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줄 모르는 얄궂풀이
[오락가락 국어사전 31] ‘두루미’인가 ‘학’인가
한국말사전에서 ‘두루미’를 찾아보면 한자말로 가리키는 이름을 열 가지나 달아 놓습니다. 이 열 가지 가운데 ‘학’ 하나는 제법 씁니다만, 다른 아홉 가지는 아예 쓸 일이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 한자말이 많은 까닭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쓰지도 않는 말을 억지로 여기저기서 찾아내어 실어내니 한자말이 꽤 많아 보이겠지요. 그러나 한국말사전이 한국말사전다우려면, 고장마다 ‘두루미’를 가리키는 여러 이름을 찾아내어 담아내고 보여주어야겠지요. 얄궂은 풀이에서 벗어날 노릇입니다.
부담(負擔) : 1. 어떠한 의무나 책임을 짐 2. = 부담롱
지다 : 1. 물건을 짊어서 등에 얹다 2. 무엇을 뒤쪽에 두다 3. 줄이나 포승 따위에 묶이다 4. 신세나 은혜를 입다 5. 책임이나 의무를 맡다 6.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
짐스럽다 : 짐을 간수하는 것처럼 귀찮고 부담이 되는 데가 있다
‘부담’은 “책임을 짐”을 가리킨다 하고, ‘지다’는 “책임을 맡다”라 하고, ‘짐스럽다’는 ‘부담’이 되는 모습을 가리킨다니, 뒤죽박죽입니다. ‘부담’은 “→ 짐. 짐을 맡다. 짊어지다. 짐스럽다”로 다루면서 ‘지다·짐’ 같은 낱말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안하무인(眼下無人) :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 ≒ 안중무인
방자하다(放恣-) : 1. 어려워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없이 무례하고 건방지다 ≒ 자방하다(恣放-) 2. 제멋대로 거리낌 없이 노는 태도가 있다
교만하다(驕慢-) : 잘난 체하며 뽐내고 건방지다 ≒ 고오하다·교앙하다·교하다
건방지다 : 잘난 체하거나 남을 낮추어 보듯이 행동하는 데가 있다
‘안하무인’이란 한자말은 ‘방자하다 + 교만하다’라 하는데, ‘방자하다’나 ‘교만하다’는 ‘건방지다’로 뜻이 모이니 겹말풀이입니다. 더구나 ‘방자하다’를 “무례하고 건방지다”로, ‘교만하다’를 “잘난 체하며 뽐내고 건방지다”로 풀이하기에 이 대목에서도 겹말풀이입니다. 끝으로 ‘건방지다’를 “잘난 체하거나”라는 말을 넣어 풀이하니 더욱 오락가락이지요. ‘안하무인·방자하다·교만하다’는 “→ 건방지다. 업신여기다. 괘씸하다. 잘난 체하다. 버릇없다”처럼 여러 갈래로 알맞게 쓰도록 다루고, ‘건방지다’ 말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활동적(活動的) : 1. 몸을 움직여 행동하는 2.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힘쓰는
활동(活動) : 1. 몸을 움직여 행동함 2.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힘씀 3. [생물] 동물이나 식물이 생명 현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행동이나 작용을 활발히 함. 또는 그런 일 4. [지리] 화산이 마그마 따위를 분출함. 또는 그런 작용
행동하다(行動-) : 몸을 움직여 동작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하다
동작(動作) : 1. 몸이나 손발 따위를 움직임. 또는 그런 모양 2. 무술이나 춤 따위에서, 특정한 형식을 갖는 몸이나 손발의 움직임
움직이다 : 3.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다. 또는 활동하게 하다
‘활동적·활동’을 “몸을 움직여 행동하다”로 풀이하는데, ‘행동하다’는 ‘동작’으로, ‘동작’은 ‘움직이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아주 엉터리인 겹말·돌림풀이입니다. 더구나 ‘움직이다’를 ‘활동하다’로도 풀이하니 더 엉터리입니다. ‘활동·행동’은 “→ 움직이다”로 다룰 노릇이고 ‘동작’은 “→ 움직임. 몸짓”으로 다루면서, ‘움직이다’ 뜻풀이를 손질할 노릇입니다.
