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학교생활 2024.5.2.나무.



나무만 심는다고 해서 길이나 마을이 푸르지 않아. 애써 심은 나무를 안 쳐다보면 무슨 보람이겠니. 나무를 안거나 쓰다듬을 수 없어도 부질없어. 나무는 심었으나 부릉부릉 매캐하다면, 나무를 그저 괴롭히는 짓이고, 사람 스스로 죽음길을 치닫는 셈이야. “나무를 심었다” 하고 말하려면, 나무가 자라서 나무씨를 떨구어 어린나무가 새로 자랄 수 있어야 한단다. 큰집을 세우고 길잡이를 두고 책을 꽂기에 배움터(학교)이지 않아. 배움터에 보내기에 ‘배움살림(학교생활)’이라고 여기지 않아. 하루를 다니건, 몇 해를 다니건, 아예 안 다니건, 스스로 눈코귀입을 틔우면서 마음을 열고 온누리를 담아내는 길일 적에 ‘배움살림’이란다. ‘배웠다’거나 ‘학교를 다녔다’고 말은 하지만, 매무새(기본예절)가 덜되거나 엉터리인 사람이 수두룩하구나. 책을 읽거나, 영화·유튜브를 보았어도 ‘읽고 새겨서 익히’지 않는다면, 허울이나 탈이나 겉치레로 그쳐서 수렁에 잠긴단다. 어디를 다닌다면 ‘다닐’ 뿐이야. ‘배움길’은 어느 곳에서만 가지 않거든. 네가 살아가는 모든 곳이 배움터야. 네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배움동무야. 네가 이야기를 듣는 모든 사람이 배움길잡이란다. 네가 맞이하는 모든 날이 배움날이지. 네 마음에 피어나는 모든 생각은 배움꽃이야. 네가 읽는 모든 글과 모습과 빛은 배움책이란다. 집에서 즐겁게 배우고, 들숲바다에서 푸르게 배우고, 나들이를 하면서 새록새록 배우고, 밥을 차리고 나누면서 오붓하게 배우기를 바라. 배우기에 자라. 자라기에 튼튼해. 튼튼하니까 살아가지. 살아가면서, 문득 사랑을 본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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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봉우리 2024.5.3.쇠.



나무줄기에 비닐끈을 동여매어 걸개천을 붙이는 사람이 많구나. 나무가 몸이 조여서 아픈 줄 모를 뿐 아니라, 나무한테 다가가서 마음을 나눌 줄 모르는 탓이야. 네 손목이나 배나 목을 비닐끈으로 조인다고 생각해 보렴. 견딜 수 있겠어? 숨막히겠지? 나무도 비닐끈 탓에 숨막힌단다. 숨막히는 나무는 푸른바람을 일으키기 힘들어. 쓰러지거나 무너질 판이야. 높게 솟은 봉우리는, 밑자락부터 풀과 나무로 둘러. 조이거나 묶거나 매이지 않은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봉우리와 멧자락이기에 ‘숲’을 이루고, 이 멧숲은 온목숨이 싱그럽고 기쁘게 살아가는 터전이란다. 예부터 사람은 “호젓한 숲”과 “이 호젓한 숲을 품은 봉우리”한테 폭 안겨서 살아왔어. 호젓한 멧숲자락에서 살림을 여미고 하루를 누리기에, 사랑을 느끼고 나누면서 마음씨를 달래고 가꾸지. 마음씨가 퍼지면서 생각이 자라고, 생각은 어느새 꿈으로 뻗고, 이 꿈은 새삼스레 삶으로 드러난단다. 먼곳을 바라볼 적에는 봉우리(멧봉우리)인데, 곁을 살펴볼 적에는 봉오리(꽃봉오리)야. 부드럽게 자라다가 어느 날 곧고 반듯하게 서고 솟는 봉오리이지. 꽃잎은 봉긋하게 솟아나면서 둘레를 밝혀. 꽃빛(꽃봉오리빛)은 네가 늘 삶터에서 스스로 밝게 반짝이는 하루인 줄 알아보라고 알린단다. 그러니까, 보면 돼. 봉우리를 보고, 봉오리를 보렴. 마음에 꽃봉오리를 품고 멧봉우리를 품으렴. 풀과 나무가 우거진 멧숲에서 솟은 샘은 어느덧 물줄기를 이루어 들을 적시는구나. 들을 가르는 물줄기는 곧 바다로 이어가서 숱한 이야기씨앗을 흩뿌리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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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탈락 2024.5.4.흙.



