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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꾸러미 (2020.9.26.)

― 서울 〈숨어있는 책〉



어느 하나도 뺄 길이 없이 아름다이 배움살림.



《社會主義經濟學》(G.D.H.Cole/名和統一·小川喜一 옮김, 岩派書店, 1952.8.30./1961.5.10.) - 꾸밈새가 멋스럽다. 겉집. 기름종이

《조로사전》(고현 엮음,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4) - 1995.2.15. 모스크바에서 

《시골로 가는 길》(이주형, 풀빛, 1995.3.16.) - 서울마포우체국 도서실

《성경콘클단쓰, 부·성경용어해설》(윤성범 엮음, 우문사, 1952.12.5.)

《단군한배검님 말씀 제1권》(홍익인간·이화세계, 개천 5880년 성현의날)

《蘭, 東洋蘭·西洋蘭 理解와 裁培》(김정주 엮음, 근역서재, 1978.8.15.)

《Drill on English Grammar (英文法大演習》(박술음 감수·홍종대, 한국외국어대학교, 1959.9.)

《附錄, 운전면허문제집, 법규 및 구조 요점정리》(편집부 엮음, 혜림출판사, 1984.2.)

《信仰入門》(김춘배, 대한기독교서회, 1955.11.30.)

《西獨속의 韓國人》(하봉원, 한국문화개발공사, 1973.5.1.) - 귀국보고서

《東西古今 解夢要訣》(김혁제, 명문당, 1968.5.30.)

《同族部落의 生活構造硏究》(김택규, 청구대학 신라가야문화연구원, 1964.12.25.)

《國文版 논어》(이선근·최남선 머리말, 신현중 옮김, 청익출판사,1954.?) - 1985년치 신문종이로 겉을 싸다

《韓國水軍活動史》(최석남, 명양사, 1965.4.28.) - 제2전단군수 참모해군 소령 문천수 ‘대한민국 해군 사무용 메모’ “수리 자금 기밀 보고서 작성 제출 독촉”

《고물상장부》(편집부 엮음, 한국특종물업연합회, 1983.)

《餞別의 甁》(고유섭, 통문관, 1958.1.30.)

《高等學校 日本語讀本 下》(일본어교육연구회 엮음, 고등교과서주식회사, 1975.1.10.)

《셈과 사람과 컴퓨터》(김용운, 전파과학사, 1975.4.30.)

《백범일지》(김구, 삼중당, 1983.11.10.)

《낙동강 brfore and after》(지율·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 동행들, 녹색평론사, 2010.3.31.)

《인디안 옥수수》(카스타네다/박상준 옮김, 장원, 1990.5.15.)

《獨逸史學史》(Georg von Below/讚井鐵男 옮김, 白水社, 1942.7.10.) - 책끝에 ‘釜山府 ○○町 金文堂書店 쪽종이

《산체스네 아이들 上》(오스카 루이스/박현수 옮김, 청년사, 1978.11.20.)

《산체스네 아이들 下》(오스카 루이스/박현수 옮김, 청년사, 1978.11.20.)

《씨알은 외롭지 않다, 나의 人生觀》(함석헌, 휘문출판사, 1971.3.20./1972.6.25.)

《der Predoger und Katechet》(Derlagsanftalt, 1919)

《空間의 歷史》(김용운·김용국, 전파과학사, 1975.8.15.)

《마하트마 간디》(로망 롤랑/박석일 옮김, 서문당, 1973.2.5.)

《우표로 본 세계의 민속악기》(江波戶昭/김범수 옮김, 세광음악출판사, 1990.7.15.)

《AERA Mook 14 外國語學がわかる》(大森千明 엮음, 朝日新問社, 1996.11.14.)

《葛藤속의 삶》(알버트 쉴러레트/이양구 옮김, 한국신학연구소출판소, 1975.7.25.)

《詩人》(이문열, 둥지, 1991.3.20./1994.5.16.)

