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5.


《파랑새》

 타치하라 에리카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서인주 옮김, 학산문화사, 2005.7.25.



아침 일찍 움직인다. 구름이 잔뜩 춤추지만 파란하늘이 언뜻선뜻 보인다. 사상나루에서 순천으로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줄어든다. 시외버스를 갈아타서 고흥으로 들어설 즈음에는 햇볕이 그득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바닥책을 살핀다. 여름이란, 땀을 빼면서 하루를 느끼고 오늘을 돌아보는 철이지 싶다. 겨울에는 손가락이 곱으면서 살림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되새기고 오늘을 사랑하는 철일 테고. 《파랑새》를 되읽는다. 거의 안 알려진 그림책이다. ‘만화책 전문 출판사’에서 펴낸 탓인지 모른다. 둘레에서는 이런 그림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판이 끊긴 줄도 모르기 일쑤이다. 마치 파랑새가 집에 늘 있은 줄 모르듯, 아름책이 언제 어떻게 태어나서 어느 날 어떻게 사라지는 줄 모르는 얼거리랄까. 모르기에 잘못인 일은 없다. 모를 적에는 배울 노릇이다. 몰라서 나쁠 일이란 없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니까 얄궂다. 배우려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빈다. 아는 척도 아는 탈도 아는 허울도 아닌, 그저 앎빛으로 피어나기를 빈다. 풀벌레노래에 개구리노래를 들으면서 쉰다. 몇날 만에 별을 보는 밤이다. ‘이와사키 치히로 세계명작동화 4’을 새삼스레 쓰다듬는다.


#いわさきちひろ #松本知弘

#立原えりか #あおいとり #おはなしえほん (1984)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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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4.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제마 하틀리 글/노지양 옮김, 어크로스, 2019.10.21.



새벽길을 나선다. 부산으로 간다. 지난 한 달 동안 편 “모르는책 들춰읽기”를 걷어들인다. ‘모르는책’이란, 마음을 틔워서 받아들이는 모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나 펴낸곳 이름을 모르거나 낯설어도 스스럼없이 집어들어서 편다면,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생각을 틔워고 마음을 열면서 빛날 만하다. 씻고 또 씻고 쉰 뒤에 〈책과 아이들〉 지기님하고 밤수다를 편다. 촛불을 가만히 켜 놓고서 밤바람을 쐰다. 우리가 마음으로 짓는 숨빛을 돌아본다.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는 책이름이 얄궂다. “-하게 만들” 수 없다. 잘못 쓰는 옮김말씨이다. 한글판을 제대로 내려면 “잔소리가 지겹다”나 “신물나는 잔소리”처럼 붙여야 알맞다. 잔소리를 듣는 쪽도 고단하고, 잔소리를 하는 쪽도 힘겹다는 줄거리인데, 조금 더 짚어야지 싶다. ‘잔소리’를 하니까 서로 고달프지. ‘큰소리’를 내도 서로 괴롭다. 그렇다면? 잔소리도 큰소리도 아닌 ‘살림소리’와 ‘사랑소리’를 나눌 노릇이다. 이쪽이 저쪽을 나무라는 소리가 아닌, 저쪽도 이쪽을 탓하는 소리가 아닌, 함께 살림을 짓는 말을 생각하고, 서로 사랑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살펴야 할 때이지 싶다. 잔소리를 멈추자. 살림노래를 부르자. 사랑말을 짓자.


#FedUp #GemmaHartley

#지긋지긋 #신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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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3.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글, 마음산책, 2011.10.5.



하루를 쉬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걷어내고서 수박을 장만하러 두바퀴를 달린다. 천천히 달리면서 저녁빛을 헤아린다. 수박을 집에 내려놓으니 땀범벅. 예전에는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서 수박을 짊어졌다면, 이제는 혼마실을 하면서 짊어지기에 한결 가볍다. 풀벌레노래가 그윽하다. 《뭐라도 되겠지》를 읽고서 갸웃했다. 요새는 이런 글을 쓰고 책을 내야 팔리려나? 이처럼 글을 꾸미고 그림도 꾸며야 널리 읽히면서 돈이 되려나? ‘꾸미다’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꾸리다’라는 낱말이 있다. ‘꾸미다 = 꾸 + 미’인 얼개이다. ‘미 = 밀다·믿음’으로 뻗으니, 가꾸는 시늉으로 밀어붙이는 몸짓이 ‘꾸미다’이다. 이와 달리 ‘꾸리다 = 꾸 + 리’인 얼개이다. ‘실꾸리’라는 낱말처럼 ‘리 = 살리다’로 나아가는 몸짓이다. 글도 그림도 삶도 하루도 ‘꾸릴’ 줄 아는 매무새일 적에 빛난다. ‘꾸미’는 몸짓이라면 빈수레이다. 비(빗물)처럼 빛낼 적에 글이라고 여길 만하다. 비(빗자루)처럼 정갈히 쓸어내기에 글이라고 할 만하다. 빗(머리빗)처럼 곱고 가지런히 다듬기에 글로 읽을 만하다. 아무렇게나 하면 뭐가 될까? 꾸미기만 하면 무슨 글일까? 살림을 꾸리면서 마음을 일굴 때라야 비로소 붓이 빛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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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2.


