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너리 푸드 : 오늘도 초록 띵 시리즈 3
한은형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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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7.

읽었습니다 282



  우리한테 우리말이 없다면 굳이 우리말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한테 아무런 마음이 없다면 아무 말이나 읊습니다. 우리한테 우리말이 있다면, 먼먼 옛날부터 누가 이 말을 빚어서 아이들한테 두고두고 물려주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한테 마음이 있다면 모든 낱말을 하나하나 짚고 헤아리겠지요. 《그리너리 푸드 : 오늘도 초록》을 읽으며 ‘그리너리 푸드’가 뭔 소리인지 갸웃갸웃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greenery food’요, 우리말로는 ‘풀밥·푸른밥’입니다. 적잖은 이들은 우리말을 멋없거나 뜻없다고 업신여기는데요, 풀은 ‘풀’입니다. 몸을 풀고 푸른별을 품는 ‘풀’입니다. 풀을 밥살림으로 품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모든 숨길을 풀어낼 뿐 아니라, 푸지게·푸짐하게 가꿉니다. ‘밥’이라 말하지 못 하고 ‘푸드’라는 영어를 읊는다면 얼마나 가난한가요? 풀밥을 먹지만 막상 풀이 무엇인지 안 쳐다보면다면 얼마나 허술한가요? 푸르게 밥살림을 짓기보다는 억지스레 꾸미면 얼마나 허름한가요?


ㅅㄴㄹ


《그리너리 푸드 : 오늘도 초록》(한은형, 세미콜론, 2020.5.20.)


+


이제는 당연해졌지만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다

→ 이제는 아무렇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얄궂다

→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어떻게 보면 뜬금없다

9쪽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태어났고

→ 쌀을 늘 먹는 나라에서 태어났고

→ 쌀이 온밥인 나라에서 태어났고

10쪽


한식이라는 게 직접 해보니 끼니마다 차려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겨레밥을 해보니 끼니마다 차려낼 수 있지 않았다

→ 배달밥을 손수 지으니 끼니마다 할 수 있지 않았다

11쪽


요즘의 나는 그냥 내 식대로 한다

→ 나는 요즘 그냥 나대로 한다

→ 요즘은 그냥 내 나름대로 한다

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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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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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6.

읽었습니다 281



  시골에서 살기 앞서 ‘마을알림’이 이토록 시끄러울 줄 몰랐습니다. 어쩌다가 마을지기가 목소리를 내겠거니 했는데, 면사무소하고 군청에서 날마다 숱하게 온갖 자질구레한 마을알림을 똑같이 읊더군요. 저잣마실을 하러 읍내로 시골버스를 타고 나가는 길에는, 시골버스에 타는 시골 푸름이 입에서 막말이 쏟아집니다. 읍내에서는 늙수그레한 아재들 거친말이 판칩니다. 이래서 시골이 사라지겠구나 싶더군요. 시골말도 숲말도 살림말도 등진, 매캐하고 시끄럽게 쏘아대는 북새말이 넘치는 곳은 스스로 무너집니다. 《일상의 낱말들》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왜 ‘오늘말’이나 ‘하루말’이나 ‘삶말’이나 ‘살림말’이 아닌, 일본말씨로 ‘일상 + -의’라 하는지 아리송하다가, 글쓴이 모두 서울(도시)이라는 북새통에서 지내기에 이렇겠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마음을 담아서 나누는 말이라면, 허울이 아닌 하늘빛으로 흐릅니다. 어린이 곁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쓸고닦는 수수한 말씨가 그립습니다.


ㅅㄴㄹ


《일상의 낱말들》(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사계쩔 2022.11.14.)


+


사소한 낱말들이 실은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지탱해 주는 작은 기둥들의 이름임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정작 수수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버티어 주는 작은 기둥을 이르는 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 그러나 심심한 낱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저를 견뎌 주는 작은 기둥인 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4쪽


어린이를 친절하게 대하는 게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어린이한테 상냥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린이한테 따뜻하기란 그리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린이한테 너그럽기란 그리 엄청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5쪽


사랑이 이긴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 사랑이 이기는 줄 아시죠?

→ 사랑이 이기는데 아시죠?

7쪽


낯선 공간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긴장하게 됩니다

→ 낯선 데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두근거립니다

→ 낯선 곳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굳습니다

→ 낯선 자리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떱니다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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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규장각 - 정조의 개혁 본부 조선의 싱크 탱크
손주현 지음, 김소희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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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4.

