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말꽃삶 19 탈가부장

갇힌 말을 깨우다



  조선이란 이름을 쓰던 나라는 500해에 걸쳐서 ‘중국 섬기기’를 했고, 이 나라 사람을 위아래로 갈랐습니다. 중국을 섬기던 조선 나리하고 벼슬꾼은 집안일을 순이한테 도맡기고, 나라일은 돌이만 도맡는 틀을 단단히 세웠지요. 곰팡틀(가부장제)을 일삼았습니다.


  나리·벼슬꾼이 나아가는 곰팡틀은 한문만 글이었습니다. 세종 임금이 여민 ‘훈민정음’은 ‘중국말을 읽고 새기는 소릿값’으로 삼는 데에 그쳤어요. 오늘날 우리가 안 쓰는 ‘훈민정음’이 제법 있습니다. 우리 소릿값이 아닌 중국 소릿값을 담아내는 틀이었기에, 굳이 살릴 까닭이 없어서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느사람(백성·평민)은 글(한문)을 못 배우도록 틀어막았습니다.


  조선이란 나라가 아닌, 고구려·백제·신라·발해·가야·부여에서도 나리하고 벼슬꾼은 집안일을 안 했을 테지만, 곰팡틀까지 일삼지는 않았어요. 이 곰팡틀은 이웃나라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오며 외려 더 단단하였고, 일본이 물러간 뒤에도 서슬퍼런 총칼나라(군사독재)가 잇는 바람에 곰팡틀을 걷어낼 틈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곰팡틀을 이제 겨우 걷어내는 판입니다. 지난날에는 나리·벼슬꾼 사이에서만 곰팡틀이 퍼졌다면,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에는 모든 사람한테 곰팡틀이 퍼졌고, 총칼나라에서는 이 굴레가 깊디깊이 스몄습니다.


  살림을 사랑스레 가꾸는 집안이라면 집안일을 순이돌이가 함께합니다. 토막으로 갈라서 누구는 이만큼 하고 누구는 저만큼 하는 얼개는 살림짓기하고 한참 멉니다. 밥짓기든 옷짓기든 집짓기든 순이돌이가 나란히 할 줄 알아야 보금자리를 알뜰살뜰 아름답게 건사합니다.


  순이가 아기를 낳아 돌볼 적에 누가 밥살림에 옷살림을 해야겠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마땅히 돌이가 맡아야지요. 가시버시 가운데 한 사람이 다치면 집안일뿐 아니라 집밖일을 누가 맡겠는지 생각해 봅니다. 마땅히 둘 모두 집안팎일을 나란히 다스릴 줄 알아야 집안이 아늑하면서 즐거워요.


  중국을 섬기던 나리·벼슬꾼이 쓴 글(한문)은 우리말이 아닌 중국말입니다. 나리·벼슬꾼이 쓰던 글은 오늘날 ‘중국 한자말’하고 ‘일본 한자말’이란 꼴로 남습니다. 지난날 글을 하나도 모르는 채 수수하게 살림하고 사랑으로 아이를 돌본 사람들이 쓰던 말은 ‘사투리·시골말’로 남았으며, 이 사투리는 차근차근 자라고 뻗으면서 ‘삶말·살림말·사랑말·숲말’로 새롭게 태어나려고 합니다.


  곰곰이 본다면, 우리는 우리말을 쓴 지 아주 오래이지만, 우리말을 우리글로 제대로 담은 지는 얼마 안 되어요.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을 여미던 때에는 “중국말을 훈민정음으로 가끔 담았”습니다. 주시경 님이 훈민정음이란 이름을 ‘한글’로 바꾸고서 ‘우리말길(국어문법)’을 처음으로 세우고 펴던 무렵부터 “우리말을 우리글로 늘 담는 살림”을 비로소 누릴 수 있었고, 일제강점기·군사독재를 한참 지나 1990년쯤 이른 무렵부터 “근심걱정이 없이 우리말을 우리글로 언제 어디서나 담는 하루”를 제대로 누린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1990년쯤 이르면, 그만 영어물결이 드높고 말아,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는 하루”가 흔들리지요. 2000년을 넘고 2020년을 넘어도 영어물결은 안 낮습니다. 더구나 그동안 ‘중국 한자말’이 꽤 걷혔지만, 일본수렁부터 ‘일본 한자말’이 나라 곳곳에 퍼진 바람에,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중국 한자말·일본 한자말·영어’ 등쌀에 눌리거나 밟히면서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는 하루”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거나 살피거나 배우거나 나누는 길하고는 퍽 멀어요.


