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민낯 맨낯 삶낯 (2023.4.22.)

― 서울 〈숨어있는 책〉



  누구나 늘 무슨 말을 합니다. 느끼고 보고 헤아리는 하루를 말로 옮깁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며 배운 얼거리로 말을 폅니다. 오늘까지 익히고 다진 숨결을 말에 담습니다. 깊거나 넓게 말을 들려주는 사람이 있고, 얕거나 어설피 말을 내뱉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다릿심을 기릅니다. 아이들은 다치고 멍들면서 튼튼하게 큽니다. 어른도 넘어질 때가 있고, 자꾸 다칠 수 있습니다. 아이나 어른 모두 잘못을 숱하게 저지르면서 뒤늦게 배우게 마련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느냐 마느냐는 썩 대수롭지 않습니다. 잘못을 뉘우칠 줄 알면 되고, 허물을 곱씹으면서 거듭나려고 애쓸 노릇입니다.


  예부터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고개숙일 줄 알기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나아갑니다. 고개를 안 숙이니까, 아이에서 철딱서니없는 놈팡이로 건너가더군요.


  봄빛을 느끼는 저녁에 〈숨어있는 책〉에 찾아옵니다. 이 책도 고르고 저 책도 집습니다. 시골집에서 몇 달 동안 느긋이 읽을 책을 잔뜩 고릅니다. 시골에는 풀꽃나무에 개구리에 새에 풀벌레가 둘레에 넘실넘실이되, 둘레에 책집이 없고 ‘책읽는 이웃’도 없다시피 합니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길 뜻이 있는 분이라면, 논밭일뿐 아니라 책읽기를 하려는 마음도 품기를 바라요. 논밭일에만 온하루를 쏟지 말고, 하루 한나절씩 가만히 읽고 쓰고 새기는 삶을 짓는 꿈으로 시골살이를 하기를 바랍니다.


  돈만 벌거나, 이름만 날리거나, 힘만 부리는, 이런 바보스런 삶은 스스로 죽음길로 치달아요.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고, 생각을 짓는, 이런 어진 삶은 스스로 삶노래로 뻗습니다. 민낯이 살림낯이니 고와요. 맨낯이 숲낯이니 아름다워요. 민낯이 돈버러지라면 얼뜨지요. 맨낯이 힘바치라면 가엾습니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늘 스스로 새롭게 섭니다. 스스로 안 배우고 안 익히는 사람은 늘 고리타분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가 있지만, ‘아이돌봄 시늉’을 하는 철없는 이가 있습니다. 살림을 짓고 책을 읽고 풀꽃나무를 품는 어른이 있으나, ‘책읽는 흉내’에 그치는 겉발림이 있어요. 잘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찬찬히 펴면서 거듭날 일입니다. 잘못했으면 고개숙이면서 고쳐나갈 노릇입니다. 고개를 빳빳이 세울수록 쭉정이처럼 나부대다가 쓰러집니다.


  서울마실을 하며 책을 실컷 보았으니, 이제 쉬러가야겠습니다.


ㅅㄴㄹ


《식민지의 四季》(죠지 오웰/장윤환 옮김, 청람, 1980.5.10.2벌)

《굶는 광대》(프란츠 카프카/김창활 옮김, 태창, 1978.9.15.)

《傳敎大師》(竹內芳衛, 日本打球社, 1943.3.25.첫/1943.8.15.재판.)

- 書籍·文具 柳商會. 京城府明倫町二丁目一五. 電話東局 ⑤三一五番

- 일본 천태종 

《王子와 탈》(최인훈, 문장, 1980.5.5.첫/1980.7.10.재판)

《국민정신무장독본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오천석, 현대교육총서출판사, 1968.6.15.)

《朝日政治經濟叢書 6 婦人參政權の話》(朝日新聞社 政治經濟部 엮음, 朝日新聞社, 1930.11.30.)

《유니베르타스문고 1 현대물리학의 자연상》(W.하이젠베르크/이필렬 옮김, 이론과실천, 1991.12.5.)

《죽을 준비》(손철, 상아, 1989.4.20.)

《작은 시집》(김연희, 꾸뽀몸모, 2015.1.2.)

《서울에서 보낸 3주일》(장정일, 청하, 1988.8.30.첫/1988.9.20.2벌)

《조치훈 1주일 완성 최신바둑첫걸음》(조치훈, 행림출판, 1985.10.20.)

