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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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2.21.

읽었습니다 309



  벌레가 왜 ‘벌레’인지 헤아리지 않는 분들은 우리말 ‘벌레·버러지’를 안 쓰더군요. 굳이 ‘충(蟲)·곤충’이라는 한자를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잎벌레·풀벌레·사슴벌레·딱정벌레·노린재’ 같은 낱말 하나를 붙인 옛사람 넋과 숨결을 읽을 적에 비로소 벌레살림을 마음으로 알아채게 마련입니다. 《충선생》을 읽으면서 내내 한숨이 나왔습니다. 벌레는 벌레입니다. 개는 개이고 고양이는 고양이입니다. 범은 범이고 곰은 곰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까마득한데, 이 아스라한 살림길을 곁에서 벌레를 지켜보노라면 저절로 벌레하고 이웃으로 지낼 테지요. 애써 벌레책을 안 들추어도 됩니다. 따로 파브르한테서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 눈길로 벌레 곁에서 한 해를 고스란히 돌아보는 살림살이를 일구면 됩니다. 멋을 안 부리는 벌레를 느껴야, 글멋이나 글치레가 없이, 그저 삶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를 펼 수 있습니다.


《충선생》(곽정식, 자연경실, 2021.3.29.)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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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청춘표류
김달국.김동현 지음 / 더블: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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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2.19.

읽었습니다 284



  아이를 낳아 어질게 돌보는 어버이라면, 섣불리 쇳덩이를 안 몰 테고, 아이를 함부로 쇳덩이에 안 태웁니다. 철이 안 든 몸이기에 쉽게 쇳덩이를 장만해서 몰고, 아이를 그냥 쇳덩이에 태웁니다. 쇳덩이에 몸을 실으면 둘레를 잊습니다. 쇳덩이가 빨리 달리는 길에 걸리적거리면 골을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요. 모든 사람이 다니던 길이 쇳덩이가 먼저 밀어대는 자리로 바뀌고, 새나 들짐승이나 풀벌레나 풀꽃나무는 얼씬도 하면 안 되는 수렁으로 굳어갑니다. 《서른 살 청춘표류》는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 갈무리합니다만, 뭔가 마뜩하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왜 ‘필살기’를 가르쳐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뭘 가르치려 들기 앞서, 그저 아이하고 ‘살림’을 함께 가꾸고, 집안일을 같이 하고, 풀꽃나무를 나란히 사랑하는 하루를 누리면 넉넉합니다. 쇳덩이를 치우고서 천천히 거닐면 됩니다. 하늘을 읽고 흙을 읽고 철을 읽으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 겉멋이 넘치니 글을 자꾸 꾸밉니다.


《서른 살 청춘표류》(김달국·김동현 글, 더블:엔, 2021.9.10.)


+


서른 살에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다고 하여 삼심이립(三十而立)이라고 하였다

→ 서른 살에 배움밑을 세운다고 하여 똑똑길이라고 하였다

→ 서른 살에 배움밑동이 선다고 하여 똑똑빛이라고 하였다

→ 서른 살에 배움바탕을 닦는고 하여 똑똑철이라고 하였다

→ 서른 살에 배움그루가 선다고 하여 똑똑나이라고 하였다

4쪽


내가 청춘시절에는 몰랐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자식에게 필살기로 가르쳐 주고 싶었다

→ 내가 푸른날에는 몰랐지만 오늘 아는 삶을 아이한테 꽃솜씨로 가르쳐 주고 싶다

→ 내가 젊어서는 몰랐지만 이제 아는 살림을 아이한테 멋짓으로 가르쳐 주고 싶다

5쪽


아들과 나눈 이야기를 11개 꼭지로 정리한 것이다

→ 아들과 나눈 말을 열한 꼭지로 추슬렀다

→ 아들과 한 이야기를 열한 꼭지로 담았다

5쪽


한때 친하게 지내던 사람도 세월이 가면 나와 맞지 않는 친구가 있다

→ 한때 가깝게 지내던 사람도 사노라면 나와 맞지 않기도 하다

13쪽


인간관계는 말에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 사람은 말로 열어서 말로 끝난다

→ 사람살이는 말로 해서 말로 끝난다

22쪽


그런 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 사람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 누구나 다르긴 하지만

23쪽


언어는 그 사람의 내면의 울림이기 때문에

→ 마음이 울려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27쪽


욕구가 1차적이면서 생리적이라면, 욕망은 2차적이면서 정신적이지

→ 고픔이 첫째이면서 몸짓이라면, 바람은 둘째이면서 마음이지

→ 뜨거움이 처음이면서 몸이라면, 비손은 다음이면서 바탕이지

48쪽


책은 상상력을 길러 줘

→ 책으로 생각힘을 길러

→ 책을 읽어 생각을 길러

79쪽


양극단에서 어떻게 중용의 길을 갈 것인가

→ 두 끝에서 어떻게 가운길을 가느냐

→ 가름길에서 어떻게 곧은길을 가느냐

93쪽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예지(豫知)로 감행된다

→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미리 읽고서 짝을 맺는다

→ 사랑을 먼저 헤아리기에 짝을 맺는다

13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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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중학생 34명 지음, 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 장현실 그림 / 보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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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2.19.

