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꽃/아버지 육아일기 2022.4.22.

숲집놀이터 268. 손전화



2022년에 큰아이가 열다섯 살이니, 여덟 해 만에 ‘군청 청소년과’에서 드디어 ‘청소년 교육비’를 아이한테 다달이 10만 원씩 아이 계좌로 넣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서, “참 일도 빨리(?) 잘(?) 하시네요.” 하고 말하려다가 말하지는 않았다. 큰아이가 받아야 할 몫을 일곱 해 넘도록 못 받았는데, 난 그동안 낛(세금)을 하나도 안 빠뜨리고 꼬박꼬박 냈는데, 전남교육감이라는 나리(양반)는 “한 아이도 버리지 않겠습니다”란 말을 내걸고 벼슬자리를 얻었는데, 그동안 이 말을 아예 안 지켰는데, 배움지기(교육감)를 마칠 즈음인 올 2022년 6월 뽑기(선거)에서 이녁이 떨어질 수도 있어 아슬아슬하니 이제서야 뒷시늉으로 이렇게 하시는데, 그럭저럭 다 넘어가 주기로 한다. 그나저나 ‘군청 청소년과 벼슬꾼(공무원)’은 전화로 “그럼 아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셔요.” 하고 묻는다. “저희는 스마트폰 따위는 안 쓰려고 이 깊은 시골에서 아이 스스로 학교를 안 다니기로 하면서 사는데요? 아이한테 연락하고 싶으시면 저한테 전화하시면 돼요. 제 전화를 저랑 두 아이가 함께 씁니다.” 하고 말했다. “네?” 하면서 한동안 말을 잊은 군청 벼슬꾼을 문득 느끼고서 ‘아, 이 사람들은 아이(초등학생·청소년)가 손전화가 없다면 학대를 받는다거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아이(초등학생·청소년) 스스로 손전화는 쓰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터럭만큼도 헤아리거나 알아볼 마음을 품은 적도 없겠구나 싶더라. 그도 그럴 까닭이 ‘마침종이(졸업장)’를 아예 하나도 거머쥘 뜻이 없이 집에서 노는 아이들 마음은 하나도 못 읽는 교육감·공무원·교사·작가·군수·국회의원·대통령 나리가 철철 흘러넘치니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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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아버지 육아일기 2022.4.22.

숲집놀이터 267. 나잇값



모든 싸움(전쟁)이 사라지기를 바라면, 사내로서는 싸움터(군대)에 안 갈 노릇이고, 가시내로서는 ‘싸움꾼(군인)이 되는 사내랑 안 만나거나 헤어지면’ 될 노릇이다. 어쩔 길이 없이 싸움터에 끌려가야 하는 ‘가난하고 힘없고 이름없는 조그마한 집안에서 나고자란 사내’라면 허수아비(육군 보병)가 아니라 ‘하사관’으로 가라고 얘기한다. 허수아비보다 이태쯤 더 싸움터에 얽매여야 하지만, ‘미친나라’에서는 허수아비(육군 보병) 목소리나 몸짓으로는 안 바뀐다. 적어도 하사관쯤으로 싸움터에 끌려가서 일삯(월급)부터 조금이나마 제대로 받으면서 ‘중간관리자·간부’로서 썩고 멍든 싸움터를 조금이나마 손질하거나 다독이거나 바로잡을 길을 열 수 있다. 이쯤 마음을 기울이고 애쓰는 사내라면 가시내도 조금은 쳐다보아 주어도 되리라. 열줄나이에는 속으로만 품어야 했고, 스무줄나이에 입밖으로 내놓던 생각을, 이제 쉰줄나이를 앞두고 온삶으로 펼치면서 하루하루 맞이한다. 나잇값이 무언지 모르겠다만, 나이를 앞세워 잘난 척하거나 우쭐거리는 바보짓은 나잇값이 아니라고 본다. 나이를 돌아보면서 누구나 슬기롭고 즐거우며 참하게 아름길을 어깨동무하도록 앞장설 줄 아는 몸짓이 나잇값이라고 생각한다. 입만 번지르르하고 몸으로는 안 한다면 늙은이일 뿐이다. 생각하고, 입으로 뱉고, 몸으로 부대끼면서, 이러한 삶을 아이들한테 부드럽고 상냥하면서 노래하듯 사랑으로 들려줄 적에 비로소 ‘나잇값을 하는 어른’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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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아버지 육아일기 2022.4.7.

숲집놀이터 266. 지레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간 1982년 3월까지 제 마음이나 머리나 생각에는 ‘걱정’이란 낱말이 아예 없습니다. 한글조차 모르는 채 어린배움터에 들어간 여덟 살 아이는 저 앞에 선 어른이 손에 뭘 쥐고서 까만 데에다가 슥슥 뭘 그리는데 뭐 하는 셈인지 몰랐습니다. 저 사람(어른)은 저 사람이 하고픈 걸 하겠거니 여기며 옆에 앉은 동무랑 시시덕거립니다. 이러다가 머리가 핑 돌 만큼 누가 후려쳤고, 꽈당 하며 자빠졌습니다. 떠들지 말고, 장난하지 말고, 칠판을 쳐다보라고 하더군요. 놀라고 아팠지만 멍할 뿐이었고, 뭐가 뭔지 몰랐어요. 앞에서 뭘 끄적인 어른은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불러야 했고, ‘한글’을 적었다더군요. 처음 보는 무늬를 보며 “와! 저게 글이구나!”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선생님이란 어른한테 된통 얻어맞은 줄 잊고서 이레도 안 되어 한글을 깨쳤고, 처음으로 보고 듣는 모든 이야기를 신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아홉 살을 지나고 열 살에 이를 즈음 ‘시험’이란 이름으로 엄청 억누르는 줄 느껴 비로소 ‘걱정’이란 낱말을 알았어요. 이즈음 우리 언니가 “네가 뭘 안다고 걱정해?” 하고 한마디 쏘아붙여요. 새삼스레 놀랐고, ‘아하! 그렇구나. 난 내가 하고픈 길만 생각하면 되는걸.’ 하고 뉘우쳤고, 이때부터 지레 걱정하는 일을 마음에서 싹 지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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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아버지 육아일기 2022.4.7.

