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발걸음 2021.8.21.

삶자취 3 여행 다니셔요?



[물음] 무슨 짐이 그렇게 커요? 여행 다니셔요?


[얘기] 언뜻 봐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지요? 먼저 어깨에 가로지르는 짐이 셋이에요. 하나는 손전화하고 쌈지하고 붓(연필)을 바로 꺼내는 작은 어깨짐이에요. 둘은 ‘낱말 모으기 꾸러미(수첩)’하고 ‘말밑·뜻풀이 적기 꾸러미’하고 ‘생각 담기 꾸러미’를 챙기는 어깨짐이에요. 셋은 ‘노래꽃(동시) 꾸러미’하고 ‘꽃글(동화) 꾸러미’를 챙기는 어깨짐이지요. 이렇게 어깨에 세 가지 짐을 가로지르고 등짐을 메는데, 등짐에는 무릎셈틀(노트북)하고 옷하고 책입니다. 뭐 등짐은 거의 책으로 꽉 채웁니다. 여기에다가 커다란 천바구니를 하나 더 들지요. 찰칵이(사진기)랑 빈 천바구니 여럿을 여기에 담고, 길을 걸어가며 읽을 책을 두 자락쯤 담습니다. 등짐에 다 못 담을 만큼 책이 넘치면 빈 천바구니에 책을 나눠 담아요.


그냥 보자면 마실꾼(여행자)처럼 보일 텐데, 저는 딱히 마실(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알고 보면 ‘책집마실’을 한다고 말할 만하지만, 제 일거리인 말꽃짓기(사전 집필)를 할 적에 곁에 둘 숱한 책을 찾아나서려고 길을 떠납니다. 말꽃(사전)을 지으려면 새책뿐 아니라 헌책을 두루 살피고 읽고 새겨야 해요. 갓 나온 책은 오늘날 흐름을 읽는 징검돌이라면, 한참 예전에 나온 책은 지난날 자취를 읽는 징검돌이에요. 모든 책을 안 가리고 다 읽어야 모든 말을 고스란히 헤아리면서 말꽃에 얹고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붙일 수 있습니다.


요새는 말꽃 하나만 쓰지 않고, 노래꽃(동시)하고 꽃글(동화)을 함께 써요. 낱말풀이를 넘어, 낱말이 우리 삶터에서 어떻게 피어나는가를 스스로 밝혀서 쓰는데요, 보금자리가 있는 시골에서는 조용히 숲을 품으면서 말빛을 가다듬고, 서울·큰고장에서 책집을 찾아다닐 적에는 천천히 마을·골목을 걸으면서 말결을 추슬러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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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노래

삶자취 2 고향은?



[물음] 작가님은 고향이 어디세요?


[얘기] 언뜻 쉽게 말할 만하지만 오히려 쉽지 않네요. 저는 ‘고향’을 안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고향’을 물으면 할 말이 없답니다. 한자말인 ‘고향’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아요. 이 낱말 ‘고향’이 워낙 갖가지로 아무 데나 쓰이는 터라, 누가 제 ‘고향’을 물어볼 적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리송하더군요.


먼저 제가 태어난 곳은 인천 남구 도화1동입니다. 인천에서 자랄 적에는 제가 태어난 데를 구태여 찾아볼 생각이 없었는데, 인천을 떠났다가 2007년에 돌아와서 이듬해인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 2009년 무렵에 큰아이를 업고서 제가 태어난 골목집에 찾아간 적 있어요. 어렴풋했지만 옛날 골목집이 그무렵까지 안 헐린 듯하더군요. 그곳을 2020년에 다시 갔는데 뜻밖에 안 헐리고 낡은 채 있는 듯했어요.


우리 형은 다른 데에서 태어났을 수 있고, 우리 아버지는 인천 중구 송월동3가에서 터를 잡고 어머니하고 살림을 꾸리신 듯해요. 주안동에도 살고 꽤 자주 살림집을 옮기셨던데, 저는 일곱 살 무렵부터 인천 중구 신흥동3가에서 열여덟 살까지 살았고, 이해에 연수동으로 갔어요. 이태 뒤에는 인천을 떠나 서울 한국외대 앞에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살았고, 2003년 가을부터 충북 충주·음성 사이에서 몇 해를 지내다가 인천으로 돌아왔다가 2011년부터 전남 고흥에 터를 잡고서 곁님하고 두 아이랑 조용히 사는데, 어느 곳이 ‘고향’이라고는 말을 못하겠어요. 2021년 8월에 모처럼 인천 중구 선화동 골목을 걷다가 〈공화춘〉을 스쳤는데, 번드르르하게 손질한 바깥담하고 알림판이 낯설더군요. 외려 골목집 고추가 반가워요.


