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항 벨 이마주 28
데이비드 위스너 그림, 이상희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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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롭게 피어나니 즐겁게 놀아

[내 사랑 1000권] 23. 데이비드 위즈너 《구름 공항》



  구름은 똑같은 모습이 없습니다.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본 분이라면 다 알리라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 사람도 나서 죽을 때까지 똑같은 모습인 구름을 하나조차 볼 수 없어요.


  그러면 왜 똑같은 구름을 하나조차 볼 수 없을까요? 어떻게 구름은 늘 다른 모습일까요? 아니, 어찌하여 구름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나서 우리한테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고, 우리 눈이며 마음에 새로운 빛깔하고 무늬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이야기꽃을 품도록 북돋아 줄까요?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그림책 하나를 곁에 두면서 구름하고 노닐 만하지 싶습니다. 어른 가운데에도 아직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분이 있으면 아이 곁에 나란히 쪼그려앉아서 그림책 하나를 함께 읽으며 구름하고 어우러질 만하지 싶고요.


  데이비드 위즈너 님은 말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엮는 《구름 공항》으로 구름이 처음에는 다 똑같은 모습이어야 했으나 어느 날 부터 다 다른 모습이 되었다고 하는 줄거리를 밝힙니다.


  작은 구름이 작은 아이하고 놀다가 슬그머니 구름 공항으로 데리고 가요. 구름 공항에서 작은 아이를 본 온갖 구름은 작은 아이가 재미있게 놀도록 이끌고, 작은 아이는 온갖 구름이 저마다 다른 몸이 되어 저마다 새로운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읽습니다. 이리하여 작은 아이는 종이를 펴서 요모조모 생각을 하면서 재미나게 그림놀이를 합니다. 작은 아이가 짓는 그림놀이를 지켜본 온갖 구름은 새로운 모습이 되어 보는 ‘몸짓놀이’가 신납니다. 구름 공항을 다스리는 어른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깁니다만, 모든 구름이 늘 새롭기를 바라니, 나중에는 구름 공항 어른들도 더는 이를 막지 못해요.


  틀에 갇히고 싶지 않은 구름입니다. 틀에 가둘 수 없는 구름입니다. 바람도 구름처럼 틀에 가둘 수 없습니다. 물줄기도 틀에 못 가두고, 꽃이나 풀이나 나무도 틀에 못 가두어요. 사람도 매한가지이지요. 어른이나 아이 모두 틀이 아닌 새로운 꿈을 가슴에 담으면서 사랑으로 피어나며 환하게 웃고 어우러집니다. 2017.12.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책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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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아저씨의 뜨개질 벨 이마주 17
디 헉슬리 그림, 마거릿 와일드 지음, 창작집단 바리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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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늘 하나입니다

[내 사랑 1000권] 22. 마가렛 와일드·디 헉슬리 《닉 아저씨의 뜨개질》



  닉 아저씨는 뜨개질을 잘하지 않습니다. 닉 아저씨는 뜨개질을 그저 좋아합니다. 혼자 하는 뜨개질보다 졸리 아주머니하고 나란히 앉아서 뜨개질을 할 적에 더없이 좋아합니다.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45분 동안 함께 달리는 길에 톡톡톡톡 뜨개바늘이 부딪는 소리를 내면서 털실이 새롭게 옷이 되고 인형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하루를 아주 좋아하지요.


  이러던 어느 날 닉 아저씨는 슬픔에 잠겨요. 그 즐겁던 아침에 졸리 아주머니를 더는 만날 수 없거든요. 졸리 아주머니는 그만 쓰러지고 말아 더는 기차를 타고 닉 아저씨하고 기찻간 뜨개마실을 할 수 없거든요.


  닉 아저씨하고 졸리 아주머니는 앞으로 무엇을 할 만할까요? 졸리 아주머니는 병원 침대에 누워 기찻간 뜨개마실을 누릴 수 없다면 삶에서 보람이란 무엇이 될까요? 그림책 《닉 아저씨의 뜨개질》은 뜨개질 하나를 놓고 두 아저씨하고 아주머니 사이에 피어나는 따스하면서 맑은 마음이 어떻게 즐거운 노랫가락으로 거듭날 만한가를 차분히 들려줍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더러 뜨개질을 해 보라고 부추기지 않아요. 그러나 뜨개질 하나로 삶을 바꿀 뿐 아니라 살림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서 사랑까지 새롭게 끌어낼 수 있구나 하고 알려줍니다.


