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5.


《正音文庫 59 우파니샤드》

 박석일 옮김, 정음사, 1976.1.10.



오늘 하루도 고즈넉이 흐른다. 집안일을 하고 말꽃짓기를 한다. 바람을 쐬고 빨래를 말린다. 밥을 짓고 물을 마신다. 책을 읽고 등허리를 편다. 햇볕을 머금고 풀꽃나무를 쓰다듬는다. 구름을 보다가 밤에 찾아들 별빛을 그린다. 《正音文庫 59 우파니샤드》를 새삼스레 읽었다. 《우파니샤드》는 여태 여러 판으로 장만해서 읽었다. 누구나 스스로 어질게 살아갈 길을 비추는 옛이야기라 할 텐데, 우리 터전에서는 우리 살림살이에 걸맞게 갈무리한 어떤 옛이야기가 있을까? ‘오늘이야기’이든 ‘옛이야기’이든 가르침(훈계·교육)일 수 없다.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이다. 우리말 뿌리를 헤아리면 ‘이야기 = 잇는 말·마음’이다. 주거니받거니 흐를 적에는 ‘잇는’ 마음으로 생각을 말에 담을 뿐이니, 가르치거나 배우는 일하고는 멀다. 한자말 ‘대화·소통·의사소통’을 써도 안 나쁘지만, 그런 한자말에는 우리 삶뿌리가 없다. 우리 삶뿌리는 우리말에 깃든다. 아주 작고 흔한 낱말에 감도는 숨빛을 읽어낼 적에, 스스로 일어서는 길을 스스로 찾고, 아이를 사랑하면서 어버이로서 사람답게 피어나는 길을 스스로 깨닫는다. 아이를 가르쳐야 할 까닭이 없다. 아이하고 이야기를 하면, 아이도 어버이도 어느새 새롭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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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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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4.


《COWA!》

 토리야마 아키라 글·그림/이승원 옮김, 대원씨아이, 2022.7.31.



작은아이하고 다섯돌(오목)을 놓는다. 이기든 지든 무엇이 대수로울까. 눈을 틔우면 되고 눈길을 열면 넉넉하다. 암사마귀가 알을 잔뜩 밴 채 마당에서 허우적거리기에 작은아이더러 앵두나무 곁으로 옮겨 주라 했다. 나는 어릴 적에 으레 해보았으니 아이들이 손수 숨결을 느끼면서 옮기는 동안 손끝으로 삶빛을 맞아들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COWA!》를 읽었다. 아이들한테도 건네주었다. ‘여러 사람’이 한마을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여러 사람’ 아이들이 같은 배움터를 다니면서 어울리면서, 서로 맺고 푸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이런 그림꽃(만화)을 먼저 그려내었기에 나중에 《드래곤볼》을 그릴 수 있었구나. 《드래곤볼》이나 몇몇 그림꽃에는 응큼질을 섞지만, 《COWA!》는 응큼질을 안 섞었다. 그래, 이렇게 응큼질 없이 얼마든지 그릴 수 있잖은가? 구태여 응큼질을 넣어야 눈길을 받거나 이쁨을 받지 않는다. 서로 따사롭게 느낄 손길이 아니라면 모두 응큼질이다. 함께 손을 맞잡고 나아갈 새길이 아니라면 다 응큼짓이다. 머리에 뿔이 나도 사람이고, 피를 빨아먹어도 사람이고, 박쥐랑 비슷한 날개가 있어도 사람이고, 덩치가 우람나무만 해도 사람이다. 몸집이 작건 힘이 여리건 누구나 사람이다. 사람빛을 보기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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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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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3.


《검은 대륙 초록 희망》

 왕가리 마타이 글/이혜경 옮김, 책씨, 2005.3.30.



