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한 사람 더 2024.3.7.나무.



한 사람 힘으로 모자란 일은 없어. 모자라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을 뿐이지. 두 사람 힘이어야 되는 일은 없어. 둘이 하면서 즐겁고 새로울 뿐이야. 한 사람 더 있어야 하지 않고, 한 사람을 덜어야 하지 않아. 모든 일을 함께 누리는 길을 느긋이 가면 된단다. 언제나 이 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면 돼. 꼭 해야 하는 어떤 말이나, 굳이 안 해야 하는 말이 있지는 않지. 말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말을 움직인단다. 말은 마음을 가꾸고, 마음은 말을 일궈. 나 한 사람은 스스로 일어서고, 너 한 사람은 새롭게 찾아와. 너 한 사람이 스스로 일어나니, 나 한 사람은 이 곁에 깃들어 함께 노래하는 얼거리야. 새 한 마리가 날아앉는구나. 새는 한 마리여도 노래가 그윽하고 맑고 밝고 커. 꼭 한 마리 더 있어야 하지 않아. 굳이 서너 마리를 불러야 하지 않지. 혼자라서 외롭거나 힘들지 않단다. 외로워하니까 외로워. 힘들어하니 힘들지. 좋아하니까 좁고, 싫어하니까 시시하다 못해 시샘해. 사랑하니까 사랑이야.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을 느끼고, 바다로 나아가니 바다를 느껴서 받아들이는구나. 하나씩 할 노릇이야. 한 사람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헤아릴 노릇이야. 한 걸음씩 떼기에 걸어. 두세 걸음을 한꺼번에 뻗지 않아. 그래서 한 사람이 즐거운 곳으로 한 사람 더 깃들 수 있어. 한 사람이 넉넉한 곳으로 한 사람이 새로 찾아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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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식은밥 2024.3.8.쇠.



갓 지은 밥은 따뜻하고 살살 녹아. 봄에 갓 돋는 잎과 꽃송이도 부드럽게 살살 녹아. 봄볕에 겨울눈과 겨울얼음을 녹이면서 온누리를 풀어내듯, 새로 찾아드는 철에 퍼지는 기운을 품은 나물은 너희 몸을 고이 풀어주지. 따뜻밥으로 몸을 녹여. 솥에 남은 밥은 천천히 식어. 따뜻밥으로 몸을 녹인다면, 식은밥으로 몸을 북돋아. 따뜻할 적에도 식은 뒤에도, 차근차근 맞아들여서 차분하게 살찌우지. ‘식은밥’이란 “남은 밥”인데, 남기에 조금 더 넉넉히 둘레에 나눌 수 있어. 이웃하고는 따뜻밥을 나눌 노릇이되, “더 먹지 않고 남은 살림”을 스스럼없이 베풀 만해. 따뜻하지 않고 식었으니 ‘차갑게’ 군다고 여기기도 하더구나. 그렇지만 밤이슬이나 새벽이슬을 어느 누구도 ‘차갑다’고 여기지 않아. 살림물은 늘 ‘차게’ 흐르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구나 싶도록 솟는 샘물이고 냇물이거든. 마음이 식으니, ‘남은밥’을 싫어해. 마음이 따뜻하니 ‘남은밥’을 고마이 받아서 따뜻하게 살려. 생각해 보렴.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재느라 스스로 눈꺼풀에 가리지 않니? 밥을 짓고 남겨서 나누는 따뜻마음을 느낀다면, ‘살림밥’을 알아볼 테고, 살림길과 살림말과 살림빛으로 포근히 감싸게 마련이야. 일부러 식혀서 먹기도 하는 밥이야. 찬밥·더운밥을 가리거나 따지려 하니, 자꾸 싸우는구나. 나눔밥·살림밥을 바라보렴. 온밥·모둠밥을 헤아리렴. 바탕을 다스리면 돼. 바다처럼 넉넉하니 즐거워. 바람처럼 시원하니 싱그러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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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뒷통수 2024.3.9.흙.



앞에 가는 뒷통수만 바라본다면, 앞에서 가는 대로 쪼르르 따라서 가겠지. 앞줄을 따라가면 네가 스스로 둘레를 보거나 길을 찾을 일이 없어. 넌 뒷통수를 안 놓치면 될 테지. 앞에서 따라갈 뒷통수가 없으면, 넌 스스로 둘레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해. 낯설거나 몰라서 헤맬 수 있을 텐데, 자꾸 헤매다 보면 가까운 둘레부터 조금씩 알아볼 만해. 곁자리부터 눈에 익히다가 문득 하늘을 보고 땅바닥을 보겠지. 네 앞을 이끄는 것이 없기에, 네 앞을 가리거나 막는 것도 없어. 스스로 찾아나서는 길이기에, 하늘과 땅과 둘레를 모조리 살핀단다. 이러면서 네 마음을 깊고 넓게 들여다보지. 걱정하거나 설레는 마음도, 슬프거나 싫은 마음도, 멍하거나 즐거운 마음도 다 느껴서 맞아들여. 어느 뒷통수만 쳐다볼 적에는,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수 있어. 헤매거나 놓칠 일이 없다고 여길 수 있어. 그런데 ‘우두머리·길잡이’ 뒷통수를 쳐다보느라, 정작 ‘너다운(나다운) 빛’을 못 보거나 잊는단다. 앞잡이(길앞잡이)를 따라가느라 네 마음을 등지고 네 눈빛이 사라져. 가는 길을 멈추고서 구름을 보겠니? 하던 일을 멈추고서 새로 돋은 들꽃을 보겠니? 넌 어디를 보며 하루를 살아가니? 넌 곁에 누가 있니? 사람들로 빽빽한 서울은 다들 서로 뒷통수만 쳐다보면서 말을 잊고 이야기를 잃다가 마음이 사라져. 빽빽하게 채워 넣은 틀에는 아무 틈이 없어서 다들 죽어가.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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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대리석 2024.1.24.물.



