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46. 졸린 아침



  저녁에 잠자리에 들 무렵은 살짝 덥다 싶어도, 시골 밤은 쌀쌀하다. 한밤에 두 아이가 이불을 잘 덮도록 여미어 주는데, 이불을 여미어 주면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발로 찬다. 설마 더워서 그런가 하고 이마나 등이나 배를 만져 보는데, 땀이 없고 차갑다. 그래서 다시 이불깃을 여미고, 또 이불을 차고, 거듭 이불깃을 여미며, 새삼스레 이불을 찬다. 밤새 실랑이를 하다가 새벽녘에서야 이불을 더 차지 않는다. 겨우 한숨을 돌리는구나 싶으며 느긋하게 눈을 감는데, 이제 아이들이 눈을 번쩍 뜨면서 하루를 열겠노라 한다. 아침부터 졸립지만 얼른 이 졸음을 깨자.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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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5. 누나 물잔 헹구기



  다섯 살 작은아이한테 조금씩 심부름을 시킨다.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스스로 해낼 만한 심부름을 씩씩하게 해낸다. 작은아이는 따로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일손을 거들어 주기도 한다. 밥상다리를 펴 주기도 하고, 밥상다리를 다시 접어 주기도 한다. 오늘 작은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물을 마시겠다며 제 물잔을 헹구더니, 물을 곧장 마시지 않는다. 왜 저러나 하고 가만히 지켜보는데, 작은아이는 누나 물잔도 헹구어 준다. 이렇게 하고 나서 물을 마신다. 그러고는 “누나야, 누나 물은 누나가 잔에 따라서 마셔.” 하고 이야기한다. 4348.7.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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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4. 손 맞잡고 걷는 사이



  다섯 살인 작은아이는 무척 개구지게 뛰거나 달리면서 논다. 그렇지만 아직 퍽 작은 아이인 만큼 쉬 지친다. 마음으로는 누나보다 앞장서서 달리고 싶고, 적어도 누나하고 나란히 달리고 싶은데, 몸이 안 따를 때가 있다. 이런 때에 여덟 살인 큰아이가 동생 손을 잡아 준다. 동생더러 “자, 누나 손 잡아. 함께 달리자.” 하고 말한다. 차근차근 발을 맞추어서 달린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이 땅을 밟으면서 노래가 흐른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노는 아이들하고 함께 살면서 나도 차근차근 배우고 한 걸음씩 내디딘다. 4348.7.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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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3. 발걸음을 맞춘다



  나는 아이들하고 발걸음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아이들은 으레 앞장서서 멀리 달리기 때문입니다. 읍내에 나가거나 도시로 마실을 갈라치면, 그곳에서는 늘 발걸음을 맞춥니다. 이때에는 길에 많은 이웃사람하고 자동차 때문에 아이들 손을 꼬옥 쥐고 걷다 보니 저절로 발걸음을 맞춥니다. 그러나, 읍내나 도시에서는 아이 걸음걸이에 맞추기기 만만하지 않습니다. 건널목은 푸른불이 빨리 바뀌고, 여느 거님길에서도 이리저리 걸리는 것이 많거든요. 느긋하거나 차분하게 오갈 수 있는 시골길에서 비로소 발걸음을 맞춥니다. 큰아이가 작은아이 걸음에 맞추어 함께 달려 줍니다. 발걸음을 맞추어 길을 가면 서로 웃고 노래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4348.7.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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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2. 아침을 깨우는 소리



  아침마다 새가 우리를 부른다. 그러나, 나는 새가 우리를 불러서 깨우기 앞서 먼저 일어난다. 나는 내가 아침에 일어날 때를 밤에 그리면서 잠든다. 내가 일어나고 싶은 때를 몸한테 마음으로 말을 걸면, 아침에 어김없이 그때에 맞추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아침에 새소리를 듣는가? 아이들 마음속에 ‘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있으니,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깰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집 아이들은 따로 ‘울림시계’가 없이도 얼마든지 새벽이나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하루를 놀이로 열 수 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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