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4 숲노래



  어려우면 우리말이 아닙니다. 처음 듣기에 어렵지 않아요. 우리가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누린 삶하고 동떨어지기에 어렵습니다. 오늘은 어제하고 달라 옛사람처럼 살아가지 않으나, 우리 눈빛하고 마음은 늘 이곳에서 흐르는 날씨하고 풀꽃나무하고 눈비바람에 맞게 피어나면서 즐겁습니다. 저는 열 살 무렵에는 혀짤배기·말더듬이에서 벗어나려고 용썼고, 열아홉 살 무렵에는 네덜란드말을 익혀 우리말로 옮기는 길을 가려다가 우리말을 헤아리는 쪽으로 접어들며 스스로 ‘함께살기’란 이름을 지었어요. 서른아홉 살에 접어들자 새롭게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느껴 ‘숲노래’를 지었습니다. ‘함께살기’는 너나없이 어깨동무하는 푸른삶을 가리킨다면, ‘숲노래’는 누구나 푸르게 별빛이라는 사랑을 가리킵니다. ‘함께살기’는 ‘동행·공생·공유·공동체·상생·혼례·조화·하모니·균형·동고동락’을 풀어낼 만하고, ‘숲노래’는 ‘우화寓話·자연음악·치유음악·자연언어’를 담아낼 만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새롭게 살림을 짓고 싶기에 이름이며 말을 손수 새삼스레 지어요. 앞으로 쉰아홉 살에 이르면 또 이름을 새롭게 지을 생각이에요. 저로서는 스무 해를 고비로 아주 새빛으로 태어나려는 꿈으로 하루를 바라보면서 걷습니다.


숲(수풀) : 1. 누구나 무엇이든 수수하면서 푸르게 어우러지는 곳. 멧골이나 들판을 덮는 풀꽃나무가 지은 즐거운 살림터. 멧골이나 들판에 풀꽃나무가 가볍게 퍼지면서 싱그럽게 춤추고 스스럼없이 스스로 피어나는 터전 (풀꽃나무가 싱그럽고 가벼우며 산뜻하고 푸르게, 넉넉하면서 넘실넘실 너르게 있는, 슬기롭게 거듭나면서 철마다 새롭게 흐드러지는 터전. ← 자연) 2. 풀·나무·덩굴이 이리저리 가득 모이거나 붙은 곳 (풀·나무·덩굴이 엉켜서 지나가기 힘든 곳) 3. 많거나 가득하거나 넉넉하게 있는 곳


숲노래 (숲 + 노래) : 1. 풀꽃나무·짐승·새·돌바위모래·눈비바람·해·별·헤엄이 들을 빗대거나 그리면서 사람이 사람스럽게 살아가고 살림하며 사랑하는 길을 밝히도록 들려주는 이야기. (← 우화寓話) 2. 숲을 그대로 들려주거나, 숲에서 피어나는 푸른바람·푸른기운·푸른빛을 담은 노래. 몸하고 마음을 다독이거나 달래면서 푸르게 깨어나거나 피어나도록 하는 노래. (← 자연음악, 치유음악, 힐링송) 3. 숲에서 태어난 말. 숲을 바탕으로 지은 말. 숲을 품은 살림살이를 가꾸면서 엮은 말. (← 자연 언어, 자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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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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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2022.6.23.

