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보이지 않는 곳 2022.11.7.달.



‘보는눈’이 있지 않으면, 철 따라 다르고 달마다 다르며 나날이 다른 숲을 못 느끼겠지. ‘보는눈’이 있으면, 철·달·날에 맞춰 새로 흐르는 바람을 느끼겠지. ‘보는눈’이란 그저 다 보거나 둘레를 받아들이는 눈이 아니야. ‘보는눈’은 “보려는 모습을 먼저 마음에 그려 놓고서 이 모습으로 이루어 가는 길을 보는 눈”이지. 그런데 너희는 예나 이제나 어제나 오늘이나 엇비슷하거나 똑같은 모습을 보곤 하지. ‘볼 모습’을 먼저 안 그린 탓이고, 네 둘레를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달래기보다 “내 둘레는 언제나 똑같아” 하고 마음에 그린 탓이야. 무엇이든 흘러가는 대로 ‘구경하려는’ 마음일 적에는 “멍하니 꽁무니를 좇는 모습”만 보게 마련이지. “생각도 마음도 없이 홀리듯 쳐다보는 눈”이 아닌, “생각도 마음도 스스로 그려서 둘레를 포근하고 아늑하게 달래는 눈”으로 피어나기를 바라. 네가 마음에 그리려 하면, 네가 보는 곳이 바뀌고, 네 눈길이 닿지 않는 곳도 어느새 바뀐단다. 네가 마음에 안 그리는 채 아침을 맞거나 바깥을 돌아다닌다면, 넌 그저 휩쓸리거나 어지러이 하루를 치르겠지. 빗물이 시원스레 씻어 주기를 바라면, 하늘을 바라보면서 “빗물이 촉촉히 들며 싱그러운 들숲바다에 마당에 마을” 모습을 마음에 그리렴. 추위도 네가 그리는 대로 오고, 더위도 네가 그리는 만큼 와. 네가 마음으로 보는 곳은 어디야? 네가 마음을 열지 않은 채 멀거니 쳐다보는 곳은 어디야? 너희 눈길은 네 마음이 나아갈 빛길이란다. 눈을 들어 무엇을 보려 하든, 마음부터 넉넉히 그리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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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봄개구리 2024.2.10.흙.



봄에 불어 봄바람이고, 봄에 내려 봄비이고, 봄에 찾아들어 봄새이고, 봄에 깨어나 봄개구리야. 겨울에 오니 겨울눈이고, 겨울에 내리쬐어 겨울볕이고, 겨울에 피니 겨울꽃이고, 겨울에 하는 겨울일이야. 여름에 못물에서 노래하는 못개구리이고, 가을이 깊어 그만 꿈꾸러 땅을 파는 겨울개구리이지. 한창 익는 봄이면 도랑이며 못에 알을 낳는 개구리이고, 아직 얼음이 모두 안 녹았어도 기지개를 켜고서 새해를 그리려는 개구리야. 늦겨울에 일찍 깨어나는 개구리는 심심할 틈이 없어. 앞으로 푸르게 퍼질 풀숲을 그린단다. 이제 이곳을 떠날 겨울새 날갯짓소리를 귀기울이고, 하나둘 깨어나려는 풀벌레를 눈여겨보지. 곧 돋는 봄꽃마다 애벌레도 풀벌레도 모여들게 마련이고, 봄개구리도 봄새도 봄꽃 곁으로 찾아간단다. 그야말로 온누리 누구나 봄꽃을 지켜본단다. 잎망울을 헤아리고 꽃망울을 그려. 조그맣게 부풀다가 환하게 터지는 새잎과 새꽃을 반기면서 새해를 누릴 새길을 하나하나 곱씹는 봄이라고 할 만해. 겨울은 꽁꽁 얼리는 늦가을비하고 늦가을바람에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굴을 파는 개구리가 알린다고 여길 수 있어. 거꾸로 봄은 그동안 꽁꽁 얼어붙은 땅을 풀어내는 늦겨울비하고 늦겨울바람에 눈을 번쩍 뜨면서 밖으로 기어서 나와 입을 크게 벌리는 개구리가 알린다고 할 수 있어. 잘 들어 보렴. 늦가을소리와 늦겨울소리가 다르단다. 낮이 길어가는 하늘은 새도 벌레도 사람도 살찌우는 숨결을 퍼뜨린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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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짠물 2024.2.11.해.



