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2.


《아무것도 아닌 빛》

 정영선 글, 강, 2023.2.28.



어제 서울에 와서 〈갤러리 사진적〉에 빛꽃을 붙였다. “7.3.∼8.4.”에 걸쳐서 “책집에 갑니다”라는 이름으로 봄꽃(전시회)을 편다. 길손집은 화양동과 성수동 사이로 잡았는데, 밤새 부릉부릉 소리에 거나꾼 술지랄이 울렸다. 아침에는 빗소리가 모두 잠재운다. 슈룹은 굳이 안 챙겼다. 건대입구역까지 1.5킬로미터를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걷는다. 비를 흠뻑 맞으면 빗물이 스미면서 몸속 찌끄러기를 내보낸다. 그저 비에 몸을 맡기기만 해도 ‘몸속갈이’를 하는 셈이다. 14시 시외버스를 타기까지 한참 기다리는 동안 말린다. 버스에서 쿨쿨 자면서 바싹 마른다. 《아무것도 아닌 빛》을 읽었다. 글쓴이는 동인문학상을 받았다는데, 이 글보람을 받으면서 부산에서 애꿎게 손가락질도 받았단다. 모든 사람이 모든 ‘엉터리 보람’을 물리친다면, 누가 누구를 나무랄 까닭이 없다. 전남 고흥군은 ‘송수권 문학상’에 자그마치 ‘3000만 원’을 내거는데, 이런 돈잔치에 이름을 내미는 이들이야말로 창피하지 않을까. 글빛을 북돋우려면 ‘상금’이 아닌 ‘밑돈’이나 ‘씨앗돈’을 꾸준히 줄 노릇이다. 이름값 아닌 글빛을 살펴서 ‘글살림 밑돈’을 챙길 줄 아는 고을이나 모임이 있을까? 아무것도 아닌 빛이 모르는 빚쟁이 아닌가? 《아무것도 아닌 빛》을 읽어 보니, 참 잘 쓴 글이라서, 글보람을 받을 만하다고 느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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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


《Strega Nona》

 Tomie DePaola 글·그림, Simon & Schuster, 1975.



해가 난다. 새벽길을 나선다. 《말밑 꾸러미》 여섯벌 글손질을 시외버스에서 하다가 쉬며 서울에 닿는다. 〈동네서재 아롬답다〉를 들르려고 자양동 골목을 걷는데 잿더미(아파트 단지)가 잔뜩 늘었네. 이윽고 〈문화온도 씨도씨 + 갤러리 사진적〉으로 찾아가서 빛꽃을 붙인다. 이곳에서 곧 봄꽃(전시회)을 편다. 신나게 땀흘려서 일을 마치고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우리가 깃든 밥집은 아주 붐비지는 않았을 테지만 허벌나게 시끄럽다. 길손집까지 걷는데 화양동 술집거리를 가로지른다. 엄청 시끄럽고 지저분하다. 우리는 뭘 보고 누리는 삶일까? 《Strega Nona》를 ‘백제·문선사’에서 1980해무렵에 낸 그림책꾸러미로 처음 만났는데, 그 뒤로 여태 한글판은 더 안 나온 듯싶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영어판은 쉽게 볼 수 있다. 할머니 한 분이 마을살림을 숲빛으로 건사하면서 젊은이를 가벼이 타이르고 이끄는 얼거리요, 마을지기나 여러 이웃한테도 함께 일구는 살림을 부드러이 알려주고 나누는 줄거리이다. 마음눈을 틔울 적에는 언제나 빛난다. 마음씨를 가꿀 적에는 한결같이 곱다. 마음밭을 알아볼 적에는 스스로 배운다. 오늘날에는 누가 할머니답게 살림을 이끌까? 요즈음에는 누가 할머니 곁에서 사랑손을 물려받을까?



《마법사 노나 할머니》(토미 데 파올라/장윤환 옮김, 문선사, 198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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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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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30.


《녹색 인간》

 신양진 글·국민지 그림, 별숲, 2020.3.31.



