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1.

읽었습니다 295



  이웃나라에서 살아가는 ‘일본한겨레 유미리’라는 사람을 처음 만난 뒤로 ‘오에 겐자부로’ 책은 모조리 치웠다. 오에 씨가 한 짓은 “새롭게 글담을 세워서 이웃(재일조선인)·순이(여성작가)·젊은이(신진작가)를 뭉개는 굴레”였기 때문이다. 벌써 스무 해나 지나간 일이지만, 오에 씨가 어떻게 그때 그랬을까 하고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고, 이이 글결을 되읽으면 이이는 이럴 수밖에 없는 ‘문단권력자’ 가운데 하나일 뿐인 줄 알아볼 수도 있다. 오늘날 이 나라 푸름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주 쉽다. “스스로 숲이면 된다”고 하겠다. ‘세계시민’이 아닌 ‘숲사람’이면 된다. 서울사람도 부산사람도 도시사람도, 또 시민도 민중도 백성도 국민도 인민도 아닌, 오롯이 ‘푸른사람’이면서 ‘숲사람’이면 된다. 손수 밥옷집을 짓는 살림길을 익히고, 더 어린 사람하고 마음을 나눌 쉬운말을 살피고 가려서 쓰는 어진넋을 가꾸면 된다. 《INDIGO+ing vol.81》에 오에 씨 이름이 자꾸 나와서 덮어버렸다. 아니, 치워버렸다.


《INDIGO+ing vol.81》(편집부 엮음, 인디고서원, 2023.12.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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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식물 -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1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선숙 옮김 / 더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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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1.

읽었습니다 293



  보는 눈이란, 보는 마음이고, 보는 대로 맞아들여서 나아가는 하루이다. 쳇바퀴처럼 맴도는 끝없는 쇳덩이를 볼 수 있고, 하늘을 가르며 노래하는 새를 볼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보기에 나쁘지 않다. 좋아하는 것만 보느라 ‘좁은 눈’으로 기울고 만다. 그렇다고 나쁜 것을 구태여 봐야 하지는 않다. 우리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볼 까닭이 없다. 숨결을 보고, 빛을 보고, 넋을 보고, 밤을 보고, 별을 보고, 씨앗을 보고, 숲을 보고, 사람을 보면서, 스스로 지을 사랑을 꿈으로 보면 넉넉하다. 《싸우는 식물》은 책이름도 참 길다. 글쓴이가 선보인 다른 책을 읽을 적에도 “이이는 왜 풀을 이렇게 미워하고 싫어할까?” 싶더라. 내려다보는 눈으로 풀꽃나무 이야기를 쓰는데, ‘식물학자’가 풀을 잘 알까? 아니면, 풀이 스스로 풀을 잘 알까? 스스로 숲에 깃들어 푸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풀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싸우는 풀꽃”이 아닌 “어울리는 풀꽃”을 못 본다면 덧없다.


《싸우는 식물,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이나가키 히데히로/김선숙 옮김, 더숲, 2018.10.30.)


#たたかう植物 #仁義なき生存戰略

#稻垣榮洋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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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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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 나, 너 그리고 우리 인생그림책 3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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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11.

읽었습니다 294



  어릴 적에는 둘레에서 말하는 대로 그냥 ‘시소’라 했는데,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부터 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써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아직 안 낳을 무렵에도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을 온누리 아이들이 물려받는” 줄 알았는데, 눈앞에서 하루 내내 아이를 마주하면서 지내니, “어른이나 어버이로 살려면 모든 말을 처음부터 새로 가꾸고 품을 줄 알아야 하는”구나 싶더라. 《시소》에는 두 아이가 나오고, 한 아이가 바라본 깨비가 나온다. 아이들은 다 보고 느낀다. 그저 모르는 척할 뿐이다. 그런데 ‘시소’란 뭘까? 일본을 거쳐 들어온 영어인데, ‘seesaw’이고, ‘보다 + 봤다’라는 뜻이면서 ‘saw’는 ‘톱’을 가리키고, 톱으로 나무를 켤 적에 나는 소리를 영어로 ‘seesaw’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이웃나라 시골 널놀이’를 들여왔다면, ‘널뛰기’하고 다른 ‘널방아’라든지 ‘궁둥널·엉덩널’ 같은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말을 안 바꾸면 마음도 안 바뀐다.


《시소 : 나, 너 그리고 우리》(고정순, 길벗어린이, 2020.6.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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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시바, 시베리아
이지상 지음 / 삼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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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8.

읽었습니다 290



  모든 하루는 스스로 그린 길대로 흐릅니다. 스스로 그리지 않은 길로 여는 하루란 없습니다. 불현듯 그렸고, 문득 그렸고, 짜증이나 미워하면서 그렸고, 웃거나 노래하면서 그렸어요. 툴툴대며 그렸고, 즐겁게 그렸고,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그렸어요. 《스파시바, 시베리아》를 읽으면서 시베리아가 그다지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글님은 너무 서두르면서 바쁘게 휙휙 지나다녔구나 싶더군요. 굳이 더 넓고 멀리 곳곳을 누벼야 시베리아를 알거나 말할 수 있지 않습니다. 두고두고 느긋느긋 네 철을 골고루 마주하면서 시베리아를 맞아들이고 말할 수 있을 테고요. 이웃나라나 이웃마을을 다녀오는 길이란, 이웃하고 마음으로 사랑하는 일이라고 여겨요. 그러니까 뭔가 끄적이거나 남기려 하기보다는, 그저 그곳을 우리 보금자리하고 똑같이 마주하면서 스스로 꿈을 그리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뚜벅뚜벅 걷는 매무새라면 줄거리도 얼거리도 확 달랐을 테지요.


《스파시바, 시베리아》(이지상, 삼인, 2014.8.10.)


ㅅㄴㄹ


폐부 속 깊이 전해 온다

→ 가슴 깊이 다가온다

→ 깊이 스민다

24쪽


세계 최대의 담수량을 자랑하는 물의 천국에서 물 부족 현상을 겪는 이 역설을

→ 온누리에서 물을 가장 많이 담은 곳에서 물이 모자란 이 거꾸로를

46쪽


호반의 백사장 위에서 홀딱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 못가 모래밭에서 홀딱 벗고 해받이를 즐기는

→ 물가 모래벌에서 홀딱 벗고 해바라기를 즐기는

54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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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투리 사전
삼아 편집부 엮음 / 삼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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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8.

읽었습니다 292



  고장마다 말이 다릅니다. 고장마다 터와 날씨와 흙과 숲과 바람과 해가 다르거든요. 사람이 달라도 말이 다르되, 사람이 살아가는 터가 다르면 말이 확 다릅니다. 하나인 나라이기에 하나인 말만 써야 하지 않습니다. 나라로는 하나이되 모두 다른 고장과 고을과 마을과 집인 만큼, 누구나 스스로 보금자리와 둘레를 헤아리는 말씨를 북돋울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워요. 《부산 사투리 사전》은 부산말을 살피는 조그마한 길잡이 노릇을 할 만하지만, ‘부산말·표준말’로 가르는 대목이 아쉬워요. ‘표준말’이 아닌 ‘서울말’이나 ‘나라말’일 뿐입니다. 그리고 ‘의사’ 같은 한자말은 굳이 ‘표준말’로 실을 까닭이 없습니다. ‘모지리’는 ‘모조리’를 부산말로 가리키는 셈일 텐데 ‘모두’로 잘못 붙여요.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면 얼마나 좋았으랴 싶은데, 나와 준 대목만으로 고맙기도 합니다.


《부산 사투리 사전》(부산 사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삼아, 2003.7.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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