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간단·간략·간편’은 무슨 뜻?
[오락가락 국어사전 33] ‘치아’는 점잖은 낱말이 아닌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은 한국말답게 다루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말사전이 한국말부터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바람에, 한자말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거의 모르거나 엉터리이기 일쑤입니다. ‘단순·간단·간략·간편’은 무슨 뜻일까요? 이 한자말이 어떤 결인가를 얼마나 갈라서 나타내는 사전일까요? 사전뿐 아니라 우리도 여느 자리에서 이런 한자말을 아무렇게나 쓰면서 막상 제 쓰임새나 뜻하고 동떨어진 길을 가지는 않을까요?
흰머리 : 하얗게 센 머리카락
하얀머리 : x
센머리 : 털이 희어진 머리
백발(白髮) : 하얗게 센 머리털 ≒ 곡발(鵠髮)·상발(霜髮)·소발(素髮)
곡발(鵠髮) : = 백발(白髮)
상발(霜髮) : = 백발(白髮)
소발(素髮) : = 백발(白髮)
머리가 하얗게 세었으면 ‘흰머리’예요. ‘하얀머리’나 ‘센머리’라고도 할 만한데, ‘하얀머리’는 사전에 없습니다. 사전에는 ‘백발’을 비롯해 한자말이 세 가지 더 나오는데, 이런 낱말을 쓸 일은 없겠지요. ‘곡발(鵠髮)·상발(霜髮)·소발(素髮)’은 사전에서 털고, ‘하얀머리’를 실으며 ‘백발’은 “→ 흰머리”로 다룰 노릇입니다.
이 : 1. [의학] 척추동물의 입안에 있으며 무엇을 물거나 음식물을 씹는 역할을 하는 기관 2. 톱, 톱니바퀴 따위의 뾰족뾰족 내민 부분 3. 기구, 기계 따위의 이에짬
이빨 :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치아(齒牙) : ‘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
사전은 ‘이빨’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지만 올바르지 않습니다. ‘이’를 억세거나 드세게 이르는 말로 다룰 노릇입니다. 그리고 짐승한테는 으레 ‘이빨’을 쓰니, 이 대목도 밝혀야겠지요. 사전은 한자말 ‘치아’가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 풀이를 붙이는데,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저 한자말일 뿐입니다. ‘치아’는 “→ 이. 이빨”로 다룰 노릇입니다.
석양(夕陽) : 1. 저녁때의 햇빛. 또는 저녁때의 저무는 해 ≒ 낙양(落陽)·만양(晩陽)·사양(斜陽)·사일(斜日)·사조(斜照)·석일(夕日)·석조(夕照)·석휘(夕暉) 2. 석양이 질 무렵 3. ‘노년(老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노을빛 : 노을이 질 때 생기는 불그스름한 빛
저녁빛 : x
저녁해 : x
저녁노을 : 해가 질 때의 노을 ≒ 만하(晩霞)·석하(夕霞)·적하(赤霞)
저녁놀 : ‘저녁노을’의 준말
저녁때 햇빛이면 ‘저녁빛’이고, 저녁때 해라면 ‘저녁해’입니다. 사전에 ‘아침해·낮해·저녁해’ 모두 없습니다. ‘아침빛·낮빛·저녁빛’ 모두 없고요. 올바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석양’을 비롯한 갖가지 한자말은 모두 “→ 저녁빛. 저녁해. 저녁놀”로 다룰 노릇이고, ‘저녁노을’에 붙은 세 가지 한자말도 사전에서 털어냅니다.
탈 : 1.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 가면(假面)·마스크(mask)·면구(面具) 2.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의뭉스러운 얼굴. 또는 그런 태도나 모습
가면(假面) : = 탈
면구(面具) : = 탈
마스크(mask) : 1. = 탈 2. 병균이나 먼지 따위를 막기 위하여 입과 코를 가리는 물건 3. 얼굴 생김새 4. 용접할 때 튀는 불꽃을 막기 위하여 얼굴에 쓰는 가리개. ‘얼굴막이’로 순화 5. [군사] = 방독면 6. [운동] 야구나 펜싱 따위에서, 포수와 구심(球審)·선수들이 얼굴에 쓰는 보호 장구
가리개 : 1. 일반 병풍보다 폭을 넓게 하여 두 폭으로 만든 병풍. 머리맡이나 방구석을 가리거나 치장하기 위하여 친다 ≒ 곡병(曲屛) 2. 어떤 공간 따위를 가리기 위하여 세우는 가구 3. 어떤 공간이나 몸의 부분을 가리기 위한 물건
입가리개 : x
얼굴가리개 : x
얼굴막이 : x
‘탈’이라는 낱말을 알맞게 쓰도록, ‘면구’는 사전에서 털어낼 만하고, ‘마스크’는 “→ 탈. 가리개. 입가리개. 얼굴막이. 얼굴가리개”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사전에 ‘가리개’ 쓰임새가 하나 빠졌고, ‘입가리개·얼굴가리개·얼굴막이’는 아직 없어요. 앞으로 이 대목을 손질해야겠습니다.
후자(後者) : 1. 두 가지 사물이나 사람을 들어서 말할 때, 뒤에 든 사물이나 사람 2. 후세의 사람 3. [경제] 어음, 수표 따위의 발행인과 배서인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중에 배서한 사람
뒤쪽 : 향하고 있는 방향과 반대되는 쪽 ≒ 후편(後便)
뒤엣것 : 뒤에 오는 것. 또는 뒤에 있는 것
뒤쪽을 말한다면 ‘뒤쪽’이라 하면 되고, ‘뒤엣것’이라 할 수 있어요. ‘후자’는 “→ 뒤쪽. 뒤엣것. 뒷사람”으로 다루면 됩니다. 그리고 ‘뒤쪽’ 뜻풀이가 좀 허술하기에, 앞으로는 ‘뒤쪽’ 뜻풀이를 보태고 손질할 노릇입니다.
