책의 내용이 저도 무척 궁금하긴 합니다 ^^


숲노래 2011-11-11 18:40   좋아요 0 | URL
1200권 아니라 1800권 팔았다고 했어요.
그러나 이는 한길사에서 '서류 아닌 입'으로 들려준 말이기 때문에
정작 몇 부를 찍고 몇 권을 팔았는지 알 노릇이 없어요.
말로는 3000부를 찍었다고 했으나
5000부나 1만 부를 찍었다고 했을 수 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어영부영 잊거나 엉뚱하게 '미화'할까 싶어
이 글을 모두 건사했어요.

건사해 놓지 않았다면, 박균호 님이 낸 책에서처럼
마치 '한길사가 아름다운 회수'를 한 듯 잘못 이야기가
퍼질 수 있어요...

에고... 이런 글을 끄집어 내어 나누는 일은
참 서글프고 괴롭습니다...

2011-11-11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1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오덕 님과 권정생 님 편지책은, 한길사 김언호 사장과 거창 샛별초 주중식 교장 두 사람이 '이오덕-권정생' 두 분 허락과 동의를 안 받은 채 몰래 펴냈습니다. 이를 나중에 알고 나서, 그러니까 책이 갑작스레 나와서 나중에야 유족과 권정생 할아버지가 알고 나서 이를 따지는 한편, <오마이뉴스>에 기사까지 띄우고 나니, 비로소 주중식 씨가 반론글을 <오마이뉴스>에 띄웠습니다. 이 반론글과, 반론글에 붙은 모든 독자의견을 붙입니다. 2003년 일인데, 이 일을 놓고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여태껏 사과글이나 사과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부끄럽게 태어났다고 가둬놔야 합니까
[주장]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
 
 -  주중식(jujungsik) 기자    
 
 
<오마이뉴스>는 17일자 '한길사는 이오덕·권정생 선생 앞에 사죄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한길사) 출판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글은 이 책의 출간을 위해 노력했던 주중식 시민기자(경남 거창 샛별초등학교 교장)가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편집자 주>
 

요 며칠 동안 잠을 좀 설쳤고, 오늘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좀 무거웠다.

내 앞에 일어나는 일은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 괴로운 일이라도 잘 받아들이겠노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참 어렵다. 그래서 잠을 설치고 머리도 무거운 거다.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권정생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서 낸 책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가 세상에 나왔다. 책이 나오자마자 여러 일간 신문에 이를 소개하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나는 참 반가웠다. 왜냐하면 내가 거들어서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가움으로 기쁜 마음은 잠깐이고, 이번에는 아주 괴롭고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 책은 출판사가 지은이 허락도 없이 낸 책이라서 더 이상 팔지 못하도록 거두어들이기로 하였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런 기사가 나오기 전에 나는 누군가가 인터넷신문에 글을 올려서 세상에 알리려 한다는 말을 듣고, 아는 사람한테 부탁하여 그게 누구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올리지 않도록 말려보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나는 참 서글펐다.

사실 이 책은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책으로 낼 준비를 다 해두셨고, 권정생 선생님한테 어느 정도 얘기도 해두셨던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은 내가 나서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원고 교정에서 쪽 배치하는 일까지 선생님이 하시던 것 보고 배운 대로 실제로 내가 하였다.

책 머리에 붙이는 권정생 선생님 편지도 내가 골라 넣었고, 내가 책 끄트머리에 몇 자 적은 것도 이 책을 이 세상에 내놓고 싶은 내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썼다.

책 끄트머리에 적지 않은 얘기를 조금 보태자면 이렇다.

지난 1월 10일, 충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전국 참교육실천보고대회에 나는 초등 국어 교과 자문위원으로 참석하였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오덕 선생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 때 마침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도 이오덕 선생님을 뵈러 왔다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김언호 사장님은 이오덕 선생님께 출판 쪽 일은 두 가지를 부탁드렸다. 한 가지는 지금 나온 이 책을 출판하자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선생님 건강이 허락하실 때에 꼭 자서전을 쓰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언호 사장님은 아주 간곡하게 부탁드렸고, 이오덕 선생님은 둘 다 안 된다고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 때 이오덕 선생님께서 둘 다 들어주시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원통하게도 둘 다 못 이루시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그 한 가지 일은 이오덕 선생님 큰아드님과 의논하여 내가 맡아서 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아마 내가 그 날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면 감히 내가 이 책 내자고 나서지는 않았을 게 틀림없다.

이렇게 해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란 책은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창고 안에 갇혀 꼼짝 못하게 되었다. 어쩌면 세상 구경도 한 번 못하고 쓰레기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를 하늘이 내려보내 주셔서 이 세상에 왔다고 믿고 있다. 또한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뭔가 좀 모자라게 태어났건 떳떳하지 못한 아이로 태어났건 한 가지로 모두 귀한 하느님 작품이고, 소중한 목숨이라고 믿고 있다.

하늘이 내려 주신 하느님 작품을 업신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러므로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야지, 내다버리거나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흔히 책을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말을 자주 쓴다. 책도 목숨 붙어있는 짐승이나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나는 이번에 나온 책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를 하늘이 우리들한테 내려주신 선물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 책을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두는 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을 내팽개치는 못난 짓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하건, 나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가두어 놓아야 할 목숨이 아니라, 참되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한 권씩 구해서 늘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백성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재판정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한 사람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권정생 선생님은 내가 살아가는데 바른 길을 일러주시는 스승이시다. 물론 이건 이렇고 저렇고 마주 앉아 길게 말씀해 주신 일은 없다. 게다가 선생님께 좀처럼 전화도 걸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님 안부가 궁금하면 살짝 한 번씩 찾아 뵙기는 한다. 선생님 힘드실까 싶어 그냥 마당 한쪽 돌덩이에 잠깐 앉았다가 돌아온다. 안동 조탑동 빌뱅이 언덕 아래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시는 것으로 큰 가르침을 주시는 어른이시다.

이번 일도 중간에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그렇지, 나는 내가 이 책을 내서 권정생 선생님이 괴로우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문에 난 책 소개 글 보고 관심 있으면 책 사서 읽고, 본 받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렇게 본 받아 살아가면 될 텐데, 쓸데없이 헐뜯고 시비를 걸고 그러는 바람에 선생님은 더 괴로우셔서 그 책 거두어들이라고 하셨을 거라 믿고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못한다. 서로 돕고 도움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밥이 입에 들어오기까지 누가 수고했는지 알고 고마워할 줄 알고 살기만 해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밥을 먹어서 몸을 지탱할 수 있다면, 책을 읽어야 참 마음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다. 밥이 고맙듯이 책이 얼마나 고마운가.

농부가 있어서 밥이 입에 들어올 수 있다면 책은 출판사가 있어서 우리 손에 들어온다. 그런 점에서 내가 거들어서 나온 책 때문에 온갖 좋지 않은 말은 출판사가 다 듣고 있는 걸 보고 나는 몹시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참으로 미안하다.