- 문경서적 책싸개 한서부 T.22-8558 양서부 T.26-5069

《과학사의 뒷이야기 3》(이준범 엮음, 삼안출판사, 1978.1.30.첫/1980.2.1.재판)

- 우주여행과 전자두뇌와 로봇이 지배하는 2001년의 과학세계를 해부하는 시리이즈

- 범우서점. 각종일반서적·학교참고서. 안양 2-7099 천주교회 옆.

《종이비행기》(편집부 엮음, 산하, 1990.1.20.)

《霧津紀行》(김승옥, 범우사, 1977.5.5.첫/1979.10.20.중판)

《분홍의 시작》(남길순, 파란, 2018.8.20.)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정숙자, 파란, 2017.6.26.)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최명진, 걷는사람, 2023.1.25.)

《발코니 유령》(최영랑, 실천문학사, 2020.11.16.)

《억울한 세금 내지 맙시다》(윤종훈, 보리, 1996.10.15.)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김기만, 지원, 1990.12.10.첫/1991.4.15.5벌)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 솔, 2000.10.5.)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신경림·이시영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5.3.30.)

《배의 歷史》(김재근, 정우사, 1980.1.25.)

《韓國文學全集 13 兪鎭午 選集》(박세준 엮음, 선진문화사, 1973.5.1.)

- 新女苑 5월호 別冊際錄

《荒無地에 뿌리를 내리고》(김용기, 노벨문화사, 1972.9.23.)

《韓國兒童文學論》(이상현, 동화출판공사, 1976.9.10.)

《나라사랑 43집 별책》(백낙준 엮음, 외솔회, 1982.6.30.)

《辭說時調全集》(김제현 엮음, 영언문화사, 1985.4.30.)

《愛國歌와 安益泰》(김경래, 성광문화사, 1978.1.20.)

《우리글 바로쓰기》(이오덕, 한길사, 1989.10.28.)

《한글의 역사와 미래》(김정수, 열화당, 1990.10.8.)

《발해사 연구 7》(장월영 엮음, 연변대학출판사, 1996.12.)

《辛亥革命史》(左舜生/정병학 옮김, 문교부, 1965.3.10.)

《Martin Chambi》(Amanda Hopkinson 엮음, Phaidon, 2001.)

《Mathew Brady》(Mary Panzer 엮음, Phaidon, 2001.)

《80년대 대표소설》(편집부 엮음, 현암사, 1989.12.15.)

《새(鳥)說話 硏究》(강신영,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1997.2.)

《아시아의 축제》(유네스코 아시아 문화센터 엮음/김유진 옮김, 일지사, 1976.11.20.)

- 우리 명숙이의 지속적인 발전을 빌면서, 롯데백화점에서 오빠와 함께 어린이날을 기념하면서 1981.5.5.

- 一九八六.十.九. 한글날 연희동에서 기문이 주려고 사다. 동화책을 보면 내 사랑하는 기림이·기문이에게 사주고 싶다.

《세계과학문고 : 끝없는 집념》(박동현·현정순 엮음, 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1980.5.1.)

- 독후감은 이렇게 쓰자

- 제2회 전국학생 과학문고 읽기 운동

- 과학책 읽어 나라 힘 꽃피우자

《2016 한글을 듣다》(편집부 엮음, 국립한글박물관, 2020.12.23.)

《講談社文庫 A8 羅生門·偸盜·地獄變·往生繪卷》(芥川龍之介, 講談社, 1971.7.1.)

《哲學の人間學的原理》(チェルヌイシェフスキ-/松田道雄 옮김, 岩波書店, 1955.11.25.첫/1957.1.20.2벌)

《世界史のなかの明治維新》(芝原拓自, 岩波書店, 1977.5.20.첫/1977.7.15.2벌)

《寫眞の讀みかた》(名取洋之助, 岩波書店, 1963.11.20.첫/1964.8.10.4벌)

《유승준 사진집 INFINITY》(김중만 사진, 김영사, 2001.9.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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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고무신 (2023.12.22.)