숲집놀이터 265. 마음껏



  2022년 4월 6일 밤, 아버지하고 이틀째 바깥마실을 하며 전주에서 하룻밤을 묵는 작은아이가 속삭입니다. “아버지, 새벽 다섯 시에 깨워 주셔요.” “새벽 다섯 시?” “네, 새벽 다섯 시에 바깥이 어떤 빛인지 보고 싶어요.” “그래, 그러렴.” 숲노래 씨는 일찍 자건 늦게 자건 으레 밤 열한 시나 한두 시에 일어납니다. 4월 7일에는 밤 두 시에 하루를 엽니다. 새벽 네 시부터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함박비가 쏟아집니다. 마실길에 슈룹(우산)을 안 챙겼으나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길을 나설 아침 아홉 시에는 비가 그치고 하늘이 새파랗게 트이리라 생각합니다. 빗소리가 새벽을 어루만지니 반갑고, 빗소리에 부릉소리가 모두 잠기니 즐겁습니다. 비는 말끔이(청소부)입니다. 비 한 줄기가 들으면 온누리가 말끔해요. 비는 맑음이입니다. 비 두 줄기가 내리면 온누리가 싱그러이 살아납니다. 새벽 다섯 시를 지날 즈음 작은아이 이마를 가만히 쓸어넘깁니다. 굳이 ‘깨울’ 까닭이 없이 이불깃을 여미고 토닥이면 돼요. 고단하면 더 꿈나라를 누빌 테고, 새벽빛을 보고 싶다면 어버이 손길을 느끼며 눈을 뜰 테니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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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빛 2021.10.4.

숲집놀이터 263. 미리맞기(예방주사·백신)



우리말로 쉽게 하자면 ‘미리맞기’요, 한자말로는 ‘예방주사’요, 영어로는 ‘백신’인데, 이 ‘미리맞기’가 뭔지 제대로 짚는 사람이 드물다. 깜짝 놀랄 만하지만, 어쩌면 아주 마땅할는지 모른다. ‘미리맞기 : 몸앓이를 하도록 나쁜것을 몸에 미리 집어넣기’이다. ‘좋은것을 몸에 미리 넣기’가 아니라 ‘몸을 미리 앓도록 내모는 나쁜것을 넣되, 숲(자연)에서 흐르는 푸른 숨빛이 아닌, 뚝딱터(공장)에서 죽음물(화학약품)을 섞어서 짜낸 나쁜것을 넣는’다. 어떤 사람은 고뿔에 걸려도 가볍게 어지러울 뿐 멀쩡하다. 어떤 사람은 콰당 넘어져도 안 아프다. 어떤 사람은 고뿔에 걸려 며칠을 앓고, 가볍게 부딪혀도 멍이 든다. ‘죽음물을 섞어서 짜낸 나쁜것’을 몸에 넣고도 멀쩡한 사람은, 구태여 나쁜것을 미리 안 넣어도 돌림앓이에 안 걸린다. 여느 때에 돌림앓이에 쉽게 걸릴 만한 사람은 ‘죽음물을 섞어서 짜낸 나쁜것’을 미리 집어넣으면 목숨을 잃거나 크게 앓는다. 생각해야 한다. 튼튼한 사람은 가만 둬도 튼튼하고, 여린 사람은 미리맞기 탓에 빨리 죽는다. 왜 미리맞기를 나라(정부)에서 밀어붙일까?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종(노예)으로 삼을 뿐 아니라, 여린이(허약 체질)를 쉽게 치우는(죽여 없애는) 지름길이거든. 더구나 ‘군산복합체’ 곁에는 ‘병의학커넥션’이 있다. 나라(정부)는 돈이 될 길을 밀어붙여 사람들을 윽박지른다. 평화 아닌 전쟁을 짓는 군대를 밀어붙이고, 삶(생명) 아닌 죽음(살인)을 짓는 미리맞기를 몰아세운다. 그리고 이 모든 짓을 일삼으면서 그들(정부·권력체)이 오래도록 뒷배를 해놓은 글바치(지식인·과학자)를 허수아비로 내세워 사람들을 홀린다. 누구나 스스로 배울 적에 스스로 빛나는데, 요새는 배움터(학교)에 꼭 가야 하는 듯 밀어붙이고, 다들 그냥 아이를 배움터에 밀어넣고 만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부터 늘 어버이 스스로 아이를 가르치고 사랑했는데, 이제는 남(전문가)한테 홀랑 맡기고 만다. 튼튼한 사람을 골로 보내고, 여린 사람도 골로 보내는 미리맞기인 줄 스스로 알아차리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정부·권력체)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바보로 뒹굴면서 스스로 바보로 뒹구는 줄조차 모르는 하루를 맞이하면서 쳇바퀴를 돌고 만다.


ㅅㄴㄹ


지난 2021년 10월 4일에 써놓았으나

그때조차도 차마

바깥에 내놓을 수 없던 글을

이제는 내놓아 본다.


‘사실’이 아닌 ‘진실’을 보는

스스로 슬기로운 사람으로

누구나 깨어나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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