《아무것도 아닌 빛》

 정영선 글, 강, 2023.2.28.



어제 서울에 와서 〈갤러리 사진적〉에 빛꽃을 붙였다. “7.3.∼8.4.”에 걸쳐서 “책집에 갑니다”라는 이름으로 봄꽃(전시회)을 편다. 길손집은 화양동과 성수동 사이로 잡았는데, 밤새 부릉부릉 소리에 거나꾼 술지랄이 울렸다. 아침에는 빗소리가 모두 잠재운다. 슈룹은 굳이 안 챙겼다. 건대입구역까지 1.5킬로미터를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걷는다. 비를 흠뻑 맞으면 빗물이 스미면서 몸속 찌끄러기를 내보낸다. 그저 비에 몸을 맡기기만 해도 ‘몸속갈이’를 하는 셈이다. 14시 시외버스를 타기까지 한참 기다리는 동안 말린다. 버스에서 쿨쿨 자면서 바싹 마른다. 《아무것도 아닌 빛》을 읽었다. 글쓴이는 동인문학상을 받았다는데, 이 글보람을 받으면서 부산에서 애꿎게 손가락질도 받았단다. 모든 사람이 모든 ‘엉터리 보람’을 물리친다면, 누가 누구를 나무랄 까닭이 없다. 전남 고흥군은 ‘송수권 문학상’에 자그마치 ‘3000만 원’을 내거는데, 이런 돈잔치에 이름을 내미는 이들이야말로 창피하지 않을까. 글빛을 북돋우려면 ‘상금’이 아닌 ‘밑돈’이나 ‘씨앗돈’을 꾸준히 줄 노릇이다. 이름값 아닌 글빛을 살펴서 ‘글살림 밑돈’을 챙길 줄 아는 고을이나 모임이 있을까? 아무것도 아닌 빛이 모르는 빚쟁이 아닌가? 《아무것도 아닌 빛》을 읽어 보니, 참 잘 쓴 글이라서, 글보람을 받을 만하다고 느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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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


《Strega Nona》

 Tomie DePaola 글·그림, Simon & Schuster, 1975.



해가 난다. 새벽길을 나선다. 《말밑 꾸러미》 여섯벌 글손질을 시외버스에서 하다가 쉬며 서울에 닿는다. 〈동네서재 아롬답다〉를 들르려고 자양동 골목을 걷는데 잿더미(아파트 단지)가 잔뜩 늘었네. 이윽고 〈문화온도 씨도씨 + 갤러리 사진적〉으로 찾아가서 빛꽃을 붙인다. 이곳에서 곧 봄꽃(전시회)을 편다. 신나게 땀흘려서 일을 마치고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우리가 깃든 밥집은 아주 붐비지는 않았을 테지만 허벌나게 시끄럽다. 길손집까지 걷는데 화양동 술집거리를 가로지른다. 엄청 시끄럽고 지저분하다. 우리는 뭘 보고 누리는 삶일까? 《Strega Nona》를 ‘백제·문선사’에서 1980해무렵에 낸 그림책꾸러미로 처음 만났는데, 그 뒤로 여태 한글판은 더 안 나온 듯싶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영어판은 쉽게 볼 수 있다. 할머니 한 분이 마을살림을 숲빛으로 건사하면서 젊은이를 가벼이 타이르고 이끄는 얼거리요, 마을지기나 여러 이웃한테도 함께 일구는 살림을 부드러이 알려주고 나누는 줄거리이다. 마음눈을 틔울 적에는 언제나 빛난다. 마음씨를 가꿀 적에는 한결같이 곱다. 마음밭을 알아볼 적에는 스스로 배운다. 오늘날에는 누가 할머니답게 살림을 이끌까? 요즈음에는 누가 할머니 곁에서 사랑손을 물려받을까?



《마법사 노나 할머니》(토미 데 파올라/장윤환 옮김, 문선사, 1984.6.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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