단단하게 뭉쳐서 닫아걸려고 세우는 담이야. 단단히 여미기에 밖으로 새거나 흐르지 않으니, 담을 수 있어. 단단하니까, 밖에서 부는 바람에 끄떡없지. 딱딱한 나머지, 둘레 이야기를 닫기도 해. 똑부러질 만큼 스스로 길을 찾는데, 남을 그저 등지니까 딱잘라서 뚝뚝 끊기도 한단다. 잘 보면 알 텐데, 단단하기에 나쁘지 않아. 단단하기에 마냥 좋지 않아. 다루는 손길이 야물지 않거나 어질지 않으니까 차갑게 닫는단다. 다독이는 마음이 야물고 어질기에 참하게 담아. 늘 말끝 하나로 달라. 너는 어디이든 다다르는 숨길을 빛낼 수 있고, 무엇이든 꽉 다문 채 말도 않고 말도 안 들을 수 있어. 눈코귀입에 무엇을 담으려는지 생각하렴. 눈코귀입을 닫으면서 네 숨길이 어떠한지 살피렴. 더없이 단단한 돌 가운데 ‘대리석’이 있어. ‘그물무늬돌’일 텐데, 이 굳돌이 품는 흰그물무늬가 무엇일까 하고 가만히 마음에 담을 수 있겠니? 거미는 하늘을 보면서 바람을 사뿐히 타는 몸짓으로 흰거미줄을 맑게 파랗게 짜더라. ‘그물무늬돌’은 온몸에 흰거미줄 닮은 바람빛을 고스란히 담아. 사람마다 몸속으로 핏줄이 마치 거미줄이나 그물처럼 촘촘하게 있어. 숨 한 모금을 마시고 내뱉을 적마다 이 ‘그물눈핏줄’ 모든 곳으로 바람줄기가 죽죽 퍼지고 흐르지. 다부진 마음이란 무엇이겠니? 당차며 갈고닦는 매무새를 어떻게 펼치겠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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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주판 2024.1.23.불.



구슬을 톡톡 놓으며 셈을 알고 익힐 수 있어. 또르르 구르는 구슬은 맑게 소리를 내고 부드럽게 구르지. 구슬을 착착 옮기며 셈을 읽고 나눌 수 있어. 또랑또랑 구르는 구슬이란 가벼우면서 밝게 눈길을 알리고 차근차근 일어나. 사람들은 이슬을 보면서 구슬을 빚었어. 사람들은 빗방울을 맞이하면서 방울과 구슬을 여미었어. 사람들은 윤슬이라는 물빛에 마음이 녹으면서 구슬처럼 슬기롭게 살아가는 길을 깨달았어. 하나둘 세는 사이에 하나씩 알아가지. 하나하나 헤아리는 동안 조금씩 눈길을 틔워. 오로지 ‘값’만 따지려 하면 갇혀버린단다. 그저 ‘돈’만 보려 하면 돌아버리고 말아. 가만히 가벼이 날아가는 길에 설 수 있고, 별처럼 빙그르르 돌면서 온누리를 돌아볼 수 있어. 너희가 하는 일은 언제나 같지만, 늘 두 갈래야. 마음을 두는 자리에 따라서 “빛나는 길”로도 가고 “빚지는 길들임(굴레)”로도 간단다. 구슬셈(주판)을 어떻게 다루려는지 천천히 짚으렴. ‘길’은 길이되, 새길일 수 있고 길들이기일 수 있거든. 지름길이거나 오솔길이거나 샛길이거나 대수롭지 않아. 굴레를 씌우거나 뒤집어쓰는 길들임으로 스스로 가두면, 캄캄굴에 사로잡혀. 기운을 차리고 생각을 기르려 할 적에는 “길고 짧은 크기·너비”가 없이 ‘깊이’를 품는 살림으로 나아간단다. 나무를 천천히 깎고 다듬어서 ‘개비’에 쏙 꽂아서 여민 구슬셈을 다시금 매만져 보렴. 구슬은 구름이기도 하고 물결이기도 하고 빛다발이기도 하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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