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숲노래 책숲마실


사랑길 (2022.3.20.)

― 서울 〈서촌 그 책방〉



  사랑은 ‘사랑’이고, 책임은 ‘책임’이라는 대목을 제대로 갈라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숱하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허울로, 사랑이 아닌 굴레를 씌우”게 마련입니다. 사랑과 책임은 다릅니다. 둘이 같다면 “똑같은 말”을 쓰겠지요. ‘애완동물’하고 ‘반려동물’은 틀림없이 다르기에 이름을 갈라요.


  예전 우리 살림(문화)은, “서울(도시)에서 살더라도 마당 있는 집”일 적에만 ‘곁짐승(반려동물)’을 돌보았습니다. 이제는 이 살림이 아주 사라져서 “마당은커녕 풀포기 없고 흙조차 못 밟는 ‘서울잿빛(도시 아파트 문명)’ 한복판”에서조차 곁짐승을 자꾸 기릅니다. “서울(도시)에서 곁짐승을 돌보는 길(에티켓)”을 다루는 길잡이책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른인 두 사람은 “사랑하려고 아이를 낳을” 뿐입니다. “책임지려고 아이를 낳지 않”아요. 사랑하는 아이를 낳으면 ‘맡아서(책임)’ 돌보려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책임지려고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은 먼저 있지도 않고, 앞서서도 안 될 노릇이에요. ‘숨결(생명)’을 낳는데 ‘사랑’이 없이 ‘책임’만 생각한다면 ‘짐승우리(동물원)’에 가두듯 아이를 배움터(학교·학원)에 가두면서 “책임·의무를 다한다”고 말할 테니까요.


  사랑하고 책임은 다릅니다. 사랑이기에 아이를 낳고 풀꽃나무를 품고 곁짐승을 돌볼 줄 압니다. 이 다른 결을 짚으며 서울 서촌 골목을 빙그르르 헤매다가 문득 〈서촌 그 책방〉에 닿습니다. 그동안 이 앞으로 두어 걸음 찾아온 적이 있으나 그때에는 닫혔는데, 오늘은 땀을 살짝 빼면서 서울골목을 헤매다가 깃드는군요.


  해가 잘 드는 골목 안쪽 책집은 호젓합니다. 나들이하는 젊은 물결은 이곳까지 스치지는 않는 듯합니다. 해랑 바람을 머금으면서 책빛을 보듬으려는 손길이 살그마니 이리로 닿는구나 싶어요.


  길잡이가 있기에 길을 찾지 않습니다. 스스로 길눈을 틔워서 부딪히고 넘어지고 헤매고 막히는 사이에 시나브로 길을 익힙니다. 해주기에 넉넉한 살림이 아닌, 스스로 짓기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삶입니다. 나는 나처럼, 너는 너처럼, 우리는 우리처럼, 이 하루를 바라보고 스스로 꽃이 되는 다 다른 사랑입니다.


  우리는 초라하지도 않지만 우람하지도 않습니다. 크기·부피·세기는 허울입니다. 살림·삶·사랑이 알맹이입니다. 조그맣게 처음 여는 발걸음은 늘 새롭고, 이 작은 첫걸음은 스스로 나를 찾는 삶길입니다. 책집지기님 밑줄이 그득한 책을 살살 넘기면서 손빛을 느낍니다. 손빛을 받기에 모든 책이 새삼스레 다시 태어납니다.


《아내의 시간》(이안수 글·사진, 남해의봄날, 2021.11.30.)

‘서촌 그 책방’ 읽기모임에서 나눈 책이름을 새긴 천바구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스무빛깔 무지개로 (2022.6.2.)

― 서울국제도서전 2022 스무빛깔



  어른은 가르치는 사람일 수 없습니다. 아이야말로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알았어요. 그냥 저절로 알아요. 왜냐하면 어릴 적에 저는 ‘아이’였잖아요. 모든 아이는 “우리가 스스로 아이라서 어른을 일깨우고 가르치는 줄 압니”다. 아이는 아이다운 눈빛으로 보면서 말하지요. “저 어른은 있잖아, 말로는 착한 척하지만 뒤에서 구린 짓을 하더라.” “저 어른은 우리더러는 하지 말라고, 하면 나쁘다고 하면서, 그 나쁜짓을 혼자 다 하더라.” “저 어른은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몽둥이를 휘두르면 나쁘다고 말을 하는데, 그러면서 우리(아이)를 왜 때려? 참 못난 사람이야.” “저 어른은 늘 혼자만 떠들어. 우리 얘기는 하나도 안 들어. 우리 얘기를 안 듣는 사람은 어른 같지 않아.” “우리(아이)더러 지켜야 한다고 외치지 말고, 어른부터 스스로 잘 지키면, 우리는 어른을 보면서 잘 따라갈 텐데, 어른들은 스스로 안 지키는 일을 언제나 말로만 우리한테 시켜.”