낙관적(樂觀的) : 1. 인생이나 사물을 밝고 희망적인 것으로 보는 2. 앞으로의 일 따위가 잘되어 갈 것으로 여기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밝다 : 8. 예측되는 미래 상황이 긍정적이고 좋다
긍정적(肯定的) : 1. 그러하거나 옳다고 인정하는 2. 바람직한
희망적(希望的) : 1.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라는 2. 앞으로 잘될 가능성이 있는
밝게 본다면 “밝게 보다”라 하면 됩니다. 그런데 ‘낙관적’하고 ‘밝다’는 돌림풀이로군요. 더 헤아리면 ‘긍정적·희망적’도 똑같이 맞물립니다. ‘낙관적·긍정적·희망적’은 “→ 밝은. 좋은. 꿈이 있는. 잘될”로 다루면 됩니다.
두루미 : [동물] 1. 두루밋과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2. 두루밋과의 새 ≒ 노금(露禽)·백두루미·백학(白鶴)·선금(仙禽)·선어(仙馭)·선학(仙鶴)·야학(野鶴)·태금(胎禽)·학(鶴)
학(鶴) : [동물] = 두루미
한국말 이름은 ‘두루미’입니다. 그런데 ‘두루미’를 찾아보면 갖가지 한자말을 달아 놓아요. 이런 한자말을 누가 쓸까요? 이런 한자말을 사전에 얹어야 할까요? 모두 털어낼 노릇입니다.
출입(出入) : 1. 어느 곳을 드나듦 ≒ 나들이 2. 잠깐 다녀오려고 집 밖으로 나감
나들이 :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잠시 다녀오는 일 ≒ 바깥나들이 2. = 출입
바깥나들이 : = 나들이
‘출입’은 “→ 나들이”로 다루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나들이’ 둘째 뜻을 “= 출입”으로 다루니 얄궂습니다.
소박하다(素朴-) :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 ≒ 박소하다(朴素-)
검소하다(儉素-) : 사치하지 않고 꾸밈없이 수수하다
꾸밈없다 : 가식이 없이 참되고 순수하다
가식(加飾) : 어떤 것을 꾸밈
수수하다 : 1. 물건의 품질이나 겉모양, 또는 사람의 옷차림 따위가 그리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제격에 어울리는 품이 어지간하다 ≒ 실박하다 2. 사람의 성질이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까다롭지 않아 수월하고 무던하다
‘소박하다·검소하다’는 ‘수수하다’를 가리킨다지만, 정작 ‘수수하다’ 뜻풀이는 썩 안 어울립니다. 꽤 많이 손질해야겠습니다. ‘소박하다·검소하다’를 “→ 수수하다”로 다루고, ‘가식’은 “→ 꾸밈”으로 다룰 노릇입니다. ‘꾸밈없다’ 뜻풀이는 돌림풀이가 되니, 이 뜻풀이도 손질해야겠지요.
근동(近洞) : 가까운 이웃 동네
이웃 : 1.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 ≒ 인비(隣比)·인우(隣佑) 2.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
이웃마을 : x
‘근동’이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 만합니다. 이웃이면 ‘이웃’이라 하면 됩니다. 이웃에 있는 마을은 ‘이웃마을’이라 하면 되어요.
감정(感情)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기분(氣分) :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 기의(氣意)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마음 :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4.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하여 가지는 관심 5. 사람이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심리나 심성의 바탕 6. 이성이나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호의(好意)의 감정 7. 사람이 어떤 일을 생각하는 힘
‘감정 = 마음이나 기분’으로 풀이하고, ‘기분 = 감정’으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이러면서 ‘마음 = 감정’으로 풀이하기까지 하지요. 돌림풀이입니다. 곰곰이 따지면 ‘감정·기분’은 ‘마음’을 가리킬 뿐이고, 때로는 ‘느낌’이나 ‘생각’을 나타냅니다. ‘감정·기분’을 “→ 마음. 느낌”으로 다룬 다음에, ‘마음’하고 ‘느낌’을 더 찬찬히 헤아려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좌우(左右) : 1. 왼쪽과 오른쪽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우좌(右左) 2. 옆이나 곁 또는 주변 3. 주위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 4. 좌익과 우익을 아울러 이르는 말 5. 어떤 일에 영향을 주어 지배함 6. 편지 글에서, ‘어르신네’의 뜻으로 어른의 이름 뒤에 쓰는 말
우좌(右左) : = 좌우(左右)
왼오른 : x
오른왼 : x
왼쪽과 오른쪽을 아우르는 한국말은 없을까요? 사전에는 ‘좌우·우좌’ 같은 한자말만 나옵니다. 우리는 ‘왼오른’이나 ‘오른왼’도 얼마든지 쓸 만한데, 정작 사전은 이런 말을 못 담거나 안 담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사전은 ‘왼오른·오른왼’도 올림말로 다루면서 한국말을 한결 널리 쓰도록 북돋울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