한길사는 군사 독재 시절에 민주 세상을 앞당기기 위한 좋은 책을 많이 펴낸 출판사다. 지금 풍조가 사람들이 가뜩이나 책 안 읽고 편하게 즐기며 살아가려고 하는 판인데 이런 책을 내어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한길사에 함부로 손가락질을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번에 책 낸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 차라리 나한테 욕을 하고 꾸짖어주기 바란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책 꼬리말  
 
 
책 끄트머리에

위안과 용기를 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 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권정생)

부디 건강에 최선을 다하시도록 바랍니다. 우선 충분히 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저도 선생님을 결코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합니다.(이오덕)

그저께는 쑥을 뜯어와 손수 밀가루를 반죽해서 쑥나물 부침개를 구워 먹었습니다. 앞으로는 산나물도 뜯어와야겠습니다. 찬거리가 없기도 하지만, 깨끗한 산나물을 먹으면 한결 봄기분이 납니다.(권정생)

손수 나물을 뜯으시고 반찬을 장만하시는 선생님의 생활이 눈물겹기도 하고, 성스럽게도 여겨집니다.(이오덕)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73년 1월부터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문학, 교육, 자연, 인간, 통일, … 살아가는 온갖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받습니다.

두 분 선생님의 편지는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아픔을 달래고 살림을 보살펴 드립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병들고 가난하여 외롭게 살아가면서도 그 아픔과 외로움을 이겨내며 아름다운 작품을 써서 그 사랑에 보답하십니다. 이보다 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편지는 소식을 알리고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편지는 그런 구실만 하는 게 아니라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두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은 기적이라 할 만합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 선생님 동화와 소설, 시 같은 문학 작품은 물론 살아가시는 모습 그 자체를 진실한 삶을 찾으려는 모든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십니다. 권정생 선생님 삶을 본받아 살아가는 사람이 백 명, 아니 단 한 명이라도 나오면 이 세상이 맑아질 것이라고 믿으셨던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 묶음을 책으로 내놓으실 생각을 하시고, 벌써 여러 해 전에 이 편지 묶음을 출판사에 넘기면서 편지 하나 하나에 제목까지 다 붙여 놓으셨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편지 묶음은 출판사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 까닭은 권 선생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괴롭히는 일이 될까 매우 조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에도 나오는 얘기입니다만, 권정생 선생님은 서울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이내 그 말을 거두어 버리십니다. 그러면 이오덕 선생님은 춥거나 덥지 않을 때 함께 가보자고 다시 권하시고, 권정생 선생님은 몸이 안 좋아서 그만 안 가기로 했다며 사양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은 또 참고 기다리다가 다른 일로 해서 권 선생님이 서울에 가보실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아마 이 편지 묶음이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책으로 나오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그저께 제 아내가 고등학교 때 동무들을 만나러 서울에 다녀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 아내는 오랜만에 만난 동무들하고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너희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 들어 보았냐?" 하고 물어보았답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다는 동무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래서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완전히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구나 싶더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살아가는 길이 다르면 딴 세상에 사는 것입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열어놓으신 세상은 분명히 딴 세상입니다.

저나 제 아내도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책을 구해 읽으면서 딴 세상을 알게 되었지,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만일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역시 딴 세상 아닌 저 쪽에서 그게 잘 사는 것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이 책에서 어떤 분은 영혼의 깊은 사귐을 맛보실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분은 한국 아동문학의 숨은 역사를 살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몸과 마음에 큰 아픔을 지니고 외롭게 살아가는 분은 큰 위로를 받으실 터이고, 남을 위해 살아가려는 분은 참된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읽는 분에 따라서 그 맛을 느끼고 얻는 것이 다 다를 줄 압니다.

이 책이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모든 분들에게 한 줄기 샘물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책 내는 일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책 내는 일에 제가 좀 거들었고, 두려운 마음으로 책 끄트머리에 몇 자 적었습니다. 그 동안 애써주신 한길사 식구 여러분께 두 분 선생님을 대신해서 고마운 인사 드립니다.

2003년 10월 20일 / 주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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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슬기롭게 해결하시기를.... 조회수:46 , 추천:0, 반대:1  
박도(parkdo), 2003/11/21 오후 6:12:05  

선생님은 결코 이런 일로 세상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원치 않을 겁니다. 저는 누구 못지 않게 선생님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책이 나올 때마다 선생님은 제게 보내주셨는데 최근에 나온 책이 네 권으로 그 중에 한길사에서 나온 책이 세 권이었습니다.

<농사꾼 아이들> <어린이책 이야기> <문학의 길 교육의 길> 이 세 권은 모두 한길사에서 펴낸 책들입니다. 모르기는 해도 이 책들은 출판사에서 선생님을 위해 엮어드린 책으로 생각될 만큼 거의 상업성이 없는 책으로 아주 잘 만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동안 한길사 나름대로 선생님에게 정성을 다한 걸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사이 불거져나온 얘기들은 그동안의 출판사와 저자와의 옛 정은 팽개치고 일방으로 꾸짖는 것 같습니다.

고인은 마지막 차비도 마다하고 깨끗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갔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서로 얼굴 붉히지 맙시다. 고인이 박 선생이 나서서 한 마디해서 그만 잠재워 달라고 하시는 것 같아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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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뜻이 좋아도.. 조회수:128 , 추천:2, 반대:0  
노자(laotzu), 2003/11/21 오후 3:42:56  

 교장선생님 아무리 뜻이 좋아도 원칙과 법에 맞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를 한다는 말과 선생님 변명이 무엇이 다릅니까?

왜 좋은 일을 하면서도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이렇게 문제를 확대하는지 안타깝습니다. 부끄럽게 태어나지 않아도 될 책을 왜 부끄럽게 태어나도록 만들었는지 그 책임을 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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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선생님... 조금 잘못 생각하시는 것 아닌지요 조회수:136 , 추천:1, 반대:0  
김 경석(gimgs0), 2003/11/21 오후 3:41:08  

 사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런 글 쓰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 기사 어디를 봐도 편지글 출판에 대해 동의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결론은 난 것 아닌가...

평소 주 선생님에 관한 얘기를 듣고 존경하지만, 이 건에 관해서는 주 선생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본다. 본인 생각에 너무 치우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듯 하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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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니, 이런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조회수:185 , 추천:3, 반대:0  
미나리(lsulbee), 2003/11/21 오후 2:16:56  

 저도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 주중식 선생님,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 모두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그러나 편지란 출판을 전제로 하지 않는 두 사람만의 사적인 대화라, 본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출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은 이미 동의를 하셨다 하고, 아무리 그 편지, 책이 귀하고 소중한 '하느님 작품'이라도 말입니다.

