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노래 8 - 시골을 살리는 길


  전남 신안에 있는 어느 폐교 운동장을 바라보니 봄마다 꽃나무가 흐드러진다. 운동장에는 풀이 알맞게 자라고,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그동안 심은 나무가 저희 스스로 씩씩하게 뻗으면서 고운 숨결을 베푼다. 시골 작은 학교가 무척 많이 문을 닫았고, 아직도 문을 닫는 시골 작은 학교가 많다. 그만큼 시골은 어른도 아이도 빠르게 도시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시골을 살리는 길이란, 시골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기 좋은 곳인가를 사람들이 알도록 하는 길이겠지. 이 아름다운 숨결을 즐겁고 넉넉히 나누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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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7 - 시골 할매 손끝



  이 가을에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이를테면 ‘국정 교과서’ 이야기 따위는 하나도 알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바지런히 가심(벼베기)을 하고는 햇볕에 말리려고 아침저녁으로 바쁜 시골 할매를 생각한다. 대통령도 시골 할매도 모두 밥 한 그릇을 먹고, 이 밥 한 그릇은 언제나 시골지기 손끝에서 태어난다. 역사란 어디에 있을까? 문화란, 교육이란, 사회란, 정치란 어디에 있을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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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6 - 하늘과 땅은 가을로



  하늘과 땅은 가을이 깊다. 땅에서 흙을 짓는 사람은 석 달 남짓 볕과 비와 바람으로 무르익은 노란 열매를 거둬들여 새삼스레 해바라기와 바람바라기를 시킨다. 하늘은 땅에서 사는 사람들한테 볕과 바람을 베풀 뿐 아니라 고즈넉한 빛과 숨을 나누어 준다. 온통 가을로 맑은 하루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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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5 - 억새 논길



  가을이 되면 억새잔치를 하는 고장이 많다. 바람 따라 한들거리는 ‘하얀 억새 씨앗’이 무척 고즈넉해 보이면서 멋스럽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억새풀 줄기 끝이 하얗게 보일 적에는 꽃이 아닌 씨앗이 퍼지려 한다. 억새풀에 꽃이 맺힐 적에는 짙붉은 꽃대에 노란 꽃이 어우러진다. 꽃은 짧고 씨앗은 길다. 이런 억새가 나풀거리는 들길은 그야말로 가을스럽다. 논마다 노란 빛이 퍼지면 더욱 가을스러울 테고, 논마다 벼베기가 끝나면 살짝 겨울스러울 테지. 이런 들길을 사람들이 휴가나 여행이나 관광이 아니라 날마다 늘 걷는다면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하고 헤아려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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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노래 4 - 아직 덜 노랗지만



  벼베기를 할 때가 되어야 나락이 샛노랗다. 샛노란 나락은 ‘베어서 말릴 때’가 된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이는 시골사람이 아는 빛깔이요 숨결이며 삶이다. 도시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생각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빛깔이며 숨결이고 삶이다. 노랑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거나 글로 쓸 적에 ‘노랑’이 ‘가을에 익는 나락 열매’인 줄 안다면, 예술이나 문화나 문학은 얼마나 달라질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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