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하는 삶
최문정 지음 / 컴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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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8.

읽었습니다 306



  겨울이 저물려는 무렵에는 여러 봄맞이풀이 올라옵니다. 아직 한겨울이라 하더라도 볕날을 여러 날 이으면 잣나물이 오르고, 코딱지나물도 나옵니다. 이러다가 맵바람이 잇달으면 봄맞이풀은 어느새 잦아들어 흙으로 돌아가지만, 다시 포근날이 찾아오면 쑥이 조물조물 고개를 내밀지요. 《식물하는 삶》을 곰곰이 읽다가 생각합니다. 곁에 푸른빛을 두고 싶다면 서울을 떠날 노릇입니다. 아주 쉬워요. 서울 한복판에서 돈벌이를 하지 말고, 서울밖으로 나가서 느긋이 보금자리를 일구면 됩니다. 숱한 사람들은 고된 줄 알면서 우정 서울에 남아서 아웅다웅합니다. 서울을 안 떠나는 삶이라 나쁠 까닭은 없고, 곁에 풀빛이 없으면 메마르거나 시드는 줄 알아차리기에 어떻게든 애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서울을 확 줄여야 이 나라가 살아나고, 서울도 푸르게 빛납니다. 꽃그릇에 담는 흙은 어디에서 퍼오겠어요? 흙을 모두 잿더미로 뒤덮은 곳에서는, 꽃그릇도 말씨도 모두 꾸미는 허울에 갇힙니다.


ㅅㄴㄹ


《식물하는 삶》(최문정, 컴인, 2021.3.30.)


+


녹음이 지는 계절의 나무는 싱그러운 초록빛 잎으로 둘러싸여

→ 잎그늘이 지는 철에 나무는 싱그러이 푸른잎으로 둘러싸여

→ 숲그늘이 지는 철에 나무는 싱그러이 푸른잎으로 둘러싸여

15쪽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미모로 내 마음을 흔드는 것만 같고

→ 곱게 물든 옷을 입은 얼굴로 내 마음을 흔드는 듯하고

→ 알록달록 차려입은 아름다운 빛으로 내 마음을 흔드는 듯하고

15쪽


시야를 풍성하게 채워 주는 큰 식물을 들일 마음은 결국 접어두고

→ 둘레를 푸지게 채워 주는 큰 푸나무를 들일 마음은 끝내 접어두고

17쪽


이 식물의 이름은 황금국수나무

→ 이 풀은 이름이 황금국수나무

→ 이 푸나무는 황금국수나무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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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세트 - 전7권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진순신 지음, 박현석.이수경.전선영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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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3.

읽었습니다 301



  공자도 맹자도 오래된 사람입니다. 오래도록 되새기면서 배울 대목이 있을 테니까 두고두고 이야기가 흐르는구나 싶으나, 이 둘을 비롯한 여러 중국 글바치는 ‘나라’를 말할 뿐, ‘보금자리’나 ‘들숲바다’는 딱히 말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언제나 줄·위아래·높낮이가 바탕이요, 어깨동무를 하며 나란하고 고르게 살아가는 푸른별을 살피지는 않는구나 싶더군요. 《공자왈 맹자왈》은 못 쓴 책은 아니지만, 이제는 낡은 꾸러미이지 싶습니다. ‘가라사대’나 ‘가로되’ 하고 읊는 웃사내 말씀은 내려놓고서 ‘엄마말’하고 ‘아빠말’을 살피는 길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봅니다. ‘살림말’하고 ‘숲말’을 마음에 담을 적에라야 비로소 참다이 눈뜨고 사랑으로 일어설 만하다고 생각해요. 이름을 남겼다는 빼어난 이들이 들려준 말도 틀림없이 안 나빠요. 그러나 굳이 이름을 안 남기고서 오래오래 사랑으로 아이들을 낳고 돌보고 손수 살림을 지은 엄마아빠 말꽃부터 들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자왈 맹자왈》(진순신/서석연 옮김, 고려원, 1993.4.1.)


ㅅㄴㄹ


갑골문에는 간지(干支)가 씌어 있었고, 일식과 월식도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 뼈글씨에는 열두님을 새겼고, 해가림과 달가림도 새겼기 때문에

→ 등딱지글에는 열두지기를 담았고, 해가림과 달가림도 담았기 때문에

→ 게딱지글에는 열두띠를 적었고, 해가림과 달가림도 적었기 때문에

14쪽


문헌은 아마도 그 대부분이 인멸(湮滅)되었을 것이고

→ 글자락은 아마도 거의 없앴을 테고

→ 글은 아마도 거의 불살랐을 테고

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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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자생 상록활엽수도감
송홍선 지음 / 풀꽃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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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3.

