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0.


《조지 아저씨네 정원》

 게르다 마리 샤이들 글·베너뎃 와츠 그림/강무홍 옮김, 시공사, 1995.12.25.



어젯밤부터 비를 시원하게 뿌린다. 그런데 무자위가 안 멈춘다. 이음쇠를 갈아끼워도 무자위가 헛돈다. 2018년에 새로 장만했는데 벌써 숨을 다 했을까. 이모저모 손보아도 안 되는구나.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에 다녀오고 다시 다녀오지만 뾰족한 길이 없다. 얼른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무자위를 새로 산다. 영 께름하다 싶더니, 읍내 가게에서 꽤 바가지를 씌웠더라. 그러려니 한다. 물을 바로 쓰려면 웃돈을 주고서 살밖에 없고, 이 빈틈을 노리는 고흥읍 가게이다. 《조지 아저씨네 정원》을 곁에 두고서 곧잘 되읽는다. 꽃뜰과 텃밭을 돌보는 옛사람은 땅밑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어림하면서 무자위나 우물을 두었겠지. 오늘날에는 으레 꼭짓물(수돗물)을 쓸 텐데,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냇물과 샘물과 빗물 세 가지를 살림물로 삼았다. 내·샘·비는 모두 흐르는 물이다. 이와 달리 꼭짓물은 고이고 갇히다가 잿줄(시멘트관)을 거쳐서 퍼진다. 풀꽃나무는 내·샘·비에 이슬을 머금기에 싱그러우니,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어느새 내·샘·비를 잊고 등지고 서울이란 굴레에 갇히면서 물빛을 비롯해서 숲빛과 꽃빛과 말빛과 살림빛을 모조리 잊고 등진다고 느낀다. 흐르는 물을 머금어서 바람과 바다처럼 빛나는 숨결일 텐데.


#GeorgesGarden #GerdaMarieScheidle #BernadetteWatte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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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9.


《진짜 도둑》

 윌리엄 스타이그 글/홍연미 옮김, 베틀북, 2002.2.10.



구름잔치를 벌이는 하늘이되 틈틈이 해가 난다. 때때로 가랑비가 뿌린다. 오락가락하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휙휙 달린 듯한 달포이니 살짝 팔다리를 풀면서 집일과 글일을 여미자고 생각한다. 늑장이란 없고, 미리도 없다. 모두 제때에 차근차근 하는 일이게 마련이다. 낮에는 매미가 가볍게 울고, 저녁에는 개구리가 부드러이 울더니, 밤에는 빗소리로 가득하다. 《진짜 도둑》을 모처럼 되읽는다. 벌써 쉰 해가 넘어가는 글일 텐데, 앞으로 쉰 해가 더 흘러도 새록새록 읽힐 꾸러미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글이 쉰 해를 읽히고서 앞으로 쉰 해를 새로 읽힐 만할까? 아이어른 모두한테 마음으로 스며서 생각을 북돋우는 이야기를 누가 어떤 눈길로 여밀 수 있을까? 오늘날 이 나라와 배움터와 마을을 돌아보노라면, 줄거리·이야기뿐 아니라 말·글에 넋·얼을 고루 추슬러서 담아내는 꾸러미는 없다시피 하다. 세 가지는 따로가 아닌 하나일 텐데, 셋을 오롯이 여밀 만한 손길을 이루자면, 먼저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지어서 스스럼없이 나누는 살림길을 펼 테지. 사랑으로 살림하는 삶이 있고 나서야 말하고 글이 있다. 사랑과 살림과 삶이 어울리지 않은 채 글만 붙잡는다면, 허울이 가득하다.


#WilliamSteig #TheRealThief (1973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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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8.


《서균렬 교수의 인문핵》

 서균렬 글, 철수와영희, 2024.6.25.



