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웃는 낯 2024.8.28.물.



‘웃는 낯’은 어디에서나 웃는 낯이야. ‘우는 낯’은 언제나 우는 낯이지. ‘노래낯’은 어디에서나 노래하는 낯이야. ‘찡그림낯’은 늘 찡그리면서 왈칵대는 낯이구나. 한 사람은 한 가지 낯일 수 있고, 여러 낯을 품을 수 있어. 삶은 웃음길도 가고 울음길도 가지. 삶은 가싯길도 가고 꽃길도 가. 삶은 고갯길도 가고 들길도 가. 너는 들길을 갈 적에만 웃고, 고갯길을 갈 적에는 우니? 너는 꽃길을 간다면 웃고, 가싯길을 간다면 버럭버럭 소리지르면서 울어대니? 새는 바다도 날고 모래벌도 날고 멧골도 날아. 새는 맑은 날이나 더운 날도 날고, 비오는 날이나 추운 날도 날아. 새는 늘 “나는 난다”는 마음이란다. 사람은 어떤 하루인지 돌아보렴. “나는 간다”는 마음일까? “나는 한다”는 마음일까? “나는 짓는다”는 마음일까? ‘웃는 낯’인 사람이라면, 사람도 얼마든지 “나는 난다” 하고 말을 하면서 하늘빛으로 물들어. ‘노래낯’인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나는 나무로구나” 하고 말을 읊으면서 숲빛으로 스며. 자, 생각을 해보겠니. 누구나 “나는 바람인걸”이나 “나는 바다란다”나 “나는 꽃이지”나 “나는 나란다” 같은 말을 스스로 소리를 내면서 고요히 깨어날 수 있어. ‘웃는 낯’을 잊고 잃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는지 모른단다. 스스로 안 웃으니, 스스로 울어. 스스로 노래 안 하니, 스스로 어두워. 누가 시키지 않는단다. 어여쁜 나도 어리석은 나도 언제나 스스로 이루는 길이자 모습이야. 어우르는 길을 보기에 웃어. 아우르는 마음을 열기에 노래해. 이제부터 스스로 해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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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서로거울 2024.8.27.불.



너는 아무나 보지 않는단다. 아무나 너를 보지 않아. 보고 보이는 둘은 거울과 같아. 얼핏 겉으로는 다를 텐데, 모두 너를 비춰. 너를 바라보는 눈도 네 모습과 몸짓을 바탕으로 그 사람 마음을 비춘단다. 너는 무엇을 보면서 네 눈에 그림을 담을까? 너는 어떻게 보이면서 둘레를 비출까? 풀잎이 돋고 나뭇잎이 팔랑거리듯이 네 모습과 몸짓이 둘레로 스며 구름이 흐르고 물결이 일듯이 네 눈으로 둘레 흐름과 빛살을 하나하나 받아들이지. 스승이란, 가르치지 않으면서 보여주는 사람이야. 스승이라면, 시키지 않으면서 알아보는 사람이야. 배울 적에는 지켜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고 돌아본단다. 보고 나서 스스로 해보는데, ‘본 길’을 ‘보이는 길’에서 느끼지. 그동안 어떻게 보아왔는지 느끼고, 본 길을 어떻게 품었는지 느낀단다. 그러니까 스승은 보여주는 동안 “스스로 어떻게 보이는지 느낄” 뿐 아니라, 어질고 즐겁고 밝게 보이는 길을 살펴서 가다듬어. 스승이 아닌 사람은 시끄러워. 스승인 척하는 사람은 바빠. 스승 시늉을 하는 사람은 반드레레하지. 스승이라고 꾸미거나 내세우는 사람은 거짓말로 눈속임을 할 뿐 아니라, 위에 올라서려고 하지. ‘아이어른’은 늘 ‘서로거울’이야. 아이는 어른을 일깨우고 북돋우는 스승이요 거울이라면 어른은 아이랑 놀고 노래하면서 살찌우는 스승이자 거울이란다. 둘은 늘 서로거울로 살아. 잘나거나 못나지 않은 하루야. 그저 서로 보고 보이면서 웃을 줄 알기에 한마음이고 한지붕이고 한빛이지. 시키는 쪽이나 심부름을 하는 쪽이나 으레 시시해. 스스로 하고 펴고 나누고 짓기에 빛나는 서로거울이면서 서로사랑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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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별눈 2024.8.26.달.