  우리는 왜 우리말을 우리말로 제대로 못 담을까요? 바로 ‘곰팡틀(가부장제)’이 여태껏 크게 춤추거든요. ‘곰팡틀 = 꾼’이기도 합니다. ‘꾼 = 전문가’입니다. ‘곰팡틀에 갇힌 말 = 꾼말’이요, 이는 ‘전문용어 = 가부장 권력에 찌든 말’인 얼개이니, 오늘날 이 나라에서 널리 쓰는 숱한 꾼말(전문용어)은 하나같이 ‘일본 한자말’이거나 영어이거나 옮김말씨(번역체)입니다.


  우리가 보금자리뿐 아니라 삶자리하고 마음자리에서 곰팡틀을 걷어낼 줄 알아야, 비로소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는 하루”를 이룹니다. 일본앞잡이(친일부역자)를 걸러내기만 해서는 우리 삶을 되찾지 않아요. 일본 한자말이 ‘좋거나 나쁘다’고 가릴 일이 아닌, 곰팡틀에 갇힌 마음으로 함부로 퍼뜨리고 써온 말씨에 백 해 가까이 길들다 보면, 꾼이 아닌 여느 순이돌이조차 꾼말을 안 쓰면 마치 뒤처지거나 바보인 듯 스스로 깎아내리는 마음이 싹틉니다.


  사투리하고 시골말을 가만히 헤아릴 노릇입니다. 글(한문)을 모르고 배움터를 다닌 적이 없고 책을 읽은 일조차 없던 수수한 순이돌이는 거의 다 흙사람이었습니다. 지난날 거의 모든 수수한 순이돌이는 글은 한 줄조차 모르고 못 읽었으나, 늘 말로 이야기를 펴고 들려주고 남겼습니다. 지난날 흙사람인 순이돌이는 제 보금자리에서만 지냈으니 먼 마을이나 이웃고장은 아예 모르며 살았는데, 다 다른 고장에서 살던 다 다른 순이돌이는 다 다르게 사투리를 스스로 지어서 썼습니다.


  사투리는, 스스로 지은 말입니다. 사투리는, 삶·살림·사랑을 스스로 지은 사람들이 삶·살림·사랑을 고스란히 담아 스스로 지은 말입니다. 사투리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삶·살림·사랑을 고스란히 담은 말입니다. 사투리는, 모든 삶·살림·사랑을 스스로 짓도록 북돋우는 마음이 빛나는 말입니다. 사투리는, 바로 우리말입니다. 시골사람이 지어서 쓰고 흙사람이 지어서 쓴 사투리는, 두고두고 삶·살림·사랑을 밝힐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숲말입니다.


  하나하나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리·벼슬꾼은 중국을 섬기면서 집일을 하나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돌보았어요. 이와 달리 흙사람인 순이돌이는 스스로 일구면서 집일을 함께하고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았어요. 나리·벼슬꾼이 쓴 글(한문)은 임금이나 중국을 치켜세우는 뜬구름 같은 줄거리만 판칩니다. 글을 모르고 말로 삶·살림·사랑을 여민 수수한 순이돌이가 남긴 이야기(옛이야기)는 매우 쉽고 상냥하게 아이어른 모두한테 슬기로운 길잡이였습니다.


김묵수(金默壽) :[인명] 조선 후기의 가객(?∼?)

김문(金汶) : [인명] 조선 전기의 문신(?∼1448)

김문근(金汶根) : [인명] 조선 후기의 문신(1801∼1863)

김문기(金文起) : [인명] 조선 전기의 문신(1399∼1456)

김문량(金文亮) :[인명] 통일 신라 성덕왕 때의 중시(?∼711)

김문왕(金文王/金文汪) : [인명] 통일 신라 초기의 대신(?∼665)

김민순(金敏淳) : [인명] 조선 후기의 가인(歌人)(?∼?)

