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7.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글·장고딕 그림, 철수와영희, 2023.10.14.



고즈넉이 쉬면서 숨을 돌린다. 오른뒷목과 등을 큰아이하고 곁님이 주무르고 토닥여 준다. 으레 다른 사람을 주무르고 토닥이며 살다가, 다른 사람 손길을 받으니 새롭다. 스스로 몸을 다스릴 적에는 결리고 쑤시고 아픈 데만 풀어낸다면, 다른 사람 손길을 받을 적에는 안 결리고 안 쑤시고 안 아픈 데도 토닥이기에, 엎드린 채 속으로 ‘어느 곳이 찌릿하구나. 어느 곳을 제대로 눌러야겠구나.’ 하고 헤아린다. 뒷목하고 날개죽지 사이로 결릴 적에도 말을 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목소리를 내려 할 적에 목힘줄이 다 얽혀서 찌릿한다. 몸이 아프거나 여린 사람이 내는 말소리란, 그야말로 더 쥐어짜는 숨빛이 서리겠구나.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모로 답답했다. 글쓴이는 여태 ‘채식 + 동물권’을 줄기차게 말하지만, ‘식물권’은 생각조차 없는 듯싶고, 서울사람이 누리는 푸성귀를 비닐집에서 어떻게 길러내는지 영 모르는 듯하다. 마냥 푸성귀만 먹으면 될까? 숨빛(생명권)이라고 하는 틀을 복판에 놓지 않는다면 엇나갈 텐데. 사람 사이에서도, 사람이랑 짐승 사이에서도, 사람이랑 짐승이랑 푸나무랑 헤엄이 사이에서도 매한가지이다. 물 한 방울에도 숱한 숨결이 흐른다. 목소리만 내지 않기를 빌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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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6.


《블리스 씨 이야기》

 존 로널드 루엘 톨킨 글·그림/조명애 옮김, 자유문학사, 1998.5.30.



오른목하고 오른어깨죽지가 결린다. 풀고 일하고 쉬기를 되풀이한다. 올해에 태어날 《우리말꽃》 애벌손질을 마치고서 펴냄터로 보낸다. 어제오늘은 저녁나절에 기운이 다하느라 일찍 눕는다. ‘우리집 글눈뜨기’를 이틀 쉰다. ‘이웃·이무롭다(이물없다)’나 ‘딸·아들’ 같은 낱말이 어떻게 태어나서 오늘에 이르는가 하는 말밑을 가만히 풀어낸다. 그리 어렵지 않은 말밑풀이일 텐데, 뜻밖에 쉬운말을 모르거나 헤매거나 등지는 사람이 많다. 쉬운말부터 마음에 담아서 이야기를 여미는 매무새를 잃는다면, “마음을 나누는 말”이 아닌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소리”로 뒤바뀌게 마련이다. 《블리스 씨 이야기》를 읽었다. 옮김말에 마음을 기울였으면 퍽 재미있을 만한데, 판박이처럼 척척 찍어내듯 얄궂은 말씨가 춤춘다. 아이들도 재미없다고 하더라. 책을 덮고서 여러 달 헤아려 보았다. 오늘날은 배움터도 일터도 삶터도 ‘말다운 말’을 등지고 ‘말씨’를 짓뭉갠다. 아직 논은 비닐을 씌우지 않지만, 논에서 거두는 나락은 ‘볏짚’을 못 쓸 만큼 짜리몽땅하고 여리다. 비닐집에 갇힌 채 알만 굵어가는 낟알이나 열매가 사람한테 이바지하리라 여긴다면 바보이다. 오늘날 들숲바다가 망가진 민낯에 등을 돌려도 바보이다.


#JohnRonaldReuelTolkien #MrBlis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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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5.


《안으며 업힌》

 이정임·박솔뫼·김비·박서련·한정현 글, 곳간, 2022.5.18.



