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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6. 함께 배우고 가르치기



  아이를 학교에 넣는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고 싶으면 그럴 뿐이다. 그런데, 지구별 어느 곳에서도 아이를 어버이가 맡아서 가르치지 않고 학교라는 데에 따로 보낸 일이 없다. 아이를 따로 학교라는 데에 넣을 무렵부터 지구별에 문화나 문명이 생겼을는지 모르나, 바로 이때부터 전쟁과 신분과 계급이 함께 생겼다. 아이와 함께 삶을 짓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과 평화였고, 아이를 어버이가 손수 가르칠 적에는 어버이도 아이한테서 삶과 사랑을 배웠다. 이러한 얼거리를 느낄 수 있다면, 아이를 낳으려는 어버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을 만하다. 아이를 낳기 앞서 어버이는 ‘보금자리’부터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이 아닌 ‘보금자리’이다. 아이와 함께 삶을 누릴 터를 마련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 삶터에서 생각을 지어야 한다. 아이가 물려받기 바라는 사랑을 생각해야 하고, 이 생각을 밭에 씨앗을 심듯이 어버이와 아이 마음에 ‘생각씨앗’으로 심어야 한다. 우리는 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따사롭고 넉넉한 숨결이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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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5. 버스표를 처음으로 끊다



  읍내마실을 가는 길에 군내버스 일꾼한테 ‘어린이 버스표’는 얼마인지 여쭌다. 여덟 살이라고 하니 그냥 타라고 한다. 버스 일꾼은 우리 아이가 ‘삼월 입학식 마친 뒤’부터 버스삯을 내면 된다고 말씀한다. 그러라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읍내에서는 큰아이를 불러서 손수 버스표를 끊도록 시킨다. 왜냐하면,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 다닐 테니, 입학식 날짜는 대수롭지 않다. 오늘부터 큰아이가 스스로 버스표를 끊으면 된다. “벼리야, 저쪽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큰소리로 ‘도화 신호 어린이 하나요!’ 하고 말해.” 처음으로 하는 일이라 우물쭈물 모깃소리처럼 작다. “벼리야,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지. 똑똑하고 크게 말해야지.” 읍내 버스터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기다리다가 ‘도화 신호 어린이 하나!’를 크게 외쳐 주면서 거스름돈과 표를 큰아이한테 내민다. 낯설면서 새롭지? 큰아이가 손수 버스표를 끊으니 작은아이도 저한테 표를 달라고 한다. 그래, 너는 아버지 표를 받으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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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 아침을 여는 노래



  아침을 여는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어떤 노래로 아침을 열까? 신중현 님이 쓰고 이선희 님이 부른 〈아름다운 강산〉을 〈아름다운 숲〉으로 고친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왜 ‘강산’을 ‘숲’으로 고쳤는가 하면, ‘강산’은 한국사람이 한국이라는 땅에서 살면서 쓰던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강)와 메(산)가 있어서 ‘강산’이라는 한자말을 썼다지만, 이는 한자로 권력을 이루던 몇몇 사람만 쓰던 낱말일 뿐, 시골지기한테는 이런 말이 쓸모가 없다. 먼 옛날부터 그저 ‘숲’이라 했으니까. 숲에는 이 모두가 다 있다. 숲에는 마을도 있다. 숲이 끝나면 뭍이 끝나서 바다로 이어지는데, 바다도 숲 가운데 하나이다. 바닷속도 숲이다. 그래서, 지구별은 모두 숲이다. 이러한 얼거리와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눌 뿐 아니라, 나 스스로도 늘 되새기고자 아침이 밝으면 마당으로 나와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한다. 노랫말을 종이에 옮겨적고, 가락을 가만히 되새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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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 학교 잘 다녀올게요



  큰아이는 학교에 보낼 뜻도 없고, 큰아이 스스로도 학교에 갈 뜻이 없다. 서류로 이 일을 꾸미자니 여러모로 번거롭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의무교육만 외치기 때문에 ‘학교 안 다닐 자유나 권리’가 아예 없다. 집에서 지내면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누릴 자유나 권리가 없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이제껏 퍽 많은 이들이 이녁 아이를 입시지옥 의무교육에 집어넣지 않았다. 오십 분 앉히고 십 분 움직이도록 하는 꽉 막힌 틀이 아닌, 몇 가지 교과서 지식만 머리에 집어넣는 틀이 아닌, 시멘트 교실에 가두어 하루 내내 보내도록 하는 틀이 아닌, 홀가분하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삶을 배우도록 하는 길을 아이한테 보여준 어버이가 퍽 많다. 오늘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서 학교에 갈 짐을 챙긴다. 면소재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맞추어 ‘우리 집 아이’는 ‘학교에 안 보냅니다’ 하는 뜻으로 서류를 쓰러 가는 길이다.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버스가 안 온다.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가서 자전거를 탄다. 바람이 모질게 분다. 한참 자전거를 달리는데,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한 마디 한다. 바람소리에 묻혀 잘 안 들리지만, “아버지, 바람이, 벼리, 학교 잘 다녀오라고 해요.” 하고 말한다. 그래, 잘 다녀와야지. 너한테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교 문턱에 발을 디디는 날이란다. 아니, 서류 때문에 한 번 더 학교 문턱을 밟아야 할는지 모르지만.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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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2. 학교에서 온 전화


  큰아이를 제도권학교에 보낼 마음이 없다. 아이를 낳기 앞서부터 생각했다. 나와 곁님은 한마음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를 배움자리로 지어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기로 했다. 우리 집이 곧 학교이고, 우리가 가꾸는 도서관이 바로 학교이며, 우리가 깃든 마을이 언제나 학교이다. 그리고, 우리 땅을 앞으로 마련해서 우리 땅을 숲으로 일구어 이곳에 한결같이 학교가 되도록 누릴 생각이다. 이런 뜻에서 ‘초등학교 입학거부’를 하는 셈인데, 관청에서 행정서류를 꾸리는 자리에서나 이런 이름일 뿐, 우리 집 네 사람은 늘 ‘삶을 읽고 지으면서 쓰는 하루’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주민등록을 하고 행정서류에 몸이 매이는 터라, 큰아이를 놓고 관청하고 얘기를 해야 한다.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두 군데를 놓고 얘기를 하는데, 면사무소 일꾼은 얼마나 답답한지 말이 안 나온다. 그렇다고 이런 공무원하고 싸울 마음이란 없다. 뭣하러 싸우는가. 즐겁게 아이와 삶을 배우려는 뜻인데. 그래서 초등학교에 새롭게 전화를 걸어서 차분하게 말을 여쭈었고, 우리 아이는 ‘정원 외 관리’가 되도록 처음부터 신청서류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고서 이틀이 지나니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입학유예’만 말했으면 이쪽에서 아마 ‘왜 학교를 안 보내느냐?’ 하고 따졌을는지 모르나, 서울에 있는 민들레 출판사 분한테 먼저 여쭌 뒤 행정사항을 모두 꿰고 나서 초등학교로 차분하게 물으니, 초등학교에서도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준다. 우리 집에서는 일찍부터 이렇게 하려고 모든 것을 챙겼고, 이곳 고흥 시골에서 도서관을 열어서 꾸리면서 차근차근 배움길을 닦았다고 말했다. 아무튼 1월 6일에 예비소집일이 있다고 하니 그날 일찍 오시라 하기에, 그날 일찍 가서 서류를 쓰고 돌아와야지. 초등학교에 아이를 맡길 다른 어버이 눈에 뜨이지 않도록 조용히.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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