출판에 문제가 있어 '일단' 거두어들이는 것이지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두는 것'도, '업신여'겨 '내팽개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출판사나 주 선생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그것보다 권 선생님 동의를 받으셔서 '하느님 작품 선물'이 빛을 보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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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글 늘 가슴 저리게 읽습니다 조회수:308 , 추천:0, 반대:0  
ㅋㅋㅋ(skyoun9), 2003/11/21 오전 11:29:57  

 책이 살아 나와서 사람들의 가슴을
늘 촉촉히 적시길 바랍니다 
   
 
  장준성(lunarain)  [2003-11-21 12:52]  
 당사자는 말을 할 수 없고, 좋은 일 하려고 애쓴 이들은 힘겹고... 법이나 규칙이 아름다운 일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나봐요. 사람들이 더 중요한게 무언지 알았으면 좋겠고, 선생님께서 마음고생 덜 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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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조회수:72 , 추천:6  
서울시민, 2003/11/21 오전 11:21:23 

 사전에 책 내는 것에 거의 동의하셨다면
이오덕 선생님의 자재분은 왜 그리 화를 내시는 것이며
권정생 선생님은 또 왜 이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으신 것일까?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들에게 정확한 확약을 받지 않고 책을 내는 일은
잘못된 것 아닐까요?

너무나 좋은 내용이니 출판된 김에 그냥 판매하자는 논리는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권정생 선생님이었다면 소송걸겠습님다만...
그 분이 그럴 분도 아니시고

홍세화님 말씀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물신주의는 심각하군요.
돈 되는 일이면 무조건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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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에 웬 미사여구 조회수:93 , 추천:6  
미사여구가 독이네, 2003/11/21 오전 11:21:41 

누가 좋은 '책'임을 모르나요
하지만 저자 당사자들의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낸 거잖습니까.
그래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에게 허락 받았다는 증거도 없고
더구나 살아있는 권정생 선생에겐 허락도 받지 못한 처지에
단지 좋은 책 구석에 처박아 넣지 않으려고 냈다니
그게 도둑질이 아니고 무슨 일이겠습니까.

솔직히 주중식님의 말은 이해되기도 하나
문제는 출판사!
한길사는 군사독재 시절 좋은 일도 했지만
반대급부로 자주 저자들과 다툼을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과거 좋았던 행위로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습니다.
그 과거를 빌미로 옳지 않은 짓을 하면 그게 더 나쁘지요.

한길사
사실 문제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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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군요 조회수:96 , 추천:8  
망초, 2003/11/21 오전 11:25:08 

 님의 진정은 알겠는데
역시 이해하기 힘들군요.
심하게 말하면 '막무가내'라는 인상입니다.
님은 무엇이 잘못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정작 두 분 중의 한 분인 권정생님의 의견이
아마 반대하지 않을 거라는 추측으로 처리되었군요.

듣기로는 권선생님이 찬성하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권선생님이 찬성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와서는 아니되는 책이라고 봅니다.

이목을 피해 시골에 사셔야 하는 그 분께
큰 누가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유념해야 할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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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씀하시면 안되져 조회수:75 , 추천:4  
독자, 2003/11/21 오전 11:44:21 

 책을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처럼 비유하십니다.
하긴 부끄럽게 태어난 아이라도 생명이고 보면 잘 키워야죠.
다만, 이번 문제의 책과 관련해서는 너무 비약하신 건 아닌지요.

두분의 명확한 의사도 확인안하고,
설령 이오덕 선생한테서 심정적으로 확인의사를 받았다고해도,
서간이라 그분이 돌아가셨다고 해도 권정생 선생님께 확약을 받으신다음 출판을 했어야죠.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주체가 명확한데, 주변에서 넘 안일하게 생각하고 출판하신듯합니다. 책으로 나와 그 가치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글쓴이의 명확한 허락도 없이 책을 만들 수 있는지, 교장선생님 다시 한번 생각하시고 이런 글 올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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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생님! 웃깁니다. 조회수:93 , 추천:7  
웃긴다, 2003/11/21 오전 11:47:34 

 출판이 애들 장난입니까.
뜻이 좋으면 훔쳐도 된다는 말씀?
일지매는 의적이니까 괜찮다?
과거의 한길사는 출판정신이 있었다. 그 회사 출판물은 나의 성장에 크나큰 자양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 출판사는 순수한 출판정신과 열정이 없어졌다고 본다.
한길사에 대한 애정을 거둔다.
주 선생님 조용히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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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전혀 납득할 수 없군요 조회수:61 , 추천:6  
ph, 2003/11/21 오후 12:35:27 

 책을 사람 생명과 비교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군요. 책의 내용이 좋고 나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책의 출판 과정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인데, 내용이 좋으니 출판 과정의 문제는 덮어 두자니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두 사람의 '저자' 중 한쪽은 명시적 출판 허락을 하지 않은 채로 돌아가셨고, 다른 쪽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허락을 한 적이 없는데, 책을 내놓고서 - 더구나 그것이 다른 글도 아니고 두 분이 주고 받은 개인 서간인데 - 내용이 좋으니 그냥 덮어 두자니요. 그리고, 권정생 선생이 '세상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니' 그냥 거둬 들이라고 하셨을 것이라는 판단은 어떤 근거로 내린 것인가요?

거창 샛별 초등학교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망이 매우 큽니다. 왜 그러냐고요? 결과나 내용을 과정보다 위에 놓는 이 글을 보고, 그런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민주주의' 얘기냐고 할 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는 '절차와 과정'입니다. 아무리 결과가 올바른 것이라고 해도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은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또 사람의 생명을 들고 나오시렵니까?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가 너무나 존귀해서 그 탄생 과정의 문제 여부와 무관하게 보호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책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저자의 사생활과 의사를 무시한 채로 출판사 독단으로 출판한 책은 당연히 거둬 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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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못을 모르시나요? 조회수:51 , 추천:5  
이상해, 2003/11/21 오후 1:38:46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신다는 말씀이지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시나요?
물건을 빌릴 때도 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가요?
이것은 물건이 아니라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의 정신입니다. 따라서 당신들이 하시겠다고 하기 전에는 반대하지 않을거라는 추측으로 책을 낸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주중식님의 잘못입니다.

잘 아는 사이일수록 이런 점은 낱낱이 짚어서 확인을 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요?
설마 권정생 선생님이 세상 일에 어리숙하니 일단 저지르고 나면 될꺼야 라고 생각하신 것은 아닙니까?

거기에다가 출판사에 대한 두둔은 무엇입니까?
출판의 기본조차 모르고 있다는 증명을 해주신 셈입니다.
출판사가 그렇게 해서야 될 일입니까? 애들 소꼽장난도 아니고 책을 출판하면서 본인의 동의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계약서 조자 쓰지 않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이 참에 한길사는 그 동안 과거를 먹고 산 나태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오만 방자한 것 까지 말입니다.

