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주장 2023.12.3.해.



너희는 두 가지 ‘주장’을 말하는구나. 무리를 앞장서서 이끄는 사람인 ‘주장’ 하나에, 무엇보다 앞세우고 싶다는 뜻으로 ‘주장’을 쓰네. 그런데 왜 무리에서 ‘주장’이 되거나, 너희 목소리를 ‘주장’해야 할까? 어느 무리·모임·자리·두레·마을·나라일 적에는 누구나 이끌 수 있을 노릇이야. 저마다 다르게 ‘이끎이’요 ‘앞님’이지. 누구나 살림빛을 읽어내어 ‘길잡이’ 노릇을 할 적에 어느 무리·모임·자리·두레·마을·나라는 아름답고 즐겁겠지. 한두 사람이나 몇몇 사람이 이끄는 대로 우르르 몰리거나 쏠린다면 참으로 가난하고 허술해. 너희가 내는 목소리는 늘 빛날 노릇이야. 어느 한 가지 목소리만 키운다면, 너희 스스로 텅텅 빈수레로 떠드느라 시끄럽겠지. 들판에 심은 나락이 모두 나란한 키여야 할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옷을 맞추고 똑같이 말해야 할까? 가만히 보면, 너희는 ‘다 다른 몸으로 사는 사람’인 주제에, ‘모두 똑같이 찍어낸 아파트와 자동차와 손전화와 학교’에 길든 채 지내더구나. 길들었기에 길든 줄 모를까? 길들었기에 길든 줄 알면서 그냥 지나갈까? 집에서는 한집을 이루는 누구나 길눈을 밝히고 말소리를 나누어야 살림을 이루고 이야기를 잇는단다. 배움터(학교)에서는 아이어른이 나란히 이끌고 이야기해야 함께 배우고 익힐 테지. 잘 생각하렴. 너도 네 곁이나 둘레에 있는 모두가 다 다르게 스승이면서 살림빛이란다. 지는 해도 뜨는 해도 그저 해야. 모든 구름은 아주 먼 옛날부터 늘 달랐어. 오늘은 무슨 말을 하겠니? 오늘은 어디를 걸어가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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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알짜 2023.12.4.달.



냇물에 발자국을 통통 튀기면서 물떼새가 날아가는구나. 너는 문득 바깥을 보다가 물떼새 발걸음하고 날갯짓을 느꼈어. 기차를 타고 달리다가 졸려서 한참 잔 뒤에 눈을 떴더니 바로 새부터 만났구나. 무슨 뜻일까? 아무 뜻이 없을까? 네가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골목을 거닐 적에 앞뒤에서 붕붕 내달리는 쇳덩이(자동차)를 부대끼는데, 아무 뜻이 없을까? 모두 뜻이 있고, 늘 다시 배우고, 하루하루 새롭게 느껴서 누릴 삶이야. 어떤 일을 치르거나 보거나 겪든 너 스스로 마음에 둘 씨앗을 곰곰이 살필 노릇이지. 너는 네 마음에 기쁨씨나 놀람씨나 웃음씨를 묻을 수 있어. 울음씨나 슬픔씨나 미움씨를 심을 수 있지. 이미 묻은 씨앗을 바꿀 수 있고, 한참 예전에 심은 씨앗이 다르게 자라도록 바꿀 수 있지. 오늘 문득 씨앗을 어떻게 다독이고 싶니? 네 씨앗으로 자라는 마음을 어떻게 품겠니? 좋은일이 없어서 좋은마음일 수 없다고 여기지는 않아? 그런데 좋은일이 따로 있어? 네가 스스로 다듬거나 가꾸지 않아서 ‘안 좋게 여길 일’이지는 않아? 씨앗에는 ‘알짜’를 둘러싼 ‘속살’이 있고, 속살을 감싼 ‘겉살·겉껍질’이 있어. 모두 아울러서 씨앗이야. 넌 알맹이만 있으면 된다고 여길는지 모르는데, 알짜를 감싼 옷이 있어서 씨앗 한 톨이 흙한테 안겨서 깨어난단다. 너는 넋한테 네 몸이라는 옷을 입혔기에 삶을 누려. ‘넋(알짜)’만으로는 살지 않아. ‘늘 있는 빛’인 넋(알짜)이 옷(겉·몸)을 입어서 삶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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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짧게 2023.12.8.쇠.