김방경(金方慶) : [인명] 고려 시대의 명장(1212∼1300)

김범(金範) : [인명] 조선 중기의 학자(1512∼1566)

김범부(金凡父) : [인명] 동양 철학자·한학자(1897∼1966)

김범우(金範禹) : [인명]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교 순교자(?∼1786)

김법린(金法麟) : [인명] 독립운동가·학자(1899∼1964)

김병교(金炳喬) : [인명] 조선 후기의 문신(1801∼1876)

김병국(金炳國) : [인명] 조선 후기의 대신(1825∼1905)

김자점(金自點) : [인명] 조선 중기의 문신(1588∼1651)

김좌근(金左根) : [인명] 조선 후기의 문신(1797∼1869)

김진섭(金晉燮) : [인명] 수필가·독문학자(1908∼?)


  나리·벼슬꾼은 이름을 남겼을 테지요. 국립국어원이 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이처럼 나리·벼슬꾼 이름이 잔뜩 나옵니다. 우리 낱말책에 ‘우리말’이 아닌 ‘나리·벼슬꾼 이름’이 끔찍하도록 많이 실려요. 그런데 이들 ‘나리·벼슬꾼 이름’을 가만히 보면 죄다 사내(남성)입니다. 이른바 ‘곰팡틀 사내(가부장 권력 남성)’ 이름을 《표준국어대사전》에 줄줄이 실어요.


  우리가 쓰는 말은, 우리가 쓸 말은, 우리가 아이한테 물려줄 말은, 나리도 벼슬꾼도 아닌 수수한 순이돌이가 스스로 지어서 쓴 ‘삶말·살림말·사랑말·숲말’입니다. 이름도 없고 글도 없이 조용하게 살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았고 살림살이도 손수 가꾸고 짓던 흙사람이 지은 말이야말로 우리가 즐겁게 돌보고 아름다이 사랑할 말입니다.


  이 밑뿌리를 읽어낼 수 있다면 ‘중국 섬기기(사대주의)에 길든 곰팡틀(가부장 권력)’이란, 고작 ‘조선 500년 나리·벼슬꾼’에 ‘오늘날 벼슬꾼·글바치·전문가’일 뿐인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수수하게 보금자리를 보살피면서 하루를 사랑하는 여느사람은 언제나 집안일·집살림을 함께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우리말을 우리글로 넉넉히 담아낼 만하다고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새롭게 서려는 자리에서 ‘탈 가부장’ 같은 어려운 말을 써도 안 나쁩니다만, 굳이 어렵게 말해야 하지 않아요. 우리는 저마다 ‘살림돌이·살림순이’로 노래하면 즐겁습니다. ‘살림꾼·살림님’이란 이름을 스스로 붙이면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가정주부·주부’가 아닌 ‘살림꽃’으로 서기에 사랑스럽습니다.


  말 한 마디부터 찬찬히 읽으면서 생각을 가꿀 적에 곰팡틀을 싹 털어낼 만합니다. 말 한 마디부터 사랑으로 다독여 즐겁게 꽃피울 적에 모든 꾼말을 말끔히 걷어내고서, 이 자리에 삶말·살림말·사랑말이 자라나서 푸르게 우거지는 숲으로 나아가도록 북돋울 만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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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야기 惹起


 큰 혼란이 야기됐다 → 북새통이 생겼다 / 크게 어지럽다

 누구의 잘못으로 야기된 것인지 → 누구 잘못으로 비롯했는지 / 누구 탓인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다 → 새로운 말썽을 일으키다

 오해를 야기하는 행동을 하다 → 잘못 보는 짓을 하다


  ‘야기(惹起)’는 “일이나 사건 따위를 끌어 일으킴”을 뜻한다고 해요. 뜻처럼 ‘일으키다·일어나다·일다’로 손보고, ‘끌다·끌어들이다·나타나다·드러나다·불거지다·벌어지다·벌이다’로 손봅니다. ‘생기다·비롯하다·낳다’나 ‘-이다·있다·되다·하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때문·탓·열매’로 손보아도 돼요. 이밖에 낱말책에 ‘야기(夜氣)’를 “밤공기의 차고 눅눅한 기운”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이런 한자말은 털어야겠습니다. ㅅㄴㄹ



그렇지만 남성만의 조직 생활은 필연적으로 동성애 문제를 야기했다

→ 그렇지만 사내만 있으니 으레 무지개사랑이 되었다

→ 그렇지만 사내만 어울리니 어느새 나란맺이가 되었다

《제노사이드》(최호근, 책세상, 2005) 187쪽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 여러 일을 일으킨다

