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9.
《진짜 도둑》
윌리엄 스타이그 글/홍연미 옮김, 베틀북, 2002.2.10.
구름잔치를 벌이는 하늘이되 틈틈이 해가 난다. 때때로 가랑비가 뿌린다. 오락가락하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휙휙 달린 듯한 달포이니 살짝 팔다리를 풀면서 집일과 글일을 여미자고 생각한다. 늑장이란 없고, 미리도 없다. 모두 제때에 차근차근 하는 일이게 마련이다. 낮에는 매미가 가볍게 울고, 저녁에는 개구리가 부드러이 울더니, 밤에는 빗소리로 가득하다. 《진짜 도둑》을 모처럼 되읽는다. 벌써 쉰 해가 넘어가는 글일 텐데, 앞으로 쉰 해가 더 흘러도 새록새록 읽힐 꾸러미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글이 쉰 해를 읽히고서 앞으로 쉰 해를 새로 읽힐 만할까? 아이어른 모두한테 마음으로 스며서 생각을 북돋우는 이야기를 누가 어떤 눈길로 여밀 수 있을까? 오늘날 이 나라와 배움터와 마을을 돌아보노라면, 줄거리·이야기뿐 아니라 말·글에 넋·얼을 고루 추슬러서 담아내는 꾸러미는 없다시피 하다. 세 가지는 따로가 아닌 하나일 텐데, 셋을 오롯이 여밀 만한 손길을 이루자면, 먼저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지어서 스스럼없이 나누는 살림길을 펼 테지. 사랑으로 살림하는 삶이 있고 나서야 말하고 글이 있다. 사랑과 살림과 삶이 어울리지 않은 채 글만 붙잡는다면, 허울이 가득하다.
#WilliamSteig #TheRealThief (1973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