  가게에 가서 인형을 산 뒤에 선물해야 아이들이 반길까요? 가게에 가서 옷을 산 뒤에 선물해야 아이들이 기뻐할까요? 받는 선물이나 주는 선물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레쯤 신나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뭔가 값있는 것을 사다가 주어야 선물이라고만 여기지는 않나요? 우리는 이레쯤 품을 들이고 마음을 들여서 손수 지은 꿈을 건네는 살뜰한 선물을 어느새 잊지는 않나요?


  아이들한테는 더 많은 장난감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한테는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더 좋은 새옷을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한테는 더 많은 새옷을 건사할 옷장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자, 우리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아 볼까요? 손에서 손을 타고 흐르는 기운을 느꼈으면 이 따뜻한 손으로 뜨개바늘을 쥐고서 서로서로 아름다운 그림을 한 올 두 올 지어 볼까요? 2017.12.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삶/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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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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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내 사랑 1000권] 21. 이란주 《말해요 찬드라》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기쁠 때에는 기쁘다고 말하고, 슬플 때에는 슬프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말해야지요. 좋으니 좋다고 말하며, 나쁘니 나쁘다고 말해야지요. 말을 안 해도 마음으로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으나, 말을 안 하니 도무지 못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요. 게다가 말하도 또 말해도 좀처럼 안 알아들으려 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한때 한국에서는 나라밖으로 돈을 벌러 나간 사람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살림을 꾸렸을까요? 싫은 일을 해야 했거나 손찌검을 받거나 거친 말을 들어야 했을까요? 돈을 넉넉히 받으면서 한국에 있는 가난한 식구한테 살림돈을 보내 줄 수 있었을까요?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 땅에 일자리가 없어서 나라밖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러 떠난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습니다. 오히려 이 땅에서는 오랜 솜씨나 재주를 물려받을 일손이 없어서 알뜰하거나 엄청난 솜씨나 재주가 하나둘 사라지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마다 이웃 여러 나라에서 숱한 사람이 찾아와서 일을 익힙니다.


  돌이키면 지난날에는 한국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서 일거리를 얻으면서 새로운 일을 익혀서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일을 일으켰습니다. 오늘날에는 한국 스스로 새로운 일도 오랜 일도 제대로 물려주거나 물려받지 못하는 얼거리인데, 이러면서 이 일을 맡은 나라밖 이웃을 깎아내리거나 괴롭히는 짓이 불거집니다.


  《말해요 찬드라》는 이주노동자를 짓밟거나 괴롭히면서 돈만 밝힌 한국사람 모습을 고스란히 비춥니다. 한국으로 꿈을 품고 찾아온 숱한 이주노동자가 얼마나 아프고 슬프며 괴로운가를 낱낱이 드러냅니다.


  찬드라, 말해야 해요. 우리는, 들어야 해요. 찬드라, 노래해야 해요. 기쁨뿐 아니라 아픔도 노래해야 해요. 이 나라에서 사는 귀 닫고 눈 감은 사람들이 귀를 열고 눈을 뜰 수 있도록 노래해야 해요. 바람 같은 마음을, 해님 같은 숨결을, 흙님 같은 넋을, 씨앗 같은 사랑을 노래해야 해요. 2017.10.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삶/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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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고래 뒹굴며 읽는 책 1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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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라는 이름

[내 사랑 1000권] 20. 윌리엄 스타이그 《생쥐와 고래》



  생쥐하고 고래는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생쥐하고 고래는 저마다 다른 삶터에서 살아가기에 둘이 만날 수 있는 때는 거의 없을 만하지만, 둘은 온누리에 꼭 하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벗이 될 수 있습니다. 생쥐하고 고래는 둘이 쓰는 말이 달라서 말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울 테지만, 서로 마음이랑 마음으로 뜻이 맞아서 따사롭고 넉넉한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그림책 《생쥐와 고래》(다산기획,1994)가 넓고도 깊이 그려서 보여줍니다. 아주 자그마한 그림책 하나인데, 이 자그마한 그림책은 우리가 어떤 동무를 사귀고 어떤 벗으로 지낼 적에 삶이 환하게 되는가를 잘 보여주어요.