―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큰고장과 서울에서 지낼 적에 고단하던 한 가지는 ‘신’입니다. 발에 꿰는 살림인 ‘신’은 으레 플라스틱덩이라 바람이 안 들어요. 고삭부리로 태어나 코머거리랑 살갗앓이로 고달피 어린날을 보낼 적에 ‘폴리옷’은 남이 입은 옷을 스치기만 해도 며칠씩 살갗이 빨갛게 부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슈트’라 일컫는 하늬옷을 차려야 점잖다고 여기지만, 이른바 ‘양복’ 옷감은 살갗앓이로 고단한 사람한테는 사나운 멍에입니다. 저는 ‘양복 입은 이’ 곁에는 아예 안 있으려고 합니다.


  2003년 가을부터 이오덕 어른 글살림을 갈무리하는 일을 하느라 충주 무너미마을에 깃들며 처음으로 고무신을 꿰었습니다. 고무신은 큰고장과 서울 옛저자 신집에서도 살 수 있더군요. 발가락과 발바닥이 숨쉴 틈이 많은 고무신을 만난 뒤로는 이제 한겨울에도 고무신만 뀁니다. 2003년에는 한 켤레 3000원이었고, 2023년에는 6000원입니다.


  눈덮인 광주로 살짝 마실을 나왔습니다. 고무신으로 눈길을 걷기란 만만하지 않고, 발가락도 업니다. 미끄러울수록 더 느긋이 걷고, 발가락이 얼수록 더 오래 쉽니다. 저녁에 만날 분한테 찾아가기 앞서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에 들릅니다. 호젓한 골목길을 가만히 밝히는 마을책집입니다.


  어쩐 일인지 불이 훅 나갔는데, 불빛이 없으니 한결 고즈넉이 앉아서 책을 펼칠 만합니다. 우리 시골집은 조금 어둡게 건사하기에 밤이 익숙해요. 깜깜한 책집에 앉아서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불이 없으면 별을 보면 됩니다. 불빛에 기대는 서울살림이 너무 퍼진 탓에 별과 해를 자꾸 잊게 마련입니다.


  누구나 다 다르게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배우는 하루입니다. 알고 보면, 나중에 뒤돌아보면, 곰곰이 새기면, ‘잘못·말썽·사달·저지레’는 없더군요. 다 다르게 겪는 수렁이나 굴레나 차꼬이기도 하면서, 다 다르게 헤치고 견디고 넘으면서 새롭게 거듭나는 길이에요. 다만,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으면 스스로 뉘우쳐서 깨끗하게 거듭날 일입니다. 저지레를 멈추고서 사랑으로 피어나는 길을 찾을 노릇이고요.


  전라남도에서 열 몇 해를 사노라니, 이 고장 적잖은 벼슬아치하고 글바치는 몇 가지 틀에 갇히거나 가두면서 숱한 ‘잘못·말썽·사달·저지레’를 두루뭉술 감추거나 덮더군요. 배우거나 고치거나 거듭나는 분이 뜻밖에 드물어요.


  하나하나 따지자면, 전남뿐 아니라 전북도, 경남과 경북도, 서울과 경기도, 엉터리는 다 엉터리입니다. 어른은 다 어른입니다. 고장 탓을 할 일은 없습니다. 별빛을 받아들이고 말빛을 새기면서 마음을 가꿀 적에 비로소 사람다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물망초》(요시야 노부코/정수윤 옮김, 을유문화사, 2021.5.30.)

《열화당 사진문고 : 도마쓰 쇼메이》(도마쓰 쇼메이 사진, 이안 제프리·최봉림 글, 열화당, 2003.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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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집이 품는다 (2023.12.22.)

― 광주 〈광일서점〉



  우리나라는 작은 듯해도 넓습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마녘하고 높녘 날씨가 확 다릅니다. 더욱이 시골은 한여름에 아무리 펄펄 끓어도 별이 돋는 밤이면 서늘하고, 한겨울에 아무리 얼어도 해가 나는 낮이면 사르르 녹아요. 겨울이 깊어가는 해끝에 광주마실을 갑니다. 먼저 계림동 쪽으로 거닐어 〈광일서점〉에 닿습니다.


  책집 할배는 오늘도 잘 계십니다. 작은 새책집은 꾸준히 늘지만, 작은 헌책집은 꾸준히 사라집니다. 책이란 돌고돌게 마련인데, 돌고돌 책길을 잇는 끝자락인 바다 노릇을 하는 헌책집을 눈여겨보는 젊은 이웃이 너무 적어요.