《釋譜詳節 第十一》(심재완 소장·해설, 어문학회, 1959.9.25.) - 어문학자료총판 제1집

《北韓 ‘아동문학’誌 1966년 1·2·3·4·6月號》(아동문학학회, ?) - 복사판

《日本寫眞全集 3 近代寫眞の群像》(小學館, 1986.3.20.) - 12자락

《實習 3 デッサン科》(福山福太郞 엮음, 福山書店, 1939.9.25.)

《人間의 權利》(한상범 엮음, 정음사, 1976) - 양우당 서적센터 책싸개

《民族改造論》(이광수/흥사단 연세 아카데미 동문회 엮음, 대성문화사, 1967.2.20./1972.10.10.)

《본문언어학》(전병선,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5.10.30.)

《西洋文化の支那への影響》(張星朗/實藤惠秀 옮김, 日本靑年外交協會出版部, 1941.4.20.) - 釜山 博文堂書店 735와 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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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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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은 씨앗 한 톨 (2020.12.22.)

― 서울 〈한뼘책방〉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으려고 태어납니다. 온누리 모든 어른은 사랑하려고 짝을 맺고 동무를 사귀고 이웃으로 지냅니다. 온누리 모든 풀꽃나무는 푸르게 우거지는 숲을 사랑하려는 숨결이지 싶습니다. 온누리 모든 책은 이 삶을 슬기롭게 사랑하는 상냥하면서 싱그러운 빛을 품고 태어나지 싶습니다.


  서울 한켠에 한뼘으로 싹을 틔운 〈한뼘책방〉은 헌책집이면서 책을 펴내는 터전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22일을 끝으로 책집살림은 접기로 했습니다만, 서울이라는 고장 한켠에서 한뼘만 한 숲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한뼘만 한 이야기로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책집은 처음에는 아주 작았습니다. 아니, 처음에는 책집조차 없어요. 삶을 생각으로 갈무리해서 글로 여민 작은 사람 몇몇이 종이에 이야기를 얹어서 나눈 조그마한 손길이 어느덧 퍼지고 자라면서 책집이란 자리로 피어났지 싶습니다. 즐거이 나누며 새로 꽃피우는 생각을 담은 책이 차츰 늘면서 책집도 어느새 책시렁을 늘리고, 나중에는 자리를 키워야 했어요.


  책숲(도서관)도 처음부터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웃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오면서 처음 선 책숲인데, 곳곳에 책집이 늘고 책사랑이 뿌리내리면서 비로소 태어나는 책숲입니다.


  마을에서는 큰책집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마을에서는 큰가게여야 하지 않아요. 이 마을에서 사뿐사뿐 찾아가고 저 마을에서 산들산들 찾아옵니다. 알맞게 추리고 솎은 책으로 마음에 빛살을 담는 이곳에서는 조용히 몇 걸음을 떼면서 책내음을 맡습니다. 아늑히 쉬면서 한 쪽 두 쪽 넘기는 이곳에서는 햇살 한 조각을 함께 나누는 골목이웃 같은 마음으로 여러 갈래 이야기를 넌지시 맞아들이면서 꿈꿉니다.


  돌림앓이가 들끓는다지만 아침나절에 짐을 꾸립니다. 집안일을 얼른 마치고서 아이들한테 하루짓기 즐거이 하라고 얘기하고는 성큼성큼 이웃마을로 걸어가서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를, 이윽고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그리고 서울로 가는 빠른기차를, 서울에서는 전철로 구비구비 돌고서 잿빛집 사이를 달려서 〈한뼘책방〉에 닿습니다. 마지막날 마감을 한 시간 남긴 어두운 저녁에 닿았습니다. 책집 앞에서 숨을 고릅니다. 이 한뼘이 한살림을 이룬 손자취랑 발자국을 헤아립니다.