별빛이 쏟아지는 나날이다. 낮이 부쩍 줄고 밤이 차츰 늘어나는 하루이다. 우리 집 단감을 몇 알 따서 썰어 보는데, 조금 더 익어야겠구나. 멧새가 찾아와 톡톡 쪼아먹기도 하고, 붉게 익어 나무 곁에 툭툭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사람대로 먹으면 즐겁고, 손이 안 닿을 만한 곳은 새랑 벌레가 누리다가 흙으로 돌아가면 된다. 《검은 대륙 초록 희망》을 예전에 읽은 듯하지만 하나도 안 떠올라서 새로 장만해서 읽었다. 옮김말이 매우 허술하다. 아니 일본한자말하고 일본말씨가 춤춘다. 이웃말(외국말)을 익히는 분들은 왜 우리말은 안 익힐까? 배움터(학교)에서는 우리말을 안 가르친다. 이른바 ‘초·중·고’를 나온 채 우리말을 스스로 익히지 않는다면 “찌들고 망가진 말씨가 마치 우리말인 줄 잘못 아는 마음”으로 헤매고 만다. 영어를 하루에 두 시간 익혔다면, 우리말도 하루에 두 시간 익힐 노릇이다. 우리말을 뭘 어떻게 더 배우냐고 묻지 마라. 잊어버린 말씨를 돌아보고, 잃어버린 낱말을 생각하라. 말은 남이 못 가르친다. 스승이나 길잡이는 그저 삶으로 말결을 보여줄 뿐이다. 아이들은 “우리말을 가르쳐 주셔요!” 하고 달라붙어서 배우지 않는다. 어른들이 쓰는 말씨를 귀여겨듣고서 배운다. 우리말을 모르면 글을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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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2.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9.3.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서두를 마음이 없기에 14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왔는데 뜻밖에 일이 일찍 끝나 한 시간이 빈다. 느긋하게 다니니 나쁘지는 않되 고흥 읍내에서 쉴 곳은 없다. 900살 느티나무 곁은 할배들 술잔치에 담배냄새 탓에 지저분하다. 작은 시골조차 부릉부릉 시끄럽다. 오늘이 ‘세계 차 없는 날’이라는데, 이 시골에서 누가 알까? 시골일수록 더더욱 부릉이를 끝없이 몰고 밀어댄다. 올해에는 우리 집 감나무가 단감이며 불퉁감(대봉감)을 주렁주렁 맺는다.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를 읽었다. 살뜰하게 여민 책이라고 느낀다. 노리개질로 시달린 사람들은 ‘죽느니만 못한 나날’을 보내면서 ‘삶을 단단히 잡는’다고 느낀다. 숲노래 씨도 매한가지이다. 어릴 적이나 싸움터(군대)에서 겪은 노리개질은 떠올리고 싶지 않도록 몸서리칠 노릇인데, 노리개질은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으레 자주 곳곳에서 겪는다. ‘나란사랑(동성애)’을 외치며 잔치를 벌이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으나, ‘싸움터 노리개질(군대 성폭력)’이 거의 ‘나란사랑’을 앞세우는 뻘짓인데, 뭔가 크게 일그러졌다. 싸움터에서 중대장이나 윗내기(고참)란 놈들이 두들겨팰 적마다 ‘죽음 아닌 삶’을 마음으로 그렸기에 오늘까지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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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1.


《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

 문광연 글·사진, 지성사, 2017.8.11.



낮까지 느슨히 쉬면서 등허리를 편다. 자전거를 몰아 우체국으로 다녀온다. 천안 이웃님한테 노래꽃하고 책을 부친다. 어느 그림책이 ‘자전거를 자전거 같지 않게 그렸’기에 어느 대목이 얄궂은가를 누리집 이웃님한테 여쭈어 보았다. ‘그림책에서 자전거를 엉뚱하거나 얄궂거나 엉성하거나 틀리게 그리는 줄’ 알아차리는 분은 얼마나 될까.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걸음새’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은 ‘버스길’을 제대로 못 그리더라. 자전거를 안 타는 사람도 마땅히 자전거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 아기를 안고서 달래고 자장노래를 불러 보지 않은 사람도 ‘아기 안는 어버이’를 제대로 못 그릴 테고, 천기저귀를 갈아 주지 않거나 빨래삶이를 해보지 않은 이들도 ‘수수한 살림결 그림’이 엉성하게 마련이다. 마당 한켠에 여치가 모여 해바라기를 한다. 《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를 아이들이 반갑게 읽어 주었다. 개구리랑 도룡뇽이랑 뱀을 눈여겨보는 어른이 있다며 살짝 놀라기도 한다. 입(지식·이론)으로만 외는 ‘친환경·그린’은 조금도 숲을 헤아리지 않는다. 오늘날 ‘해상 태양광·풍력’은 ‘토목 마피아’하고 똑같다. 밀양 송전탑만 붙드는 분이 많은데, 바다부터 잇는 송전탑은 안 보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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