저는 보금숲을 그리는 마음이에요. 곁님하고 아이하고 사랑으로 짓는 보금자리를 숲으로 돌보는 터전이라면 그곳이 ‘고향’이지 싶어요. 푸른들에 파란하늘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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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발걸음

삶자취 1 언제부터 작가가 될 생각을?



[물음] 언제부터 작가가 될 생각을 하셨어요?


[얘기] 저는 지음이(짓는 사람 : 작가)가 아닌 옮김이(옮기는 사람 : 통·번역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어른을 못 믿겠어요. 어른은 눈치를 보느라 참다이 할 말을 안 하더군요. 어른은 으레 돈·힘·이름(재산·권력·명예)을 바라보느라 거짓을 눈감고 참을 지나치더군요. 남들(어른)이 쓴 글이나 책을 읽으면서 배우겠노라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을 접기로 합니다. 중학교란 이름이던 곳을 다니던 열네 살에도 어른은 하나같이 거짓말쟁이에 바보라고 느꼈습니다만, 고등학교란 이름인 곳으로 들어선 열일곱 살에 매우 짙게 느꼈어요. 그렇다고 남들(어른인 작가) 앞에서 외치지는 못하고 속으로 “너희가 참말을 참답게 안 하니 내가 참말을 참답게 할래.” 하고 속삭였어요.


그런데 오늘(2021년)에 이르러 어제(청소년기)를 돌아보니, 제가 하는 밑일(주업무)인 ‘말꽃짓기(사전 집필)’은 ‘지음이’ 노릇이면서 ‘옮김이’ 구실이네요. 마음에 심을 생각을 스스로 슬기롭게 가다듬고 즐겁게 추슬르도록 북돋우는 책이 말꽃(사전)이에요. 이 말꽃은 ‘낱말풀이’이면서 ‘마음 옮기기’입니다. 낱말에 서린 마음을 귀여겨듣고서 옮기는 일이 말꽃짓기이거든요.


다시 얘기하자면, 저는 “수수한 살림자리에서 피어나는 수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참말로 없구나 하고 느껴서, 이렇게 수수한 살림자리 이야기를 남들(어른들)이 안 쓴다면 내가 스스로 써야겠네 하고 느낀 그날, 1991년 여름날부터 스스로 쓰기로(작가가 되기로)” 생각합니다. 남한테 맡길 수 없고, 남한테 맡길 일이 아니요,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짓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글을 쓰면 된다고 깨달아서, 그 열일곱 살부터 글을 쓰기로 했고, 참말 그때부터 글을 썼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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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찾아볼 사전인가?

[오락가락 국어사전 49] ‘인덱스’는 있고 ‘찾기’는 없네



  한국말사전에 영어 ‘인덱스’가 올림말로 나옵니다. 이런 영어를 굳이 올림말로 실어야 할까요? 이제 널리 쓰는 ‘찾기’ 같은 낱말은 아직 올림말이 아닙니다. 더구나 뜻풀이도 엉성해요. 사전이 사전다우려면 올림말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할는지, 또 뜻풀이를 어떻게 추슬러야 할는지 찬찬히 짚어야겠습니다.



인덱스(index) : = 색인. ‘찾아보기’로 순화

색인(索引) : 1. 어떤 것을 뒤져서 찾아내거나 필요한 정보를 밝힘 2. 책 속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단어나 항목, 인명 따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일정한 순서에 따라 별도로 배열하여 놓은 목록 ≒ 인덱스·찾아보기

찾아보기 : = 색인(索引)

찾기 : x



  ‘찾아보기’로 고쳐쓸 ‘인덱스’라는데, 막상 사전은 ‘색인’만 풀이를 달아 놓습니다. ‘색인’은 “→ 찾아보기. 찾기”로 다루고서 ‘찾아보기’를 풀이해야 올바르겠지요. ‘인덱스’ 같은 영어는 털어낼 만합니다. ‘찾기’를 새로 올림말로 다룰 만하고요.