곁말 63 책밤수다



  우리말로 우리 삶을 다시 나타낼 수 있은 지 아직 온해(100년)가 안 됩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총칼로 찍어누르면서 일본말·일본 한자말을 퍼뜨린 마흔 해 생채기는 오늘날에도 씻지 못합니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토크’도 우리말은 아니요, ‘심야책방’은 더더구나 우리말이 아닙니다. ‘-와의’는 우리말씨 아닌 일본말씨요, ‘작가(作家)’ 아닌 ‘지은이·지음이·짓는이’라 해야 우리말입니다. ‘토크’도 ‘북’도 아닌 ‘책수다’일 적에 우리말이에요. 일본 그림꽃책(만화책) 《심야식당》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사랑받아 ‘심야○○’란 이름을 붙인 가게나 자리가 부쩍 늘었어요. 일본 그림꽃책을 처음에 ‘한밤밥집·한밤식당’으로 옮겼다면 ‘심야○○’가 아닌 ‘한밤○○’란 이름이 퍼졌을 텐데요, 퍽 알려진 이름을 따오기보다는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이름을 지어서 알맞게 쓸 적에 한결 빛납니다. 이를테면 ‘별빛수다’를 할 만합니다. ‘별밤수다’나 ‘별빛책집·별밤책집’을 해볼 만하지요. 모든 말은 삶을 담아내니, 우리가 스스로 짓는 삶이 아닌, 돈으로 사들여서 겉을 꾸미는 삶이라면 ‘심야○○’ 같은 일본스런 이름을 앞으로도 쓰리라 봅니다. 우리 손으로 이 땅을 사랑하며 일군다면 새말을 지을 테고요.


책밤수다 (책 + 밤 + 수다) : 늦은저녁이나 밤에 책을 나누고 이야기하면서 보내는 모임이자 자리. 즐겁게 읽은 책을 놓고서, 늦은저녁이나 밤에 도란도란 모여서 수다를 펴는 모임이나 자리. ‘심야책방’이란 이름은, 일본 만화책 《심야식당》 이름을 흉내냈다. (= 한밤책집·달빛책집·달밤책집·달빛수다·달밤수다·밤수다·밤샘수다·밤책집·별빛책집·별밤책집·별빛수다·별밤수다. ← 심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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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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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2 거지말



  꾸밈없이 말하면 걱정이 없습니다. 꾸미다가 스스로 펑 터지거나 아슬합니다. 꾸밈없이 글쓰고 일하고 생각하고 살림하면 아름답습니다. 또 꾸미고 거듭 꾸미기에 겉발림이 늘고 겉치레가 생깁니다. 겉으로는 있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없는 사람이 ‘거지’이지 싶어요. ‘거짓말’은 ‘거지 + ㅅ + 말’인 얼개입니다. 스스로 속으로 안 가꾸거나 안 돌보는 마음은 ‘거짓’이요, 스스로 거지가 되는 길이라 할 만합니다. 돈이나 값을 안 바라고서 ‘거저’ 주곤 해요. 받을 마음이 없기에 거저(그냥·그대로) 줄 텐데, 겉으로만 꾸미기에 거추장스러운 껍데기가 늘고, 거칠면서 겉돌게 마련입니다. 거죽·가죽이란 바깥을 이루는 옷입니다. 옷을 입어 몸을 돌보기도 하지만, 옷에 매달려 그만 몸도 마음도 잊은 채 치레질이나 꾸밈질에 빠지기도 합니다. 돈값을 바라지 않는 마음이라 거저 내줄 적에는 사랑이 싹튼다면, 겉껍데기(허울)를 씌우는 입발림·글발림으로 기울면 어느새 “거지 같은 말”에 “거지가 되어 쓰는 말”에 “스스로 거지로 여기는 말”로 휩쓸려요. 스스로 없거나 모자라다고 여기는 “내가 나를 깎아내리는 마음”에서 싹트는 거짓말이고, “찬(차다·가득하다) 말”이자, 넘실넘실 둘레를 살찌우는 숨결인 참말입니다.


거짓말 (거지 + ㅅ + 말) : 스스로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거나 모자라다고 여기는 마음이기에, 마치 있는 척하려고 꾸미는 말. (← 허위, 허언, 허구, 허풍, 헛소문-所聞, 조삼모사, 부정不正, 위선僞善, 사실무근, 근거없다, 가공架空, 사기詐欺, 공갈, 대포, 낭설, 트릭(trick), 트랩, 수작酬酌, 자기기만, 가장(假裝), 교언영색, 야매, 작위, 흑색선전, 네거티브, 마타도어matador, 허무맹랑, 가짜假-, 짜가-假, 가짜뉴스, 왜곡보도, 허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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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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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6.14.

