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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109) 잉꼬/잉꼬부부


  아주 사이가 좋은 부부를 두고 ‘잉꼬부부’ 같은 말을 흔히 씁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잉꼬’라는 새 이름은 일본말 ‘inko(鸚哥)’에서 왔다고 하면서 ‘원앙부부’로 고쳐서 쓰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예부터 ‘사랑새’가 있습니다. 서양에서 ‘펠리컨(pelican)’이라고 일컫는 새를 두고도, 한국에서는 예부터 ‘사다새’라 했어요. 한국에 없는 새라면 이름이 따로 없을 테지만, 한국에 있는 새이기에 예부터 한국말로 곱게 지어서 가리키는 이름이 있어요.


  아주 사이가 좋은 부부라면 한국말로는 ‘사랑새 부부’처럼 쓰면 됩니다. 굳이 새를 빗대지 않아도 될 테니 ‘사랑부부’처럼 써도 잘 어울려요. 부부가 아닌 둘 사이가 아주 좋거나 서로 살뜰히 아끼는 사이라고 하면 ‘사랑동무’나 ‘사랑벗’이나 ‘사랑님’처럼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찰떡동무·찰떡님·찰떡부부’라든지 ‘깨소금동무·깨소금님·깨소금부부’ 같은 이름을 새롭게 써 볼 만합니다. 또는 ‘한마음동무·한마음님·한마음부부’라든지 ‘한사랑동무·한사랑님·한사랑부부’ 같은 이름을 지어 볼 만해요. 4348.8.21.쇠.ㅅㄴㄹ



아빠와 엄마는 ‘잉꼬 부부’였잖니

→ 아빠와 엄마는 ‘사랑새 부부’였잖니

→ 아빠와 엄마는 ‘한사랑부부’였잖니

→ 아빠와 엄마는 ‘한마음부부’였잖니

《서갑숙-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중앙엠엔비,1999) 276쪽


수탉이 암탉과 잉꼬부부처럼 잘 다니다

→ 수탉이 암탉과 사랑부부처럼 잘 다니다

→ 수탉이 암탉과 깨소금부부처럼 잘 다니다

→ 수탉이 암탉과 찰떡부부처럼 잘 다니다

《강수돌-더불어 교육혁명》(삼인,2015) 18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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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86) 임하다


 경기에 임하다 → 경기를 하다

 전시에 임하다 → 전쟁을 맞이하다

 임지에 임하다 → 일할 곳에 닿다

 현장에 임하여 최선을 다했다 →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임(臨)하다’는 “1. 어떤 사태나 일에 직면하다 2. 어떤 장소에 도달하다 3. 어떤 장소의 가까이서 그곳을 마주 대하다 4. 윗사람이 아랫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다 5.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다 6. 하늘의 신성이 인간이나 인간 세계에 미치다”처럼 여섯 가지로 쓴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장은 바닷가에 임하여 들어서 있었다”는 “공장은 바닷가에 있었다”로 고쳐쓸 일이고, “부하 직원들에게 임하여 늘 자상함을 잃지 않았다”는 “부하 직원들에게 늘 자상함을 잃지 않았다”로 고쳐쓸 노릇이며, “성령이 임하다”나 “이 땅에 곧 하늘의 축복이 임할 것이라고”는 “성령이 미치다”나 “이 땅에 곧 하늘에서 축복이 내린다고”로 고쳐쓰면 됩니다.


  “교육에 임하는 교사”가 아니라 “교육을 하는 교사”이거나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작업에 임하는 화가”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실험에 임하다”가 아닌 “실험을 하다”이지요. 한국말사전에서는 여섯 가지로 뜻풀이를 하더라도 막상 쓸 만한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臨하다’라고 느낍니다. 흔히 “낮은 데로 임하소서”처럼 쓰기도 하지만, “낮은 데로 오소서”나 “낮은 데로 머무소서”로 손볼 수 있습니다. 4348.8.20.나무.ㅅㄴㄹ



높은 수준의 상담교사를 두어 재수생들의 교육에 임하고 있으리라고까지는

→ 수준 높은 상담교사를 두어 재수생들을 가르치리라고까지는

→ 빼어난 상담교사를 두어 재수생들을 가르치리라고까지는

《성내운-다시, 선생님께》(배영사,1977) 150쪽


평소에는 포착할 수 없는 것을 작업에 임할 때는 포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 평소에는 붙잡을 수 없는 것을 그림을 그릴 때에는 붙잡을 수 있다고 한다

《베티 에드워즈/강은엽 옮김-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미완,1989) 16쪽


과학자가 더할 나위 없는 정확성과 신중함, 세심함으로 실험에 임하지만

→ 과학자가 더할 나위 없이 꼼꼼하고 차분하면서 살뜰히 실험을 하지만

《간디/이재길 옮김-내 삶이 내 메시지다》(샨티,2004) 66쪽


작업에 임하기 전 충분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 일하기 앞서 제대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대목도 문제이다

《박채란-국경 없는 마을》(서해문집,2004) 93쪽


성실한 태도로 매사에 임하였어요

→ 모든 일을 바지런히 하였어요

→ 어떤 일이든 힘껏 하였어요

《김삼웅-10대와 통하는 민주화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9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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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21) 파란의


 파란의 세월 → 물결친 세월 / 어수선한 세월

 파란을 일으키다 → 물결을 일으키다

 한바탕 파란이 예상된다 → 한바탕 물결이 칠 듯하다


  ‘파란(波瀾)’은 “1. = 파랑(波浪) 2. 순탄하지 아니하고 어수선하게 계속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시련”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파랑(波浪)’은 “잔물결과 큰 물결”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두 가지 물결을 아울러 가리켜야 하는 자리라면 ‘파랑’을 쓸 만한데, 꼭 두 가지 물결을 가리켜야 하지 않는다면 ‘물결’이라고만 쓰면 됩니다. 여느 자리에서는 ‘물결’로 쓰면 되고, ‘파란 2’처럼 어려움을 가리키려 한다면 “큰 물결”을 뜻하는 ‘너울’을 쓸 수 있습니다.