겨울이 깊어가면 해가 짧고 낮아서, 낮이 늦고 일찍 가. 가장 깊은 겨울부터 해는 다시 길고 높으니, 밤이 조금씩 늦으면서 일찍 가. 여름이 깊어가면 거꾸로일 테지. 다만, 겨울해이건 여름해이건 똑같이 ‘해’야. 겨울낮이건 여름낮이건 늘 ‘낮’이야. 네 옷은 길거나 짧거나 옷이야. 네가 쓴 글은 길거나 짧거나 글이야. 네 생각은 깊거나 얕거나 생각이야. 겉으로 보는 크기나 부피가 어떠하든 속살이 바뀌는 일은 없어. 크거나 길어 보이면 좋니? 작거나 짧아 보이면 나쁘니? 좋아하는 크기가 있을 테고 나빠하는 길이가 있겠지. 좋아할 적에는 무엇이 좋은지 느끼고, 나빠할 적에는 왜 나쁜지 느끼고, 나중에 ‘안 나빠하는 길이’가 있을 적에 차근차근 느껴 봐. 크거나 작기 때문이 아닌, 길거나 짧기 때문도 아닌, 언제나 네 마음 탓에 무엇이든 다 다르게 느껴서 받아들인단다. 짙게 끼어도 안개이고, 옅게 끼어도 안개이지. 많이 먹어도 한끼이고, 굶거나 건너뛰거나 조금 먹어도 한끼야. 누구는 둘레를 보는 눈이 얕거나 짧다고 느낄 수 있어. 누구는 온누리를 깊고 넓게 본다고 느낄 만해. 그런데 이 모두 ‘눈’이고 눈길이야. 잔뜩 내리지 않고서 가볍게 내려도 비야. 구름이 잔뜩 끼어 해가 안 보이는 날이어도 ‘낮’은 늘 찾아와. 그러니까 보아야 할 곳을 보고, 그려야 할 꿈을 그리고, 살려고 하는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 너를 가꾸거나 망가뜨리는 사람은 언제나 너 스스로이거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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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가짜 2023.12.5.불.



너는 몸이라는 옷을 입지. 너는 너일 뿐, 네 몸이 너일 수는 없어. 네 몸은 ‘겉’이요 ‘껍데기’야. 너는 넋만으로는 걷거나 쉬거나 먹거나 자거나 맛보거나 느끼거나 만지지 못 한다고 여겨서 몸이라는 옷을 겉에 입는단다. 그러니까 ‘몸·옷·겉’은 네가 아니기는 하되, 거짓(가짜)은 아냐. 넋으로서는 겉을 몸이라는 옷으로 둘러야 땅에 발을 디디고 눈으로 둘레를 보고 손으로 무엇이든 만져서 머리에 온갖 이야기(정보·지식)를 담거든. 넋이 입은 몸을 오롯이 알기에 스스로 빛나면서 사랑이라는 하루를 살아. 몸만 쳐다보거나 매만지려 하기에 그만 넋을 잊거나 잃어, 스스로 바래거나 시들거나 꺼지면서 사랑 없이 쳇바퀴를 돌아. 하루를 살아가기 바라니? 그러면 ‘겉·옷·몸’도 알뜰히 여기렴. 하루를 살며 사랑이 샘솟기를 바라니? 그러면 ‘몸을 입은 넋’을 가만히 되새기면서 네 눈망울에 빛살을 띄우렴. 네 눈을 거쳐서 네 넋이 초롱이는 빛물결을 내보낸다면, 이 빛물결이 너와 둘레를 하얗게 덮으면서 파랗게 밝히다가 푸르게 피어나고 노랗게 퍼지더니 빨갛게 솟아서 까맣게 쏟아지는 별밤을 이룬단다. 넋을 잊어서 잃으면 죄다 허울(가짜)이야. 그러나 허울을 너무 나무라지는 마. 허울이라는 거짓을 보면 상냥하게 타이르렴. 허울을 쓴 이는 허울인 줄 몰라. 거짓으로 덮은 이는 거짓으로 감추려고 하지. 이들이 스스로 허울과 거짓을 녹이고 털어내도록, 넌 곁에서 사랑으로 빛나면 넉넉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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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지붕 2023.12.6.물.



오래가는 집이 있고, 얼마 못 가는 집이 있어. 살아가면서 손길이 닿아 살아가는 집이 있고, 조금씩 무너져가는 집이 있어. 너는 어떤 집에서 하루를 보내니? 너희 집은 지붕이 튼튼하니? 너희 집은 비가 올 적에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니? 너희 집은 지붕에 새가 내려앉아서 쉴 수 있니? 빗소리를 못 듣는다면 지붕이 없니? 지붕이라 여길 곳을 생각할 수 없는 겹겹 쌓은 칸 하나에 깃들었니? 곰곰이 돌아보렴. 지붕이 없는 그곳이 집일까? 지붕이 없다면 마당도 없겠지. 지붕에 마당이 없이 잠을 자거나 밥을 차리거나 짐을 두는 데가 집일 수 있을까? 너희는 ‘집’이 아닌 ‘집척(집인 척)’인 곳을 값비싸게 치르고서 부둥켜안지는 않았니? 비를 느끼고 바람을 보고 해를 알고 별을 그리고 새를 만나고 온누리를 척척 너희 발로 디디는 첫자리이기에 집이라고 해. ‘부동산’이나 ‘아파트’가 아닌 ‘집’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너희 손으로 짓고, 너희 손길로 돌보고, 너희 숨결을 담아서 물려주는 삶터여야 집이지 않을까? 온누리를 느껴가면서 눈을 틔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터전이기에 집이야. 비바람을 가리기만 하는 곳이지 않아. 먹고자고 짐을 두기만 하는 곳이지 않아. 살림이 피어나고, 사랑을 싹틔우는 곳이기에 집이야. 너희 집에 새라는 이웃을 맞아들이렴. 너희 집에 개구리라는 동무를 받아들이렴.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고 꽃이 피어 나비가 춤추는 집을 이루렴. 밤낮으로 숨을 틔우면서 도란도란 지내는 집을 품으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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