  더 많은 동무가 있어야 할까요? 또래인 동무가 많아야 할까요? 온누리에 동무가 꼭 하나 있으면 어떠할까요? 마음이 맞을 뿐 아니라 마음을 아끼거나 보살필 줄 아는 동무가 하나 있으면 어떠한가요?

  마음으로 아끼기에 온힘을 다해서 도울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보살피기에 온힘을 쏟아서 슬기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만나기에 언제나 웃음을 지으면서 서로 그릴 수 있어요. 마음으로 생각하고 어울리기에 늘 가슴 가득 그리운 눈물꽃으로 서로 떠올려요.


  우리 동무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우리 동무는 돈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동무는 못생기지 않습니다. 우리 동무는 잘생기지 않습니다. 우리 동무는 언제나 동무입니다. 우리 동무는 수수하면서도 멋스러운 사람입니다. 우리 동무는 스스로 하루를 지을 줄 알고, 우리 동무는 어깨를 겯고서 함께 일하거나 놀 줄 압니다. 우리 동무는 이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우리 동무는 맑은 바람을 함께 마시면서 가슴을 펴는 몸입니다.


  저는 그림책 《생쥐와 고래》를 1980년대 첫무렵에 처음 만났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번역책이 없던 때에 학습지 별책부록으로 만났고, 1990년대에 이르러 제대로 된 책으로 만났으며, 이제 우리 집에 여러 권을 건사하여 아이들하고 틈틈이 들추어 다시 보고 또 봅니다. 2017.10.1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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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의 비 오는 날 내 아이가 읽는 책 4
파멜라 R. 레비 그림, 나타샤 임 글, 김은정 옮김 / 제삼기획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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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고 함께 치우고 함께 살림해요

[내 사랑 1000권] 19. 나타샤 임·파멜라 T. 레비 《오토의 비 오는 날》


  사다리가 있으면 사다리를 타고 싶은 아이입니다. 외줄이 있으면 외줄을 밟고서 건너 보고 싶은 아이입니다. 곁에서 어른들이 하는 모든 일을 눈여겨보고는 따라서 해 보고 싶은 아이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무엇을 잘 하거나 못 하는가를 헤아리지 않습니다. 여러 어른들이 다 하니까 저도 이럭저럭 할 만하리라 여깁니다. 즐겁게 맞아들여서 신나게 해 보려고 하지요.


  눈이 오는 날 눈밭에서 뒹굴며 노는 아이는 추위를 잊습니다. 비가 오는 날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노는 아이는 온몸이 젖어도 하나도 안 느낍니다. 아이는 늘 놀이를 하는 마음 하나를 느껴요. 온몸을 움직이면서 온마음을 쏟는 놀이 한 가지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어른은 으레 바빠요. 집에서는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고, 집 바깥에서는 집밖일을 하느라 바쁘답니다. 어른은 아이하고 놀 틈을 못 내기 일쑤예요. 아이가 혼자서 놀기를 바라고, 아이가 다른 또래나 동무하고 놀기를 바라지요. 또는 아이를 학교나 시설이나 학원에 맡기고서 어른 스스로 할 일에만 온힘을 쏟고 싶기도 합니다.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학교에 가라 하니까 갈 뿐이지 않을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스스로 가르쳐 주겠노라 말하면 기쁘게 배우지 않을까요? 아이는 어버이가 함께 놀자고 부르면 활짝 웃음꽃을 피우지 않을까요?


  그림책 《오토의 비 오는 날》에는 어머니하고 아이가 나옵니다. 아이는 비가 오는 날 놀고 싶은데, 어머니는 비가 오건 말건 맡아서 할 일을 코앞에 두고서 끙끙거립니다. 아이는 아직 혼자 밖에서 놀 만한 나이가 아닙니다. 게다가 도시라면 아이를 섣불리 바깥에 내보낼 수 없을 테고요. 어버이는 아이 마음을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일을 왜 할까요? 우리 어른들은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아이하고 어울릴 틈이 없고, 아이한테 놀이를 물려주지 못하고, 아이하고 웃음을 짓는 하루를 누리지 못한다면, 아이 마음에서 어떤 씨앗이 싹틀 수 있을까요? 함께 놀고, 함께 치우고, 함께 살림하고, 함께 쉬기에 보금자리입니다. 2017.9.16.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삶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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