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42. 아침을 깨우는 소리



  아침마다 새가 우리를 부른다. 그러나, 나는 새가 우리를 불러서 깨우기 앞서 먼저 일어난다. 나는 내가 아침에 일어날 때를 밤에 그리면서 잠든다. 내가 일어나고 싶은 때를 몸한테 마음으로 말을 걸면, 아침에 어김없이 그때에 맞추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아침에 새소리를 듣는가? 아이들 마음속에 ‘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있으니,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깰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집 아이들은 따로 ‘울림시계’가 없이도 얼마든지 새벽이나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하루를 놀이로 열 수 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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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1. 얼마든지 논다



  아이한테는 ‘놀이가 밥’이다. 참으로 옛날부터 지구별 모든 어버이가 아이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요사이는 따로 인문학이나 교육학에서 이론을 내세워서 ‘아이가 놀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다. 그런데, 학자이든 교사이든 이녁이 어른이기 앞서 아이로 지내던 나날을 돌아볼 수 있다면, 아무 이론이 없더라도 ‘노는 아이가 웃는’ 줄 알아차리리라 본다. 신나게 놀면서 자란 아이가 튼튼한 몸이 되고, 개구지게 뛰놀면서 큰 아이가 씩씩한 마음이 되며, 해맑게 노래하면서 놀던 아이가 사랑스레 꿈을 지피는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이런 얘기를 굳이 이론이나 책을 빌어서 해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저 아이하고 함께 놀거나, 아이가 얼마든지 놀도록 마당을 마련하고 마루를 내주며 자리를 깔면 된다고 느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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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0. 가르치는 마음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고 헤아려 보면,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구나 하고 느낍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일 때에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인데, 아이와 어버이는 ‘배우고 가르치는’ 사이가 아니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사이인 터라,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없다고 느낍니다. 그러면, 어버이는 아이한테 무엇을 할까요? 어버이는 아이한테 여러 가지를 합니다. 첫째, 삶을 보여줍니다. 둘째,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며 잠을 재웁니다. 셋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넷째, 노래를 부르고 꿈을 키웁니다. 다섯째, 사랑을 곱게 속삭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무엇인가 가르치려 한다면, 이 다섯 가지 사이에서 가만히 스며들면서 도란도란 짓는 잔칫날 같은 하루가 흐르리라 느낍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이나 훈육이 아니라, 함께 삶을 짓는 하루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잔치와 같은 기쁨을 아침마다 맞아들이면서 함께 웃음꽃을 피웁니다.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가꾸며, 마음을 북돋웁니다. 어버이 스스로 마음을 정갈히 다스리면서 맑게 가누면 언제나 무엇이든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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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9. 함께 즐기면 다 된다



  아이들하고 무엇을 하고 놀면 하루가 재미날까 하고 생각하다가, 우리 집 뒤꼍에서 매실을 함께 따기로 한다. 큰 통과 걸상을 들고 뒤꼍으로 가서 매화나무 앞에 선다. 아이들을 불러 함께 따자고 한다. 큰아이는 손을 뻗어 따고, 작은아이는 손이 닿지 않아서 심부름을 한다. 차츰 매화알이 늘어 큰 통을 그득 채운다. 이제 작은아이는 손수 매화알을 따지 못해도, 통에 담긴 매화알을 만지면서 재미있다. 매화알을 모두 딴 다음에는 물꼭지가 바깥에 있는 데로 옮긴다. 두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물을 받아서 저마다 통 하나씩 붙잡고 매화알을 헹군다. 큰아이가 큰 통을 붙잡을 듯싶었으나 작은아이가 큰 통을 붙잡고 싶다고 하니, 큰아이가 선선히 동생한테 큰 통을 내준다. 가만히 지켜본다. 어버이는 그저 아이하고 함께 즐기면 된다. 무엇을 가르치거나 보여주겠노라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저 함께 웃고 노래하면서 하루를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되면, 신나는 배움자리가 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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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38. 서로 높이는 말



  일요일 낮에 두 아이하고 함께 면소지재 놀이터에 갔다. 마침 면소재지 초등학교 아이들이 제법 많이 놀이터에서 어우러져서 논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하고 섞여서 뛰논다. 작은아이가 시소에서 한 번 자빠졌는데, 그래도 언니 누나 들이 돌봐 주어 곧 울음을 그치고 잘 논다. 열 살 즈음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운동장을 뛰어놀다가 나한테 다가와서 작은아이가 시소에서 미끄러졌다는 말을 들려준다. 다 보아서 알지만 이렇게 알려주니 고맙다. 아이한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아이는 나한테 “아저씨, 왜 우리한테 ‘요’를 붙여요?” 하고 묻는다. 언제나 버릇처럼 누구한테나 높임말을 쓰면서 살다 보니 갓난쟁이한테도 다섯 살 어린이한테도 열 살 어린이나 열다섯 살 푸름이한테도 으레 높임말을 쓰는데, 갑작스레 이렇게 물으니 무어라고 대꾸해야 할는지 할 말을 못 찾아서 “높임말을 쓰고 싶은 사람은 누구한테나 높임말을 쓰면 됩니다.” 하고 말하고 말았다. 뭔가 더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 듯싶은데, 막상 그 아이한테 더 이야기를 해 주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전거를 달리며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아이들한테도 높임말을 쓸까? 무엇보다 아이가 되든 어른이 되든 모두 똑같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 이곳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참된 나이’를 알 수 없기도 하지만,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서로 따사롭게 높이면서 아끼고 싶다. 이제 나는 오랜 고향동무한테도 높임말을 섞어서 쓴다. 오랜 동무라 하더라도 높임말을 안 쓰면 내가 스스로 힘들고, 그렇다고 고향동무한테 말을 안 놓으면 동무들이 거북해 하니, 두 가지 말씨를 섞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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