→ 여러 말썽이 생긴다

→ 온갖 말썽이 불거진다

《알루미늄의 역사》(루이트가르트 마샬/최성욱 옮김, 자연과생태, 2011) 52쪽


민주화 항쟁이란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압력이 더 이상 억제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련의 계기를 통해 그 압력이 폭발함으로써 야기되는 대규모 대중 시위라 할 수 있다

→ 들꽃너울이란 힘으로 억누른 틀에 맞선 사람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으려고 한꺼번에 일어나는 너른바다라 할 수 있다

→ 촛불바다란 모질게 짓이기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더는 밟히지 않으려고 다함께 일으키는 들불이라 할 수 있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 134쪽


양가감정은 오직 그런 목표들이 야기하는 기력 소진과 불가피한 실패에 의해 악화될 수 있을 뿐이다

→ 두 마음은 오직 그런 목표 때문에 힘이 빠지고 어쩌지 못하는 실패로 나빠질 수 있을 뿐이다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한다》(바바라 아몬드/김진·김윤창 옮김, 간장, 2013) 165쪽


나에게는 인간의 정신세계가 야기하는 모든 의문점들보다도 더 이상야릇하고, 이해할 수 없으면서 매혹적인 것이 있었다

→ 나한테는 우리 마음밭에서 일어나는 모든 궁금함보다도 더 야릇하고, 알 수 없으면서 끌리기도 한다

→ 나한테는 우리 마음자리에서 생기는 모든 수수께끼보다도 더 야릇하고, 알 수 없으면서 끌리기도 한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헤르만 헤세/두행숙 옮김, 문예춘추사, 2013) 18쪽


아동노동은 대부분 가난에 의해 야기된 것이다

→ 어린일은 거의 모두 가난 때문이다

→ 어린이일은 거의 다 가난한 탓이다

→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가 일한다

→ 가난한 탓에 아이가 일한다

《카카오》(안드레아 더리·토마스 쉬퍼/조규희 옮김, 자연과생태, 2014) 97쪽


경쟁이 치열해지는 대학문화가 표절이라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말한다

→ 불꽃튀게 다투는 열린배움터이니 훔쳐쓰기가 있다고 말한다

→ 피튀게 겨루는 배움판이기에 훔쳐쓰기를 나타난다고 말한다

→ 마구 싸우는 배움터라서 훔쳐쓰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앤드류 포터/노시내 옮김, 마티, 2016) 170쪽


금융 위기가 야기한 2000만 명의 실업 사태는

→ 돈고비 탓에 노는 2000만은

→ 벼랑끝에서 일거리를 잃은 2000만은

→ 빚잔치라서 일자리를 잃은 2000만은

《탈향과 귀향 사이에서》(허쉐펑/김도경 옮김, 돌베개, 20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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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시위 示威


 힘의 시위를 보여 주어야 → 힘너울을 보여주어야 / 힘바다를 보여주어야

 시위를 벌이다 → 들고일어나다 / 일어서다

 시위에 가담하다 → 너울에 끼다 / 물결에 붙다

 시위하는 구호 소리로 → 들너올 외침 소리로


  ‘시위(示威)’는 “1.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 보임 2. 많은 사람이 공공연하게 의사를 표시하여 집회나 행진을 하며 위력을 나타내는 일 = 시위운동”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구름·구름떼·구름밭·구름무리’나 ‘구름물결·구름바다·구름같다·구름처럼’이나 ‘나라너울·나라물결·들불’로 손봅니다. ‘내달리다·내닫다·내뛰다·달려들다·덤비다’나 ‘너울·너울거리다·너울길·너울판·너울바람·너울결’이나 ‘놀·바다·바닷결’로 손보고, ‘물결·물꽃·물발·물살·몰개·물결치다·물줄기’나 ‘들고일어나다·들고일어서다·떨치다’로 손봐요. ‘들물결·들너울·들꽃물결·들꽃너울’이나 ‘들빛물결·들빛너울·들풀물결·들풀너울’이나 ‘살림너울·살림물결·살림바다’나 ‘삶너울·삶물결·삶바다·삶꽃너울·삶꽃물결’로 손볼 수 있어요. ‘삶꽃바다·삶빛너울·삶빛물결·삶빛바다’나 ‘-랑·-이랑·-과·-와·-뿐·-하고’나 ‘모이다·모여들다·모임·몰려들다·몰려가다’로 손보고, ‘부릅뜨다·붉눈·붉은눈·씨름·씨름하다’나 ‘아침맞이·어깨동무·해돋이·해뜸’으로 손봅니다. ‘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나 ‘치닫다·팔짝’이나 ‘초·촛불’이나 ‘촛불물결·촛불너울·촛불모임·촛불바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시위’를 넷 더 싣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ㅅㄴㄹ