  책이 태어나자면 여러 사람 손길이 듭니다. 이야기를 쓰거나 짓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를 살피고 받아들여서 여미는 사람이 있고, 여민 이야기를 읽기 좋도록 다듬는 사람이 있고, 읽기 좋도록 다듬은 이야기를 종이에 앉히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를 앉힌 종이를 추스르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꾸러미를 실어나르는 사람에 헛간에 건사하는 사람이 있고, 책집이란 이름으로 이야기꾸러미인 책을 맞아들여서 이웃한테 다리를 놓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꾸러미인 책을 알리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꾸러미인 책을 오래오래 건사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숲이 있어요. 해바람비를 곱고 푸르게 머금은 우람한 나무가 몸을 바쳐야 종이를 얻어요. 저도 책을 써내는 사람입니다만, 저 혼자 훌륭하기에 책을 쓰지 않습니다. 숱한 이웃님 손길을 사랑으로 받을 뿐 아니라, 이 푸른별에서 해바람비를 노래하는 숲한테서 사랑을 받기에 책을 쓰는 사람으로 섭니다.


  서울도서전은 ‘잘난이(유명작가)’ 서너 사람 이야기꽃(강연)을 넓게 펼치는 듯합니다. 그런데 ‘잘난이’를 모신 탓에 너무 커요. 잘난이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리니 책잔치판이 어수선합니다. 모름지기 책잔치라면 다 다른 책이 나란히 빛나도록 꾸릴 노릇이에요. 백이나 이백 사람까지 앉아서 잘난이 말을 듣기보다는, ‘꼭 스무 사람까지만 듣는 작은 책수다’를 ‘두 시간마다 스무 자리씩 작게 꾸린다’면, 하루에 ‘지음이(작가) 백 사람’이 ‘백 가지 책수다꽃’을 피울 만합니다. 닷새라면 자그마치 오백 지음이가 오백 가지 책노래를 부를 만해요. 지은이·엮은이·펴낸이·꾸민이·책집지기·책숲지기·책손·책마을 일꾼·말글지기·옮김빛·글바치(기자)가 고루 만나는 “스무빛깔 책무지개”로 거듭나길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별 달 호호 (2022.6.2.)

― 서울국제도서전 2022 나는별



  혼자 잘난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잘났어요. 혼자만 대단한 사람은 없어요. 모든 사람은 다 다르게 대단합니다. 우리가 마을을 이루거나 고을이며 나라라는 한결 너른 울타리로 살림을 할 적에는 저마다 다르게 잘나고 대단하고 아름답고 훌륭한 빛을 나눈다는 뜻이라고 여길 노릇이라고 느껴요.


  혼자 잘난 사람은 안 배웁니다. 혼자 대단한 사람은 이웃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혼자 떠듭니다. 서로 다르게 빛나는 줄 아는 사람은 오순도순 살림을 나누면서 하루하루 새롭게 이야기하지요. 서로 다르게 아름답다고 깨닫는 사람은 아이어른 사이에는 사랑 하나가 있을 뿐, 나이나 몸집이나 돈이나 이름값 따위로 가를 수 없는 줄 알아요.


  2022년 서울도서전을 둘러보면서 “왜 크고작은 칸으로 갈라야 할까?” 아리송했어요. 다 다르게 아름다운 책이라면 큰펴냄터(대형출판사)도 작은펴냄터(소형출판사)도 똑같은 크기인 칸(부스)을 얻어서 꼭 그만 한 자리에 맞게 책을 고르고 뽑고 추려서 놓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책잔치(도서전)는 ‘잘난책 자랑질’이 아니라 ‘다 다른 책이 어우러지는 놀이마당’일 테니까요.


  올해에는 유난히 재미없는 자리라고 느껴 일찌감치 떠나려고 하다가 ‘호호아’가 생각났습니다. 옮김빛(번역가) 황진희 님이 새로 낸 책을 막바로 만날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러나 ‘호호아’ 이름이 적힌 칸은 없습니다. 왜 없나 하고 한참 빙글빙글 돌다가 ‘나는별’ 칸에 살그마니 책을 놓기만 한 줄 알아차립니다.