  온나라에 돌림앓이 얘기가 판칩니다만, 이제는 돌림사랑과 돌림읽기와 돌림나눔과 돌림밭으로 이야기 꼭지를 틀면 좋겠어요. 이 별은 사랑으로 돌아가는 터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비는 아주 작지만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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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스나르의 구두》(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

《서점, 시작했습니다》(쓰지야마 요시오/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11.10.)

《서울에서 보낸 3주일》(장정일, 청하, 1988.8.30.)

《庶民韓國史》(이규태, 샘터사, 1973.4.1.)

《ふるさと60年》(道浦母都子 글·金斗鉉 그림, 福音館書店, 2012.2.20.)

《우리 말과 헌책방 4》(최종규 글·사진, 그물코, 2007.12.10.)

《行ってみたいな こんな國 1∼5》(東 菜奈 글·그림, 岩崎書店, 199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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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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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숲으로 만나는 길 (2020.12.17.)

― 순창 〈밭〉



  아침 일찍 전주에서 버스를 달려 순창읍에 닿고, 동계면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큰짐을 나무걸상에 내려놓습니다. 시골살이 열 몇 해가 지나니 이제 시골에서 면소재지나 마을로 들어서는 버스를 수월히 알아봅니다. 이러면서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버스나 전철을 타는 길을 자꾸 잊어버리거나 헤맵니다.


  고장마다 버스 얼개가 달라요. 고흥에서는 타면서 삯을 치르지만, 순창에서는 내리면서 삯을 치르는군요. 어디나 매한가지이던데, 삯을 어떻게 치르는가를 다들 안 붙여놓습니다. 그러려니 할 뿐이에요.


  동계면에 닿아 다시 큰짐을 짊어지고 걷습니다. 동계초등학교 곁을 지나는데 울타리 없이 나무를 잘 건사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모름지기 배움터라면 둘레로 나무를 빼곡히 돌보면서 풀이 자라는 흙놀이터(운동장)를 한복판에 두어야지 싶어요.


  12월 18일은 〈밭〉이 두돌을 맞이하는 날이라고 해요. 이곳이 태어난 지 두돌이 되어서야 첫걸음입니다. 그러나 태어난 지 스무돌이나 서른돌이 된 책집 가운데 아직 찾아가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저마다 마을 한켠을 곱다시 밝히는 살림숲인 책집이라고 생각해요. 차근차근 마실하다 보면 온나라 마을책집을 모두 돌 뿐 아니라, 몇 해에 한 걸음씩 새로 찾아가서 꾸벅 절을 할 수 있겠지요.


  잘 말린 꽃잎이 길다란 병에 소복합니다. 캐모마일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올해부터 모과꽃·봄까지꽃·매꽃(매화)을 말린 다음 끓는물에 우려서 마셔요. 갓꽃도 말려서 우려 보는데 대단히 환해요. 다만 갓꽃은 벌레도 좋아하는 터라, 말리는 동안 벌레가 숨어들어 알을 낳기 쉽더군요. 꽃송이를 그저 해바라기로 말리면 그해에 다 마셔야 하더라도 햇살을 품은 내음이 배어들어 새로운 기운이 되고요.


  시골을 이야기하는 책이 차츰 늘고, 풀꽃나무를 다루는 책도 꾸준히 늘지만, 시골흙이나 숲을 품은 풀꽃나무하고 살아가는 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적잖은 책은 ‘다른 풀책(식물도감)’을 옮기며 그칠 뿐, 스스로 흙이랑 풀꽃나무를 마음이랑 손길이랑 삶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로 엮지 않아요. 같은 쑥이어도 볕자리에 따라 빛이며 기운이며 내음이며 맛이며 크기가 모두 달라요. 뜯는 달에 따라서도 다르고, 뜯는 때에 따라서도 다르지요. 이렇게 다른, 그러니까 우리 삶을 고스란히 숲으로 노래하면서 누린 하루를 담아내면 다 다르면서 서로 반가운 ‘풀꽃지기’가 될 만하지 싶어요. 식물학자나 농학자는 안 되어도 좋거든요.


