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7.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이충렬 글, 산처럼, 2018.5.5.



밤을 꼬박 지새우다가 너무 졸려서 살짝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빨래를 담가 놓는다. 손빨래는 미처 마무리짓지 못 한다. 두 아이가 부시시 깨어나서 배웅을 한다. 옆마을로 달려간다. 첫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이윽고 순천을 거쳐 부산에 닿는다. 글붓집에 들러서 종이를 장만하고서 이내 광안바다로 건너간다. 오늘하고 이튿날 이틀에 걸쳐서 〈광안바다 북키스트〉라는 책판이 열린다. 이곳에서 수다꽃을 펴기도 하지만, 곳간출판사 일손을 거들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글쓴이는 ‘권정생만 말하겠다’고 밝히지만 막상 ‘이오덕을 함께 말할’ 수밖에 없다. 권정생을 말할 적에 이오덕을 빠뜨릴 수 없고, 이오덕을 말할 적에 권정생을 뺄 수 없다. 둘은 다른 사람이자 넋이지만, 언제나 하나인 숨빛으로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걸어온 사이인걸. 그러니까 “이오덕 읽기를 하려면 권정생 읽기를 나란히 해야 맞”고, “권정생 읽기를 하려면 이오덕 읽기를 함께 해야 옳”다. 바다를 말할 적에는 바람을 나란히 알고 말해야 하며, 바람을 말할 적에는 반드시 바다를 같이 알고 말할 노릇이다. 사람을 말할 적에 무엇을 알고 살펴야 할까? 사랑을 말할 적에 어떻게 살림하며 숲에 깃들어야 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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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8.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야마오 산세이 글/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10.30.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노래를 쓴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면서 오늘 낮에 광안바다에서 부산이웃님한테 어떤 말씨앗과 말꽃과 말숲을 풀어놓을 적에 함께 즐겁고 아름다워서 사랑으로 피어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강의·특강·수업’을 안 한다. 나는 늘 ‘이야기’를 한다. 나는 혼자 떠들 마음이 없다. 나는 여태까지 스스로 배우고 익힌 모든 살림을 말마디에 얹어서 들려주려는 마음이요, 이웃님하고 주고받는 말 사이에서 반짝반짝 피어나는 빛씨앗을 함께 온누리에 심으려는 뜻이다. 아침에 짐을 추슬러서 보수동으로 걸어간다. 〈광안바다 북키스트〉에서 나눠줄 꾸러미를 왜 등짐에 담아서 아침부터 땀을 잔뜩 빼면서 걷는지 뉘우친다. 그래도 즐겁게 땀을 쏟고서 〈대영서점〉에서 책마실을 한다. 이윽고 광안바다로 건너갔고, ‘길바닥수다(노천강의)’를 활짝 웃으면서 신나게 폈다.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읽는 내내 몹시 아쉬웠다. 일본이웃은 틀림없이 ‘숲’에서 ‘숲말’로 글을 썼을 텐데, 한글판으로 옮긴 글자락은 ‘숲말’이 아닌 ‘일본 한자말 + 옮김말씨(번역체)’이다. 화끈했다. 창피했다. 우리는 ‘숲’이 뭔지 참으로 모르네. 숲을 등졌고, 시골에서 안 사니까, 참말로 숲말도 푸른말도 잊다가 잃었네.


#山尾三省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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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3.


《유리가면 25》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6.30.



마당에 서서 숨을 고른다. 휘파람이 일어나는 불꽃숨을 휘휘 부는데, 문득 후박나무 옆으로 파란띠제비나비가 날아들어 머리 위를 스친다. 다시 불꽃숨과 휘파람을 부니 범나비가 살랑거리며 찾아온다. 석 벌째 불꽃숨과 휘파람을 내쉬니 네발나비가 가벼이 날면서 머리 위로 맴돈다. 늦은낮에 작은아이랑 시골버스를 탄다. 오늘은 작은아이로서는 첫 “수박짐꾼” 노릇이다. 땀을 빼면서 수박 한 덩이를 지고서 나른다. 나는 아마 여덟아홉 살 무렵부터 수박짐꾼을 했지 싶다. 오늘 작은아이는 무엇을 느껴 보았을까. 수박짐꾼이라는 살림길이 어떠했을까. 나중에 오늘을 떠올릴 수 있을까. 밤부터 빗줄기가 듣는다. 《유리가면 25》을 돌아본다. 이따금 생각나면 다시 들추곤 한다. 《유리가면》에 나오는 두 아이한테는 타고난 재주도 있다지만, 스스로 온마음을 다하는 땀방울과 사랑이 나란히 있다. 재주만으로는 멋사람으로 서지 않는다. 사랑으로 흘리는 땀방울이 어울리기에 반짝이면서 꽃사람이라는 길을 펼 수 있다. 어느 마당이나 자리에서만 온마음을 쏟을 일이 아니다. 집에서 누구나 하는 작은 부엌일이나 비질이나 설거지도 온마음을 기울일 적에 새롭게 빛난다. 웃고 노래하면서 집안일을 하기에, 나라일과 마을일도 반짝일 만하다.


