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이 어울리도록 매만지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2] ‘특이·독특·특별’은 ‘다르다’
낱말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살피지 못할 적에는 뜻풀이가 겹치거나 뒤죽박죽이 됩니다. 쉽게 쓰면 될 말을 젖혀 놓고서 자꾸 한자말로 덧씌우려 할 적에는 엉키거나 엉터리가 되곤 합니다. 낱말이 어울리는 결을 살필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아 다르고 어 다른가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엉성하게 매만지면 사전이 사전답지 않습니다. 슬기롭게 꾸밀 노릇이요, 말결을 제대로 이끌 일이지 싶습니다.
치장(治粧) : 잘 매만져 곱게 꾸밈
꾸미다 : 1. 모양이 나게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
매만지다 : 1. 잘 가다듬어 손질하다 2. 부드럽게 어루만지다
‘치장’은 ‘매만져’ ‘꾸밈’을 가리킨다고 하지만, ‘매만지다·꾸미다’를 나란히 적는 풀이말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사전은 ‘꾸미다’를 “매만져 차리거나 손질하다”로 풀이하고, ‘매만지다’를 ‘잘 가다듬어 손질하다’로 풀이하니, 영 뒤죽박죽인 겹말·돌림풀이입니다. ‘치장’은 “→ 매만지다. 꾸미다”로 다룬 뒤, ‘꾸미다·매만지다’ 뜻풀이를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육신(肉身) : 1. = 육체(肉體)
육체(肉體) : 구체적인 물체로서 사람의 몸 ≒ 육(肉)·육신(肉身)
육(肉) : 1. 짐승의 살. ‘고기’, ‘살코기’로 순화 2. = 육체(肉體)
몸 : 1.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이루는 전체. 또는 그것의 활동 기능이나 상태
사전에 ‘육신·육체·육’ 같은 한자말이 있으나 ‘몸’이나 ‘살’로 고쳐쓸 노릇이지 싶습니다. “→ 몸. 몸뚱이. 살. 살덩이”로 다루면 됩니다.
어울리다 : 4. 여럿이 서로 잘 조화되어 자연스럽게 보이다
조화되다(調和-) : 서로 잘 어울리다
‘어울리다’는 “잘 조화되다”로 풀이하고, ‘조화되다’는 “잘 어울리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무척 뜬금없습니다. ‘어울리다’ 말뜻은 “여럿이 서로 짝을 잘 짓거나, 마음·흐르밍 하나처럼 보이다”로 고치고, ‘조화되다·조화롭다·조화’는 모두 “→ 어울리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미리 : 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또는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선점(先占) : 1. 남보다 앞서서 차지함 2. [법률] = 선점 취득
앞서다 : 1. 앞에 서다 2. 동작 따위가 먼저 이루어지다
먼저 : [어찌씨]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앞서서
‘미리’라는 낱말을 제대로 살필 줄 안다면 ‘선점’ 같은 한자말은 “미리 차지”로 고쳐쓸 만합니다. 때로는 “먼저 차지”로 고쳐쓸 수 있어요. 그런데 사전을 살피면 ‘미리’는 ‘앞서’로, ‘앞서다’는 ‘먼저’로, 또 ‘먼저’는 ‘앞서서’로 풀이하면서 엉킵니다. 쉬운 말을 제대로 가누어야지 싶습니다.
실천(實踐) : 1. 생각한 바를 실제로 행함
행하다(行-) : 어떤 일을 실제로 해 나가다
실제로(實際-) : 거짓이나 상상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현실적(現實的) : 1.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 또는 그런 것 2.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이익 따위를 우선시하는. 또는 그런 태도
한자말 ‘실천’은 “실제로 행함”을 뜻한다는데, ‘행하다’는 “실제로 해 나가다”를 뜻한다니 어리둥절합니다. ‘실제로’는 ‘현실적으로’로 풀이하면서 ‘현실적’은 ‘실제로’ 있거나 이루는 것이라고 풀이하니 더 어리둥절해요. 곰곰이 따지면 ‘실천(실천하다)·행하다’는 “→ 하다. 몸소 하다”로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실제로’는 “→ 참으로. 참말로”로 다루어야지 싶어요. ‘현실적’은 “→ 참으로. 그대로. 삶으로. 돈으로”쯤으로 다룰 만합니다.