하늘에서는 늘 별눈이 내려. 너는 늘 별눈을 보니? 하늘에서 내려서 땅을 덮는 별눈은 모든 곳에 있는 모두한테 드리우면서 모두 하얗게 빛나는 씨앗을 한 톨씩 나눠주지. 두 톨이나 열 톨이나 쉰 톨이 아닌, 누구한테나 한 톨씩 나눠준단다. 모든 사람과 숨결은 꼭 한 톨씩 받으면 돼. 저마다 ‘별눈씨앗’ 한 톨로 마음에 나무를 가꾸고 북돋아서 숲을 이루거든. 여러 톨로 여러 나무를 가꾸거나 북돋울 수 있겠지만, ‘별눈씨앗’ 한 톨은, 몸 하나에 깃든 넋 하나를 가꾸거나 북돋우는 빛이란다. 너도 남도 모두도 별눈씨앗 한 톨로 넉넉하지. 별눈씨앗은 해로 여길 수 있어. 낮을 밝히고 일으키는 해로 낮을 즐겁게 보냈으면, 이제 낮을 재우고 쉬어가는 밤으로 기쁘게 누릴 만하지. 고루 내리고 두루 내리는 별눈이 둘레에 ‘잔뜩’ 남는다고 여겨서 몇 톨을 더 챙기고픈 마음이 들까? 그런데 “남는 별눈씨앗”이란 없어. 풀한테도 돌한테도 새한테도 벌레한테도 개미한테도 모래알한테도 별눈씨앗이 한 톨씩 돌아간단다. 그래서 이 별눈씨앗을 “제 몫인 하나”가 아니라 “제 몫이 아닌 다른 여러 톨”을 억지로 쥐려고 한다면, 넌 오히려 네 넋과 숨결을 못 살린단다. 게다가 “별눈씨앗 여러 톨”을 움켜쥐려고 하면, 넌 “네 몫인 별눈씨앗”을 못 알아보고 말아. 봄에 돋는 풀과 여름에 돋는 풀이 달라. 여름에 보는 별자리와 겨울에 보는 별자리가 달라. 다 다른 줄 알아보려는 눈이야. 다 다르기에 서로 만나고 어울리는 길을 찾으려는 눈이지. 너는 네 눈이 있으면 되기에 별눈을 하나 품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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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나는 다르다지만 2024.9.4.물.



흔히들 “나는 달라!” 하고 말하는구나. “나는 쟤처럼 안 해. 나는 저렇게 어리석지 않아.” 하고도 말하네. 그런데 이렇게 말을 안 하더라도 이미 누구나 다르단다. 그저 서로 다른 숨결이고 삶인데 왜 굳이 “나는 달라!” 하고 말할까? 아무래도 서로 “안 다르기 때문”에 겉으로라도 말로라도 다르다고 내세우려는 뜻이지 않을까? 서로 다른 줄 안다면, 그저 스스로 바라보는 길대로 나아가면서 하면 돼. 그저 하면 네 다른 모습과 몸짓이 훤히 드러나. 굳이 말부터 앞세우려고 하면, 억지로 다르게 보이려고 굴다가 언제나 네 몸결과 마음빛을 잊는단다. 뭐 하나만 하려다가도 “쟤랑 같지 않나? 쟤랑 닮지 않나?” 하면서 자꾸 기웃거리거든. 밥을 먹는 수저질이 같은 사람이 없어. 몸으로 들어온 밥과 물은 사람마다 다르게 퍼져.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르게 느끼지.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르게 맞아들여. 그런데 숱한 사람들은 책과 영화를 똑같이 읽어야 하는 줄 여기는구나. 1만 사람이 보면 1만 가지 눈길로 1만 가지 이야기가 흘러야 할 텐데, 거의 1사람이 보고 쓰는 듯한 글이 아주 판박이처럼 흐르네. 10만이나 100만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10만이나 100만 가지로 다 다르게 느끼고 살펴서, “서로 다르게 누린 빛”을 나눌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마을이란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되, 심고 가꾼 땅과 사람과 해바람비에 따라서 다 다른 숨결이어야 한단다. 그런데 어쩐지 늘 똑같기만 하네. 언제쯤이어야 다 다른 콩을 심어서 다 다른 콩을 거둘까. 언제부터 다 다른 손길에 따라서 다 다른 터전이 깨어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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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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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안 하려면 2024.9.3.불.



안 하려면 안 하면 되는데, 안 할 적에는 늘 아무것이 아닌 마음이란다. 안 하려는 마음일 적에는 네 눈에 따로 보이는 모습이 없어. 스치거나 지나치는 모습은 있지만, 다 아무런 뜻이 없고 빛이 없어. 서울(도시)이라는 곳은 돈을 모으려고 사람을 모으기에, 사람들이 그저 쳐다보면서 휘둘리거나 휩쓸리기를 바라. 곳곳에 덫을 파서 이곳에 풍덩 빠지기를 바라지. ‘서울덫’은 네가 뭔가 잘 벌고 잘 입고 잘 누리고 잘 쓰는 모습으로 보라고 꾸민단다. ‘서울덫’은 네가 스스로 무엇을 일으켜서 하기를 바라지 않아. ‘미끼’를 잡으면 네가 넉넉하고 크게 얻은 듯이 부풀리지. 게다가 미끼는 꽤 비싸단다. 빛나는 살림을 미끼로 놓지 않아. 비싼 ‘쓸거리(소비재)’나 돈을 미끼로 놓지. 네가 ‘안 하려’는 마음일 적에는 으레 서울바라기로 쏠리지. 서울에서는 굳이 네가 ‘안 해’도 되거든. 다만 서울에서는 너한테 한 가지를 시켜. 공무원이건 회사원이건 점원이건 배달원이건 학생이건 교사이건, 때로는 대통령이나 대표나 사장이나 시장 같은 자리를 맡겨. 운동선수나 배우나 가수를 맡기기도 해. 이 하나를 네가 맡으면서 “서울을 이루고 버티는 한 곳”이라고 느껴서 자랑(자부심)으로 삼으라고 살살 구스른단다. 그래서 ‘안 하려는 사람’은 서울덫에 덥석 잡혀서 ‘한 가지’만 하는 톱니바퀴가 돼. 다르게 말하자면 ‘전문가’야. 온삶을 스스로 온마음으로 돌보는 길이 아닌, 온길을 멀리하면서 ‘작은 울타리’에 스스로 가두어서 서로 맞물리는 굴레를 씌우지. 무너지는 둑을 막을 수 있겠어? 넌 ‘둑’을 이루는 모래알 하나이기를 바라니? 아니면 씨앗을 품는 흙 한 톨로 서겠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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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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