  한 사람이 한 벌을 읽고서 사라져야 할 책이 아니라면, 책숲에서 빌리는 사람이 없어서 치워야 하는 책이 아니라면, 손길을 새롭게 받기를 기다리는 책이 깃들 쉼터인 헌책집을 눈여겨보겠지요. 어느 나라이건 버림받는 책이나 잊히는 책이 멧더미입니다. 퍽 오래 손길을 못 받은 책이더라도 읽힐 값이 없지 않아요. 읽힐 값이 깊고 넓지만 오히려 손길을 못 받고 스러지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오늘 〈광일서점〉에 여러 겹으로 쌓인 ‘새 헌책’은 광주 어느 열린배움터에서 우리말글을 가르치던 분한테서 잔뜩 흘러나왔습니다. 배움지기 한 분이 흙으로 떠난 듯싶어요. 이 배움지기는 일본 어느 열린배움터 배움지기하고 책을 주고받은 듯합니다. 일본에서는 일본책을 우리나라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책을 일본으로 보내어 서로 배움길을 열었구나 싶군요.


  마지막으로 알아볼 손길이 이 책꾸러미를 품었고, 고맙게 하나하나 쓰다듬습니다. 이름으로만 들은 ‘가나자와 쇼자부로’ 책을 구경합니다. 일본도 처음부터 ‘국어(國語)’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으나, 어느새 ‘국어’란 이름을 썼고, 어리석은 싸움판이 끝장나고서 한참 지나고 난 뒤부터 ‘국어’란 이름을 ‘일본어’로 바꾼 이웃나라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국어’를 바보처럼 붙듭니다.


  생각에 생각을 보태려 하기에 배웁니다. 생각에 생각을 나누려 하기에 살림을 짓습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마음에 심기에 사랑이 싹틉니다. 모든 생각은 말 한 마디에서 태어납니다. 말을 허투루 지나치면 마음이 낡습니다. 말을 알뜰히 돌보면 마음이 환합니다. 말을 업신여기면 마음이 찌듭니다. 말을 곱게 살리면 마음이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우리는 ‘길’을 갈 뿐입니다. ‘-즘·주의·노선·방향·정책’이 아닌 ‘길’을 갈 일입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길을 가면서 ‘길듭’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라면, 길을 가며 기운이 나고 꿈을 기르고 슬기가 깊습니다.


ㅅㄴㄹ


《남영동》(김근태, 중원문화, 1987.9.30.첫/1988.6.20.4벌)

《학교와 사회》(W.파인버그·J.F.솔티스/고형일·이두휴 옮김, 풀빛, 1990.9.30.)

《내 고장 전통 가꾸기》(편찬위원회 엮음, 완도군, 1981.12.30.)

《江戶語の辭典》(前田勇 엮음, 講談社, 1979.10.10.첫/1995.8.22.15벌)

《문맥서평 제2호》(출판편집자협의회 문맥회, 미래사, 1988.7.4.)

《敬語法の硏究 訂正版》(山田孝雄, 寶文館, 1924.6.20.첫/1931.6.20.고침)

- 巖松堂書店. 東京 神田

《國語學通論》(金澤庄三郞, 早稻田大學出版部, 1923.)

- 가나자와 쇼자부로 1872∼1967

《新修 國語學史》(東條操, 星野書店, 1948.5.20.)

- 一九四八年 六月 三十日, 京都女專 國文科 

《防災科學 震災》(岩波茂雄 엮음, 岩波書店, 1935.4.15.)

- 朝鮮總督府 氣象臺

- 觀測所 光州出張所 14.9.7.

《안 이쁜 신부도 있나 뭐》(유하·하재봉·함민복·함성호·김정란, 세계사, 1992.1.1.첫/1992.1.30.2벌)

《에코스파즘(발작적 경제위기)》(앨빈 토플러/이희구 옮김, 한마음사, 1982.9.20.)

《語錄 民族의 소리》(홍선희 엮음, 태극출판사, 1978.11.25.)

《민족사의 불기둥 1》(이은상, 청년저축조합·횃불사, 1971.11.30.)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김진아, 바다출판사, 2019.4.8.첫/2019.5.15.2벌)

《번역어 성립 사정》(야나부 아키라/서혜영 옮김, 일빛, 2003.4.1.)

- #飜譯語成立事情 #柳父章 1982년

《역사속의 민중과 민속》(한국역사민속학회 엮음, 이론과실천, 1990.9.25.)

