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눈물꽃 2023.12.27.물.



밤이 안 오면 이슬이 안 맺어. 밤이 오니까 모두 새근새근 자고, 밤바람이 슥슥 부는 사이에 들에도 숲에도 길에도 별빛을 머금은 이슬이 맺지. 어둡게 내려앉은 바람결이 고루 실어나르는 물빛에 별빛이 어우러지다가 어느새 동이 트려고 해. 새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아침해를 보다가 깨닫지. 오늘 하루를 새롭게 살아가는 기운으로 머금으라고 온누리에 방울방울 덮는구나 하고. 이슬을 핥으면서 온몸에 짜르르르 기운이 올라와. 풀도 나무도 이슬을 받아들이면서 한결 푸르게 하루를 노래해. 이슬은 ‘이슬방울’이면서 ‘이슬꽃’이야. 빗물이 ‘빗방울’이면서 ‘비꽃’이니,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이란 ‘눈물방울’이면서 ‘눈물꽃’일 테지. 아파서 흘리는 눈물도, 슬퍼서 떨구는 눈물도, 기뻐서 터지는 눈물도, 모두 너희 마음에 깃든 앙금과 멍울을 씻고 털면서 방울로 내보내는 노래란다. 눈물꽃이 피면서 마음이 푸근하고 아늑해. 눈물꽃을 맺으면서 걱정도 근심도 시름도 서러움도 내려놓지. 눈물은 몸과 마음을 밝으면서 맑게 다독이면서 일으킨단다. 눈물을 흘릴 줄 알기에 “나는 이 앙금을 씻으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아. 눈물이 흐르는 날이기에 “나는 내 티끌을 스스로 씻을 수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 낮이 흐르고 밤이 다시 찾아오면 새삼스레 고요히 잠들어. 이제 온누리는 하루 더 품는 이야기가 스며서 샘이 되고, 바다로 흘러들고, 구름으로 올라가서 다시 빗물이 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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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쾌재 2023.12.26.불.



네가 기뻐하는 때는 언제일까? 네가 안 기뻐할 때는 언제야? 무엇을 보거나 느낄 적에 기쁘니? 무엇을 보거나 느끼면 안 기쁘니? 노래가 절로 나오면 기쁘겠지. 춤이 저절로 나오면 기쁠 테고. 노래나 춤이 없고, 웃음이나 수다가 터지지 않는 기쁨이 있을까? 그런데 너희는 스스로 꿈을 이룰 때가 아닌, 스스로 심은 미움씨앗이 자랄 적에 웃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기도 하더라. 즐겁거나 아름다운 일이 아닌, 괴롭거나 아픈 일에 기뻐한다면, 너희는 어떤 마음일까? 아무래도 살림이나 사랑이 아닌, 죽어가는 마음이겠지. 함께 살아가는 별에서 함께 빛나는 길이 아닌, 서로 미워하고 깎고 갉고 할퀴면서 웃거나 춤춘다면, 몸뚱이는 있어도 넋이 숨진 모습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기쁨’이려면, 다같이 얼크러져서 웃는 잔치란다. 속으로든 밖으로든 “오호라!” 하고 부르는 말소리인 ‘쾌재’란 두 갈래에 서는 몸짓이야. 너는 죽어가고 싶을는지 몰라. 뜻대로 안 풀린다고 여긴다든지, 꿈이 없다고 여기면, 늘 그때부터 죽어간단다. 듯도 꿈도 사랑도, 오래오래 걸려야 이루지 않아. 네가 마음에 고요히 씨앗으로 심는 때부터 이루는 뜻이요 꿈이고 사랑이야. ‘잘되’기를 바란다면, 잘되지 않을 적에 서운하고 싫단다. ‘하려’는 마음으로 늘 느긋이 할 적에는 그저 하면서 노래하고 웃고 춤을 춰. 뭔가 얻거나 이룰 때가 아닌, 씨앗을 심는 자리에서 노래하고 춤출 적에, 기쁨이라는 꽃이 사르르 피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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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파먹는 2023.12.25.달.