시위(尸位) : 1. 예전에, 제사 지낼 때에 신주(神主) 대신 시동(尸童)을 앉히던 자리 2. 재능도 인덕도 없으면서 함부로 관위(官位)에 오르는 일. 옛 중국에서, 선조의 제사 때에 그 혈통자를 신의 대리로서 신위(神位)에 앉혔던 데서 유래한다

시위(侍衛) : 임금이나 어떤 모임의 우두머리를 모시어 호위함. 또는 그런 사람

시위(施威) : 위엄을 떨침

시위(施爲) : 어떤 일을 베풀어 이룸



무언의 시위를 하는 거야

→ 조용히 일어선단 말이야

→ 말없이 달려들겠어

→ 차근차근 내닫겠어

《4번 타자 왕종훈 36》(산바치 카와/정선희 옮김, 서울문화사, 1998) 54쪽


열심히 시위 대열을 따라다녔다

→ 신나게 물결을 따라다녔다

→ 힘껏 머리띠 두르고 따라다녔다

《당당한 아름다움》(심상정, 레디앙, 2008) 29쪽


시위를 하기에는 악조건이다

→ 물결을 치기에는 안 좋다

→ 일어나기에는 나쁘다

→ 촛불물결을 하기에는 어렵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김현아, 호미, 2009) 233쪽


부산에서 발생한 시위는 주변의 마산지역까지 확산되었지만

→ 부산에서 일어난 물결은 둘레 마산까지 퍼졌지만

→ 부산에서 터진 들너울은 둘레 마산까지 번졌지만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 25쪽


민주화 항쟁이란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압력이 더 이상 억제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련의 계기를 통해 그 압력이 폭발함으로써 야기되는 대규모 대중 시위라 할 수 있다

→ 들꽃너울이란 힘으로 억누른 틀에 맞선 사람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으려고 한꺼번에 일어나는 너른바다라 할 수 있다

→ 촛불바다란 모질게 짓이기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더는 밟히지 않으려고 다함께 일으키는 들불이라 할 수 있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정해구, 역사비평사, 2011) 134쪽


무언의 시위, 잘 통한다

→ 말없는 물결, 잘 듣는다

→ 조용한 모임, 잘 먹힌다

《탐묘인간》(soon, 애니북스, 2012) 163쪽


민주주의를 위한 성공적 봉기에서 두 차례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 아름길을 이루려고 일어나서 두 판 크게 물결을 치고

→ 바른길을 이루려고 일어서서 두 판 크게 너울치고

《아시아의 민중봉기》(조지 카치아피카스/원영수 옮김, 오월의봄, 2015) 444쪽


시위 준비에 필요한 많은 역할을 맡았던 주모자였다

→ 너울을 꾀하며 여러 몫을 맡고 이끌던 사람이다

→ 물결을 앞두고 온갖 일을 맡아서 끌던 사람이다

《우리는 현재다》(공현·전누리, 빨간소금, 2016) 22쪽


보도블록 틈새에 꽃 한 송이 피워 놓고 시위를 하고 섰다

→ 길바닥 틈새에 꽃 한 송이 피워 놓고 너울거린다

→ 바닥돌 틈새에 꽃 한 송이 피워 놓고 물결친다

《무릎 의자》(김동억, 아침마중, 2017) 22쪽


시위의 첫 장소로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 너울판 첫터로 고른 까닭이 있다

→ 들물결 첫자리로 삼은 뜻이 있다

《공격 사회》(정주진, 철수와영희, 202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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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금융위기



 금융위기가 초래한 부도였다 → 살림벼락 탓에 고꾸라졌다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 벼랑길 다음을 말하다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 빚잔치에 맞서는 매무새