  시골을 푸르게 노래하려는 숨결을 마을에서 담는 책집 〈밭〉이 품는 책은 바로 이 마을이며 고장부터 숲으로 깨우고, 이웃 큰고장도 푸르게 돌보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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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닮다》(이현주 글·강진주 사진, 진주식당, 2019;5.15.)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김인수, 목수책방, 2019.11.5.)

《씨앗 할머니의 비밀》(김신효정 글·문준희 사진, 소나무, 2018.11.25.)

《채소다방》(장연희·한혜인·노영경, 채소다방, 20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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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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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에서 (2020.6.9.)

― 부산 〈고서점〉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를 다니면서 ‘책을 읽었나?’ 하고 돌아보면 여느 글책보다 그림꽃책(만화책)을 즐겼습니다. 글책이 없지는 않았으나, 너무 많구나 싶은 꾸러미(전집)로 있는 글책은 처음부터 질렸어요. 어머니나 아버지가 며칠마다 책집마실을 하면서 한 자락씩 장만해 주셨다면 글책읽기를 꽤 즐겼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난날 숱한 어버이는 낱책 아닌 꾸러미로 책을 들이곤 했어요. 다들 바빠서 책집마실을 하기 버거우시기도 했고, 낱책으로 살 적보다 꾸러미로 살 적에 한결 싸면서 덤도 준다고 여기셨지 싶어요.


  두고두고 여민 꾸러미는 아름답습니다만, 장삿속으로 여민 꾸러미는 아름답지 않아요. 하나하나 선보여 꾸러미를 이루기란 어려울까요? 꾸준히 나누며 꾸러미가 되도록 책집살림을 꾸리기는 힘들까요?


  보수동책골목을 떠난 〈고서점〉은 마을 한켠에, 왁자한 골목 한켠에 고즈넉히 있어요. 부산이야 워낙 사람이 많고 길·골목이 좁으니 늘 사람물결입니다. 새터에 깃든 〈고서점〉 둘레에는 오가는 사람으로 북적이는데, 먹고 마시고 입는 가게에서 살짝 눈을 돌리면 읽고 새기고 사랑하는 길을 들려주는 쉼터를 만날 만합니다.


  북적이는 사이에서 쉬는 책집입니다. 복닥거리는 크고작은 고장 한켠에서 마음을 달래는 책집입니다. 바쁜 틈에 한갓지게 삶을 돌아보는 책집입니다. 쳇바퀴를 멈추고서 온마음을 온사랑으로 채우려고 북돋우는 책집입니다.


  묵은 책을 들추다가 어느 책 사이에 깃든 《保科氏 大正國語讀本詳解》를 봅니다. 겉그림이랑 책자취는 떨어져 나간 듯합니다. 뭘까 하고 두리번하면서 들여다보니, 이웃나라에서 선보인 ‘곁배움책(참고서)’이로군요. 마땅한 노릇입니다만, ‘국어’란 이름은 이웃나라가 스스로 총칼을 앞세워 여러 나라로 쳐들어가며 태어난 말씨예요. 이웃나라는 총칼나라가 되기 앞서까지 그저 ‘말·일본말’을 썼으나, 총칼로 우리나라랑 중국이랑 하나씩 집어삼키며 ‘國語·대동아공영’을 부르짖었습니다. 밑자락을 따지면 무서운 이름인 ‘국어’요, ‘국(國-)’을 붙인 말씨입니다. ‘국민’도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총칼질이 서린 낱말이에요.


  우리는 배움터에서 참다운 배움책을 건사할 수 있을까요? 달달 외워서 배움수렁으로 달리는 그런 꾸러미가 아닌, 삶을 슬기롭게 사랑하면서 숲으로 나아가는 사람으로 설 길동무가 될 아름책을 곁에 둘 수 있나요? 그리고 총칼질·다툼질·겨룸질을 멈추고서 ‘국(國)-’붙이 말씨를 몽땅 걷어치울 수 있나요? 책 사이에서 아름말이랑 아름마을이랑 아름길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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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保科氏 大正國語讀本詳解 卷一 (修正版)》(東京辭書出版社 編輯所엮음, 東京辭書出版社, 1918.1.15.)