땅을 파면 뭐가 나올까? 흙이 나오지. “흙을 품은 씨앗”이나 “흙이 품은 씨앗”이 나와. “흙을 품은 벌레”나 “흙이 품은 벌레”도 나오고. 씨앗은 씨앗인데, “흙을 품은 씨앗”하고 “흙이 품은 씨앗”은 눈길이 달라. 흙도 똑같은 흙이지만, “흙을 품은 벌레”랑 “흙이 품은 벌레”도 다르지. 넌 이 둘이 어떻게 다르면서 같다고 느끼니? 두 결과 길은 다르면서 같아. 닮지만 다르게 다다르지. 흙을 파먹는 씨앗이고 벌레인데, 흙도 씨앗과 벌레가 내주는 숨빛을 파먹는단다. 서로 빛을 내주면서, 서로 숨빛이 새롭지. 엄마랑 아빠가 하나로 맺는 씨앗도, 엄마랑 아빠가 서로 내주면서 받아들이는 숨빛이 있어. 그리고 이 숨빛이 새롭게 자라다가 ‘아기’라는 새넋으로 눈을 뜬단다. 아기는 엄마아빠 사랑을 듬뿍 머금을 뿐 아니라, 엄마아빠도 아기 사랑을 듬뿍 맞아들여. 한쪽에서만 보내거나 주거나 갈 수 없어. 너희는 몸으로 늘 느끼지? 들숨날숨은 늘 똑같아. 더 들이켜거나 더 내보내지 않아. 들이는 대로 내보내. 사랑이란, 주고받음이지 않아. 늘 참(가득함)인데, 들숨날숨처럼 온사랑을 기울이거나 쏟자마자 새로 온사랑이 스며든단다. “베푼 만큼 받는다”가 아니야. 기꺼이 모두 내놓으면서 어느새 모두 새로 들어오면서 늘 환해. 이 얼거리를 알면, “죽거나 늙지 않는 몸마음”이 무엇인지 알겠지? 온사랑이기에 온살림이야. 온사랑으로 살기에 언제나 새롭고 눈부시며 즐거워서 아름답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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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직언(직설) 2023.12.24.해.



바람처럼 스스로 가눌 수 있으면 바로 말하렴. 바다처럼 넉넉히 품을 수 있으면 막바로 말하렴. 밭을 짓듯 온사랑을 기울일 수 있으면 곧바로 말하렴. 밝게 받아들이는 반가운 눈빛일 수 있으면, 늘 바로바로 말하렴. 그러나 네가 스스로 바람이 아닌 채 바다를 모르는 채 밭을 잊은 채 밝지 않은 채 섣불리 나설 적에는, 네 입에서 매캐하고 고약한 방귀 같은 말이 흐르겠지. 말이란 서로 보면서 할 노릇이지. 마주보며 마음을 주고받으려고 하기에 ‘말’이거든. 대놓고 한대서 다 말일 수 없어. 마음이 없이 소리만 내면 말이 아닌 화살이고 불똥이야. 마음을 틔우지 않고서 내는 소리란, 너도 남도 나란히 갉는 좀이야. 말을 하고 싶으면 생각하렴. 네가 누구랑 마음을 틔워 이야기를 이루려는지 생각할 적에 씨앗 한 톨이 깨어나는데, 이 씨앗을 소리로 틔우면서 ‘말씨’가 퍼지고, 말씨가 네 입을 거쳐서 둘레에 닿을 적에 ‘말꽃’이 피고, ‘말나무’가 자라서 ‘말숲’이 된단다. 모든 말은 너부터 스스로 마음에 바로바로 심는 씨앗이고, 너를 둘러싼 사람과 숨붙이한테 퍼뜨리는 씨앗이야. 바른말(직언)이란 뭘까? 옳기만 하다면 바른말이 아냐. ‘밝은말’일 노릇이고, ‘바람말’에 ‘바다말’에 ‘밭말’일 노릇이란다. 너는 어떤 마음바탕이 되어 소리를 내니? 네 마음씨를 이루는 말씨가 무엇인지 날마다 되새기렴. 너는 늘 네 마음에 바른말을 하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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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서울살이 2023.12.23.흙.



이미 알는지 모르겠는데, ‘서울(도시)’이 없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지 않아. ‘서울’은 없어도 돼. 아니, 서울이 있기에 나라가 흔들리고 뒤틀리다가 무너져. 이와 달리 ‘시골’이 없으면 나라가 기우뚱하다가 무너져. 시골을 밀어서 서울로 바꾸면, 너희 스스로 죽음수렁으로 치닫는 셈이지. 생각해 보렴. 바람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물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목숨을 이으려면, 바람·물·해는 꼭 있어야 하는데, 사람뿐 아니라 푸른별에서 모든 목숨붙이한테도 똑같아. 대통령·시장·군수·군인·과학자·목사·중·교사·이발사·운전사가 없어도 나라는 안 무너져. 시인·소설가·공무원·정비사·기술자가 없어도 나라는 멀쩡해. 그러나 시골사람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단다. 어버이가 없어도 나라는 와르르 무너져. 나라를 세워서 이끌려 한다면, 첫째도 둘째도 ‘돈(산업)·힘(군대)·재주(과학·기술·교육)’가 아닌, 들숲바다하고 ‘아이 낳아 돌보는 어버이’를 지키고 돌봐야 한단다. 아이를 낳는 어버이가 없으면, 공무원도 시인도 무슨 쓸모일까? 아이들이 들숲바다에서 뛰놀며 자라지 않으면, 서울과 학교가 무슨 값어치일까? 서울살이(도시생활)는 나쁘지 않아. 서울에서도 들숲바다를 품으면 돼. 시골살이가 좋지 않아. 몸은 시골에 있지만, 부릉부릉 달리거나 풀죽임물을 뿌리면서 들숲바다를 멀리하면 그저 죽음굴레란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풀꽃나무를 사이에 두고서 새를 품는 살림길을 걸을 일이란다. 모든 곳에서 새가 노래하고 벌나비가 춤추어야 사랑이 싹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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