읽었습니다 299



  이런 풀꽃책이 다 있네 싶어 《인천 외래식물도감》을 장만해서 읽다가 한숨만 쉬고서 덮었습니다. 굳이 ‘인천’이란 이름을 붙일 까닭이 없네 싶더군요. 이미 있는 틀에 짜맞추려고 하면, 인천이라는 고장도 풀꽃나무라고 하는 숨결도 모두 못 보게 마련입니다. 서너 해도 아니고, 한두 해도 아니고, 한 해조차 아닌, 고작 짧은 틈을 슥 훑고서 이런 꾸러미를 여미니 너무하는군요. 그렇다고 모든 풀꽃책이 어느 고장을 오래오래 지켜본 눈썰미로만 엮어야 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풀꽃지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글쓴이라면, 얼마 안 되는 짧은 틈으로 슥 돌아본 발걸음만으로 섣불리 꾸러미를 엮는다면 얼마나 허술한지는 너무 뻔합니다. 또한, 풀꽃을 바라보는 말씨도 순 일본말입니다. 풀은 ‘풀’이고, 꽃은 ‘꽃’이고, 나무는 ‘나무’입니다. 펴낸곳은 ‘풀꽃나무’인데, 막상 풀꽃이나 나무를 인천이라는 마을빛으로 읽지 않고 풀어내지 않으면 뭐가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천 외래식물도감》(송홍선, 풀꽃나무, 2008.11.20.)


+


올해 인천의 외래식물 조사도 여러 일정 사이사이에 20여 일을 보탰다

→ 올해 인천에서 여러 일 사이사이에 스무 날쯤 들온풀을 살폈다

→ 올해 인천에서 여러 일감 사이사이에 스무 날쯤 바깥풀을 살폈다

5쪽


한반도 미기록종 1종을 비롯해

→ 우리 땅 처음인 하나를 비롯해

→ 우리나라에서 처음 본 하나에

→ 우리가 아직 안 적은 하나에

5쪽


거의 전 지역의 폐허지 등에서 관찰됐다

→ 거의 모든 빈터에서 보았다

→ 벌판이면 어디서나 보았다

→ 빈곳이면 어디에나 있다

32쪽


덕적도의 인가 근처에서

→ 덕적도 살림집 곁에서

→ 덕적도 마을집 가까이

104쪽


길가 주변, 공터, 묵밭 주변에서

→ 길가, 빈터, 묵밭가에서

→ 길가, 빈터, 묵밭 둘레에서

13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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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코이코 짱 12
나나지 나가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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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3.

읽었습니다 305



  둘레에서 흔하게 본다고 여겨 한자말로 ‘평범’이라 하고, 까다로운 곳이 없다고 여겨 ‘평이’라 하고, 누구나 고르게 어울린다고 여겨 ‘평화’라 하지만, 막상 ‘평(平)’이라는 한자를 왜 써야 하는지 헤아리는 사람은 드뭅니다. 우리말로 하면 ‘고르다·고루’입니다. 고르기에 반반하고, 반반하니 부드럽고, 부드러우니 모난 데가 없이 수월하며, 수월하기에 수수하면서 흔하고 너릅니다. 《평범한 코이코 짱 12》을 읽으면서 심심하다 못해 따분했습니다. 짝을 맺고 몸을 섞어야 사랑이라 일컫지 않습니다. 짝을 맺으면 ‘짝맺기’이고, 몸을 섞으면 ‘몸섞음’입니다. 사랑은 그저 ‘사랑’입니다. 흔하게 쓴다고 여기는 자그마한 낱말 하나부터 다시 바라볼 줄 알아야지 싶어요. 쉽게 듣고 어디서나 주고받는 삶말 하나부터 곰곰이 짚어야지 싶습니다. 여느 말씨 하나부터 모든 하루를 엽니다. 수수한 빛은 숲으로 가지만, 뻔한 몸짓은 똑같은 틀에 갇혀서 쳇바퀴로 맴돕니다.


《평범한 코이코 짱 12》(나나지 나가무/박소현 옮김, 학산문화사, 2020.10.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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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루돌프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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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3.

읽었습니다 303



  몇 해 앞서 서울 어느 골목을 걷다가 길바닥에 적힌 ‘여성안심귀갓길’이란 글씨를 보았습니다. 곳곳에 알림판도 있더군요. 이 글씨를 보다가 “이 길은 돌이가 지나가면 안 되나?” 싶어 알쏭했습니다. ‘여성안심’이라는 말은, “모든 남성은 여성을 괴롭히거나 밟는다”는 미움 불씨를 바탕에 깝니다. 마음을 놓아야 할 길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놓을 노릇이라고 느껴요. 여린 돌이도 많고, 여린 어린이가 수두룩합니다. 무엇보다 어느 골목만 아니라 모든 곳이 “누구나 느긋한 삶터”이도록 거듭날 일이에요. 《여름의 루돌프》을 곰곰이 읽고서 내려놓았습니다. “쉬려고 제주로 ‘내려가는’ 아가씨” 하루를 들려주는데, 아가씨는 쉴 테지만, 할머니는 일합니다. 그리고 할머니 둘레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일하는 숱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 나라는 틀림없이 웬만한 곳마다 ‘고약한 웃사내틀’이 버젓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수수한 살림꾼”도 숱합니다. 버스일꾼도, 시골집에 기름을 넣는 일꾼도, 논밭에서 땀흘리는 일꾼도, 인쇄소와 제본소와 배본소에서 일할 뿐 아니라 나름이로 힘쓰는 일꾼도, 이름과 얼굴이 안 드러나는 수수한 이웃입니다. 가르기보다는, 고루 보면서 새길을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여름의 루돌프》(김성라, 사계절, 2023.7.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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