《鯨, その科學と捕鯨の實際》(大村秀雄·松浦義雄·宮崎一老, 水産社, 1942)

《斗溪雜筆》(이병도, 일조각, 1956.9.20.)

《부산 동광국민학교 17회》(1962.2.) 졸업사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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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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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나아가는 (2020.2.13.)

― 서울 〈이후북스〉



  책은 홀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을 지은 이가 있어더라도 홀로 엮지 못합니다. 글님·그림님·빛꽃님이 손수 나무를 베어서 종이로 갈무리한다면, 또 종이에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을 얹을 물감(잉크)까지 손수 갈무리한다면, 또 종이꾸러미를 여미는 실이나 풀을 손수 갈무리한다면, 이때에는 ‘글님 혼자서 책을 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 책은 ‘지은이’ 곁에 ‘펴낸이’가 있고, 둘 사이에 ‘엮는이’가 있어요. 이 셋 곁에는 ‘박은이·찍은이·묶는이’가 있고, 다 박고 찍고 묶은 책을 건사하는 일꾼에다가, 이 책을 책집으로 나르는 일꾼이 있고, 책집에서는 책집지기가 책손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 노릇을 합니다. 종이를 갈무리하고 물감을 갈무리하는 일꾼도 있으니, 지은이가 읽는이를 만나기까지 그야말로 숱한 사람을 거칩니다.


  책이 태어나면 으레 ‘지은이’만 눈여겨보기 마련이지만, 책을 손에 쥐어 읽으면서 이 모든 길을 함께 훑을 수 있을까요? 펴낸이나 엮는이를 비롯해, 종이를 짓고 종이로 묶고 책집에서 나누는 숱한 사람들 이름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나요?


  혼자서 책을 펴내는 길을 가는 분이 〈이후북스〉에서 이야기꽃을 폅니다. 이 이야기꽃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먼마실을 합니다.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놓고서 책수다를 펴는 자리입니다. 혼펴낸이(1인출판) 곁에 꾸밈님(디자이너)이 앉고, 지은이(글 쓰는 사람)도 나란히 앉습니다. 이제 글쓰기, 꾸미고 엮기, 펴내기, 알리기까지 혼자 해내는 분이 느는데요, 혼자 하기에 스스로 대견하면서 즐거우면 좋겠어요. 곁에서 일을 나누는 벗이 있다면 어깨동무하는 보람을 나누면 좋겠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이웃나라에서 펴내는 책은 예부터 한두 쪽이나 여러 쪽을 들여 ‘책이 나오도록 이바지한 사람’을 줄줄이 들곤 합니다. 스물네 살 무렵까지는 굳이 이렇게 숱한 이름을 적으면서 종이를 더 써야 하나 아리송했어요. 종이를 아껴 한 줄이라도 더 이야기를 담을 만할 텐데 싶었지요. 스물네 살에 펴냄터(출판사)에 처음 들어가서 일하는데 제 이름이 책자취에 들어가더군요. 왜 들어가나 했더니 ‘지은이·엮은이’뿐 아니라, 이 책을 알리고 팔며 책집에 넣고 펴냄터 살림을 건사하는 사람도 ‘함께 책을 짓는 사람’이라고 알려주더군요.


  이때에 비로소 ‘함께하는 사람 이름’을 한 줄로라도 더 넣는 뜻, 굳이 몇 쪽을 들여 고맙다고 밝히는 마음을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한 쪽 줄여도 ‘이름넣기’를 제대로 해야 아름책이 되네 하고 깨달았어요. 그래요, 고마운 이름을 불러야지요.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하는 이웃을 바라볼 적에 비로소 책빛이 반짝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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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B 전문가》(이방황 글·사진, 2019)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이정하 글·슬리퍼 사진, 스토리닷,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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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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