#ガラスの仮面 #美内 すず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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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2.


《킬러 고양이의 일기》

 앤 파인 글·베로니크 데스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1999.4.22.



오늘은 아침에 무자위 이음새를 바꾼다. 물줄기가 힘을 받는다. 낮에 큰아이하고 들길을 걸으면서 옆마을로 간다. 사납게 내달리는 쇳덩이를 본다. 문득 생각한다. 시골은 오히려 길나무가 드물거나 없다. 길나무가 없는 곳일수록 쇳덩이가 사납다. 서울이며 큰고장도 길나무가 드물거나 없는 곳에서는 시끄럽고 매캐하게 부릉거린다. 빠른길에는 아무런 나무도 없이 숲을 밀고 멧자락에 구멍을 낸다. 사람들은 빨리 달리려고 숲을 밟고 들을 밀고 메를 죽인다. 길에 나무가 설 자리가 있다면 느리게 달려야 하거나 걸어야 한다. 골목에 나무가 자라면 쇳덩이가 들어서지 못 한다. 그러나 나무가 자라는 곳이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뛸 뿐 아니라, 누구나 스스럼없이 걸어다닐 수 있는 즐거운 삶터를 이룬다. 《킬러 고양이의 일기》를 읽었다. 꽤 잘 쓴 꾸러미이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고, 마음밭에서 자라며, 스스로 길어올리게 마련이다. 대단하게 써야 할 글이 아니라, 사랑씨앗을 심을 글이면 넉넉하다. 저녁에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우리가 함께 누리고 짓는 살림을 돌아본다. 차근차근 꾸리고, 차곡차곡 다스린다. 하나하나 추스르고, 찬찬히 매듭을 짓는다. 함께 가꾸고 함께 누리면서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면 늘 즐거울 테지.


#TheDiaryofaKillerCat #AnneFine #VeoniqueDe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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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1.


《조선어방언사전》

 오구라 신페이 글/이상규 옮김, 한국문화사, 2009.8.30.



어제는 아침부터 늦은낮까지 무자위를 고치고 가느라 땀을 뺐다. 장딴지가 당기고 종아리가 뭉치면서도 두바퀴를 달리고 시골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겨우 일을 매듭짓지만 덜 끝난 듯싶다. 그렇지만 오늘은 쉬자. 푹 쉬면서 지켜보자. 구름빛과 여름빛을 느슨히 누리면서 돌아보자. 해거름에 소쩍새 울음소리가 우리 집까지 스민다. 일본에서 보임꽃(영화)을 찍는 최양일 님이 〈the Cove〉라는 2009년 보임꽃이 “어디가 반일영화라서 일본에서 상영금지를 해야 하느냐?”고 타박하는 얘기를 뒤늦게 보았다. 무슨 보임꽃인지 궁금해서 찾아본다. 아름답게 잘 찍은 보임꽃이네. 그런데 우리나라에 걸린 〈the Cove〉를 본 사람은 3166사람이라고 한다. 와, 3166분이나 봐주셨구나! 《조선어방언사전》을 장만한다. 2009년에 한글판이 나왔네. 그때에는 몰랐다. ‘조선사투리’를 살핀 꾸러미는 매우 값지다. 말이란 마을·고을·고장마다 다르면서, 나라·겨레마다 다르다. 왜 다르겠는가? 삶터가 다르고 들숲바다가 다르니, 살림이 다르면서 하루가 다르다. 말은 임금이나 벼슬아치가 안 짓는다. 말은 삶을 짓는 수수한 사람이 짓는다. 이 말빛을 진작 알아본 이웃나라 손길을 새삼스레 느낀다. 우리말을 우리가 잊으면 우리 스스로 얼을 잃는다.


#小倉進平 #朝鮮語方言の硏究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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