책 출판의 과정을 살펴보면 볼수록 그러합니다. 오늘 그 증거를 알려주신 겁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는데 정작 본인은 잘못이 뭔지를 모르니 참으로 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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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 조회수:56 , 반대:6  
맑은 세상, 2003/11/21 오후 3:06:56 

 선의는 선의로만 받아들여 지면 좋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정신이 주중식 선생님이 거듦으로서 더욱 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권정생 선생님도 사양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책으로 출판하는 것을 꺼려 하셨고 또한 부끄런 과거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은 일면도 있을 것입니다만 권 선생님이 부끄러워하는 사연은 사실 이 땅의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될 수 있는 선한 의지라고 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살아계실적에 이런 책을 내고 싶어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권정생 선생님이 흔쾌히 받아 들이지 않으시기 때문에 책으로까지 내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두 분 사이에 오고간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선의를 주선생님은 드러낸것이라고 봅니다.

이 책을 낸 것이 돈을 위해서도 공명심을 위해서도 또 누구를 부끄럽게 하려는 의도도 아닌 순전히 선의로 나온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우리도 선의로 받아 들이고 싶습니다.

나는 이 책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하다가 책방에 물어보니 다 팔리고 없다는 군요. 창고에서 썩을 여러분들의 선의를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부디 선한 의지로 사는 사람들이 선한 의지가 퍼지기를 바랍니다. 마음고생이 심하실 것 같군요. 뭐라 위로라도 드리고 싶습니다만, 선한 의지가 곡해 되는 것 같아 안타갑기도 하고.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십시오. 권정생선생님도 주선생님의 뜻을 잘 헤아려 주리라 믿습니다.

 
   
 
 
  오호라!  [2003-11-21 15:29] 
 사실이 어떠하냐는 무시되고 님의 추측만 있군요.....때로는 섯부른 선의가 남의 눈물을 부를 수도 있죠 
 
 
  브루스  [2003-11-21 17:18] 
 "돈을 위해서도 공명심을 위해서도...순전히 선의로"라면 무가의 책으로 떳떳하게 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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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생님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조회수:31 , 추천:2  
-.-, 2003/11/21 오후 4:53:34 

 산모와 같은 고통을 겪고 책을 써내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좋은 책 하나에 생명과 같은 가치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곁들여, 한길사가 한길로 좋은 책을 출판한 것을 모르지 않슶니다.

더군다나, 이 좋은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은이가 산모가 되길 원하지 않았고, 좋은 책을 내던 한길사는 이번엔 분명히 잘못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저버리고 온정만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잘못된 관행만을 양산할 뿐입니다. 한길사는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지은이의 요구를 받아들인 후, 이번 일을 거울 삼아 더 나은 출판사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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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살구꽃 봉우리를 보고 싶다 조회수:3  
살구꽃 봉우리, 2003/11/22 오전 3:19:38 

 주 선생님이 애서 만든 책, 이오덕 선생님이 생전에 꼭 내고 싶었던 책, 권정생 선생님이 내기를 부끄러워한 책, 그 책을 나도 보고 싶다.

주 선생님이 꼭 우리 백성들에게 읽히게 하고 싶은 글, 그 책을 나도 읽고 싶다.

창고에 처박아 둔다면 두 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창고에 처박힌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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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조회수:3  
궁금이, 2003/11/22 오전 3:24:15 

 권정생 선생님, 내어서는 안될 책이라고 굳게 믿고 계신가요?

이오덕 선생님께 편지하듯 선생님의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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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선물이 훔친 글이라면 조회수:31 , 추천:1, 반대:0  
김창영(vision2015), 2003/11/22 오후 5:05:56  

 모처럼 사고 싶은 책이었다. 그리고 이런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탄생과정을 알고나서 구역질이 났다. 그러면 그렇지.
이것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글로, 그냥 영원히 마음 속에 담아두어야할 글이었다.
그런 글이 이런 식으로 도용돼서 퍼지면 되겠는가. 그리고 이것이 '하늘의 선물'이라니.
주모씨의 허욕과 과욕이 부른 가슴 아픈 일인 것 같다.
두분의 인격과, 또 그것을 좋아하고 흠모하는 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한길사는 책을 즉시 거두어, 한권도 빠짐없이 그 어른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 한길사, 부끄럽지 않은가. 주모 교장 선생, 왜 선생은 아직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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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뜻이라지만,,, 조회수:30 , 추천:2, 반대:0  
지나가는 사람(duxoo), 2003/11/22 오후 3:40:51  

주중식 님의 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책을 내고 싶은 성급한 마음이 앞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장 쉽고 간단하게 얘기해서,

싫다고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말 그대로 잘못 된것입니다.

 

그 글을 쓴 당사자가 원하지도 않는데
'내심 원하실꺼라고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의부분..


'이오덕 선생님도 안된다는 소리는 하지않으셨다'...
------이오덕 선생님 동의부분..

 

 

두 분의 동의에 관해 모두 자의대로 해석,
갖다맞춰서 끼워넣는듯 싶습니다.

 


하느님이라는 이름하에 작가의 동의 없이
글이 함부로 나오는 것은 안됩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잉태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데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부부들 죄다 피임안하고 폐경기될때까지
애기 생기는 대로 낳아야 된다는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사진도 은근히 오히려 글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한길사와 이오덕 선생님의 친분있음을 강조하는 듯한....

과정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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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은 책을 부끄럽게 태어나게 하셨나요? 조회수:22 , 추천:2  
안타까움, 2003/11/22 오후 4:02:52 

 이 책은 분명 개인과 개인이 주고 받은 서간입니다.
보통의 문학작품을 출판할 경우에도 저자의 동의는 필수적인데 하물며 편지글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운이 좋아 저는 이 책을 보고 말았습니다.
평소 이오덕 선생의 생각에 깊이 감동하고 있던 차에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는 대충 살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지는 않았으나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분이 널리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부분도 얼핏 보이는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책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 아닙니다.
두분 선생의 따뜻한 인품이 만들어낸 책입니다.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적법한 절차로 만들어 진 책이 아니라면 출판 및 판매는 여기서 중지되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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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서 올린 글하고 거의 같은데, 앞서 올린 글에 '못 담은 이야기'가 있어 따로 붙입니다. 앞서 올린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올리면서 이래저래 자르고 다듬은 글'이고, 이 글은 기사가 되기 앞서 '덜 정리된 채 여러 뒷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담은 글'이에요. 아무튼, 여덟 해나 묵은 글이라서 부끄러운 말투와 말법이 많이 보이네요... ㅠ.ㅜ hnine 님 아무쪼록 즐거이 읽어 주셔요...