잭나이프(jackknife) : 1. 칼날을 접어 칼집에 넣을 수 있게 만든 주머니칼. 주로 배 안이나 야외에서 휴대용 칼로 쓴다 2. [운동] 수영에서, 도약판을 떠나는 순간에 몸을 새우처럼 구부렸다가 물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몸을 펴는 다이빙 기술

접이칼 : x

주머니칼 :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쓰는 작은 칼 ≒ 나이프·낭도(囊刀)

낭도(囊刀) : = 주머니칼



  영어 ‘잭나이프’는 사전에서 털거나 “→ 주머니칼”로 다룰 노릇입니다. ‘낭도’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접이칼’ 같은 말을 사람들이 널리 쓰는데 뜻밖에 이 낱말은 사전에 없어요. 올림말로 삼아야겠습니다.



신조어(新造語) : [언어] = 신어(新語)

신어(新語) : [언어] 새로 생긴 말. 또는 새로 귀화한 외래어 ≒ 새말·신조어

새말 : [언어] = 신어(新語)



  새로 생기거나 짓는 말이라면 ‘새말’이라 하면 되어요. 사전은 ‘신어’라는 한자말만 풀이해 놓는데 좀 뜬금없습니다. ‘신조어·신어’는 “→ 새말”로 다루면 됩니다.



알레르기(<독>Allergie) : 1. [의학] 처음에 어떤 물질이 몸속에 들어갔을 때 그것에 반응하는 항체가 생긴 뒤, 다시 같은 물질이 생체에 들어가면 그 물질과 항체가 반응하는 일. 천식, 코염, 피부 발진 따위의 병적 증상이 일어난다. ‘거부 반응’, ‘과민 반응’으로 순화 2.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거부하는 심리적 반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알러지 : x

두드러기 : 약이나 음식을 잘못 먹거나 또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피부병의 하나. 피부가 붉게 부르트며 몹시 가렵다



  독일말 ‘알레르기’나 영어로 읽는 ‘알러지’여야 의학에서 쓸 말이지 않아요. 한국에서 예부터 쓰던 ‘두드러기’도 뜻풀이를 두세 갈래로 나누어서 의학말로 삼을 만합니다. 생각해 봐야지요. 한국말 ‘두드러기’를 영어로 어떻게 옮기겠습니까?



피에스(PS) : = 추신(追伸)【postscript】

추신(追伸/追申) : 뒤에 덧붙여 말한다는 뜻으로, 편지의 끝에 더 쓰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 그 앞에 쓰는 말 ≒ 재계(再啓)·추계(追啓)·추백(追白)·추진(追陳)·피에스(PS)

덧말 : x

덧글 : x

붙임말 : x

붙임글 : x



  영어 ‘피에스’가 올림말로 나오는 한국말사전이니 생뚱맞습니다. 글을 마치고서 더 붙이는 말이라면 ‘덧말·덧글’이나 ‘붙임말·붙임글’이라 하면 됩니다.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사전답게 한국말을 새롭게 살리는 길뿐 아니라, 사람들이 즐겁게 새로 쓰는 말씨를 담아내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어요. ‘재계(再啓)·추계(追啓)·추백(追白)·추진(追陳)’ 같은 한자말을 쓸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이런 낡은 말은 사전에서 몽땅 털어낼 노릇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Christmas tree) : 1. 크리스마스 때에 여러 가지 장식으로 꾸미는 나무 ≒ 성탄목 2. [공업] 석유 갱구에 부착하는 밸브. 티(T) 자 관, 십자관, 기타 부속품을 조립한 장치이며 석유나 천연가스의 산출을 조절하는 데에 쓴다 3. [운동] 볼링에서, 세 개의 핀이 남은 경우. 오른손으로 굴릴 때는 3·7·10번 핀이, 왼손으로 굴릴 때는 2·7·10번 핀이 남은 경우를 이른다

성탄목(聖誕木) : =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나무 : x

성탄나무 : x

섣달나무 : x



  ‘크리스마스트리’를 올림말로 삼아야 할까요? 한자말 ‘성탄목’까지 올림말로 나옵니다. 한국말사전다우려면 ‘크리스마스나무’나 ‘성탄나무’처럼 ‘-나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습니다. 더 헤아린다면, 성탄절이나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 12월이고, 이달을 ‘섣달’이라 하기에 ‘섣달나무’ 같은 이름을 새로 지어서 쓸 만합니다.



다운로드(download) : [컴퓨터]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파일을 받아 오는 것.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컴퓨터나 비비에스(BBS)에서 필요한 파일이나 자료를 전송받는다 ≒ 내려받기

다운로드하다 : x

내려받기 : = 다운로드

내려받다 : [컴퓨터]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파일이나 자료를 받아 내리다



  누리그물에서 무엇을 올리거나 받을 적에는 ‘받다·내려받다’라 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전은 ‘다운로드’를 풀이할 뿐입니다. 이 영어를 굳이 실으려면 “→ 내려받기’라 하면 됩니다.



