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꾸벅꾸벅 2024.8.19.달.



네가 왜 ‘잘못‘을 하는 줄 아니? 네가 먼저 스스로 잘못을 해보아야 “둘레에서 누가 잘못할” 적에 바로 알아볼 뿐 아니라, 잘못하는 사람을 부드럽고 상냥하게 달래거나 타이를 수 있어. 너는 네가 누구한테나 부드럽고 상냥하게 달래거나 타이를 때까지 “잘못을 되풀이”한단다. 그럼 생각해 보겠니? 넌 누구보다도 “잘못을 한 나”부터 부드럽고 상냥하게 바라볼 줄 알 노릇이야. ‘잘못을 그냥 넘어가기’가 아닌 ‘나를 나로서 보아주기’를 하면서 “잘못을 녹이고 풀어서 사랑으로 새로 일굴” 노릇이란다. 네가 스스로 너부터 사랑을 안 한다면, 넌 또 잘못을 하고, 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자꾸 잘못을 일삼을 테지. 창피할 수도 있고, 부끄러울 만해. 창피한 짓이나 부끄러운 일이 무엇이라고 굳이 낱낱이 말로 옮기지는 마. 네 마음에서 네 모든 잘못과 창피부터 스스로 풀고 녹이렴. 이러면서 “사랑 말하기(이야기)”를 하렴. 너희는 ‘말씨(말이 씨가 된다)’이기 때문에, 자칫 섣불리 잘못과 창피를 자꾸자꾸 들추면, 오히려 “새로 벌일 잘못씨와 창피씨를 삶에 심는 꼴”이란다. 잘못을 뉘우칠 적에는 “무엇을 이렇게 낱낱이 밝히며 고개숙입니다.” 하고 말해야 하지는 않아. 오히려 “나는 이제부터 오롯이 사랑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고 말하렴. 네가 너를 스스로 바라보면, 꾸벅꾸벅 졸 일이 없어. 네가 너를 스스로 바라보니, 꼬박꼬박 즐겁게 하루를 연단다. 어떤 말씨를 심을 셈인지부터 짚으렴. 뉘우치기를 했으면, 사랑하기로 나아가렴. 네가 네 손과 발로 움직여야 해. 네가 네 팔과 다리를 써야 해. 기대도 되고 기다려도 되는데, 넌 언제나 네 길부터 나설 노릇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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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결합 2024.8.18.해.



어디에 붙고 싶어? 굳이 어디에도 안 붙겠니? 어디로 가고 싶어? 딱히 어디에도 안 가겠니? 어디에 있ㄱ 싶어? 애써 어디에도 안 있겠니? 붙기에 떨어지고, 가기에 오고, 있기에 없어. 떨어지기에 붙고, 오기에 ㅏ고, 없기에 있어. 붙이려고 하기에 붙는구나 싶을 텐데, 붙을 때에 이르면 스르르 붙는단다. 가려고 하기에 가는구나 싶은데, 갈 때에 이르면 스스로 가지. 있ㅇ려고 하기에 있다고 느낄 텐데, 있을 만한 때에 이르니까 스스럼없이 있어. 붙으려면 부드러울 노릇이야. 여태 따로 있다가 붙으니까 어쩐지 부끄러울 수 있어. 붙으니까 부쩍 늘겠지. 손이 붙고 마음이 붙고 힘이 붙으니, 부지런히 하는구나. 언제나 오늘부터야. 여태 안 붙었다고 하더라도, 오늘부터 붙으면 ‘붙은’ 삶이란다. 어제까지 안 하거나 못 했다고 여기지만, 오늘 이렇게 하니까 참으로 부드럽게 흐르네. 닿지 않으려는 둘을 힘들여 붙이려고 하지는 마. 부드럽게 이으려는 마음 하나로 차분히 지켜보면 돼. 일이 왜 손에 안 붙겠니? 아직 마음이 없고 생각이 안 서는걸. 왜 마음을 못 붙일까? 이곳에서 무엇을 스스로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고 느끼니까 마음을 못 붙여. 너는 바람을 아무 데에도 붙일 수 없어. 바람은 그저 흐른단다. 네가 바람을 붙잡으려고 하면 바람이 웃어. 너는 햇빛을 어떡하든 붙들 수 없어. 햇빛은 그냥 비춘단다. 네가 아무리 붙들려고 해본들 부질없어. 가만히 힘을 빼고서 둘레를 보고, 네 마음을 보면서, 오늘 선 곳에 흐르는 모든 빛을 고요히 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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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아침안개 2024.7.1.달.