 이오덕,권정생 선생님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할 사람
 [책읽기가 즐겁다 39] 허락도 없이, 출판계약서도 없이 책을 낸 한길사



 <1>

 지난 2003년 11월 5일 새로운 책이 하나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일은 그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만 알고 있었습니다. 책은 차근차근 서점에 진열이 되었고 독자들도 한 사람 두 사람 책을 사 보았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신문 광고도 냈고, 보도자료도 돌려서 신문사 문화부 기자들은 그 보도자료를 보며 기사를 썼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12일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11월 13일에는 <문화일보>에서 큼직한 지면을 빌어서 책을 소개했습니다.

 새로 나온 책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문학과 교육을 살리고자 온몸을 바친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먼저 한 분은 지난 2003년 8월 25일에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다른 한 분은 이오덕 선생님에게는 둘도 없는 벗인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은 살아계실 적에도 권정생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세상에 내놓아 알리고픈 마음을 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처럼 깨끗하면서도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널리 알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와 가르침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생각'으로만 품었지 책으로는 펴내지 않았습니다. 책으로 내기에는 어려운 대목이 많아서입니다. 가난하고 힘겹고 아픈 몸으로 죽음과 몇 번이나 싸우면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권정생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비참하고 동정이 가는 불쌍한' 모습이 그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더구나 세상에 아직 알려지면 안 되는 당신 지난 삶 이야기가 편지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님도 좋은 뜻만 품었을 뿐 책으로 내는 일은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허락'은 하지 않은 채였습니다. 다만, 언제라도 권정생 선생님이 "책으로 내도 좋겠어요" 하고 말을 하면 책으로 내도록 준비만은 해서 편지를 `한길사'라는 출판사에 맡겨서 한번 검토하라고 했을 뿐입니다.


 <2>

 그러는 가운데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편지가 세상에 공개되는 걸 바라지 않았으나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그 편지 가운데 몇몇(일부)을 방송에 공개했습니다. 물론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채였습니다.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을 기리는 방송에 그 편지 몇 통을 공개한 거죠.

 약속을 어기고 공개한 김언호 사장은 왜 그랬을까요? 무척 궁금한 대목입니다. 돌아가신 뒤 한 달 반쯤 지난 어느 날입니다. 한길사 편집부에서 이오덕 선생님 유족이 사는 충주로 내려와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이러한 책을 내려고 했다'면서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봉투'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은 그때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유족은 이오덕 선생님 유언에 그런 책을 내라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 가운데 얼마가 방송에 공개되었다고 했을 때는 `편지 내용을 검토해 보고, 이미 공개가 되었으니 할 수 없이 내야 한다면 내야겠다'고 하면서 한길사 편집부 직원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그 `편지 내용'을 볼 길이 없었습니다. 한길사 쪽에서 유족에게 원고를 보내주지 않았거든요. 더구나 편지봉투 몇 장을 빌려간 뒤로는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은 채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덜컥 소리소문도 없이 책을 낸 거죠.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그 뒤로 농사일과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뒷일을 보느라 정신이 없이 바빴고, 그리하여 `한길사에서 보내지 않은 편지 원고'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며칠 뒤 이오덕 선생님 방 한쪽 구석에서 `한길사에서 지난날 가제본으로 찍은 편지 원고 사본'을 찾았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도 한길사에서는 원고도 사본도 보내지 않은 채였습니다. 그리하여 유족은 그 편지 원고 사본을 하나씩 살펴보았는데, 아무래도 내서는 안 되겠고, 낼 수도 없다고 생각하여 권정생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려서 "책을 낼 수 없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권정생 선생님은 그때 "내(권정생)가 죽은 뒤 ◎◎년 뒤에 내면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내지 말아라" 하고 말했습니다.


 <3>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11월 10일입니다. 이오덕 선생님 유족이 어느 독자에게 전화를 받습니다. `신문에 난 광고'를 보았고 `책을 서점에서 사서 읽'었다며 어찌된 일인지 묻는 전화였습니다. 이튿날에도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하여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한길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한길사 직원 말은 "광고만 냈다"였습니다. `책은 안 냈다'였습니다. 그러다가 10분쯤 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이 유족에게 직접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유족에게 "좋은 책 내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이미 허락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궁금증이 듭니다. "출판을 허락"했다면 틀림없이 `출판계약서'를 씁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이나 권정생 선생님은 유언이든 전화로든 `허락'을 하지 않았으며 `출판계약서' 한 장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출판계약서'를 쓰지 않고서 `허락을 했다'는 말만으로 책을 낼 수가 있을까요?


 <4>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11월 12일 충주로 내려와서 이오덕 선생님 유족을 만납니다. 내려오기 앞서 펴낸 책을 `판매중지'를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려온 날, 그 다음날(11/13), 또 이튿날(11/14)까지도 판매중지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미 낸 책과 관련된 `출판계약서' 한 장도 가지고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출판을 허락하지도 않았으나 `사후조처'로 출판계약서를 쓰는 일조차 하지 않습니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충주를 거쳐 안동으로 갑니다. 안동에는 권정생 선생님이 살고 있습니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안동에 가서 `권정생 선생님과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며 `책을 내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 하는 이야기를 이오덕 선생님 유족에게 이야기합니다. 한길사 사장과 전화 통화를 한 다음,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권정생 선생님에게 전화를 합니다. "출판 허락을 했느냐"고 묻는 유족 말에 "절대 아니다"며,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밖에 세워서 벌벌 떨게" 해서 돌려보냈다고, "읽으라고 가져온 책은 읽지 않고 아직도 그냥 밖에 그대로 있다"고 했습니다.


 <5>

 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세상에 알리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경우가 없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고 동의를 얻은 다음'에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길사에서는 이오덕 선생님에게 `확답'을 받지 않은 가운데,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저작권 승계자인 아드님에게도 허락이나 동의를 받지도 얻지도 않았습니다. 나아가 `반드시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으라'는 말까지 어기는 한편, 출판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가운데 책을 펴냈습니다.

 더불어 `판매정지'를 시킨 다음 `사과'를 빌고 `양해'를 얻으려 한다고 말했음에도 `판매정지'나 `출판정지'나 `출고정지' 가운데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일반 서점에서 이 책은 잘 팔리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과 흐름과 상황으로 볼 때 지금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여러 가지로 큰 죄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첫째, 돌아가신 분, 유족, 권정생 선생님 모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책을 냈다.
 둘째, 거짓말을 했다.
 셋째, 출판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넷째, 책이 나오고도 알리지 않았다.
 다섯째, 책이름조차 멋대로 붙였고, 머릿글도 허락을 안 받고 함부로 실었다.
 여섯째, 신문사 기자에게 이상한 말을 해서 권정생 선생님을 나쁘게 비치게 했다.
 일곱째,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뻔뻔스럽게 자기는 `잘했다'고 한다.
 여덟째,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백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잘못을 저질러 선생님 유족들 마음을 더욱 아프고 무겁게 만들었다.