도무지 : 아무리 해도 ≒ 도시(都是)·도통(都統) 2.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

도시(都是) : = 도무지

도통(都統) : = 도무지

도저히(到底-) : 아무리 하여도



  ‘도무지’라는 낱말에 ‘도시·도통’ 같은 한자말을 비슷한말로 붙이지만, 굳이 안 붙여도 됩니다. 그리고 ‘도저히’는 “→ 도무지”라고만 하면 되어요.



들뜨다 : 1. 마음이나 분위기가 가라앉지 아니하고 조금 흥분되다 2. 단단한 데에 붙은 얇은 것이 떨어져 틈이 벌어지며 일어나다 3. 피부에 수분이 부족하거나 각질 따위가 피부 표면에 붙어 있어 화장품이 잘 흡수되지 않고 겉돌다 4. 살빛이 누렇고 부석부석하게 되다 5. 열기가 올라서 진정하지 못하다

설레다 : 1.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2. 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자꾸만 움직이다 3. 물 따위가 설설 끓거나 일렁거리다

두근거리다 : 몹시 놀라거나 불안하여 가슴이 자꾸 뛰다. 또는 그렇게 하다 ≒ 두근대다

흥분(興奮) : 1. 어떤 자극을 받아 감정이 북받쳐 일어남. 또는 그 감정 2. [의학] 자극을 받아 생기는 감각 세포나 신경 단위의 변화. 또는 그로 인하여 일어나는 신체 상태의 변화



  ‘들뜨다’를 ‘흥분되다’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이런 돌림풀이는 가다듬어야겠습니다. ‘흥분’은 “→ 들뜨다. 설레다. 두근거리다”로 다루면서, 비슷한 여러 낱말뜻을 찬찬히 갈라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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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은 모르고 ‘토핑’만 안다면

[오락가락 국어사전 48] 너무 더딘 올림말



  한국말사전에 갖가지 영어가 부쩍부쩍 깃듭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예부터 널리 쓰던 낱말조차 제때 오르지 못합니다. 곳곳에서 잘 가다듬어서 쓰는 ‘느린그림’이나 ‘맞이방’ 같은 낱말도 아직 사전에 없어요. 살뜰히 손질해서 널리 쓰는 낱말조차 한국말사전이 못 담을 만큼 더딘 모습이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달라져야겠지요. ‘고명’이란 오랜 한국말을 몰라서 ‘토핑’ 같은 영어를 버젓이 올림말로 삼는 사전이란 참으로 엉성합니다.



우아하다(優雅-) :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고상하다(高尙-) : 품위나 몸가짐의 수준이 높고 훌륭하다

기품(氣品) : 인격이나 작품 따위에서 드러나는 고상한 품격

품위(品位) : 1. 직품(職品)과 직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3. 사물이 지닌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

아름답다 : 1.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2.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



  한자말 ‘우아하다’는 ‘고상 + 기품 + 아름답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고상’은 ‘품위’로, ‘품위’는 ‘기품/고상’으로, ‘기품’은 ‘고상/품격’으로 돌고 도는 풀이입니다. ‘우아하다’는 “→ 아름답다”로, ‘고상하다·기품·품위’는 “→ 훌륭하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연시(軟枾) : = 연감

연감(軟-) : 물렁하게 잘 익은 감 ≒ 연시(軟枾)·연시감·홍시(紅枾)

홍시(紅枾) : = 연감

연시감(軟枾-) : = 연감

물렁감 : ‘연감’의 북한어

말랑감 : x

붉은감 : x



  말랑해서 먹음직스러운 감은 붉습니다. ‘연시’란 “말랑하고 붉은 감”이지요. 그런데 사전에는 ‘연시·연감·홍시’는 나와도 ‘말랑감·붉은감’은 없습니다. 얄궂어요. ‘연시감’은 겹말인데 이런 낱말까지 사전에 있어 더 얄궂습니다. 그리고 ‘물렁감’을 북녘말로 다룹니다만, 썩 옳지 않습니다. 남북녘이 함께 쓰는 말일 뿐이에요. ‘연시감’은 사전에서 털어내고, ‘연시·연감·홍시’은 “→ 말랑감. 물렁감. 붉은감”으로 다루면서, ‘말랑감·붉은감’을 올림말로 다루어야겠습니다.