얼굴에 톡톡 닿는 비가 있고, 가볍게 흩날리는 비가 있어. 눈으로도 알아볼 만큼 빗줄기를 그을 때가 있고, 뿌옇게 퍼져서 통째로 덮는 안개일 때가 있어. 물방울은 가벼이 날아. 스스로 날고 싶기에 바람한테 얹혀서 다녀. 바람 등줄기에 앉고서 온누리를 누벼. 바람속으로 녹아들어서 슬렁슬렁 온곳으로 스며. 굵게 맺는 방울로 살갗으로 톡 떨어져서 슬그머니 몸으로 들어왔다가 나가곤 해. 때로는 살갗만 통통 건드리면서 깔깔거리면서 놀아. 더 스미고 싶은 물방울은 땅밑으로 하염없이 파고들어. 뭉쳐서 놀고 싶은 물방울은 어느 깊이에서 너른 물밭을 이루어 찰랑거려. 땅밑에서 실컷 놀았다고 느끼는 물방울은 쭉쭉 위로 솟아서 샘으로 터져나와. 자, 그러면 아침안개를 이루는 물방울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놀이를 하는지 헤아려 보겠니? 안개한테 폭 안겨 봐. 안개한테 둘러싸여서 걸어 봐. 언제 어떻게 퍼지고서, 언제 어떻게 걷히는지 지켜보렴. 안개는 빗줄기로 바뀔 수 있고, 해가 쨍쨍 내리쬐어도 고스란할 수 있고, 햇빛줄기가 간지럽힌다고 여겨서 와하하 웃으며 흩어질 수 있어. 물방울은 ‘싫음’이나 ‘좋음’을 아예 안 따진단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새롭게 마주하는 길인 줄 느끼면서, “오오오! 오늘은 어떤 놀이일까?” 하고 맞이한단다. 그래서 물방울은 얼마든지 날고, 얼마든지 가라앉고, 얼마든지 솟고, 얼마든지 흐르고, 얼마든지 뭉치고, 얼마든지 재잘거려. 너희 몸을 이루는 ‘알갱이’는 바로 ‘안개’처럼 끝없이 작은 물방울이면서 빛방울이야. 방울짓는 숨결이기에 밝으면서 가볍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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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소금 한 줌 2024.6.30.해.



둘레에서 다른 사람들이 해를 안 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나무라거나 혀를 끌끌 차고 싶니? 이 나라 사람들이 어쩐지 어리석어 보여서 핀잔이나 타박을 하고 싶니? 어수룩한 사람을 보았기에 “참 어수룩하구나!” 하고 말할 수 있는데, 이 말은 막상 ‘그 사람(그 어수룩한 사람)’한테 닿거나 스미지 않아. 네가 하는 모든 말은 늘 너 스스로한테 할 뿐이란다. “어수룩하구나 하고 느낄 사람”을 스치거나 만날 적에는 “스스로 길을 세우지 않고 눈을 꿈으로 돌리지 않으면, 참 어수룩하겠구나!” 하고 배우고 새길 뿐이야. 너는 너를 탓할 수 있는데, 탓만 하면 그만 잿더미로 타버린단다. 그러니까, 탓이나 타박이 아닌, 네가 너를 가꾸면서 북돋울 말씨를 가리고 가누고 가다듬어서 펴면 돼. 네 말이 너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거든. 언제나 살림말과 죽음말 사이를 오간단다. 언제나 깨움말과 깨부숨말 사이를 오가지. ‘소금’은 바다가 스스로 속에 품은 빛알이야. 바닷물 밖으로 나오면 하얗게 덩이를 이루면서 반짝이되, 바다하고 한몸을 이루는 동안에는 그저 속으로 녹아서 맑게 빛나는 방울이란다. “소금 한 줌”은 바다가 베푸는 한 줌 빛알인 줄 알아본다면, 네가 소금을 머금는 마음이 새로울까? 푸른별(또는 파란별) 바닥에 바탕을 이루면서 가만히 물결노래인 바다는, 스스로 다독이고 깨어나려고 ‘빛알’을 둘레에 내려놓고서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으로 피어나고 빗물로 내려. 빗물로 들숲을 씻을 적에, 빗물은 들숲에 있던 부스러기에 티끌에 찌끄러기를 훑어내는데, 모든 ‘앙금’을 부드러이 달래고 녹이면서 ‘소금’으로 거듭난단다. 바다는 소금을 낳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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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올챙이 2024.6.29.흙.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모른다”고들 말하는데, 참말로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모를까? 두 가지야. 올챙이로 놀던 몸이 물뭍을 마음껏 드나들려면, “물에서만 살 수 있는 옛몸”인 올챙이를 송두리째 내려놓을 일이야. 다 잊어야지. 모두 벗어야 한단다. 개구리로 살아갈 숨결이 “올챙이 적 마음”을 붙들면 어떡하겠어? 그런데 다른 하나가 있어. “올챙이로 살던 몸을 하얗게 비우되, 올챙이로 지내던 마음을 고스란히 품고서, 개구리라는 새몸을 기쁘게 받아들여서 노래할” 수 있단다. 이때에 ‘올챙이 적 떠올리는 개구리’는 사랑을 문득 깨달아서 몸에서 ‘숨씨’가 깨어나는 줄 알아차리고, 이 작고 새로운 숨씨를 풀어놓아서 “새 올챙이가 태어나도록 짝을 맺고 알을 낳는”단다. “다 잊기”만 하면, 사랑을 깨닫지 않아. 사로잡힐 적에도 사랑하고 멀어. “다 읽기”를 하면서 “다 잇기”를 할 적에 어느덧 “다 있기”라는 새빛을 스스로 일으켜서 “다 이루기”를 한단다. 아기로 태어나고 아이로 놀고 노래하고 소꿉하던 나날을 다 잊은 몸으로 함부로 짝을 맺거나 아기를 낳으려 하면 어떻겠니? 바로 이 철없고 어리석고 얼뜨고 바보스럽고 멍청한 마음이자 몸인 사람을 가리켜서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처럼 넌지시 타이르며 가르친단다. 넌 무엇을 보니? 넌 무엇을 배우니? 넌 무엇을 하니? 넌 철들려 하니? 넌 깨달으려는 하루이니? 넌 노래하고 살림하며 웃는 오늘이니? 넌 무엇이니? 넌 어떤 넋이자 숨결이니? 가만히 네 몸과 마음을 짚어 보렴. 네가 선 곳을 되새기고, 네 몸짓과 마음씨를 추스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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