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6.


《미래 세대를 위한 법 이야기》

 이지현 글, 철수와영희, 2024.5.1.



고흥 벼슬꾼(공무원) 얼뜬짓을 겪는다. 이들이 잘못을 해놓고서 뜬금없이 들씌운다. 여태까지 이렇게 살아왔을 테지. 이렇게 살아도 아무런 말썽도 뒤끝도 없었겠지. 저녁부터는 풀죽임물을 바람개비로 뿌려댄다. 우리 집으로도 훅 넘어오는데, 참 갑갑한 짓이다. 논에만 뿌릴 풀죽임물을 살림집 마당으로 쏟으면 어쩌나? 저녁 11시에 가까울 무렵까지 끝없이 쳐댄다. 그렇지만 우리 집 풀벌레는 고즈넉이 노래한다. “넌 무엇을 보니? 넌 걱정을 머금으려니? 넌 푸르게 노래하겠니?” 《미래 세대를 위한 법 이야기》를 읽었다. 푸름이는 길(법)을 어느 만큼 헤아려야 하는지 곱씹는다. 다가오는 셈겨룸(입시)이 바쁘기에 나라도 마을도 집안도 안 쳐다보기 일쑤인 푸름이일 테지. 배움불굿(입시지옥)이라고 들썩이면서 오히려 푸름이가 이 삶을 등지라고 내모는 노릇이기도 하다. 철들 무렵이니 밥살림·옷살림·집살림을 익힐 때요, 철들 때이니 나라·마을·집안을 고르게 살펴서 슬기롭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길을 익히면서 마음을 어질게 추스를 일이요, 길을 돌아보면서 머리와 눈과 귀를 밝게 틔울 일이다. 가만히 보면, 벼슬꾼도 글바치도 길을 안 살피면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기 일쑤이다. “졸업장 없는 대학교”로 가야 이 땅이 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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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5.


《조용히 조용히》

 나카노 유키 글·스즈키 나가코 그림/강방화 옮김, 한림출판사, 2023.2.7.



잎글(우편엽서) 뒤쪽에 노래를 적어서 이웃님한테 띄우자고 생각한다. 고흥읍 나래터로 간다. 일꾼이 셋 있는데 셋 모두 일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인다. 지난 2011년부터 지켜보면, 조금 일손이 잡힐 즈음 새내기로 바뀌며 다시 엉성하고 더디더라. 왜 이럴까? “우편엽서 주셔요.”라 했더니 ‘우편엽서’라는 이름을 못 알아들을 뿐 아니라, 10분 넘게 못 찾더라. 세 사람이 달라붙어서 여기저기 뒤지다가 겨우 찾아내는구나. 나래(우표)를 살 적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허둥지둥이더라. 《조용히 조용히》를 읽었다. 소리도 몸짓도 부드럽고 작게 다독이면서 둘레를 헤아리려는 길인 ‘조용히’이다. 조그맣게, 조곤조곤, 졸졸 흐르듯 나긋나긋하다. 신나게 놀다가 어느새 꾸벅꾸벅 졸더니 꿈나라로 간다. 새로 태어나거나 깨어나는 숨빛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두근거린다. 가볍게 팔랑거리는 나비는 조용히 둘레를 감싸고, 가만히 피어나는 꽃송이는 조용히 둘레를 밝힌다. 조용히 부드러이 밤바람이 찾아오고 밤노래가 감싼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릴 줄 알기에 조용조용 일을 펴고 살림을 맡고 이야기를 한다. 매무새를 곱게 돌볼 줄 알기에 조용조용 아침저녁을 맞고 서로 눈을 바라보고 별빛을 반긴다.


#鈴木永子 #なかのゆき #しずかにしずかに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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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4.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조혜연 글, 세나북스, 2020.8.17.