전장(戰場) : = 전쟁터
전쟁터(戰爭-) : 싸움을 치르는 장소 ≒ 병간(兵間)·전장·전쟁장·전지
싸움터 : 싸움이 벌어진 곳 ≒ 융장(戎場)·전야(戰野)·전쟁판·전투장
쌈터 : ‘싸움터’의 준말
싸우는 곳이기에 ‘싸움터’입니다. ‘전장·전지’는 사전에서 덜어도 됩니다. ‘전쟁터’는 “→ 싸움터”라 하면 되는데, ‘융장·전야’ 같은 한자말도 사전에서 덜어낼 노릇입니다.
연약(軟弱) : 무르고 약하다
약하다(弱-) : 1. 힘의 정도가 작다 2. 튼튼하지 못하다 3. 각오나 의지 따위가 굳지 못하고 여리다 4. 견디어 내는 힘이 세지 못하다 5. 능력, 지식, 기술 따위가 모자라거나 낮다
무르다 : 1. 여리고 단단하지 않다 2. 물기가 많아서 단단하지 않다 3. 마음이 여리거나 힘이 약하다 ≒ 연연하다 4. 일 처리나 솜씨가 야무지지 못하다
여리다 : 1. 단단하거나 질기지 않아 부드럽거나 약하다 2. 의지나 감정 따위가 모질지 못하고 약간 무르다 3. 빛깔이나 소리 따위가 약간 흐리거나 약하다 4. 기준보다 약간 모자라다
‘연약’을 “무르고 약하다”로 풀이하지만, ‘약하다’는 ‘여리다’로, ‘여리다’는 ‘약하다’하고 ‘무르다’로, 또 ‘무르다’는 ‘여리다’하고 ‘약하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연약’은 “→ 무르다”로 다루고, ‘약하다’는 “→ 여리다. 무르다. 모자라다. 낮다”로 다룹니다.
단순하다(單純-) : 1.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간단하다(簡單-) : 1. 단순하고 간략하다 2. 간편하고 단출하다 3. 단순하고 손쉽다
간략하다(簡略-) : 1. 간단하고 짤막하다
간편하다(簡便-) : 간단하고 편리하다
단출하다 : 1.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홀가분하다 2. 일이나 차림차림이 간편하다
손쉬울 듯한 한자말 ‘단순하다’일 듯하지만, 정작 사전을 보면 돌고 돌아서 제자리입니다. ‘단순·간단·간략·간편’은 무슨 뜻인지 종잡기 어렵습니다. ‘단순하다’는 “→ 투박하다. 쉽다. 가볍다”로, ‘간단하다’는 “→ 쉽다. 손쉽다. 짧다. 단출하다”로, ‘간략하다’는 “→ 짧다. 짤막하다. 단출하다”로, ‘간편하다’는 “→ 가볍다. 좋다. 수월하다. 쉽다. 단출하다”로 다룰 노릇이지 싶습니다. 이밖에 ‘단출하다’ 뜻풀이도 손질해야겠지요.
둔화(鈍化) : 느리고 무디어짐
무디다 : 1. 칼이나 송곳 따위의 끝이나 날이 날카롭지 못하다 2. 느끼고 깨닫는 힘이나 표현하는 힘이 부족하고 둔하다 3. 세련된 맛이 없고 투박하다
둔하다(鈍-) : 1. 깨침이 늦고 재주가 무디다 2. 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3. 감각이나 느낌이 예리하지 못하다 4. 생김새나 모습이 무겁고 투박하다 5. 기구나 날붙이 따위가 육중하고 무디다 6. 소리가 무겁고 무디다 7. 빛이 산뜻하지 않고 컴컴하다
‘둔화’를 ‘무디다’로 풀이하는데, ‘무디다’를 ‘둔하다’로, ‘둔하다’는 다시 ‘무디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이 돌림풀이 얼거리를 바로잡도록 ‘둔화’는 “→ 무디다. 느리다”로, ‘둔하다’는 “→ 무디다. 느리다. 굼뜨다. 투박하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멀칭(mulching) : [농업]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땅을 짚이나 비닐 따위로 덮는 일. 농작물의 뿌리를 보호하고 땅의 온도를 유지하며, 흙의 건조·병충해·잡초 따위를 막을 수 있다. ‘덮기’로 순화 ≒ 바닥덮기
덮기 : x
바닥덮기 : = 멀칭
피복(被覆) : 거죽을 덮어씌움. 또는 그런 물건. ‘덮기’로 순화
영어 ‘멀칭’이나 한자말 ‘피복’을 농업말로 삼아서 농협에서 널리 쓰고, 이런 말씨를 시골사람이 받아들여서 씁니다. 그런데 두 낱말 모두 ‘덮기’로 고쳐쓸 낱말이라지요. 사전을 살피면 ‘덮기’는 올림말로 없습니다. 이 낱말로 고쳐쓰라고 풀이하면서 막상 ‘덮기’를 안 실으니 얄궂습니다. ‘멀칭·피복’은 “→ 덮기. 바닥덮기”로 다루면서 ‘덮기’를 올림말로 실을 노릇이고, ‘바닥덮기’ 뜻풀이를 제대로 적어야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