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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7.


《용의 눈물》

 하마다 히로스케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강라현 옮김, 달리, 2006.5.5.



매실이 쪼그라든다. 비가 적구나. 마을 어르신 마늘밭 일손을 거들며 보니 마늘도 알이 작던데.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 하루쓰기를 하고 노래꽃을 쓰다가 살며시 눈을 감고서 쉰다. ‘틀린곳 짚기’를 돌아본다. 누가 나한테 틀린곳을 짚어 주면, 얼마나 왜 어떻게 틀렸는지, 또는 그분이 제대로 살펴보았는지 하나하나 되새긴다. 틀림없이 틀렸으면 넙죽 절을 하고, 그분 계신 곳을 알면 책을 부친다. 어쩌다 보니 숲노래 씨는 온갖 책을 읽으며 온갖 책마다 틀린곳을 으레 찾아낸다. ‘틀린곳 짚기’를 이러구러 서른 해를 했구나 싶은데, 틀린곳을 알려줄 적에 고맙다고 절한 사람은 드물다. 안 틀렸다고 억지를 쓰는 분이 퍽 많고, 아무 대꾸가 없는 곳이 가장 많다. 말없이 틀린곳을 고친 곳이 제법 있되, 틀린곳을 안 고치는 곳이 참 많다. 틀린곳을 바로잡을 수 있어 고맙다며 ‘어떻게 바로잡았는가 알려주려고 책을 보낸 분’은 여태 둘이다. 《용의 눈물》은 글도 그림도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숨빛을 읽는 아이가 있고, 숨빛을 안 읽는 어른이 있다. 갈수록 숨빛을 안 읽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갈수록 서울이 더 크는 탓이다. “서울은 틀려먹었다”는 말을 서글서글 받아들이면서 숲으로 삶터를 옮길 분은 얼마나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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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6.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

 김병연·배성호 글, 이재임 그림, 철수와영희, 2022.5.15.



이른아침에 명동을 걷는데 마을가게가 안 여네. 아이들 몫으로 세모김밥을 사려 했는데. 어쩐 일인지 고흥 돌아가는 아침버스가 있다. 지난 이태 남짓 이 아침버스가 사라졌는데 숲노래 씨더러 집에 얼른 돌아가도록 하늘이 내려준 빛일까. 시외버스에서 손으로 글을 쓰면서 쉰다. 이른아침부터 달렸기에 한낮에 집에 닿아 짐을 끌르고 드러눕자니, 청주에서 찾아온 동무님이 “뭐 하세요? 바람 쐬어요?” 하고 묻는다. 동무님은 부릉이를 몰기에 함께 숲길을 달리고 바닷가에 가서 바닷바람을 쐰다. 동무님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도 집에서 다시 드러눕는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다. 서울사람은 일거리나 돈벌이가 많아도 별밤이 없지. 숲노래 씨는 시골집에서 날마다 별잔치에 새랑 벌레가 베푸는 노래잔치를 누린다. 《선생님, 평화통일이 뭐예요?》를 읽었다. 뜻깊은 책이지만 글님이 더 깊이 안 들어간 대목이 아쉽다. ‘평화통일’을 말하자면 총칼(전쟁무기)을 왜 어떻게 누가 확 없애야 하는가를 다룰 노릇인데, 겉훑기만 했다. 총칼에 길든 돌이가 총칼수렁에서 못 헤어나오는 밑길을 읽고서 슬기롭게 풀어내는 눈썰미를 온나라 길잡이(교사)가 찬찬히 품기를 바라자면 아직 멀었을까. 싸울아비(군인)가 있는 나라에 주먹질(폭력)은 나란히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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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5.


《국어 어원사전》

 김무림 글, 지식과교양, 2020.1.10.