땀흘리는 늦여름이다. 낮은 후끈하되, 밤과 새벽은 선선하다. 오늘은 한낮에 바깥마루에 누워서 숨을 돌린다. 맡아서 하는 일이 여러 가지여도 조금 더 쉬어가자. 국을 끓이고 밥을 짓고, 함께 둘러앉아서 마음을 나눈다. 어느덧 밤새 풀벌레노래가 그윽하다.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을 어제오늘에 걸쳐서 다 읽는다. 어제는 저잣마실을 오가는 길에 읽었고, 오늘은 볕을 쬐면서 덮었다. 일본에서 어린이집을 어떻게 꾸리는지 차근차근 풀어낸 이야기를 읽는 동안, 저절로 우리나라 어린이집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어버이는 무얼 할까? 이 나라 길잡이는 아이들 곁에서 어떤 하루를 지으면서 어버이한테 무슨 말을 들려줄까? 낳기만 해서 끝인 집살림이 아닌, 낳을 적부터 모두 새로 배우면서 함께 걸어갈 보금자리이다. 우리나라 배움터에서 하루빨리 ‘모둠밥(급식)’을 멈추기를 빈다. 아이들이 배움터에 오면 아침이나 낮에 손수 도시락을 싸거나 밥을 짓도록 바꾸기를 빈다. 남이 차려주는 대로 넙죽 받기만 할 적에는 배움길하고 멀다. 스스로 한참 지켜본 끝에 스스로 나서서 지으려고 하기에 비로소 배움길이다. 배움옷(교복)도 매한가지이다. 옷집에서 비싸게 사야 하는 굴레가 아닌, 아이들 스스로 바느질을 해서 옷을 입어야 바뀐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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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3.


《여름, 제비》

 구윤미·김민우 글·그림, 노란상상, 2023.6.8.



늦여름 더위를 누리면서 빨래를 하고 이불을 말린다. 하루일을 하고서 더위를 식히다가 두바퀴를 달린다. 등짐으로 수박을 나른다. 천천히 들길을 가르는데, 오늘 따라 흰새가 유난히 많다. 구름 한 조각조차 없는 파란하늘은 이제 까만하늘로 바뀌고, 미리내가 물결치는 별잔치로 넘어간다. 매미는 한밤에 이르러 노래를 멈추고서 쉰다. 풀벌레노래가 감돈다. 작은아이 자는 곁으로 가서 틈틈이 부채질을 한다. 《여름, 제비》를 읽는다. 서울아이가 모처럼 시골집에 와서 제비를 만나는 줄거리는 잘 짰다고 느끼지만, 시골집을 너무 못 그렸다. 시골집을 모르는 서울사람 눈으로는 ‘뭐가 엉성한지 모를’ 만하리라. 처마도 섬돌도 밖마루도 이 그림처럼 안 생겼고, 기둥도 들보도 도리도 이런 모습이 아니다. ‘구경하거나 찰칵찰칵 찍은 모습’으로만 그릴 적에는 뒤틀린다. 시골집에서 살지 않은 채 시골집을 그린다거나, 제비를 철마다 만나는 여러 해를 누리지 않고서 붓질을 한다면, 아무리 그림(사진·영상)으로 많이 들여다보았더라도 맨눈으로 만나지 않은 채 붓질만 한다면, 헛바퀴로 그치고 만다. 나는 잿집(아파트)에서 안 살기에 잿집을 못 그린다. 부디 시골에 깃들어 느긋이 살림을 짓고 나서 붓을 쥐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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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2.


《내 친구 김정은》

 김금숙 글·그림, 이숲, 2024.7.24.



물어보는 사람은 스스로 열쇠를 쥔다. 안 물어보는 사람은 스스로 마음을 닫는다. 물어볼 줄 알기에 모든 걸음마다 새길을 연다. 안 물어보기에 언제나 스스로 갇힌 채 맴돈다. 저잣마실을 가볍게 마치고서 15:30 시골버스를 탄다. 우리 마을로 돌아오는 시골버스는 뜸하기에, 옆마을에 서는 길로 간다. 황산마을에서 내린 뒤에 들길을 걷는다. 참새떼를 모처럼 만난다. 쉰 마리쯤이다. 늦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걷는데 땀방울이 논두렁으로 뚝뚝 떨어진다. 올해 들어 이렇게 땀을 길바닥에 흘리며 걷기는 처음 같다. 낮은 아주 후덥지근하다. 《내 친구 김정은》을 흘깃 보았다. 마치 “박정희는 우리 동무”라고 여기는 얼거리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총칼로 사람들을 짓밟고 우쭐대는 우두머리는 ‘동무’가 아니다. 이들 우두머리는 ‘얼간이’일 뿐이다. “동글동글하여 모나지 않기에 도란도란 돌아보면서 두레를 맺는 사이인 ‘동무’”라면 숱한 사람들이 굶어죽고 달아나는데 끝없이 펑펑 쏘아대면서 콧대를 높이지 않는다. ‘두나라 한겨레’가 어울릴 길을 찾고 싶다면 작은이를 찾아보기를 빈다. 북녘에서 달아날 수 있던 사람이 있고, 도무지 달아날 구멍을 못 찾는 사람이 있다. 박정희·김정은 따위가 아니라 ‘옆집 사람’을 만나길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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