머리깎기 : x

머리다듬기 : x

머리손질 : x

이발(理髮) : 머리털을 깎아 다듬음



  지난날에는 머리를 깎는 일이 드물었다면, 이제는 흔히 머리를 깎습니다. 그렇지만 머리를 깎는 일을 놓고 아직 사전에 올림말이 마땅히 없습니다. ‘머리깎기·머리다듬기·머리손질’을 올림말로 삼으면서, ‘이발’은 “→ 머리깎기. 머리다듬기. 머리손질”로 다룰 만합니다.



느린그림 : x

슬로비디오(slow video) : [연영] 비디오테이프 재생 수법의 하나. 빠른 움직임을 느린 움직임으로 바꾸어 재생한 화면으로, 운동 중계나 기술 분석 따위에 이용한다 ≒ 저속 재생



  ‘느린그림’이란 낱말을 쓴 지 꽤 되었으나 아직 사전에 못 오릅니다. 언제쯤 ‘느린그림’을 사전에 싣고서 ‘슬로비디오’를 털어내거나 “→ 느린그림”으로 손볼 수 있을까요.



애피타이저(appetizer) : 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식전에 먹는 음료나 요리

디저트(dessert) : 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 ‘후식(後食)’으로 순화

후식(後食) : 1. 나중에 먹음 2. 식사 뒤에 먹는,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따위의 간단한 음식

앞밥 : x

뒷밥 : x

입씻이 : 1. 입씻김으로 돈이나 물건을 줌. 또는 그 돈이나 물건 2. = 입가심

입가심 : 1. 입 안을 개운하게 가시어 냄 ≒입씻이 2. 더 중요한 일에 앞서 가볍고 산뜻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전채(前菜) : = 오르되브르

오르되브르(<프>hors-d’œuvre) : 서양 요리에서, 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식사 전에 나오는 간단한 요리. 또는 술안주로 먹는 간단한 요리 ≒ 전채(前菜)



  사전에 ‘디저트’에 ‘애피타이저’까지 올림말로 있습니다. ‘입씻이·입가심’ 같은 낱말이 있지만, ‘디저트·애피타이저’를 어떻게 가다듬어야 좋을는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후식’ 하나 덜렁 싣습니다. 이러면서 ‘전채·오르되브르’ 같은 낱말도 싣는데요, ‘앞밥·뒷밥’을 올림말로 실으면서 ‘입씻이·입가심’으로 손질해서 쓰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애피타이저·오르되브르’는 털어내면서 ‘앞밥’을 쓰도록 알리고, ‘디저트·후식’은 “→ 뒷밥. 입가심. 입씻이”로, ‘전채’는 “→ 앞밥. 입가심. 입씻이”로 다룰 노릇입니다. 또는 ‘앞가심·앞씻이·먼젓밥’이나 ‘뒷가심·뒷씻이·나중밥’ 같은 낱말을 쓸 만합니다.



오래살다 : x

장수(長壽) : 오래도록 삶 ≒ 노수(老壽)·대수(大壽)·대춘지수·만수(曼壽)·만수(萬壽)·수령(壽齡)·영수(永壽)·용수(龍壽)·하년(遐年)·호수(胡壽)



  오래 살기에 “오래 살다”인데, 이를 나타내는 한자말로 ‘장수’를 비롯해 열 가지 한자말을 싣는 사전입니다. ‘장수’는 “→ 오래살다”로 다룰 만합니다. ‘오래살다’를 새말로 삼을 수 있어요. 열 가지 다른 한자말은 모두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풀물 : 풀에서 나오는 퍼런 물

녹즙(綠汁) : 녹색 채소의 잎이나 열매, 뿌리 따위를 갈아 만든 즙. 넓은 의미로는 당근과 같이 녹색이 아닌 채소를 갈아 만든 것도 포함한다. 칼슘과 비타민 케이(K) 따위가 많아 건강식품으로 분류된다

과일물 : [북한어] ‘과실음료’의 북한어

과즙(果汁) : = 과일즙. ‘과일즙’으로 순화

과일즙(-汁) : 과일에서 배어 나오거나 과일을 짜서 나온 즙 ≒ 과실즙·과즙·실과즙·열매즙



  풀에서 나오는 물은 ‘퍼런’ 물이 아닌 ‘푸른’ 물입니다. 사전풀이가 어긋납니다. 풀을 짠 물은 ‘풀물’이라 하면 되어요. ‘녹즙’은 “→ 풀물”로 다루면 되지요. ‘과즙·과일즙’은 “→ 과일물. 열매물”로 다루면 되고요.