  작고 알차며 사랑스러운 ‘나는별’ 그림책은 나라 곳곳 여러 마을책집을 다니면서 늘 봅니다. 곰곰이 생각하자니, 저는 ‘나는별’ 그림책을 으레 여러 고장 다 다른 마을책집에서 하나씩 천천히 장만하면서 읽었어요.


  묵직한 책짐을 짊어지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려던 숲노래 씨는 조금 더 깃들기로 합니다. 이러다가 ‘나는별’ 칸에는 ‘달달북스’가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며 있는 줄 깨닫습니다. 작은펴냄터 둘이 손잡고서 작은펴냄터 한 곳을 품은 셈이로군요. 작기에 서로 바라보고, 작으니 서로 돌보고, 작으면서 서로 반짝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 다른 마음과 사랑으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겉보기로는 크거나 작을 테지만, 속빛을 헤아린다면 크기란 없이 다 다르게 꽃으로 피어나는 사랑을 줄거리로 여미어서 담을 뿐인 책입니다.


  너울치는 바다는 고요하게 돌아가고. 이 고요한 바다는 다시 너울쳐요. 바다를 낀 인천에서 나고자란 뒤, 바다를 품은 고흥에서 시골내기로 살아가기에, 노상 바다노래를 부릅니다. 사람바다인 책바다 사이에서 ‘나는꽃’이 되어 봅니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황진희, 호호아, 2022.6.30.)

《별일 없는 마을에 그냥 웜뱃》(이달 글·박지영 그림, 달달BOOKS, 2021.3.20.)

《우리는 단짝》(미겔 탕코/김세실 옮김, 나는별, 2022.6.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단히 벼르고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다가

거북할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


숲노래 책숲마실


만원짜리 불량티켓 (2022.6.2.)

― 서울국제도서전 2022



  모든 나무는 처음에는 씨앗이었습니다. 모든 커다란 펴냄터(출판사)도 처음에는 조그마했습니다. 날개책(베스트셀러)를 거느린 글님·그림님도 처음에는 애송이나 풋내기나 병아리나 새내기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해마다 펴는 책잔치라면, 이제는 일본스런 한자말 ‘국제도서전’은 제발 걷어치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일본 한자말에 기대어 우리말을 버리는 짓을 일삼으면서 ‘책잔치’를 스스로 망가뜨릴 셈일까요? 이렇게 말하면 둘레에서 묻더군요. “이봐, ‘책’이란 말도 한자잖아?” “글쎄, 그럴까요? ‘책’을 ‘冊’으로 적으면 한자일 테지만, 우리는 ‘책’이라는 소릿결에 ‘채우다·챙기다’라는 낱말을 이루는 뿌리인 ‘채’로 읽어도 되고, ‘뜰채·잠자리채’처럼 ‘잡아채다’를 가리키는 ‘채’로 새겨도 됩니다. 소리는 같되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밝히고 빛내고 가꾸어 “우리 책”을 오롯이 우리말로 녹여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생각’은 “새롭게 가려고 맺는 씨앗”을 뜻합니다. 모든 생각은 “마음에 새롭게 심는 씨앗”입니다. ‘생각 = 새로운 빛’이에요.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새롭게 마음을 가꾸는 사람입니다. 생각없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낡거나 고인 틀에 갇혀서 쳇바퀴를 도는 몸뚱이입니다.


  도란도란 ‘책수다’조차 못 하고 ‘북토크’밖에 못 하는 얕은 마음으로는 우리 스스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책을 짓는 살림빛으로 나아가지 않더군요. 어느 책이건 자랑거리일 수 없습니다. 자랑하려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내는 사람은 마음이 텅 비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심어서 생각을 훨훨 날갯짓으로 펴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책을 짓습니다.


  서울에서 대구 이웃님을 만나러 고흥에서 머나먼길을 목돈을 들여 나섰습니다. ‘종이쪽(티켓)’을 받으려고 일부러 ‘네이버 예매’도 안 하고, 책마을 이웃님한테서 ‘거저삯(공짜표)’도 안 받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책잔치 아닌 도서전에는 종이쪽이 없고 ‘나달나달한 종이띠’만 달랑 하나 주는군요. 이런 “만 원짜리 불량티켓”을 파는 사람(주최측)은 책을 참으로 미워하나 봅니다.


