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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추운 날 2024.4.10.물.



“추운 날”이나 “더운 날”이나 “시원한 날”이나 “따뜻한 날”은 따로 없어. “흐르는 철”에 따라서 해바람이 다를 뿐이야. 해바람이 다르게 흐르는 길을 읽고 느끼면서 스스로 몸을 챙기고 차리고 맞추어서 지내면 돼. 살갗으로 스미는 해바람이 넉넉한지 모자란지 살피면서, 옷가지나 이불을 어떻게 추스르고, 집안을 어떻게 틔우거나 덥힐는지 헤아려야겠지. 너는 네 하루를 살아내게 마련이니, 네 살결을 살펴서 움직이면 돼. 남들이 무엇을 입거나 벗거나 챙기든, 네 알 바 아니지. 게다가 날씨는 네 마음을 따라서 움직이니까, 네가 어떤 마음인지부터 제대로 알 노릇이야. 한 사람이 바꾸는 날씨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바꾸기도 하는 날씨야. 고이 흐르는 날씨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춤추는 날씨이기도 하단다. 넌 하늘을 어떤 눈으로 보니? 넌 바람을 어떤 몸짓으로 맞이하니? 넌 해와 별을 어떤 마음으로 그리니? 모두 네가 나아가는 그대로 흐른단다. 매캐한 하늘도, 뿌연 하늘도, 세찬 바람도, 싱그러운 비도, 맑게 트는 하늘도, 쏟아지는 별도, 늘 네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안개가 들려주는 말을 들으렴. 벼락이 터지는 소리를 들어 봐. 꽃잎도 나뭇잎도 늘 너한테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준단다. 몸이 안 좋아서 추울까? 아니야. “추위를 머금으면서 살아날 빛”을 누려야 하니까 춥단다. “더위를 마시면서 살아날 빛”을 누려야 하니까 더워. 추위는 춥게 머금고, 더위는 덥게 마시면서, 몸이 깨어나고 마음이 살아. 기쁘게 맞아들여서 녹여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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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제비집 2024.4.9.불.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놓는 집이야. 혼자 살거나 여럿이 살거나, 살림살이를 놓고, 태어나서 자라는 아기와 지내고, 이어가려는 꿈을 담고, 일구고 가꾸는 모든 일감을 두는 집이야. 하늘을 훨훨 날며 바람을 마시는 새는, 새끼(아기)를 낳아 돌보려고 집을 지어. 혼자 지낼 적에는 굳이 집(둥지)을 틀지 않고서, 나뭇가지에 앉거나 풀숲에 깃들거나, 굴이나 구멍에 들어가서 조용히 단잠을 누려. 새가 집을 짓는다면, 이제 새롭게 삶을 이어서 푸르게 펼 길을 바라본다는 뜻이야. 곁에 새집이 있으면, “아기를 낳아 돌보는 사랑”을 배울 수 있고, 새벽을 열고서 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펴는 노래를 배울 수 있어. “살림을 노래하며 짓는 하루”를 온몸으로 선보이는 새이거든.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은 자꾸 새집을 허무는구나. 아예 새가 못 깃들 만큼 찻길·아파트를 늘리고, 군대와 전쟁무기를 늘리네. 하늘을 누비는 새가 다니는 길을 쇳덩이로 가르면서 가로막기도 하고. 땅에서도 숲짐승이 깃들거나 다닐 곳을 온통 사람들이 차지하고. 아무래도 “새가 사라진 별”이 어떻게 뒹구는가를 모르는 탓이겠지. 벌이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무너지고, 나비가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무너져. 새나 개미나 파리가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그저 무너지지. 그래서 숱한 벌레와 새와 짐승과 헤엄이는 더 애써서 살아가려고 한단다. 제비집은 사람으로서는 고작 주먹 크기이거나 이보다 조금 커. 제비집이 있는 마을과, 제비집이 몽땅 사라진 마을을 견주어 보렴. 제비가 찾아올 수 있는 곳이기에 사람은 아기를 낳고서 삶을 이을 만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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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양파 2024.4.6.흙.



조그맣게 돋은 ‘쪽파’가 있어. 장대처럼 곧게 돋는 ‘대파’가 있어. 실처럼 가늘어 ‘실파’이고, 동글동글하니 ‘동글파(양파)’야. 발가락에 발바닥을 보듬으려고 ‘버선’을 꿰잖니? 그런데 왜 ‘양(洋)’을 붙여서 ‘양말’에 ‘양파’처럼 이름을 붙였을까? 참말로 곰곰이 생각을 하고서 붙인 이름일까? 생각을 잊은 채 어영부영 붙이고서 그냥그냥 바쁘게 부대끼면서 길든 이름일까? 차분히 바라보고 그리고 사랑할 적에 붙이는 이름은, 이 이름을 받아서 듣는 사람부터 즐겁고, 이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나란히 즐거워. 얼렁뚱땅 얼른 붙인 이름이 굳어서 퍼지면, “사랑 없이 가리키는 말”이 훅 번지지. 사랑하지 않는 마음으로 아기를 번쩍 안으면 아기가 놀라. 사랑하지 않는 채 개구리를 만지거나 잠자리를 만지면 다치거나 죽어.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다듬으니 나무가 살아나고 씨앗이 싹을 틔워. 이 얼거리와 삶을 알겠니? 사랑을 담아서 부르고, 말을 터뜨리고, 이야기를 할 적에라야, 서로서로 살리는 기쁜 하루인 줄 알아차리기를 바라. 남이 사랑해 줄 이름이 아니야. 네가 스스로 사랑눈을 틔우면서 붙일 이름이야. 남이 마음에 들어 하기를 바라지 말고, 네가 네 말을 네 귀로 들을 적에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말씨를 가려서 쓰기를 바라. 뽐내는 이름이라면, 이윽고 힘이 다 뽑혀. 자랑하려는 이름이라면, 이내 재처럼 잦아들어. 미워하려는 이름이라면, 스스로 밀어뜨려서 다 부수지. 파뿌리 하나를 볼 적에도, 동글파 하나를 손에 쥘 적에도, 온사랑을 기울이면서 손빛을 나누기를 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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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책빛 2024.4.7.해.



