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90. 진흙탕 놀이 신나



  진흙탕 놀이가 신나는 놀이돌이는 진흙탕에 긴신을 척 박은 뒤 “나, 이제 못 나와! 발이 안 움직여!” 하면서 두 손을 번쩍 치켜듭니다. 그러게, 너 이제 못 나오겠네, 못 나오면 집에 못 가겠네, 집에 못 가면 맛난 밥 못 먹겠네, 맛난 밥 못 먹으면 배고프겠네, 하고 노래를 하니, “아냐! 나올 수 있어!” 하면서 어그적어그적 진흙탕에서 빠져나옵니다. 이 놀이돌이뿐 아니라 아버지인 나도, 어머니인 곁님도, 누나인 큰아이도 모두 이렇게 진흙탕 놀이를 누리면서 다섯 살 이 나이를 지나왔지요. 아버지인 나랑 어머니인 곁님은 이런 놀이를 사진으로 찍어 준 사람이 없었으나, 누나인 큰아이하고 다섯 살 작은아이는 사진으로 곱게 찍힙니다. 4348.12.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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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9. 놀면서 걷는 논둑길



  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이제 이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닐 적에 힘이 부쩍 듭니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서 함께 발판을 구르니 자전거가 한결 달 달리도록 도와주지만, 그래도 두 아이 몸무게는 묵직합니다. 자전거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으레 헉헉거리면서 논둑길에서 서기 마련이요, 두 아이더러 “우리 좀 걸을까?” 하고 묻습니다. 두 아이는 자전거에서도 즐겁고, 논둑길을 달리거나 걸을 적에도 즐겁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가 뒤돌아보며 “아버지 얼른 와요!” 하고 부릅니다. 땀을 옴팡 쏟으며 아이들 꽁무니를 좇다가 이렇게 부르는 소리에 기운을 차리면서 사진 한 장을 고마이 얻습니다. 4348.12.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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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8. 책을 읽는 발



  아이들은 온몸으로 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손만 깔작이면서 책을 넘기지 않아요.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활짝 열면서 온마음을 기쁘게 펴고는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이때에 온몸이 함께 움직이면서 책하고 마주하지요. 놀이를 할 적에도 이와 같고, 심부름을 하거나 일을 거들 적에도 이러한 몸짓이에요. 웃을 적에도 얼굴로만 찬찬히 움직이지 않아요. 온몸을 써서 웃고, 온몸을 써서 춤추며, 온몸을 써서 노래합니다. 책을 함께 읽는 작은아이 발바닥은 누나 목소리에 따라 마룻바닥을 콩콩 울립니다. 즐거운 이야기에 즐겁게 발을 구르고, 발굴리기는 온 집안에 넘실넘실 흐릅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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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7. 책방마실을 하지만


  책방마실을 하더라도 책놀이를 하지 않고 ‘장난감 비행기 놀이’를 하는 우리 집 작은아이입니다. 시골집에서 갖고 놀던 ‘조각맞추기 장난감’을 한손에 들고 먼먼 나들이를 나오는 작은아이입니다. 시외버스에서도, 전철에서도, 또 책방에서도 이 장난감 비행기를 손에서 떼지 않고 내내 갖고 노는 작은아이입니다. 너도 참 대단하네 하고 노래하며 바라봅니다. 그러나, 이 아이 모습은 바로 내 어릴 적 모습입니다. 나도 이 아이만 하던 때에는 ‘책’이 아니라 ‘장난감’만 붙들고 하루 내내 놀았어요.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 어릴 적에 어떤 모습으로 웃고 뛰놀았는가 하는 대목을 낱낱이 새롭게 깨닫습니다. 4348.11.2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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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6. 노는 기쁨


  아이들한테서 노는 기쁨을 빼앗는다면,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지 못합니다. 아이들한테서 웃고 노래하며 춤추는 기쁨을 빼앗는다면, 아이는 아이다운 숨결로 크지 못합니다. 아이들한테서 먹거나 자는 기쁨을 빼앗는다면, 또 아이들한테서 사랑받는 기쁨을 빼앗는다면, 아이는 아이다운 몸짓으로 꿈을 키우려는 마음을 잃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놀도록 해야 할까요? 그냥 놀도록 하면 됩니다. 아이가 어떻게 웃거나 노래하거나 춤추도록 해야 할까요? 그냥 스스로 신나게 웃고 노래하며 춤추도록 하면 됩니다. 무엇을 더 해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곁에서 따사로이 보살피고 넉넉하게 돌보며 ‘어버이로서 기쁜 마음’이면 됩니다. 노는 기쁨을 누리는 아이는 모두 ‘해를 닮은 웃음’을 지으니, 아이를 사진으로 찍자면 마음껏 뛰놀도록 풀어 놓으면 됩니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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