 <6>

 권정생 선생님은 이 책을 두고 "당신이 죽은 뒤 ◎◎ 해 뒤"에 내면 몰라도, 그때까지는 죽어도 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편지를 보았습니다. 유족들은 나중에 내용을 보고서 문제가 되는 내용이 많아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출판사 쪽에서는 유족에게 내용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을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원고를 정리하다가 선생님 방 한쪽 구석에 박혀 있던 `가제본 뭉치'를 보고서야 내용을 알았습니다. 틀림없이 몇 번씩이나 `내서는 안 된다'고 했음에도 한길사는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 한길사 쪽에서 하는 말은 "좋은 책 낸다는데 무슨 문제입니까?"입니다.

 지난 11월 12일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는 새로 나온 책 기사가 실렸습니다. 11월 13일에는 <문화일보>에 책소개 기사가 실렸습니다. 더불어 책이 나온 이야기와 신문에 났다는 이야기를 모두 `책을 사서 읽은 독자'가 보고서 유족에게 전화로 연락했습니다. 더구나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권정생 선생님"이 "완강히 반대"를 해서 출판이 늦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마치 권정생 선생님이 그저 `반대만 고집스레' 한 사람인 것처럼 비추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를 했을 뿐 아니라 내지 못하게 한 책임에도 `한길사에서 출판정신과 계약과 법을 어기고 책을 냈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습니다.

 "광고만 냈다"는 책은 벌써 책방에 깔린 뒤였고, 신문에도 소개가 나왔습니다. 목요일에는 <문화일보>에 더욱 큰 기사로 소개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이야기일까요. 이오덕 선생님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은 `책이 나오는 일'을 `절대 반대'했기 때문에 두 분이 미리 알면 당연히 못 내게 할 테니, 몰래몰래 일을 꾸며서 한길사 쪽에서 자기들끼리 주물럭주물럭 만져서 책을 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한길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혐의가 또 하나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선생님 뜻을 기리고 헤아리는 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다른 출판사들을 제쳐놓고 `이오덕 선생님 책을 선점하여 출판사 이름값도 높이고 한길사가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 뜻을 높이 기리는 좋은 출판사인 것으로 선전하려는 속셈이란 혐의 말입니다. 어떻게 보아도 한길사에서 출판 계약도 없이, 허락도 받지 않고, 나아가 몰래 책을 내고, 판매정지도 시키지 않는 가운데 말 바꾸기만을 되풀이하는 모습은 돌아가신 분 이름과 글을 팔아서 출판사 배를 채우는 일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7>

 어차피 책이 나오면 다 알게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뻔뻔스러운 일을 한길사에서는 했을까요?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옛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 사이에 곁들여 지난날 있었던 일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적 이야기입니다. <우리 글 바로쓰기>를 낸 지 얼마 안 된 뒤 이야기입니다. 그때 한길사 김언호 사장과 이오덕 선생님과 다른 여러 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침 이오덕 선생님이 잠깐 화장실을 가셨습니다. 그때 김언호 사장이 하는 말이, "저 고집불통 늙은이...". 조금 뒤 이오덕 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하는 말이, "아이고 선생님..."

 앞과 뒤에서 보이는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여온 흐름 위에서 출판정신을 거스르는 한편 유족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구나 아직까지도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입바른 사과조차 하지 않은 한길사입니다.

 책을 몰래 냈으니 책이름도 한길사 마음대로 붙였습니다. 죽어도 낼 수 없다고 했으나 몰래몰래 만들어 내는 책에 `머릿글'을 넣어야 했으니 권정생 선생님이 다른 매체에 쓴 `이오덕 선생님 추모글'을 몰래 실었습니다. 편지도 몰래 허락도 받지 않고 내고, 머릿글도 허락도 안 받았습니다. 사실 관계도 사실 관계지만, 취재를 하는 가운데 보고 알게 된 이런 대목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길사에서는 백배사죄를 해도 죄값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이 입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씻어드리는 길은 지금까지 낸 모든 책을 오늘부터 당장 거두어들이고 두 분이 보는 앞에서 폐기를 시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 팔린 책까지도 독자에게 수소문을 해서 책값의 몇 갑절을 손해보상을 해 주고 거두어들여서 마찬가지로 폐기를 하면 좋겠고요. 또 하나 있습니다. 벌써 언론 매체에는 보도자료까지 돌려서 소개가 크게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언론 매체에도 `소개가 나온 기사 크기'만큼 공개사과를 올려야 할 줄 압니다. 나아가 오늘 이때까지도 책을 팔고 있는 한길사는 책을 팔아서 거둔 모든 수익과 그 수익의 몇 갑절을 `사죄'하는 뜻으로 사회에 기부해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을 돕는 성금으로 내면 더욱 좋겠고요.

 잠깐 고개를 들어 가만히 생각해 보아요. "좋은 책"은 "좋은 마음과 부지런히 흘리는 땀방울과 올곧은 얼"로 만들어야 좋습니다. 줄거리는 좋은 책이라고 하지만,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그 책을 좋은 마음으로 읽을 수가 없어요. `나쁜 마음'이 아닌 `좋은 마음'으로 책을 만드는 문화가 우리 나라에 자리잡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좋은 책'을 함부로 만져서 `좋은 책'을 더럽히는 일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겠고요.


 <8>

 기사를 맺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은 한길사라는 출판사가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고 있어요. 출판인회의라든지 파주 책마을이라든지 말이에요. 어둡던 독재 정권 때는 좋은 책을 또 얼마나 많이 펴냈던가요. 그런데, 그런 출판사에서 알고 보니 책을 이렇게 내고 있으며 이오덕 선생님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도 사과를 하지 않고 법을 어겨가며 낸 책을 판매정지도 하지 않아요.

 참 안타깝습니다.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아직 100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낯부끄러운 일을 저질러서 더욱 슬픕니다. 이오덕 선생님 유족도 유족이고 권정생 선생님도 권정생 선생님이지만 무덤에 묻힌 이오덕 선생님은 얼마나 마음이 무거울까요.

 요 며칠 동안 날이 참 찌뿌둥합니다. 혹시나 이 찌뿌둥한 날씨가 땅속에 계신 이오덕 선생님 마음이 무거운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길사에서는 독자와 언론 앞에 고개숙여 사죄를 하고 앞으로는 출판얼을 똑바로 지키는 출판사로 거듭나기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부디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과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과 독자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기를 바랍니다.
 
                                           4336(2003).11.1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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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서재 hnine 님이 '이오덕-권정생 편지책'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시기에, 이제 이 글을 걸칩니다. 벌써 여덟 해나 지난 일이지만, 여태껏 그닥 달라지거나 나아진 대목은 하나도 없기에 예전 글을 걸쳐 봅니다. 2003년에 알라딘서재 게시판에는 이 글을 안 올렸군요. (그때에 알라딘서재가 있었나 잘 모르겠습니다) 2003년에 쓴 글이라서, 이 글을 다시 살피니 '올바르지 않은 말법과 말투'가 곳곳에 부여 부끄럽네요 ㅠ.ㅜ 

아무튼 글이 퍽 길고 여럿이며,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공식으로 올림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바탕으로 모든 중앙일간지에 후속보도가 이루어졌고, 이 기사가 나간 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출고정지'와 '일시품절'을 해서 책이 더 팔리지는 않았으나, 실제로는 1800권쯤 팔린 줄 압니다. 남은 책은 이오덕 선생님 유족한테 책을 돌려주었습니다.