바닷물은 짠물이야. 소금을 머금기에 바닷물이야. 냇물과 샘물과 우물물은 소금을 안 머금은 민물이야. 늘 흐르면서 새로 길을 나서는 물줄기에는 소금빛이 없어. 늘 머무르면서 오르내리듯 춤추는 들판이기에 소금빛이 있어. 흐르는 곳에는 티없는 숨빛이 흘러. 머물되 춤추는 곳에는 묵직하면서 깊이 숨빛이 배지. 민물은 그냥 마시면서 싱그러운 기운이고, 짠물은 새로 숨붙이가 자라고 깨어나라는 틔움 기운이야.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숨붙이는 ‘바닷물에 깃든 소금빛’을 언제나 온몸에 덮으면서 헤엄치지. 바다에서는 아프거나 앓을 일이 없어. 바다란 모두 받아들이면서 풀어내는 몫이야. 뭍에서 긴긴 ‘민물 냇물’이 흘러 바다로 올 적에 모래밭과 뻘밭에서 차근차근 걸러서 소금빛을 베푼단다. 사람들은 밥이나 국을 먹으면서 간을 하지. 소금빛을 담아서 밥살림을 잇는구나. 몸을 살리려니 ‘소금빛 감도는’ 밥을 먹어야겠지. 아프거나 앓을 일이 없으라면서 소금을 머금어. 그런데 바다는 하염없이 짜지 않아. 늘 아주 조금 소금을 머금을 뿐이란다. 소금은 틀림없이 몸을 깨우고 살리지만, 지나치게 소금을 들이켜면, 그만 몸이 녹아버려. 사르르 녹아버리지. 알맞게 쬐는 불이라면 따뜻하지만, 활활 사르려 들면, 그만 다 녹아버린단다. 북돋우는 빛인 소금은 그저 조금이면 돼. 혀로 살짝 핥듯 머금으면 하루가 넉넉해. 한 움큼씩 집어삼키다가는 그만 죽어. 게다가 비로 바뀌는 바다는 소금빛을 모두 내려놓는 줄 알아차리렴. 사르지 않고 살리는 짠빛을 가눌 노릇이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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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멱살잡이 2024.2.12.달.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기에 다퉈. 마음에 맞는다고 여기면 서로 부드럽지. 마음에 맞지 않으니까 뿔이 나고 불이 나고 부아를 터뜨리다가 멱살잡이를 하거나 주먹이 오가더라. 마음에 맞지 않으니까 말을 툭툭 자르면 될까?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때리거나 차거나 괴롭혀도 될까? 왜 네 마음에 맞거나 들어야 할는지 생각하렴. “남들을 너한테 맞추”려고 하니까 마음에 맞을 수 없어. 스스로 그리는 하루를 스스로 바라보면서 펼 적에는 “남들이 뭘 하거나 안 하거”나 쳐다볼 일도 까닭도 쓸모도 없단다. 스스로 하루그림을 세우지 않으니까 자꾸 두리번거리면서 다툴거리·싸울거리·겨룰거리를 찾거든. 스스로 그리는 꿈을 이루어 가려는 사람은 다툼질에 힘을 안 써. 스스로 사랑을 짓고 베푸는 사람은 싸움질을 아예 안 쳐다봐. 스스로 살림을 펴고 나누는 사람은 누구하고도 안 겨뤄. 멱살잡이를 하는 두 사람은 스스로 서지 않는다는 뜻이야. 누가 잘못하거나 잘하는 일인 줄 가리거나 가르려 들지 마. 그저 네 하루와 앞길을 바라보면서 웃으면 돼. 네가 누리려는 삶을 하나하나 가꾸어 가는 길을 세우면서 한 걸음씩 가면 돼. 스스로 꿈이 없이 헤매거나 맴돌다가, 그만 시샘하고 미워하면서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바보가 있을 적에 어떡해야겠는지 생각해 봐. 그들은 네가 똑같이 주먹을 휘두르고 막말을 뱉기를 바라는데, 그들한테 휩쓸리고 싶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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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레트로 2024.2.2.쇠.



‘바람’을 알고 읽고 품으면, 삶도 살림도 넉넉하지. ‘바람’이 아닌 ‘유행’을 좇거나 따르면, 졸개나 허수아비로 굴러. ‘물결·물살’을 알고 읽고 품으면, 언제나 어질 텐데, 바람이며 물결이 아닌 ‘유행’이라는 허깨비를 쳐다보기에 ‘레트로·복고’나 ‘새것’이라는 굴레에 갇혀. 너희가 참말로 빛나는 ‘옛빛’을 알거나 읽거나 누리거나 펴려 한다면, 이 별에서 더없이 오래되었으면서 늘 새로운 ‘해·바람·비’에 ‘풀·꽃·나무’에 ‘돌·모래·흙’을 읽기를 바라. 예부터 아기는 어버이 품에 안겨서, 그리고 어버이 품에서 살며시 나오면서, ‘해바람비·풀꽃나무·돌모래흙’을 길잡이에 동무로 삼았어. 지렁이를 보며 굴을 파지. 뱀을 보며 몸을 말다가 소리없이 미끄러져. 새처럼 노래하며 날고, 나비처럼 춤추며 날아. 나무처럼 꿋꿋하고 너그러운 몸짓을 배우고, 꽃송이가 베푸는 향긋한 기운에 놀라. 온누리 모든 오래된 숨결은 “오랜 새빛”이란다. 너희가 쓰는 말도 그렇지. 얼마나 까마득히 “오랜 새말”일는지 어림해 보렴. 너희는 “백만 해”나 “천만 해”를 이은, 오랜 새말이 아닌, 기껏 몇 해 안 된 ‘유행어’로 겉멋을 부리지는 않는가 하고 돌아보기를 바라. 나뭇잎이 아이를 가르치고 함께 놀아. 참새 개구리 잠자리가 아이를 이끌고 같이 놀아. 요즘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 봐. 어버이 품에조차 없는 데다가 들숲바다에 깃들지도 않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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