  “파란의 시대”나 “파란의 세월”처럼 쓰는 자리에서는 ‘물결치는’이나 ‘너울치는’ 같은 말을 쓸 만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나 세월은 ‘어수선하다’거나 ‘어지럽다’고 할 만한 모습일 테니 “어수선한 시대”나 “어지러운 세월”처럼 손볼 수 있어요. 4348.8.20.나무.ㅅㄴㄹ



파란의 조짐입니다

→ 크고작은 물결이 칠 듯합니다

→ 너울이 일 듯합니다

《후지무라 마리/정효진 옮김-소년소녀학급단 2》(학산문화사,2010) 97쪽


파란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 물결치는 시대를 살아오면서

→ 너울치는 시대를 살아오면서

《김삼웅-10대와 통하는 민주화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4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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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7) 가상의


 가상의 경계일 뿐이다

→ 거짓스러운 경계일 뿐이다

→ 참말로는 없는 금일 뿐이다

→ 이 땅에 없는 금일 뿐이다

→ 눈에 안 보이는 금일 뿐이다

→ 아무것도 아닌 금일 뿐이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한자말 ‘가상’이 모두 열한 가지 나옵니다. “시렁 위”를 뜻한다는 ‘架上’이나 “길 위”를 뜻한다는 ‘街上’이 있는데, 이런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이런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家相’이나 ‘嘉尙’이나 ‘嘉祥’이나 ‘嘉賞’ 같은 한자말을 누가 언제 쓸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쓸 만한 까닭이 없는 이런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 자꾸 실으니, 한국말사전이 한국말사전다움을 잃는구나 싶어요. 한국말사전은 ‘한자말’사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가상’은 어떤 ‘가상’일까요. ‘假相’은 “겉으로 나타나 있는 덧없고 헛된 현실 세계”라 합니다. ‘假象’은 “주관적으로는 실제 있는 것처럼 보이나 객관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짓 현상”이라 합니다. ‘假想’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 ≒어림생각”이라 합니다. ‘假像’은 “실물처럼 보이는 거짓 형상”이라 합니다. 어슷비슷한 네 가지 ‘가상’을 헤아립니다. 이 한자말들은 모두 ‘거짓’이나 ‘없음’이나 ‘덧없음’이나 ‘참이 아님’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가상의 사태 → 가상 사태 / 지어낸 사태

 가상의 세계 → 가상 세계 / 지어낸 세계

 가상의 미래 → 다가올 앞날 / 그려 본 앞날

 가상의 이미지 → 꾸며낸 그림 / 꾸며낸 모습


  “가상 사태”나 “가상 세계”는 처음부터 이러한 말투로 지었기에 달리 손보거나 고쳐쓰기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따지면, “가상 사태”는 일부러 어떤 일이 생기도록 ‘지어낸’ 모습을 가리킵니다. “가상 사태” 꼴로 쓰기도 하면서 “지어낸 사태”나 “깜짝 사태”나 “뜻밖 사태”처럼 써 볼 만합니다. “가상 세계”도 이대로 쓰되, “지어낸 세계”라든지 “꿈꾸는 세계”라든지 “그려 본 세계”처럼 쓸 만합니다. “가상 미래”라면 아직 찾아오지 않은 앞날을 미리 헤아리는 셈이니, “다가올 앞날”처럼 손볼 만하고, “가상 이미지”는 이곳에 없는 모습을 짐짓 그린 모습이기에 “꾸며낸 그림”이나 “꾸며낸 모습”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4348.8.20.나무.ㅅㄴㄹ



국경은 오직 지도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경계일 뿐이다

→ 국경은 오직 지도에만 있고 이 땅에 없는 금일 뿐이다

《박 로드리고 세희-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이팅하우스,2013) 46쪽


제가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 제가 이런 보기를 하나 들어 얘기하겠습니다

《박경서와 여덟 사람-인문학이 인권에 답하다》(철수와영희,2015) 15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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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43] 흔들아비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바닷가로 마실을 가다가 남새밭 옆을 지나면서 ‘흔들거리는 곰 모습 반짝이’를 봅니다. 여덟 살 아이는 이 모습을 보고 다섯 살 동생한테 “저기 봐, 저기 곰이 흔들려!” 하고 말하더니, “아버지, 저기 흔들리는 곰은 뭐야?” 하고 묻습니다. 나는 아이가 외친 말을 고스란히 받아서 “응, ‘흔들곰’이야.” 하고 이야기합니다. 바람 따라 흔들리면서 새를 쫓는 구실을 하는 곰 모습을 한 인형이기에 ‘흔들곰’이라고 했습니다. 예부터 한겨레 들녘에는 ‘허수아비’가 씩씩하게 서면서 새를 쫓아 줍니다. 고장에 따라 ‘허새비·허재비·허수아재비’라고도 한다는데, 이 이름을 살짝 바꾸어 ‘흔들아비’ 같은 말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람 따라 가볍게 흔들거리면서 새를 쫓는 구실을 한다면 ‘흔들-’을 앞에 붙일 만해요. 햇빛을 반짝반짝 되비치면서 새를 쫓는 구실을 한다면 ‘반짝아비’라고 할 수 있을 테지요. 곰이 아닌 끈이나 띠를 길게 두르면 ‘반짝끈’이나 ‘반짝띠’이고요. 4348.8.1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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