금융위기 : x

금융(金融) : [경제] 금전을 융통하는 일. 특히 이자를 붙여서 자금을 대차하는 일과 그 수급 관계를 이른다

위기(危機) : 위험한 고비나 시기



  돈을 다루기 어렵거나 돈이 돌지 않아서 힘들 때가 있다지요. 일본말씨로 ‘금융위기’라고도 합니다만, 우리말씨로 ‘돈고비·돈고개·돈늪·돈벼랑·돈수렁·돈앓이’나 ‘살림고비·살림늪·살림벼락·살림벼랑·살림수렁’이라 할 만합니다. 수수하게 ‘가난·가난살림·가난살이·가난나라·가난누리’라 할 수 있고, ‘가파르다·강파르다·깎아지르다’나 ‘굶다·굶주리다·주리다·쪼들리다·배고프다·찌들다’라 해도 어울려요. ‘나가떨어지다·나뒹굴다·낮다’나 ‘늪·벼랑·벼랑끝·벼랑길·수렁’이라 할 만합니다. ‘떨려나가다·떨어져나가다·떨어지다·떨구다·떨어뜨리다’나 ‘밑지다·바닥나다·허우적·허겁지겁·허둥지둥’이라 할 수 있어요. ‘바닥나라·바닥누리·바닥판·바닥살림·바닥살이’나 ‘발가벗다·발가숭이·벌거벗다·벌거숭이·벗다·벗기다·헐벗다’나 ‘빚·빚길·빚살림·빚잔치·빚지다’라 해도 되고요. ㅅㄴㄹ



금융위기로 서울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돈줄이 막혔는데

→ 돈늪으로 서울 잿집이 팔리지 않아 돈줄이 막히는데

→ 살림늪으로 서울 잿집이 팔리지 않아 돈줄이 막히는데

《씨앗은 힘이 세다》(강분석, 푸르메, 2006) 28쪽


금융 위기가 야기한 2000만 명의 실업 사태는

→ 돈고비 탓에 노는 2000만은

→ 벼랑끝에서 일거리를 잃은 2000만은

→ 빚잔치라서 일자리를 잃은 2000만은

《탈향과 귀향 사이에서》(허쉐펑/김도경 옮김, 돌베개, 20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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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337 : 비밀 병기 장전 심정 미래 세대와의 수업 시작


나는 비밀 병기를 장전해주는 심정으로 미래 세대와의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다

→ 나는 속힘을 채워 주는 마음으로 아이들하고 글쓰기를 익힌다

→ 나는 속빛을 챙겨 주려고 푸름이하고 글쓰기 자리를 연다

《날씨와 얼굴》(이슬아, 위고, 2023) 13쪽


싸움말인 ‘비밀 병기’를 여느 자리에 섣불리 안 쓰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돌보는 말씨인 ‘속힘·속빛’이나 ‘숨은힘·숨은빛’이라 하면 넉넉합니다. ‘장전’도 싸움말이에요. 죽이려고 총알을 ‘재우’는 일을 가리키는데, 이 글월이라면 ‘채우다’나 ‘챙기다’로 손봅니다. 아이는 ‘아이’라 하면 됩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는 ‘어린이’나 ‘푸름이’라 하면 되고요. 일본말씨 ‘미래 세대’를 안 끌어들여도 됩니다. “수업 시작”도 일본말씨입니다. “글쓰기를 익힌다”나 “글쓰기 자리를 연다”로 손질합니다. ㅅㄴㄹ


비밀(秘密) : 1.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2.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

병기(兵器) : 전쟁에 쓰는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 ≒ 금혁·병장·융·융구·융기

장전(裝塡) : [군사] 총포에 탄알이나 화약을 재어 넣는 일

심정(心情) : 1.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 2. = 마음씨 3. 좋지 않은 심사

미래(未來) : 1. 앞으로 올 때 2. [불교] 삼세(三世)의 하나.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이른다 = 내세 3. [언어] 발화(發話) 순간이나 일정한 기준적 시간보다 나중에 오는 행동, 상태 따위를 나타내는 시제(時制) ≒ 올적

세대(世代) : 1.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 ≒ 대 2.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 3. 한 생물이 생겨나서 생존을 끝마칠 때까지의 기간 4. 그때에 당면한 시대

수업(授業) : 1. [교육]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쳐 줌. 또는 그런 일 2. [교육] 학습을 촉진시키는 모든 활동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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