빨래를 하고, 밥을 차리고서, 낮에 저잣마실을 간다. 어제 가볍게 스친 겨울비인데 바람이 차다. 겨울스러운 하루를 느끼면서 되도록 호젓한 데로 걸어다니지만, 시골에서도 골목이며 기스락까지 부릉부릉 쇳덩이가 들이민다. “사람이 먼저”는 거짓말이다. “쇳덩이가 먼저”요, “돈이 먼저”요, “이름이 먼저”요, “힘이 먼저”인 판이다. 어린이가 시골길을 걸어도 부릉거리는 쇳덩이는 사납게 들이민다. 귤을 한 꾸러미 사는데, 보름 앞서보다 1만 5천 원쯤 올랐다. 고흥은 진작에 귤 한 꾸러미가 45000원쯤 한다. 그래도 씩씩하게 장만한다. 아이들하고 곁님이 즐겁게 누리면 값이야 대수롭지 않다. 즐겁게 벌고, 기쁘게 쓴다. 《안으며 업힌》은 부산이라는 고장에서 피어나는 여러 이야기를 뭇눈길로 풀어낸 꾸러미이다. 틀은 글꽃이되, 옆에서 이웃이나 동무가 두런두런 들려주는 하루라고 느낀다. 여러 글쓴이가 ‘문학을 한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발을 딛고서 살아가는 오늘을 그린다’는 마음이라면 글결이 별빛에 가까웠을 테지만, 이만 한 글이 태어난 살림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본다. 우리는 우리를 이야기하면 된다. 담 너머가 아닌, 울타리 안팎이 아닌, 오늘 우리가 사랑하는 살림살이를 풀어놓으면 어느새 아름답고 알차서 서로 새롭게 만난다. 먼발치를 쳐다보면서 거머쥐려고 하면 ‘소설·문학·예술·창작’이란 이름은 얻겠지만 ‘삶·살림·사랑·숲’하고는 멀더라.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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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4.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노자와 가즈히로 글/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11.4.



헛간 오른켠을 치운다. 이곳에 책더미를 좀 옮겨 놓고서 느긋하게 추스르자고 생각한다. 묵은 종잇조각을 차곡차곡 풀어서 쌓고 묶는다. 지나가는 바람은 고이 지나가면 되고, 새로 찾아들 바람은 이 땅을 쓰담쓰담 베풀면 된다. 늦은낮부터 잔뜩 모인 구름은 해거름에 빗방울을 조금 뿌리더니, 밤에는 개어 별이 초롱초롱하다. 오늘은 ‘이무롭다·이물없다’라는 낱말을 둘러싼 말밑을 풀었다. 풀고 나니 개운하면서 쓸쓸하다. 그저 사투리인 말씨인데, 아주 수수한 삶과 살림에서 피어난 낱말인데, 숱한 말글지기는 말을 말로 바라보지 않더라. 아무래도 손수 삶을 가꾸거나 살림을 짓는 하루가 아닌, 책상맡에서 맴도는 터라 말길을 놓치는 듯하다.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를 읽고서 돌아본다. 퍽 잘 여민 꾸러미라고 느끼면서도 ‘1센티미터씩’이라고 군말을 넣은 대목을 곱씹는다. “온누리는 바뀐다”라고 하면 된다. 더디 바뀌지도 빨리 바뀌지도 않는다. 그저 바뀌어 간다. 바뀌려고 어지럽다. 바뀌는 길이니 어수선하다. 옛몸과 옛틀을 몽땅 녹여야 바뀐다. 티끌 하나만큼 바뀌더라도 옛길을 모조리 내려놓아야 새길로 나아간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저 앞을 모를 뿐이라고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기에, “한 치”라는 군말을 넣었구나 싶더라. 안갯속에서는 참말로 걸을 수조차 없게 마련인데, 오히려 눈을 감으면 근심걱정 없이 척척 걸어갈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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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3.


《까만 아기 양》

 엘리자베스 쇼 글·그림/유동환 옮김, 푸른나무, 2006.7.19.



어제부터 큰아이는 한자를 새로 익히기로 한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익히는 길을 지나가는 푸름이라면, 영어를 비롯한 여러 이웃말에 한자를 차근차근 익힐 만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글에 한자말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이웃이 남긴 자취를 읽고 새겨서, 앞으로 우리 나름대로 제대로 쉽고 참답게 사랑스러이 살림빛을 일구어 남기는 틀로 삼도록 이웃글을 익힌다. 《까만 아기 양》을 읽었다. 잘 여민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여러모로 아쉽기도 하다. 2006년 무렵이라면 이럭저럭 잘 나왔다고도 여길 테지만, 2024년에 와서 짚어 보자니 퍽 묵었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 달라” 하는 목소리는 안 나쁘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라는 목소리를 알리려는 데에 빠진다면, 자꾸자꾸 서로 다투거나 싸우는 얼거리를 바탕에 그려 놓고 말더라. “우리는 달라” 같은 말은 처음부터 ‘가르기’를 마음에 심는 얼개라고 느낀다. “우리는 숲”이나 “우리는 사랑”이나 “우리는 바람”이나 “우리는 하늘”이나 “우리는 바다”나 “우리는 들꽃”처럼 꿈 하나를 밝힐 적에라야 비로소 새길을 연다고 느낀다. 가르려 하지 말고 꿈을 사랑으로 속삭이면 된다. 이쪽이 좋거나 저쪽이 나쁘다고 가른들 바뀔 일이란 없다. 갈라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모든 글과 책이란, 사람들이 싸움수렁에 갇힌 채 사랑을 등지도록 내몰더라. 사랑이어야 꽃가루받이를 하고, 사랑일 때라야만 아이가 태어난다.


ㅅㄴㄹ


#TheLittleBlackSheep #ElizabethShaw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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