인천 수봉산 기스락에서 새벽을 맞이하는데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큰고장 한복판이어도 멧자락을 낀 마을은 아직 개구리가 곁에 있구나. 숭의4동 골목을 걷는다. 머잖아 이 마을은 길그림에서 아주 사라진다. 멀쩡한 집·마당·나무는 늦봄볕을 조용히 받는다. 부천 〈용서점〉을 찾아간다. 가볍게 이야기하고 고흥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만 일곱 시간이나 책수다를 했다. 다시 서울 명동으로 간다. 앞으로도 명동이 서울에서 값싸고 깨끗한 길손집이려나. 저녁에 을지로 쪽을 걷다가 길거리 술집에 넘치는 사람을 보고 놀랐다. 《국어 어원사전》을 몇 달에 걸쳐 곰곰이 읽고 생각해 보았다. “국어 어원”이란 이름을 붙인 탓인지, ‘가꾸목·가께소바·가께우동·가나·가라·가라오케·가마니·가방·가보·각광·고도리·곤색·고조·구락부·국판·궐련’이나 ‘간증·가사·가얏고·각본·각색·간도·간부·간석지·간자장면·간조·강원도·거동·거량·거사·건달바·겁·결코·경기도·경마·경상도·계·고구려·고답·과년·광복·구라파·구랍·금실·금자탑·기별·기쓰면·기어코·기우·깐풍기·나사·나왕·나침반’이나 ‘가스펠·가톨릭·고고·고딕·고무·굿바이·그리스도·기독·껌·나일론·나치’처럼 “우리말 아닌 바깥말”을 꽤나 많이 다뤘다. ‘우리말’을 다룬 꼭지만 뽑는다면 책이 홀쭉하리라. 그런데 ‘구두·곤두·간직·귀찮다·그냥·꾼·나중·조용·철·대수롭다·모습·무늬·모시·봉우리·붓·설·광주리·괴롭다’ 같은 우리말을 뜬금없이 한자로 끼워맞춰 “한자 말밑인 낱말”인 듯 적어 놓았다. 한숨이 절로 나올 만한 책인데,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열린배움터에서 젊은이를 가르칠 뿐 아니라, 이렇게 뜬금없는 목소리를 잔뜩 풀어놓고서 ‘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온다. 창피한 우리나라 민낯이다. 우리말을 우리말로 읽지 못할 뿐 아니라, 일본말이나 중국말이나 영어를 잔뜩 집어넣은 《국어 어원사전》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글쓴이 스스로 ‘국어’라는 수렁에 갇혀서 허우적거린다. 우리말은 ‘국어’가 아니다. ‘국어 = 일본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총칼로 억누를 적에 퍼뜨리려던 일본말’이다. 제발, 붓쟁이들아, 넋을 차리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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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4.


《주디스 커》

 조안나 캐리 글/이순영 옮김, 북극곰, 2020.9.1.



햇볕을 듬뿍 받으며 인천 주안을 걷는다. 주안나루 곁 마을책집은 롯데리아로 바뀌었다. 옛 인천시민회관 건너 마을책집도 사라졌다. 둘레에 여쭈니 꽤 된 일이라는데 매우 섭섭하다. ‘먹고 입고 마시고 부릉부릉’은 씀(소비)일 뿐, 살림(문화)하고 멀다. 배움책(학습지)으로 먹고살던 마을책집이 배움책을 털어내고서 ‘살림책’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울 작은길(조례)을 생각조차 못 하는 벼슬꾼(공무원·정치꾼)만 있다면 그 고장은 죽음길로 가리라. 〈딴뚬꽌뚬〉에 깃들어 푸근하게 쉬며 이야기한다. 인천 시내버스를 타고 배다리로 건너가서 〈시와 예술〉이랑 〈아벨서점〉이랑 〈모갈1호〉에 들러 두리번두리번 책을 본다. 〈마쉬〉를 오늘 들를 수 있을까 싶어 배다리에서 움직이며 들여다보지만 끝내 못 들른다. 저녁에 〈나비날다〉에 가서 “우리말 말밑 이야기”를 편다. 오늘은 ‘구두·꽃’이 얽힌 수수께끼를 들려주면서 ‘가시내·머스마’ 말밑 이야기를 곁들인다. 《주디스 커》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다. 우리말로 안 나온 주디스 커 그림책이 꽤 된다. 모두 우리말로 옮기기는 벅찰는지 모르나, “주디스 커 꾸러미(선집 또는 전집)”를 해볼 만하리라. 가시밭길도 벼랑도 아닌 삶길을 바라보고 품은 이분 붓끝이 사랑스럽다.


ㅅㄴㄹ


#JudithKe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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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3.


《루나레나의 비밀편지》

 안명옥 글·황미나 그림, 책과이음, 2020.8.17.



아침 일찍 두 아이 배웅을 받으며 서울길에 나선다. 읍내 버스나루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며 노래꽃을 쓴다. 버스에서 다섯 시간이 조금 안 되게 앉을 테니 내내 서서 글을 쓴다. 손이 저리면 붓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와서 제비집을 바라본다. 새끼 제비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 만큼 잘 자랐다. 기나긴 버스길에 책도 읽고 노래꽃을 옮겨적고 한숨 돌리면서 꿈을 그리다가 서울에 닿는다. 〈서적백화점〉, 〈서울책보고〉, 〈메종인디아〉 세 곳을 들르며 바깥일을 보는데, 길에서 스치는 어린배움터 아이들은 거의 다 입가리개를 한다. 아이들이 뭔 잘못일까? 아이들한테 뭘 길들일까? 길에 나붙은 서울교육감 다짐도 전남교육감하고 비슷하다. 아마 나라 곳곳이 비슷하겠지. 그러면 그러지들 말고 ‘모든 사람 밑살림돈(기본소득)’으로 맞추면 품이 덜 들고 훨씬 나을 텐데. 명동 길손집에 들러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생각한다. 2003년에 처음 나온 이 그림꽃책(만화책)은 꽤 많이 팔리고 읽혔다. 푸른순이한테 몸꽃(신체변화)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으로 보자면 잘 엮었다고 본다. 그런데 푸른돌이한테는 무슨 길잡이책이 있을까? 푸른돌이한테 ‘몸사랑’을 들려주는 어른이 있기는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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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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