곁말 61 구경그림



  이오덕 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끌어낸 멧골아이 그림을 처음 본 1994년에 깜짝 놀랐어요. 멋스러이 그리도록 안 다그친 어른이 있는 줄, 아이마다 다른 붓결을 살리는 상냥한 어른이 있는 줄, 스스로 살아가는 터전에서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를 고스란히 그리도록 북돋운 어른이 있는 줄 처음 보았습니다. 스무 살까지 살며 구경한 그림은 말 그대로 ‘구경그림’입니다. 여덟 살에도, 열네 살에도, 열일곱 살에도, 배움터에서는 ‘구경하는 그림(풍경화)’만 그리도록 내몰았고 가르쳤어요. 구경하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숲을 마주하면서 담아낸 그림은 숲빛이 아름다워요. 풀꽃나무를 지켜보면서 담아낸 그림은 푸르게 너울거리면서 빛나지요. 냇가나 바닷가에 나가서 그릴 적에는 온몸하고 온마음이 확 트입니다. 그러니까, 배움터도 냇가나 바닷가처럼, 들이나 숲처럼, 멧골이나 시골처럼, 파란하늘에 푸른들을 넉넉히 품는 곳에서 홀가분히 펼칠 적에 아름다이 배우고 가르칠 만하다고 느낍니다. 팔짱을 끼듯 냇물 너머 불구경을 하는 그림이 아닌, 삶을 스스로 짓고 맛보면서 담아내는 ‘삶그림’으로 나아간다면, 천천히 ‘숲그림’에 ‘푸른그림’으로 피어날 테지요. 저는 숲그림이·삶그림이가 되려 합니다.


구경그림 (구경 + 그림) : 구경하면서 담은 그림. 마음을 기울이거나 좋아하면서 차근차근·하나하나·두루 보면서 담은 그림. 눈으로 가볍게·살짝·문득·어렴풋이 보면서 담은 그림. 스스로 나서거나 할 만하다고 여기지 않으면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담은 그림. 스스로 겪거나 맞이하거나 하면서 담은 그림. (= 숲그림·푸른그림·풀빛그림. ←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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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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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

곁말 60 둘레말



  우리나라는 온갖 곳으로 부릉부릉 다니는 길을 많이 뚫거나 냈습니다. 시골이나 작은고장은 으레 옛길(구도로)하고 새길(신도로)이 나란히 있는데, 새길 옆에 또 새길을 더 넓게 내기까지 합니다. 빠르고 손쉽게 큰고장으로 뻗는 길이 많다 보니 옛날처럼 외딴집살이나 마을살이를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서울·큰고장을 그날치기로 오가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달라지는 삶터에 따라 달라지는 삶말입니다. 작고 수수하게 들숲바다를 품으며 스스로 말을 지어서 쓰던 지난날에는 마을말(사투리)인 살림이라면, 크고 빠르게 서울·큰고장을 오가는 오늘날에는 둘레에서 쓰는 말을 받아들이는 살림입니다. 아이들이 발을 들이는 어린이집하고 배움터는 모두 서울말이 바탕입니다. 일터도 마을말이 아닌 서울말이 바탕이에요. 둘레를 살피면서 맞추는 말로 기울고, 더 큰 삶터에서 널리 쓰는 말을 익혀야 일자리를 얻기에 쉬운 얼거리입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터전에서 다 다르게 삶을 지을 적에는 숲말이요 마을말이었다면, 다 똑같은 얼거리로 나아가며 서울바라기로 흐를 적에는 서울말(표준말)로 뭉뚱그립니다. 둘레말을 익히더라도 ‘우리 삶말’을 살피면서 아이한테 물려줄 적에 스스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삶은 스스로 지으니까요.


둘레말 (둘레 + 말) : 둘레에서 널리 쓰는 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에서 널리 쓰는 말. (= 삶터말. ← 사회용어)

삶터말 (삶 + 터 + 말) : 삶터를 이루는 곳에서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아가는 곳에서 널리 쓰는 말. (= 둘레말. ← 사회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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