 한길사는 이오덕·권정생 선생님 앞에 사죄해야
 [책읽기가 즐겁다 39] 허락도 없이, 출판계약서도 없이 책을 낸 한길사



 <1>

 지난 2003년 11월 5일 새로운 책이 하나 세상에 나왔습니다. 책은 차근차근 서점에 진열이 되었고 독자들도 한 사람 두 사람 책을 사 보았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신문 광고도 냈고, 보도자료도 돌려서 신문사 문화부 기자들은 그 보도자료를 보며 앞다퉈 기사를 썼습니다.

 새로 나온 책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문학과 교육을 살리고자 온몸을 바친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먼저 한 분은 지난 8월 25일에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님. 다른 한 분은 이오덕 선생님에게는 둘도 없는 벗인 권정생 선생님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살아 계실 적에도 권정생 선생님과 주고받은 편지를 세상에 내놓아 알리고픈 마음을 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처럼 깨끗하면서도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널리 알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와 가르침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생각'으로만 품었지 `실천'으로 옮겨 책으로 펴내지는 않았습니다. 책으로 내기에는 어려운 대목이 많아서입니다. 가난하고 힘겹고 아픈 몸으로 죽음과 몇 번이나 싸우면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권정생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비참하고 동정이 가는 불쌍한' 모습이 그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더구나 세상에 아직 알려지면 안 되는 당신의 지난 삶 이야기가 편지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님도 좋은 뜻만 품었을 뿐 책으로 내는 일은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허락'은 하지 않은 채였습니다. 다만, 언제라도 권정생 선생님이 "책으로 내도 좋겠어요" 하고 말을 하면 책으로 내도록 `준비'만은 해서 편지를 `한길사'라는 출판사에 맡겨 한번 검토하라고 했을 뿐입니다.


 <2>

 그러는 가운데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편지가 세상에 공개되는 걸 바라지 않았으나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그 편지 가운데 몇 편을, 이오덕 선생을 기리는 방송에서 공개했습니다. 물론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채였습니다.

 사실 책으로 나온 과정도 문제이지만 여기서도 큰 문제입니다. `한길사'에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를 `보관'할 권리는 있었지만 `공개'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한 달 반쯤 지난 어느 날입니다. 한길사 편집부에서 이오덕 선생님 유족이 사는 충주로 내려와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이러한 책을 내려고 했다'면서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봉투'를 빌려달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유족은 이오덕 선생님 유언에 그런 책을 내라는 이야기가 없었다며 `편지 내용을 검토해 보고, 이미 (방송에) 공개가 되었으니 할 수 없이 내야 한다면 내겠다'고 일단 한길사 편집부 직원을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길사는 원고를 유족에게 보내주지 않았고 더구나 편지봉투 몇 장을 빌려간 뒤로는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덜컥 책이 나온 것이죠.

 며칠 뒤 이오덕 선생님 방 한쪽 구석에서 `한길사에서 지난날 가제본으로 찍은 편지 원고 사본'을 우연하게 찾아내서 살펴본 유족은, '아무래도 내서는 안 되겠고, 낼 수도 없다'고 생각해 권정생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려 "책을 낼 수 없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권정생 선생님은 그때 "내(권정생)가 죽은 뒤 ◎◎년 뒤에 내면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내지 말아라"고 말했다 합니다.


 <3>

 그 뒤 11월 10일 이오덕 선생님 유족은 어느 독자로부터 책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한길사로 확인했습니다. 이에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유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좋은 책 내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이미 허락을 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출판을 허락"했다면 틀림없이 `출판계약서'를 씁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이나 권정생 선생님은 유언이든 전화로든 `허락'을 하지 않았으며 `출판계약서' 한 장 쓰지 않았습니다. `출판계약서'를 쓰지 않고서 `허락을 했다'는 말만으로 책을 낼 수가 있을까요?

 기자는 이 대목에서 참과 거짓을 가리고자 한길사 편집부 강옥순 주간과 전화통화를 했고, 이오덕 선생님 유족이 사는 충주에 내려가서 서류와 사실 관계를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간접이지만 이오덕 선생님 아드님인 이정우님 곁에서 권정생 선생님과 전화통화 하는 내용을 옆에서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한길사에 "출판계약서를 쓰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한길사에서는 "이오덕 선생님은 예전에도 한길사에서 책을 내실 때는 출판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며 "구두로만 계약을 한 뒤 인세가 발생하면 이를 정산해서 지급해 드렸"고, 이렇게 하면 "이오덕 선생님이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은 "아버님(이오덕 선생님)은 아주 꼼꼼하신 분"이라면서 "당신이 전화통화를 누구하고 하고 무슨 말을 했는가까지도 수첩이나 일기에 적는 분"이고 "글 하나를 선집에 실을 때도 출판동의서를 받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기자도 실제 이오덕 선생님 유고 뭉치에서 `출판계약서'와 `출판동의서' 뭉치를 보았으며, 그 출판계약서 가운데에는 한길사 것도 있었습니다.

 한길사에서는 1997~1998년 사이에 이오덕 선생님이 편지모음을 책으로 내는 일을 `허락'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은 2003년 8월까지도 `완전동의'를 하지 않았기에 책이 나올 수 없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한길사 출판'을 `완전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지 원고는 한길사로 보내 `책을 낼 준비는 해 두라'고 했겠지만 `편지봉투'는 한길사 쪽에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오덕 선생님 책 관련 저작권과 사용권은 아드님인 이정우님에게 정식 승계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비록 이오덕 선생님이 `구두로 허락'을 했다고는 하지만 `출판계약서'나 `출판동의서'가 없는 상태에서 책을 내는 일은 문제가 있습니다.

 한길사에서는 "(아드님이 아닌) 제3자에게 이오덕 선생님이 출판권을 일임했다"고 말했고 그 분의 허락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 내역을 알아보니 `일임'이 아니라 `고문 상담'이었습니다.


 <4>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11월 12일 충주로 내려와서 이오덕 선생님 유족을 만납니다. 내려오기 앞서 펴낸 책을 `판매중지'를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4일까지도 판매중지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미 낸 책과 관련된 `출판계약서' 한 장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한길사에서는 모두 3000권을 찍었고 이중 1200권이 시중에 깔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깔린 책에 대한 판매중지는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 이 책은 서점에서 계속 판매되고 있습니다.