가랑잎이 가지를 놓고서 땅한테 폭 안길 적에 ‘떨어지다’라고 하는구나. 빗방울이 하나둘 들을 적에 하늘에서 ‘떨어지다’라고 하지. 위나 높은 데에 있다가 밑이나 바닥으로 가면 ‘떨어지다’로 여겨. 위에 있기에 나아서 ‘떨어지다’라고 할까? 밑이나 바닥으로 가면 나빠서 ‘떨어지다’라고 할까? 곰곰이 볼 수 있다면 ‘떨어지다·떨구다’는 ‘땅’하고 맞닿거나 만나려고 쉬는 길이야. 어느 곳이든 ‘곳’이란다. 제아무리 높아도 해나 별에 대면 “땅바닥하고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물은 늘 새롭게 흐르려고 먼저 바닥을 치고서 높이 솟고는, 다시 신나게 곤두박을 치는데, 고요하던 물이 물결을 치면, 바로 이때에 노래가 생겨나. 바닥치고 솟고 떨어지고 오르는 길을 흐르면서 숨결이 새롭게 노래가 태어나. 나무가 가지에 매달던 잎을 놓기에, 나무는 속으로 테(나이테)를 늘리면서 자라고, 이때에 노래도 자라지. 자라려 하기에 오르내려. 자라고 싶기에 붙다가 떨어져. 자라는 동안에 떨구고, 울기에 웃는 길을 스스로 찾아내. 눈앞에 있는 일을 어떻게 보려는지 헤아리렴. 코앞에 닥친 일이라서 “발등에 떨어진 불”일까? ‘때(시간)’란 따로 없는 줄 아니? 네가 ‘때·곳’이 따로 없는 줄 알면서 ‘나·너’가 있으면서 모든 일이 새롭게 흐르면서 이야기를 이루는 줄 제대로 바라본다면, ‘떨어진’ 잎은 새롭게 내딛는 첫발이로구나 하고 배우겠지. 기쁘게 맞이하고 반갑게 품고서 새록새록 돌아보기를 바라. 곤두박춤을 누리는 제비를 그려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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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언덕배기 2024.5.5.해.



걸어가는 사람한테는 언덕이나 재나 고개가 없어. 모두 ‘길’이란다. 걸어가지 않는 몸과 마음이라서 “힘들어!”나 “멀어!” 같은 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언덕이나 재나 고개를 꺼리거나 싫어하는구나. 걸어가는 사람한테는 언덕길이 신나는 노랫길이야. 걸어가는 사람으로서는 고갯길이 춤길이야.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잿길은 놀잇길이지. 네가 노래가 없이 간다면 “안 걷는다”는 뜻이야. 네가 춤을 안 춘다면 “걷는 시늉”이라는 뜻이네. 네가 놀이하는 마음을 잊었다면 “걷는 길을 잃었다”는 뜻이지. 다들 걷기에 땅을 읽고 하늘을 느껴. 개도 여우도 고슴도치도 개미도 걸어다니면서 땅과 하늘을 헤아려서 알아. 오늘날 사람누리를 보면, 다들 참 안 걷더라. 기름을 활활 태우면서 시끄럽고 사납게 굴러가는 쇳덩이에 몸을 실으니, 스스로 땅과 하늘을 잊어. 스스로 읽지 않으니 스스로 바보가 돼. 쇳덩이(교통수단)는 “빠른 척하지만, 하나도 안 빠를 뿐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눈을 잃는 굴레(감옥)”란다. 빨리 가고 싶다면 ‘바로가기(순간이동)’를 할 노릇이야. 왜 다리를 한 발짝씩 움직이면서 걷는지 생각하렴. 발로는 발바닥을 거쳐서 땅바닥으로 올라오는 땅빛(땅기운)을 받는단다. 살갗으로는 풀빛(풀기운)과 나무빛(나무기운)을 받아. 손으로는 손바닥을 거쳐서 하늘자락에서 퍼지는 바람빛(바람기운)을 받아. 몸으로 이루고 잇는 길을 새삼스레 받아들이는 길목인 손과 발과 살갗이란다. 차분히 걸어가렴. 사뿐히 내디디렴. 가볍게 나아가면서, 땅하고 속삭이고 하늘하고 노래하기에, 사람으로 선다고 할 만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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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노을빛 2024.4.23.불.



네가 지켜보든 안 보든 늘 해가 뜨고 져. 네가 느끼든 안 느끼든 아침저녁으로 노을빛이 퍼져. 네가 어느 곳에 있어도 이 별은 늘 빙그르르 돌아. 네가 무엇을 하든 이 별 둘레와 먼 곳에서 숱한 별이 반짝여. 네가 곁에 가든 등을 지든, 새는 언제 어디에서나 노래하고 날아. 네가 알아채든 아니든, 지렁이는 흙을 새로 일구지. 아침노을을 느끼거나 보는 하루이니? 저녁노을을 만나거나 아는 오늘이니? 밤에는 고요하게 덮는 ‘잠빛’이고, 낮에는 환하게 퍼지는 ‘일빛’이고, 아침저녁으로는 노래처럼 번지는 ‘노을빛’이야.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더라도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이 있어. 네가 걷거나 뛰거나 앉거나 눕거나, 네 몸에는 노상 피가 흘러. 너는 말을 할 적에 피돌이를 느끼니? 숨을 쉬고 뱉는 사이에 온몸이 어떻게 거듭나는지 알아보니? 네가 스스로 숨소리를 느끼는 귀를 틔운다면, 나뭇잎이 들려주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네가 온몸에 바람이 드나들면서 기쁘게 흐르는 숨결을 느끼는 빛을 틔우면, 넌 돌과 모래가 어떻게 숨쉬는지 읽을 수 있어. 그러나 하나는 늘 새겨야겠지. 여태 몰랐거나 안 읽었기에 대수롭지 않아. 틔워서 느끼고 읽는 오늘부터 바꿀 수 있어. 바로 여기에서 하면 돼. 숨을 내쉬면서, 이 숨이 어느 하늘로 피어올라서 노을하고 섞이는지 지켜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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