읽었습니다 279



  우두머리라는 자리에 선 이들이 ‘아랫사람’을 굽어살핀다고 하는 말을 으레 듣지만, 막상 살갗으로 와닿은 적이 없다. 오늘날 나라지기나 고을지기나 벼슬꾼 가운데 스스로 힘·돈·이름을 모두 내려놓고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나조차 없지 싶다. 지난날 임금과 감투꾼도 매한가지. 오늘날에는 ‘국민·민중·인민’을 읊고, 지난날에는 ‘백성’을 읊으나, 막상 예나 이제나 위아래틀이 단단하다.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을 읽었다. 규장각 붓꾼 가운데 사람들(백성)한테 이바지할 길을 헤아린 몇몇을 살펴볼 수 있다만, 그들은 힘도 돈도 이름도 안 내려놓았다. 우리글이 태어났어도 중국글만 썼고, 임금을 섬기는 굴레였고, 사람들은 이리저리 휩쓸렸다. 규장각을 짚는 발자취는 나쁘지 않다만, 시골에서 흙집을 짓고서 수수하게 아이를 낳아 돌본 여느 어버이 발자취는 언제쯤 짚으려나? ‘그들’ 아닌 ‘우리’를 보고 얘기하고 나누어야 ‘역사’일 텐데.


ㅅㄴㄹ


《정조의 개혁 본부, 여기는 규장각》(손주현 글·김소희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3.7.3.)


+


《여기는 규장각》(손주현, 책과함께어린이, 2023)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계속해서 찾았고

→ 나라가 세고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는 길을 꾸준하게 찾았고

→ 힘나라에서 누구나 아늑할 수 있는 길을 잇달아 찾았고

5쪽


하늘 아래 어떤 것도 완전 처음인 것은 없습니다

→ 이 하늘에 무엇도 아주 처음은 없습니다

→ 온하늘에 어느 하나도 아주 처음이 아닙니다

6쪽


정확히 정중앙입니다, 전하!

→ 한복판입니다, 임금님!

→ 한가운데입니다, 임금님!

20쪽


군자란 자고로 돈을 돌 보듯 하고 늘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야 하거늘

→ 어진이는 곧 돈을 돌 보듯 하고 늘 단출하고 수수하게 살아야 하거늘

→ 곧은이는 무릇 돈을 돌 보듯 하고 늘 아끼고 조촐하게 살아야 하거늘

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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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빙하의 부엉이
조너선 C. 슬래트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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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1.

읽었습니다 276



  아이들이 열 살 밑이던 즈음에는 낮새나 밤새가 울 적에 어떤 새인지 알려주었다면, 두 아이가 열 살을 넘어서고부터는 먼저 어떤 새울음이나 새노래인지 알려주곤 한다. 우리는 시골집에서 스스럼없이 새하고 동무한다. 굳이 멀리 새바라기를 하러 나가지 않는다. 뭇새가 우리 보금자리로 찾아온다. 큰새도 작은새도 우리 마당에 내려앉거나 뒤꼍을 서성인다. 검은등지빠귀가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던 날은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온집을 울렸다. 박쥐가 마루로 스윽 들어온 적도 있으니, 소짹새나 올빼미가 소리없이 살며시 다녀갔을는지 모른다. 《동쪽 빙하의 부엉이》를 읽으며 아이들한테도 읽힐까 하다가 그만둔다. ‘과학자로서 지켜보기’에 그친다면 심심하다. 푸른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나 동무로 마주할 적에는 ‘과학으로 다룰 글’도 확 다르다. 저 새는 우리를 보고, 우리는 저 새를 만난다. 서로 눈빛으로 속삭이고, 마음으로 이야기하면 어떻겠는가? ‘과학’은 좀 내려놓자.


《동쪽 빙하의 부엉이》(조너선 C 슬래트/김아림 옮김, 책읽는수요일, 2022.3.31.)


#OwlsoftheEasternIce

#TheQuesttoFindandSavetheWorldsLargestOwl

#JonathanCSlagh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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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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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2.11.

읽었습니다 277



  하늘이 트인 곳에서 살아가면 하늘빛을 늘 마주하면서 하늘길을 읽는다.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에서 살림하면 풀노래를 노상 맞이하면서 풀빛을 헤아린다. 나무마다 잎망울이 터지고 꽃망울이 맺는 마당을 내내 품으면 나무숨결을 누린다. 어떤 일거리(직업)가 있어야 하늘이며 풀이며 나무를 알지 않는다. 스스로 서는 자리에서 짓는 살림살이에 따라서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큰다.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을 읽어 보았다. ‘벌레살핌이’라는 길을 걸어온 발자취를 갈무리했다. 둘레에서는 ‘한국의 파브르’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하는데, 파브르 님은 ‘연구실’이 아닌 ‘들숲집’에서 벌레를 품고서 어린이가 알아듣도록 부드럽고 쉽게 풀이했다면, 정부희 님이 쓰는 글은 딱딱하고 어렵다. 어릴 적에 멧골에서 자랐더라도, 오늘 멧들숲에서 살아가지 않는다면, 글도 눈길도 다르다. 둘레에서 일본한자말로 글을 쓰더라도, 벌레는 늘 벌레말·벌레노래인데, 숲말·살림말하고 멀어 안타깝다.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정부희, 동녘, 2022.6.30.)


‘벌레살핌이(곤충 관찰자)’가 아닌 ‘벌레지기’로 거듭나(탈피·변태) 본다면, 글도 눈썰미도 확 다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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