 상황을 알아보고자 11월 15일 토요일에는 교보문고를 찾아갔고, 다른 도매상과 소매상에서는 책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또 17일 아침에 교보문고 북마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출고 상황과 출고 문제를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출판사로 주문하면 책이 들어올 수도 있다"입니다. 다른 도매상에는 아직 재고가 있기에 그곳에서 받아서 팔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과 형편을 헤아려 본다면 한길사에서는 `판매중지'를 하지 않았고 `출고정지'만 시켰을 뿐입니다.

 이와 관련 한길사 강옥순 주간은 14일 <오마이뉴스> 편집부와의 통화에서 "이미 서점에 깔린 책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 다만 (유족과 권정생 선생의) 허락을 받기 전까지는 더 이상의 책은 출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권정생 선생과 유족쪽은 "독자에게 팔린 책 한 권까지도 카드 결재를 하나하나 확인해서 모두 회수해서 유족이 수긍할 수 있는 상황과 근거 아래 폐기처분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쪽에서는 실질로는 `출고정지'만을 한 상태이며, 도소매상에 `판매 중단' 통지문만 보내도 시중에 깔린 1200권이 더는 팔리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안 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5>

 지난 11월 12일,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충주를 거쳐 안동에 있는 권정생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안동에 가서 `권정생 선생님과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며 `책을 내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 하는 이야기를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이오덕 선생님 유족에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에 유족은 곧바로 권정생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출판 허락을 했느냐"고 물었고, 권정생 선생님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기자는 유족이 권정생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하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한길사 사람들을)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밖에 세워서 벌벌 떨게" 해서 돌려보냈다"고 했습니다. 덧붙여 "읽으라고 가져온 책은 읽지 않고 아직도 그냥 밖에 그대로 있다"고 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출판계약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앞에서는 `이오덕 선생님-유족'과 관련된 계약서 문제입니다. 이번에는 `권정생 선생님' 문제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낸 책은 평소에는 이오덕 선생님이 출판계약서와 인세 정산까지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 주셨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당신이 쓴 책이 엄청나게 많이 팔려서 인세 수입이 대단하다고도 하겠으나 무척 가난하게 살아가십니다. `돈'에 미련이나 욕심이 없는 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돈'에 미련이 없다고 해서 `출판계약서' 한 장조차 없이 책을 내는 분이 아닙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종로서적'에서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를 `허락'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낸 적이 있습니다.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라는 책으로 책을 낸 다음에도 무척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이번 한길사 문제도 지난날 종로서적 책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살아 계실 때에도 "반드시 권정생 선생님께 동의를 받아야만 책을 낼 수 있다"는 `단서'를 단 `조건부 허락'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길사에서는 이런 `조건부 단서'를 `구두 허락이자 계약'이라고 말을 하면서 책을 냈고, 책을 낸 뒤에도 이 사실을 유족과 권정생 선생님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저작권자가 둘이라면 두 사람에게 허락과 동의를 얻은 뒤 출판계약서를 써서 내야 합니다. 백 번 양보하여 `이오덕 선생님이 구두로 계약을 해서 내기로 했다(이 또한 사실이 아님을 앞서 밝혔습니다)'고 친다 해도, `권정생 선생님과 계약을 안 했다'는 대목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한길사에서는 이 대목에서는 "나중에 허락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 몰랐다"고 말을 합니다.

 어떤 분들은 `권정생 선생님이 (책의) 머릿글을 썼으니 동의한 게 아니냐'고 물어옵니다. 이번에 한길사에서 나온 책 머릿글은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권정생 선생님이 어떤 회보에 쓴 추도글'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한길사에서 나온 책을 위해서 쓴 글'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글 또한 권정생 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책에 실었습니다.

 지난 11월 12일치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권정생 선생님"이 "완강히 반대"를 해서 출판이 늦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마치 권정생 선생님이 그저 `반대만 고집스레' 한 사람인 것처럼 비추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를 했을 뿐 아니라 내지 못하게 한 책입니다. 이런 데에서도 `권정생 선생님'에게 또다른 피해와 손해를 입혔습니다.


 <6>

 처음에 기자는 `이오덕 선생님 뜻을 기리고 선생님 책을 소개하는 글 후속 보도'를 하고자 충주로 여러 번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내려가서 유족 분과 이야기하는 가운데 이번 일이 터진 걸 알았으며, 사건이 일어난 그날부터 충주에서 유족 곁에서 사건을 지켜보았습니다.

 저 또한 출판사에서 일을 했고, 지금도 책과 얽힌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일을 보며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좋은 책이고, 꼭 세상에 알려져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지은이 모르게 낼 수는 없"으며 "지은이 허락을 안 받고 낼 수 없"으며 "지은이가 살아 있을 때 했던 일과 했던 말과 다르게 말씀을 하면서 책을 낼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개인 생각입니다만, 책을 낸 한길사에서는 언론에 `책이 크게 보도'된 만큼 언론에 `공개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불미스럽고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라고 해서 감추거나 숨기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가난하면서도 부지런히 살아가고자 애썼던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입니다. 그런 두 분 뜻을 제대로 기리자면, 책도 좀더 소박하게, 좀더 정성껏, 좀더 따뜻하며 아우르는 마음으로 사랑을 담아서 즐겁게 만든다면 좋겠습니다. `책'은 그 다음입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최종규 . 200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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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에 걸려 비틀비틀


 책짐을 나르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다. 등에 진 책을 놓쳐 진흙 바닥에 떨굴 수 없다. 비틀비틀 아슬아슬 바로선다. 내 몸뚱이가 흙더미에서 뒹굴더라도 책이 흙더미에서 뒹굴도록 할 수 없다. 내 몸은 씻으면 그만이요 내 옷은 빨면 된다. 더러워진 책은 돌이키지 못한다. 찢어지거나 다친 책은 되살리지 못한다.

 착한 옆지기와 아이들 넋 또한 한 번 찢어지거나 다친다면 되살리기 힘들 테지. 어쩌면, 착한 넋이기에 다치며 아플 때에도 차근차근 아물도록 애쓰면서 더욱 씩씩해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 살붙이들이 따사롭고 너그럽다 하더라도, 내가 굳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만한 삶에 휘둘릴 까닭이 없다. 나는 돌멩이 하나는 돌멩이대로 아끼면서, 보드라운 흙길을 보드라운 흙내음대로 아끼는 삶을 사랑하고 싶다. (4344.1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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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1-09 02:08   좋아요 0 | URL
큰 일을 하신 날이군요. 이런 날이라도 좀 편한 잠 푹 주무셔야 할텐데요. 마지막 짐차가 삼천 권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책을 이사시키셨는지 ...

숲노래 2011-11-09 09:21   좋아요 0 | URL
제가 나른 책은 5000권쯤 되고요, 다른 일꾼들은 4000권쯤 날랐어요. 얼추 다 해서 3만 권 남짓 날랐답니다 ^^;;;;

오늘... 아침 아홉 시 넘어서 잠에서 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