다시 비가 내리는 하루이다. 우리 책숲에 빗물이 잔뜩 고인다. 새로 비가 새는 곳이 두엇 있다. 밤에는 비가 잦아들려나. 오늘은 작은아이가 국이랑 밥을 했다. 이따금 밥살림에 손을 뻗으니 반가우면서도, 날마다 손길을 조금씩 꾸준히 뻗어야 하는 줄 아직 모르는 대목은 아쉽다. 날마다 먹는다면 날마다 다스릴 줄 알아야지. 날마다 누린다면 날마다 헤아려야지. 《녹색 인간》을 읽고서 조용히 덮었다. 우리나라에는 어린이가 읽을 이야기를 차근차근 쓸 만한 어른이 없는지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눈길을 틔우려는 글이 아니라, 요모조모 짜맞추며 가르치려는(교훈) 꾸러미만 넘친다. 곰곰이 보면, 숱한 ‘문해력 강의’도 어린이를 가르치려 할 뿐이다. 어른과 어린이가 우리 삶을 스스로 그리는 길을 어깨동무하면서 즐거이 살피려는 길이라면 ‘문해력’일 수 없다. 외워야 하는 길은 굴레이다. 생각하고 짓고 살펴서 가다듬을 적에 살림이다. 말살림을 익히고 글살림을 펼 적에 사람답다. 어린이한테 억지로 몇 가지 가르침말을 욱여넣으려 하지 않기를 빈다. 함께 지을 살림을 헤아리고, 같이 지필 사랑을 생각하고, 나란히 돌볼 하루를 바라보아야지 싶다. 이제 한여름으로 나아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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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29.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글/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2.6.30.



안개구름이 가볍게 퍼지다가 천천히 빗방울이 듣는다. 이윽고 빗소리가 그윽하더니 곧 빗줄기가 굵다. 후두둑 쏟아지는 빗가락을 헤아린다. 가랑비하고 큰비는 소리가 다르고, 봄과 여름과 가을에 내리는 비는 가락이 다르다. 무를 갈아서 무국을 한다. 무만 고아도 깊고, 무를 갈아서 푹 끓이면 맛이 한결 깊다. 저녁에는 비가 그치면서 개구리 노래잔치를 이룬다. 이제는 비가 씻는 하루를 누린다. 《서평의 언어》를 되새긴다. 왜 한글판을 “서평의 언어”라는 일본말로 붙였을까? 여러모로 본다면 “읽는 말”이라고 느낀다. 책뿐 아니라, 삶과 마음과 하루와 숨결을 읽는 말을 그러모으려고 한 글쓴이라고 느낀다. 몇몇 우두머리가 일본을 떠받든다고 나무랄 까닭이 없다. 글바치부터 스스로 일본말씨를 함부로 쓰고 퍼뜨리잖은가? 왜 총칼잡이(독재자)는 나라를 거머쥘 무렵부터 “말을 바꾼다”고 하는지 돌아보자. 우리 스스로 우리말씨를 생각하지 않을 적에는 “읽는 눈”을 스스로 잊는다. 비평가나 서평가 몇몇이 알려주어야 할 책이 아니다. 누구나 스스로 읽어서 알아봐야 할 눈길이요 책이다. ‘글’ 한 마디로 못 담아내겠다면 ‘삶글·살림글·느낌글·책글’처럼, 또 ‘생각글·읽는글·새김글·삶빛글’처럼 새말을 지을 일이다.


#HumanRelationsandOtherDifficulties #Essays #MaryKayWil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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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28.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 위기를 이겨내는 상상력》

 안치용 글, 철수와영희, 2023.10.9.



오늘은 비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난다. 해가 말끔하게 말린다. 하늘이 온누리를 어떻게 돌보고 돕는지 새삼스레 돌아본다. 비로 씻고서 해로 말리고 바람으로 쓰다듬는다. 까마중이 무럭무럭 오르고, 매실은 노랗고 굵게 익는다. 저잣마실을 나가려고 15시 시골버스를 타는데, 면소재지 푸름이가 빽빽하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이 시골버스를 탈까? 몇 해 뒤에는 아무도 볼 일이 없겠지. 시끌벅적 아무말큰잔치를 벌이는 이 아이들은 시골을 떠나 서울이나 큰고장에 뿌리를 내려도 이런 말씨에 몸짓일까? 《미래 세대를 위한 기후 위기를 이겨내는 상상력》을 읽었다. ‘널뜀날씨’를 다루는 책이 꾸준히 나오는데, 다들 놓치거나 일부러 빠뜨리는 대목이 수두룩하다. 모든 널뜀날씨는 사람들 스스로 ‘서울을 버리면 끝’이다. 서울에서 안 살면 모든 일을 다 풀어낸다. ‘서울버리기’란 ‘잿집(아파트)·쇳덩이(자가용) 버리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서울바라기 = 잿집 + 쇳덩이’이다. 잿집과 쇳덩이를 키우기에 들숲바다를 망가뜨리거나 죽인다. 서울버리기를 할 줄 안다면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날씨가 부드러이 제자리를 잡을 테지. 땅과 하늘과 바다에 쓰레기를 얼마나 마구 버리는지 들여다보고 뉘우칠 때라야 조금씩 바꿀 만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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