읽었습니다 310



  아이어른 누구나 막말을 한 마디라도 안 섞으면 이야기를 풀지 못 하는 오늘날인 듯싶습니다. 시골버스에서도, 길에서도, 가게에서도, 배움터에서도, 아주 쉽게 막말을 듣습니다. 마음을 말에 담는 줄 안다면 아무 소리나 주워섬기지 않을 텐데, 어느 모로 보면 이미 마음이 망가졌기에 막말이 아니고는 말을 못 하는 셈일 수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은 2000년을 앞둘 무렵 푸름이로 살던 여러 아이들 목소리를 담습니다. 일하는 어버이 곁에서 걱정하는 마음이 흐르고, 마을에서 때리거나 돈을 뺏는 언니한테 시달리는 하루가 흐릅니다. 책이름처럼 아무한테도 좀처럼 털어놓지 못 하던 말을 글로 옮깁니다. 푸름이가 쓰는 삶글을 예나 이제나 눈여겨보는 어른은 드물고, 새뜸에 푸름이 목소리가 나오는 일도 드뭅니다. 곰곰이 보면 온나라가 “막말 큰잔치”를 벌이는 꼴입니다. 삶말을 등지니 삶글을 못 쓰고, 살림말을 안 배우니 살림글을 안 써요. 말이 망가지니 나라도 망가집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한국글쓰기연구회 엮음·장현실 그림, 보리, 2001.12.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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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 - 환경을 지키는 작은 다짐들
하루치 지음 / 판미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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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8.

읽었습니다 307



  이 별을 헤아린다면 무엇을 할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돌아봅니다. 풀밥을 먹거나 고기밥을 안 먹으면 될는지 모르나, 이보다는 스스로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풀꽃나무와 들숲바다를 사랑하면 넉넉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은 풀밥이건 고기밥이건 아름답게 밥살림을 짓습니다. 스스로 안 사랑하기에 서울에 갇힌 쳇바퀴를 돌면서 무엇이든지 “사고 쓰고 버리기”에 매달려요.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은 좀 억지스럽습니다. 아니, 많이 억지스럽습니다. 푸른별을 헤아리고 싶다면, 플라스틱에 담은 물이 아닌, 샘물과 냇물을 마실 수 있는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겨야지요. 푸른별뿐 아니라 아이를 생각할 적에도 물과 바람이 맑은 시골로 떠날 노릇입니다. 스스로 서울에 가둔 채 언제나 돈으로 사고 쓰고 버리는 틀에 머문다면, 제아무리 글이나 그림으로 “바른 목소리”를 내는 시늉을 해본들, 늘 시늉에 그칩니다. 시늉으로는 푸른별을 못 바꿉니다. 아니, 안 바꿔요.


《지구를 위해 모두가 채식할 수는 없지만》(하루치, 판미동, 2022.2.1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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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하는 삶
최문정 지음 / 컴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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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1.28.

읽었습니다 306



  겨울이 저물려는 무렵에는 여러 봄맞이풀이 올라옵니다. 아직 한겨울이라 하더라도 볕날을 여러 날 이으면 잣나물이 오르고, 코딱지나물도 나옵니다. 이러다가 맵바람이 잇달으면 봄맞이풀은 어느새 잦아들어 흙으로 돌아가지만, 다시 포근날이 찾아오면 쑥이 조물조물 고개를 내밀지요. 《식물하는 삶》을 곰곰이 읽다가 생각합니다. 곁에 푸른빛을 두고 싶다면 서울을 떠날 노릇입니다. 아주 쉬워요. 서울 한복판에서 돈벌이를 하지 말고, 서울밖으로 나가서 느긋이 보금자리를 일구면 됩니다. 숱한 사람들은 고된 줄 알면서 우정 서울에 남아서 아웅다웅합니다. 서울을 안 떠나는 삶이라 나쁠 까닭은 없고, 곁에 풀빛이 없으면 메마르거나 시드는 줄 알아차리기에 어떻게든 애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서울을 확 줄여야 이 나라가 살아나고, 서울도 푸르게 빛납니다. 꽃그릇에 담는 흙은 어디에서 퍼오겠어요? 흙을 모두 잿더미로 뒤덮은 곳에서는, 꽃그릇도 말씨도 모두 꾸미는 허울에 갇힙니다.


ㅅㄴㄹ


《식물하는 삶》(최문정, 컴인, 2021.3.30.)


+


녹음이 지는 계절의 나무는 싱그러운 초록빛 잎으로 둘러싸여

→ 잎그늘이 지는 철에 나무는 싱그러이 푸른잎으로 둘러싸여

→ 숲그늘이 지는 철에 나무는 싱그러이 푸른잎으로 둘러싸여

15쪽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미모로 내 마음을 흔드는 것만 같고

→ 곱게 물든 옷을 입은 얼굴로 내 마음을 흔드는 듯하고

→ 알록달록 차려입은 아름다운 빛으로 내 마음을 흔드는 듯하고

15쪽


시야를 풍성하게 채워 주는 큰 식물을 들일 마음은 결국 접어두고

→ 둘레를 푸지게 채워 주는 큰 푸나무를 들일 마음은 끝내 접어두고

17쪽


이 식물의 이름은 황금국수나무

→ 이 풀은 이름이 황금국수나무

→ 이 푸나무는 황금국수나무

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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