  책잔치라면 ‘종이조각 하나에 아름답게 새겨넣을 글 한 줄에 그림 한 자락을 넣어서 가만히 건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책잔치는 ‘누리책(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펼치는데, 왜 종이쪽(티켓)이 없는지요? 책을 그만 미워하십시오.


  책수다 아닌 북토크는 너무 우람합니다. 잘난이(베스트셀러 작가)란 없어요. 열다섯 사람까지만 받는 작은 ‘수다판(강연장)’을 스무 군데쯤 꾸려서 작고 나즈막하게 책노래를 나누도록 바꾸기를 바랍니다. ‘유명작가 자뻑질’은 볼썽사나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마음을 담는 읽기 (2022.6.2.)

― 서울국제도서전 2022 〈서재를 탐하다〉



  책을 왜 읽느냐고 누가 물으면, “오늘까지 어떻게 살아오며 무엇을 보고 느껴서 배웠는가 하고 돌아보면서, 이제부터 새롭게 맞아들여 하루를 노래할 이야기를 스스로 어떻게 가다듬으면 즐거울까 하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속삭이고 싶어서”라고 첫마디를 뗍니다. 곧이어 “내가 품고 사랑하는 숲을 한 손에 놓고, 이웃이 품으며 사랑하는 숲을 다른 손에 놓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하고 싶어서”라고 두마디를 뗍니다. “나부터 누려 보는 이 빛살 가운데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빛줄기로는 무엇이 있으려나 찾아보고 싶어서”라고 석마디를 떼고, “나는 앞으로 어떤 책을 어떤 숨결을 담아서 어떻게 짓고 나눌 적에 스스로 사랑으로 피어나려나 꿈을 그리고 싶어서”라고 넉마디를 떼어요.


  대구에서 마을책집 〈서재를 탐하다〉를 일구는 이웃님이 6월 1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펴는 “서울국제도서전 2022”에 함께합니다. 지난해하고 올해에 대구로 책집마실을 다녀올 적에 〈서재를 탐하다〉하고 〈읽다 익다〉에 들를 겨를이 안 났습니다. 대구로 찾아간 날은 두 책집이 닫는 날(요일)이기도 했고, 마침 여는 날에 대구에 깃들었어도 길흐름하고 안 맞아 다음으로 미루었어요. 이러다 문득, 대구도 고흥도 아닌 서울에서 만나 책길을 나누는 하루도 새롭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구 〈서재를 탐하다〉는 ‘서탐·탐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이야기를 여미어 작은책을 일굽니다. 작은사람으로서 작은살림을 작은소리에 담아서 작은노래로 이웃한테 들려주는 작은손길입니다. 으리으리하게 집을 세워 으리으리한 책을 내놓는 ㅁ이나 ㅊ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너무 으리으리하고 많아서 외려 무엇에 눈을 두면서 마음으로 품을 만한가 잘 모르겠습니다. 탐프레스 분들은 손수 하나씩 깁고 여미어 《책 만드는 사람들, 100개의 말들》이라는 작은책을 꼭 온(100) 자락 꾸렸고, 이 작은책은 탐프레스 책을 한 자락 사는 분한테 하나씩 드린다고 하더군요.


  오직 며칠 사이에 서울 한복판에서 꼭 100자락만 만날 수 있는 작은책을 바라보면서 시골사람이 서울마실을 해보아도 즐겁습니다. 싱그러운 여름숲 앵두따기는 두 아이한테 맡기고서 길을 나섰어요. 붐비는 서울칙폭으로 갈아탔고, ‘코엑스 전시장’이 어디인지 못 찾아 한참 헤맸어요. 물살림숲 아닌 ‘아쿠아리움’ 언저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손전화 길그림을 켜고서도 엉뚱한 곳으로 간 끝에, 대구 책빛을 서울에서 찾았습니다. 아무리 높고 빼곡한 서울이어도 길가나 골목 떨기나무에 참새가 숨어서 가벼이 노래하더군요. 까마귀도 몇 만났습니다. 아직 서울에도 새가 있으니, 새롭게 이 북적판 한켠에 책짓기라는 마음씨앗을 심을 만하겠지요.


ㅅㄴㄹ


《그림자 소녀》(최인영 글·그림, 탐프레스, 2021.7.15.)

《W.살롱 에디션 3 관습에 NO 내 인생의 ON》(김정희·이도·권지현 글, 서탐, 2020.11.20.)

《이도 일기》(이도 글·그림, 탐프레스, 2022.6.7.)

《책 만드는 사람들, 100개의 말들》(탐프레스 편집부, 탐프레스, 2022.6.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