《노동하는 인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교황 요한 바오로 2세/범선배 옮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3.12.1.첫/1983.12.31.재판)

《註解 新約聖書》(黑崎幸吉, 明和書院, 1930.12.10.첫/1953.3.29.10벌)

《月刊牧會 별책부록 : 敎會學校 프로그램과 壯年의 責任》(칼드웰/오소운 옮김, 월간목회사, 1978.3.1.)

《月刊牧會 별책부록 : 韓景職 牧師의 牧會論》(이동섭, 월간목회사, 1978.4.1.)

《꼬마 니콜라 4 니콜라의 멋진 추억》(L.고시니·장 자크 상페/민희식 옮김, 거암, 1986.11.30.)

《동녘문고 3 여성과 노동》(이명희 엮음, 동녘, 1985.5.15.)

《산업신서 13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편집부 편역, 광민사, 1981.6.22.)

《백산문고 5 노동조합의 조사연구입문》(편집부 엮음, 백산서당, 1984.5.30.)

《大說 ‘南’》(김지하, 창작과비평사, 1982.12.25.첫/1984.10.20.3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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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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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불굿싸움 (2018.12.8.)

― 순천 〈골목책방 서성이다〉



  어릴 적부터 이 땅에서 마주하는 낯설고 새로운 모두가 궁금해서, 쉬잖고 둘레 어른이나 동무나 언니한테 물었습니다. “철은 뭐예요? 겨울은 왜 겨울이에요? 이 나무는 이름이 뭐예요? 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새는 이름이 뭐예요? 저 구름은 뭐라고 해요? 이 꽃은 먹어도 돼요? 왜 쉬운말을 안 쓰고 어렵게 말해요?” 같은.


  곰곰이 돌아보면, 우리 어머니를 빼고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이 대꾸를 안 했고, 꿀밤을 먹였습니다. 박정희는 스러졌지만 전두환이 서슬퍼렇던 무렵이라, 나이든 사람은 나어린 사람을 쉽게 때린 지난날이에요. 이를테면 마흔 살짜리는 서른 살짜리를 때리고서 돈을 뺏습니다. 서른 살짜리는 스무 살짜리를 때리고서 돈을 뺏습니다. 스무 살짜리나 대학생은 고등학생을 때리고서 돈을 뺏는데, 고 3·고 2·고 1로 또 벌어지고, 중 3·중 2·중 1뿐 아니라, 국 6부터 국 2까지 때리고서 돈을 뺏는 얼개였어요. 국 1은 예닐곱 살 아이를 때리고서 돈을 뺏더군요.


  이 바보스런 나라 한복판을 지켜보다가 열네 살 무렵부터 맞서기로 했습니다. 열세 살 봄부터 열네 살 봄까지 싸움솜씨를 익혔어요. 저는 으레 얻어맞고 돈을 빼앗긴 채 울면서 집에 들어왔는데, 우리 언니가 이 여린 동생을 보다 못해서 1988년 봄에 ‘특전무술 도장’에 억지로 집어넣었어요.


  그때에 싸움솜씨를 익혔지만, 여태 몸싸움을 한 일은 없습니다. 몸싸움을 할 뜻으로 싸움솜씨를 익히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내 몸을 지키려고 익히지도 않았습니다. 중 2 때부터 고 3에 이르기까지, 또 싸움판(군대)을 거치는 동안에도, 나이로 동생이나 또래를 억누르는 얼뜬 바보 앞에 서서 “그딴 바보짓 그만해! 넌 스스로 안 창피하냐?” 하고 따졌습니다. 그때에 주먹무리는 갖은 막말로 “니가 뭔데?” 하고 으르렁댔고, 저는 똑같이 “넌 뭔데? 넌 뭐길래 쟤 돈을 뺏으려고 해?” 하고 가로막았어요.


  겨울이 깊어가는 섣달에 순천으로 시외버스를 달립니다. 〈골목책방 서성이다〉에 들러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을 건넵니다. 오늘날 이 나라는 온통 싸움불굿입니다. 아이들은 배움불굿이고, 어른들은 서울불굿입니다. 서울을 즐겁게 떠나서 시골살림을 짓는 길로 거듭날 이웃은 어디 있을까요? 부릉부릉 쇳덩이는 그만 몰고서, 사뿐히 마당을 거닐고 풀꽃나무를 품는 이웃은 어디 있나요?