마음에 안 든다고 여기면서 빨리 하라고 다그칠 적에 휘두르는 ‘채찍’이야. 목숨을 빼앗지는 않되, 목숨을 갉으면서 괴롭히는 셈이지. 채찍질은 살리지 않아. 몰아대고 밀어대어 모두 들볶는 굴레란다. ‘책’이라는 꾸러미에 이야기를 안 담고서 줄거리로만 넘치게 채운다면 ‘채찍’과 같다고 여길 만해. 너희가 사는 곳에 있는 배움수렁(입시지옥)이란 바로 채찍이야. 꿈을 보거나 사랑을 그리는 길하고는 먼, 오직 더 높이 올라서서 둘레를 밟고서 서라는 굴레로 내모는 채찍인걸. 아무렇게나 채우면 ‘참’이 아닌 ‘차가움’이고 ‘차꼬’란다. 차갑게 얼어붙은 채, 발목을 쇠사슬로 채우는 차꼬로는, 한 걸음조차 내딛지 못 하면서, 마냥 매여서 허덕이겠지. 이와 달리, 차분하게 챙기면서 차근차근 채우는 길에 서면, ‘참’으로 나아가. 모자라지 않고 넘치지 않는 ‘참’을 이룰 수 있기에, 서로 착하게 만나고, 참하게 어울려. ‘책’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도 같아. 이야기를 이루는 말을 마음에 담는다면 새롭게 즐거울 만해. 이야기를 잊고서 마음을 억누른다면 새까맣게 타버리고서 새까맣게 사라진단다. 말 한 마디는 말빛이어야겠지. 살림살이 하나는 살림빛이어야겠지. 책이라면 책빛일 노릇이고, 손길이 닿는 곳마다 손빛이 흐를 노릇이고, 발걸음이 닿는 자리에 발빛(바탕빛)이 흐를 수 있기를 바라. 날마다 찾아오는 해는 햇빛으로 퍼져. 밤마다 드리우는 별은 별빛으로 밝아. 온누리를 푸근히 품는 풀은 풀빛으로 풀어내지. 네 숨빛을 읽고서 네 눈빛으로 담아서 둘레를 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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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어린싹 2024.4.8.달.



씨앗이 처음 뿌리를 내리고 싹을 낼 적에, 다들 ‘어린싹’이라고 하지. ‘어른싹’이라 하지 않는단다. 싹이 난 뒤에는 여린 잎빛을 천천히 올리면서 자라. 여린싹이 다칠세라 바람이 잔잔하고, 풀벌레와 나비도 살며시 들여다본단다. 사람으로 친다면, 아기가 태어날 적에는 집도 마을도 나라도 “아기를 한복판에 두는 길”로 접어들어야 ‘살림’을 꾸린다고 여겨. 아기는 여리지. 여린 아기가 느긋이 자라고, 천천히 배우고, 넉넉히 놀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터전일 때라야, 집·마을·나라가 ‘제길’을 간다고 여겨. 어린싹을 바라볼 줄 알기에 어른이야. 어린싹을 돌보고 살필 줄 알아서 어질어. 어린싹을 북돋울 줄 아는 숲이고 바람이고 해이고 별이야. 너는 누구이니? 너는 어린싹이니? 너는 어린싹을 돌아보는 어른이니? 네가 선 곳을 제대로 보고, 네가 가는 길을 찬찬히 열고, 네가 있는 집을 사랑으로 품기를 바라. 어린싹은 들숲에서만 나지 않아. 마당에서도 밭에서도 골목에서도 길가에서도 나. 어린싹은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나고, 매캐하고 어지럽고 시끄러운 데에서도 나. 보렴! 어린싹은 ‘곳’을 안 가리는구나. 모든 곳이 스스로 바뀌어 스스로 살림꽃을 피울 사랑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꿈빛을 베푸는구나. 아기는 어느 곳에서나 태어나. 가난하건 가멸차건 안 가리는 아기란다. 어버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대수롭지 않은 아기야. 너는 어린싹을 보면서 동무하기를 바라. 너는 어린싹 곁에서 슬기롭게 사랑을 베푸는 눈빛이기를 바라. 누구나 어린싹이야. 누구나 어른이지. 비록 스스로 잊더라도 누구나 어리고 어른이기에 이 별에 사랑씨앗을 심는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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