맞이방 : x

로비(lobby) : 1. 호텔이나 극장 따위에서 응접실, 통로 등을 겸한 넓은 공간. ‘복도’, ‘휴게실’로 순화 2. 국회 의사당에서 의원들이 잠깐 동안 머물러 쉴 수 있도록 마련하여 놓은 방. ‘휴게실’로 순화 3. 권력자들에게 이해 문제를 진정하거나 탄원하는 일. ‘막후교섭’으로 순화

휴게실(休憩室) : 잠깐 동안 머물러 쉴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방 ≒ 연실(燕室)

막후교섭(幕後交涉) :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게 은밀히 하는 교섭

쉼터 : 쉬는 장소

lobby : 1. 로비(공공건물 현관 입구 안쪽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기다릴 수 있는 공간) 2. (영국 의회에서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는) 로비[의원 면담실] 3. (정치적) 압력 단체 4. (정치적) 압력 단체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을 ‘맞이방’으로 고쳐쓰기로 했는데, ‘맞이방’은 아직 사전에 못 오릅니다. 영어 ‘로비’를 ‘복도·휴게실’로 고쳐쓰라 풀이하지만, 이 뜻으로만 보더라도 ‘로비’는 “→ 골마루. 쉼터”라 하면 되어요. 더 헤아린다면 “→ 쉼터. 쉼나루. 맞이나루. 손님나루. 맞이터”로 다루어도 어울려요. ‘맞이나루·손님나루·맞이터’ 같은 낱말을 새로 지어서 쓸 만합니다. 이밖에 ‘막후교섭’ 같은 한자말은 “→ 뒷힘”으로 다루어도 될 테지요. 때로는 “→ 뒷자리. 뒷모임. 뒷만남”으로 다루어도 어울립니다.



캠핑(camping) :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 따위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함. 또는 그런 생활

camping : 캠핑, 야영

야영(野營) : 1. 군대가 일정한 지역에 임시로 주둔하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시설들을 갖추어 놓은 곳. 또는 거기서 하는 생활 2. 휴양이나 훈련을 목적으로 야외에 천막을 쳐 놓고 하는 생활 ≒ 노영(露營)·들살이

들살이 : = 야영(野營)



  들에서 지내기에 ‘들살이’입니다만, 한국말사전이나 영어사전 모두 한국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좋을는지를 모릅니다. ‘캠핑·야영’은 “→ 들살이. 들살림”으로 다룰 만합니다. 또는 ‘들잠·들마실’을 쓸 수 있어요.



고명 :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하여 음식 위에 얹거나 뿌리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 버섯·실고추·지단·대추·밤·호두·은행·잣가루·깨소금·미나리·당근·파 따위를 쓴다 ≒ 웃고명

웃고명 : = 고명

토핑(topping) : 1. 요리나 과자의 끝마무리에, 재료를 올리거나 장식하는 것. 잘게 썬 견과, 깎은 초콜릿 따위로 한다 2. [화학] 원유를 증류하여 끓는점 범위가 다른 유분(留分)으로 가르는 조작

topping : (음식 위에 얹는) 고명, 토핑



  한국말사전은 영어 ‘토핑’을 어떻게 다루어야 좋은가를 모르나, 외려 영어사전은 ‘고명’으로 풀이해 놓습니다. ‘토핑’ 같은 영어는 한국말사전에서 털 만해요. ‘고명’ 뜻풀이를 둘로 갈라서 예부터 쓰는 뜻하고 새롭게 쓰는 뜻으로 잘 풀이하면 좋겠습니다.



사부(師父) : 1. ‘스승’을 높여 이르는 말 2. 스승과 아버지를 아울러 이르는 말

사부님(師夫-) : 스승의 남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스승 :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 사부

스승님 : ‘스승’을 높여 이르는 말



  한자말 ‘사부’를 높임말처럼 다루는 사전이나 옳지 않아요. ‘스승’을 높이는 말은 ‘스승님’입니다. ‘사부’는 “→ 스승”으로 다루면 될 뿐입니다. 사전에 ‘사부님’이 올림말로 나오기도 하는데, 한자를 달리 적는 ‘師夫’를 높이는 말이라 하는군요. 이런 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우리는 ‘스승·스승님’을 알맞게 쓰면 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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