  겨울이기에 봄을 그립니다. 새봄빛을 꽃노래로 누리는 하루이기를 바랍니다. 겹겹 품고 돌보는 겨울이니, 빛나는 그림으로 겨울을 녹여 봄이 오는 이야기를 펴는 꿈씨앗을 헤아립니다. 쇳덩이에서 내려야 비로소 둘레를 알고 책을 읽습니다.


ㅅㄴㄹ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편집부, 브로드컬리, 2018)

《내가 나눠줄게 함께하자》(일리아 그린/임제다 옮김, 책속물고기, 2013)

《통통공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필리포스 만딜라리스(글)·엘레니 트삼브라(그림)/정영수 옮김, 책속물고기, 2015)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이반 일리치/허택 옮김, 느린걸음, 2014)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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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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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책숲마실 (2020.9.5.)

― 전남 순천 〈도그책방〉



  새로 여민 책을 들고서 순천마실을 갑니다. 어릴 적부터 ‘책숲마실’을 해왔고, 이 삶을 고스란히 《책숲마실》이라는 이름으로 담았습니다. 책을 사고파는 곳도 숲이고, 책을 빌려서 읽는 데도 숲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마음에 안 드는 책이 있을 텐데, 뭇책이 어우러지기에 책숲입니다.


  사람은 숲을 품고서 살아가기에 사람답습니다. 숲을 품지 않고서 살아간다면 사람빛을 잊다가 잃습니다. 몸짓에 마음이 드러나고, 말씨에 마음이 나타납니다. 글줄에 마음이 퍼지고, 눈망울에 마음이 흘러요.


  책이 태어나려면 먼저 삶을 일굴 노릇입니다. 스스로 그려서 일구는 삶이 있기에, 이 삶을 누리는 하루를 마음에 담습니다. 삶을 마음에 담으니 날마다 천천히 가꾸고 돌봐요. 가만히 자라나는 마음에서 말이 피어납니다. 삶이 있기에 마음에서 말이 샘솟고, 삶이 없으면 마음에서 아무런 말이 안 나옵니다.


  고흥 시골집부터 순천책집을 오가는 길은 서울 오가는 길 못지않게 품과 돈이 듭니다. 시골에서 살며 이 대목을 또렷이 느낍니다. 서울에서야 인천이나 연천이나 남양주나 안산쯤 가볍게 오갈 만하고, 천안까지도 슥 다녀온다지요. 그러나 시골에서는 이웃 고장을 다녀오는 길이 드물고 비싸고 까다롭습니다.


  요즈막은 웬만한 사람들 누구나 부릉부릉 몰기에, 여느길(대중교통)이 어떤지 모르는 분이 수두룩하더군요. 걷지 않는 사람은 이웃을 안 사귀거나 겉치레로 사귑니다. 두바퀴로 느긋느긋 오가지 않는 사람은 동무를 모르거나 겉훑기로 스칩니다.


  〈도그책방〉에 《책숲마실》을 한 자락 드립니다. 시골버스랑 시외버스에서 새로 쓴 노래꽃도 드립니다. 버스로 오래오래 돌고도는 길에 아이를 토닥이고 도시락을 챙겨 줍니다. 이러고서 생각을 추슬러 붓을 쥡니다. 움직이는 길에 책을 두어 자락 읽고, 글도 몇 자락 씁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책을 너덧 자락 읽고, 잠든 아이를 어깨에 기대라 하고 토닥이고는, 글을 몇 자락 천천히 여밉니다.


  모든 책은 처음 태어난 무렵에 어떤 삶이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눈으로 읽고서, 다시 다른 눈으로 풀어냅니다. 어제하고 오늘을 잇는 실마리가 말 한 마디이면서 책 하나입니다. 여러 갈래 삶을 여러 눈망울로 돌아보기에 여러 목소리를 나누면서 깊고 넓게 마음을 북돋울 만합니다.


  갓 태어난 책조차 며칠 지나면 “묵은 책”입니다. 새책도 하루 뒤에는 이미 ‘헌책’입니다. ‘헌’이 ‘허허·하늘’하고 맞닿은 줄 알아채는 분은 얼마나 있을는지요. ‘새책’이란 ‘사잇책’이고, ‘헌책’이란 ‘하늘책’입니다.


ㅅㄴㄹ


《꽃밥》(정현숙 글·김동성 그림, 논장, 2020)

《이 세상 최고의 딸기》(하야시 기린 글·소노 나오코 그림/고향옥 옮김, 길벗스쿨, 201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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