한정(限定) : 1. 수량이나 범위 따위를 제한하여 정함 2. [논리] 어떤 개념이나 범위를 명확히 하거나 범위를 확실히 함
제한하다(制限-) :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그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다 ≒ 한제하다
한도(限度) : 일정한 정도. 또는 한정된 정도
한자말 ‘한정’은 ‘제한하여’ 정하는 일이라는데, ‘제한하다’는 바로 ‘한정하는’ 일이라지요. 한자말을 쓰더라도 뜻풀이를 올바로 붙여서 쓸 노릇입니다. “한정 상품” 같은 대목은 “몇 없는 상품”일 테고, “한정 인원”은 “몇 사람까지”일 테지요. ‘한정되다·한정하다’는 ‘뿐이다’나 ‘만이다’로 손보면 어울리니, 이러한 결을 사전에 담을 노릇이고, ‘제한하다’는 ‘막다’나 ‘끊다’ 같은 낱말로 손볼 수 있다는 결을 사전에 담으면 좋겠습니다.
분량(分量) : 수효, 무게 따위의 많고 적음이나 부피의 크고 작은 정도
부피 : 1. 넓이와 높이를 가진 물건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 ≒ 체적 2. [수학] 입체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 ≒ 입방적·체적
체적(體積) : 1. = 부피 2. [수학] = 부피. ‘부피’로 순화
‘분량’은 “→ 부피”로 다룰 노릇입니다. ‘부피’를 풀이하며 덧붙인 ‘체적’도 “→ 부피”로 다루면 됩니다.
특이하다(特異-) : 1.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르다. ‘훨씬 다르다’로 순화 2. 보통보다 훨씬 뛰어나다. ‘독특하다’로 순화
다르다 :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독특하다(獨特-) : 1. 특별하게 다르다 2. 다른 것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별하다(特別-) :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다 ≒ 타별하다
뛰어나다 : 남보다 월등히 훌륭하거나 앞서 있다
한자말 ‘특이하다’는 “두드러지게 다르다”를 뜻한다지만, ‘다르다’라는 낱말이 “두드러진 데가 있다”를 뜻하니, 뜻풀이가 서로 엉성하게 겹칩니다. 다른 한자말 ‘독특하다·특별하다’도 이와 매한가지입니다. ‘특이·독특·특별’은 모두 “→ 다르다”라고만 다룰 노릇입니다. 참말로 ‘다른’ 뜻이 없는 한자말입니다.
의상(衣裳) : 1. 겉에 입는 옷 2. 배우나 무용하는 사람들이 연기할 때 입는 옷 3. 여자들이 입는 겉옷. 저고리와 치마를 이른다
옷 :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하여 피륙 따위로 만들어 입는 물건 ≒ 의복(衣服)·의전(衣纏)
‘옷’이라는 낱말을 놓고 ‘의상·의복·의전’ 같은 한자말로 덧씌워야 할는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모두 “→ 옷”으로만 다루면 됩니다. 이러면서 ‘옷’ 풀이를 새로 가다듬고, 쓰임새를 넓혀 주어야지 싶습니다.
리더십(leadership) :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 ‘지도력’으로 순화
지도력(指導力) :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끌 수 있는 능력
이끌다 : 1. 목적하는 곳으로 바로 가도록 같이 가면서 따라오게 하다 ≒ 끌다 2. = 끌다 3. 사람, 단체, 사물, 현상 따위를 인도하여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하다
영어 ‘리더십’이 사전에 나오는데 ‘지도력’으로 고쳐쓰라 하면서 ‘이끌어’ 가는 힘이라고 풀이해요. ‘지도력’도 ‘이끄는’ 힘이지요. 그러니까 ‘리더십·지도력’은 모두 “→ 이끌다. 이끎힘”처럼 다룰 만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