‘작은책’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단출하게 써도 된다지만, 손바닥책이며 주머니책이라 일컫는 이 자그마한 꾸러미에 깃든 숨결을 새록새록 나누고 싶기에 한 달에 걸쳐서 조금조금 여미었다. 기지개를 켜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마당에서 뒷다리에 줄무늬가 있는 사마귀를 본다. 새끼일 적에만 줄무늬가 있지 않네. 자라는 동안에도 고스란하네. 사마귀를 말끄러미 보면, 사마귀는 고개를 홱 꺾어서 나를 똑바로 본다. 이제 19시 40분이면 어둡다. 어두운 들길을 천천히 달려서 수박 한 덩이를 장만한다. 두바퀴로 슬슬 달린다. 《서균렬 교수의 인문핵》을 읽었다. 첫머리는 돋보이고, 가운데도 눈여겨볼 만한데, 마무리로 가는 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을 쓰신 분도 끝내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다. ‘순수과학자’라는 핑계를 댄 탓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뭇나라가 얼마나 휘청이는지 거의 못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번쩍터(발전소)가 왜 잔뜩 있어야 하는지 웬만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듯하다. 여느사람이 살림하며 쓰는 빛(전기)은 얼마 안 된다. 죽음연모(전쟁무기)를 만들어내려는 길에 쓰는 빛이 허벌나다. ‘과학실험’ 때문에 빛도 물도 바람도 엄청나게 망가뜨리는 속낯을 숨기면서 ‘인문핵’만 말하려 한다면 안쓰러울밖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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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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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7.


《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

 조이 카울리 글·로빈 벨튼 그림/홍연미 옮김, 베틀북, 2010.8.10.



어제는 들바람이 드셌고, 오늘은 들바람이 조용하다. 작은아이하고 논두렁을 걸어서 옆마을로 간다. 가볍게 땀을 뺐고, 고흥읍에서 ‘우리말로 노래꽃’ 두걸음을 편다. 작은아이는 줄나눔을 왜 어떻게 하는지를 아직 헤아리지 않는다. 느끼고 돌아보는 결을 알맞게 끊어서 마음을 펴는 길을 알아차리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짚어 준다. 이웃님 한 분이 쓴 글에 ‘코인육수’라는 낱말이 있다. 단추처럼 조그맣게 뭉친 국물이라는 뜻일 텐데, 낱말을 엮는 마음이 참 가난하구나. ‘단추국물·도막국물·토막국물’ 같은 이름을 문득 떠올리면서 알맞게 이름을 붙이려는 일터나 나라가 없네. 우리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참으로 후줄근하게 이름을 붙이네. 《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를 돌아본다. 싸움을 끝장내는 길을 알려준다고 여길 만하되, 이보다는 ‘마음과 마을과 삶과 온몸’에 나란히 ‘미움은 사르르 풀거나 녹이’면서 ‘오롯이 사랑으로 나아가는 어깨동무’를 부드러이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전쟁반대’를 안 외친다. 오직 ‘삶·살림·사랑·숲’을 나긋나긋 속삭인다. 어린이가 읽을 책을 어떻게 쓰고 엮어야 어른이겠는가? 어른으로서 이 땅을 어떻게 일구어야 아름답겠는가?


#TheDuckintheGun #JoyCowley #RobynBelt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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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6.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

 전쟁없는세상 엮음, 포도밭, 2014.5.15.



고흥에서 새롭게 펴는 ‘우리말로 노래꽃(시쓰기 수업)’ 첫걸음을 편다. 세 시간을 함께하는 자리라서 기운을 꽤 쏟기도 하고, 모임때에 맞추려면 더 일찍 움직여야 하기에 하루를 온통 들인다. 큰아이하고 논둑길을 걸으며 옆마을로 간다. 한여름으로 접어든 시골들은 푸른물결이다. 천천히 거닐며 푸른소리와 푸른내음을 맡는다. 차조기꽃과 모시꽃이 나란하고, 아까시나무도 푸르다. 걷지 않는 사람은 무엇을 보거나 알까? 걷지 않고서 쇳덩이(자가용)를 모는 이들은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아예 모르지 않을까? 손과 발로 삶을 짓지 않으면서 입과 붓만 휘두른다면 이 삶을 등질 뿐 아니라 이웃을 까맣게 모를밖에 없다.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를 읽으면서 아쉽다. 뜻있게 엮기는 했으되 ‘멍울진 목소리’를 차곡차곡 담지는 못 했다고 느낀다. “싸움터에 안 가겠다”고 외치는 뜻이란, “서로 안 죽이겠다”는 뜻이요, “이 땅을 참다이 사랑하겠다”고 밝히는 마음이다. ‘전쟁없는세상’이라는 이름으로는 오히려 ‘전쟁을 바라보는 굴레’이게 마련이다. ‘농약 없는 나라’를 바라면 되레 ‘농약물결’에 얽매인다. ‘푸른숲’과 ‘푸른들’과 ‘푸른논밭’을 바랄 적에 바뀌듯, ‘어깨동무’와 ‘사랑누리’를 바라봐야 바뀔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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