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90. 척척 짓는 손길



  우리는 척척 짓는다. 무엇을? 짓고 싶은 대로 척척 짓지. 우리는 슥슥 짓는다. 무엇을? 짓고 싶은 꿈을 슥슥 짓지. 우리는 살살 짓는다. 무엇을? 곱게 가꾸려는 사랑을 살살 짓지. 뜨개질을 하고 싶으면 뜨개질을 배운다. 손수 옷을 짓는 손길을 차근차근 배운다. 호미질을 하고 싶으면 호미질을 배운다. 손수 흙을 짓는 숨결을 하나둘 배운다. 우리는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배우려 하기에 무엇이든 배운다. 우리는 무엇이든 나눌 수 있다. 나누려 하기에 무엇이든 나눈다. 삶을 배우고 살림을 나눈다. 사랑을 배우고 꿈을 나눈다. 노래를 배우고 이야기를 나눈다. 웃음을 배우고 어깨동무를 나눈다. 어머니한테서 뜨개를 물려받는 손길이 어여쁘구나. 2016.3.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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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9. 그림 짓는 기쁨



  아이들하고 살며 ‘아이한테 더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아이한테 그리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참말 이대로 흐르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들이 잠든 뒤에 홀로 곰곰이 헤아리는데, 이런 생각은 늘 이런 생각으로 이어질 뿐,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하고 무엇을 즐겁게 하나?’ 하고 돌아보거나 ‘아이가 기뻐하는 때가 언제인가?’ 하고 되새긴다. 아이들은 언제나 ‘함께 놀’ 때에 기뻐하는데, 함께 그림을 새롭게 지을 적에도 참 기쁘게 웃는다. 뭔가를 바라보면서 똑같이 옮기는 그림은 ‘빈틈없이 그리는 즐거움’으로 이끈다면, 꿈을 지어서 그림으로 지을 적에는 ‘내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으로 이끈다고 느낀다. 아이들하고 ‘그림놀이’나 ‘그림짓기’를 할 적에 아이들이 그림순이·그림돌이가 되어 스스로 새로운 이야기를 빚어서 보여주면 빙그레 웃는다. “그래 맞아, 네 몸에는 날개가 있어. 네 몸에 날개가 있어도 빗자루를 밟고 하늘을 날 수 있어.” 2016.3.3.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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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8. 네 이름



  만화책에 나온 이야기를 큰아이가 밥상맡에서 들려준다. 도라에몽 만화에서 비실이란 아이가 도라에몽을 가리키며 찐빵이라고 놀리니 도라에몽이 으앙 하고 울었단다. 그래서 큰아이한테 묻는다. “‘찐빵’이라고 한다고 왜 울지?” “‘찐빵’이라고 하니까 울지.” “벼리한테 누가 찐빵이라고 하면 벼리는 찐빵이니?” “어, 아니.” “벼리한테 누가 나비라고 하면 벼리는 나비이니?” “아니.” “벼리는 언제나 벼리일 뿐이야. 그러니 남이 벼리한테 무어라 말한들 벼리는 벼리인 모습이 달라지지 않아.” 남들이 나를 보며 ‘너 나빠’라 말한들 내가 나쁘지 않다. 남들이 나를 보며 ‘너 좋아’라 말한들 내가 좋지 않다. 나 스스로 내 살림을 나쁘게 일구면 나는 나쁠 수 있고, 나 스스로 내 삶을 좋게 가꾸면 나는 좋을 수 있다. 이러한 나쁨이나 좋음은 나 스스로 판가름한다. 그런데 살림이나 삶이나 얼굴이나 돈이나 몸짓에서 나쁨이나 좋음이 참말 있을까? 그저 그때마다 다 다르게 흐르는 결일 뿐이지 않을까? 남이 나한테 ‘찐빵’이라고 해서 내가 찐빵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를 찐빵으로 여기니 내가 찐빵이 된다. 남이 나더러 ‘나비’라고 하니까 내가 나비이지 않다. 나 스스로 애벌레에서 나비로 거듭나려 하는 몸짓이 되면 나는 나비가 될 수 있다. 2016.3.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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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7. 기다리는 아이



  아이한테 이것저것 가르치다 보면 늘 한 가지를 느낀다. 아이는 어버이를 기다린다. 아이는 어버이가 저한테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가를 기다린다. 아이는 어버이가 저한테 뭘 보여주려 하는가를 기다린다. 아이는 어버이가 저한테 무엇을 먹이거나 입히려 하는가를 기다리고, 아이는 어버이가 저한테 뭘 건네거나 선물하거나 나누어 주려 하는가를 기다린다. 이와 달리 어버이는 아이를 거의 못 기다리기 일쑤이다. 다만, 어릴 적에 ‘즐거이 기다리는 어버이’ 품에서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이라면, 이녁 아이를 살가이 지켜보면서 기다릴 테지. 어릴 적에 ‘기쁨으로 기다리는 어버이’ 손길을 잘 느끼거나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아이를 알뜰살뜰 바라보면서 기다리기는 어려우리라 본다. 그래서 아이하고 어떤 것을 하든 늘 ‘나는 얼마나 잘 기다리면서 웃을 줄 아는 어버이’인가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2016.2.2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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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6. 버스 바닥 앉기



  작은아이가 참으로 ‘작은 아이’일 무렵에는 혼자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읍내마실을 다녀오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작은아이가 차츰 ‘작으면서도 야무진 아이’로 자라는 동안 두 아이를 혼자 건사하는 살림이 아니라 ‘즐겁게 잘 노는 아이랑 함께’ 읍내마실을 하는 나날로 바뀐다. 그렇지만 작은아이는 아직 퍽 어리기에 작은아이 혼자 군내버스에서 자리를 얻어서 앉히면 꼭 작은아이 곁에 붙는다. 큰아이는 이때에 퍽 서운하다. 늘 동생 곁에 아버지가 붙으니까. 그러나 큰아이가 어릴 적에는 늘 큰아이 곁에 붙었지. 이때에는 작은아이를 안거나 업은 채 큰아이 곁에 붙었지. 짐을 많이 들어 고단한 날에는 작은아이가 앉은 옆에 털썩 앉는다. 그냥 버스 바닥에 앉는다. 시골버스에서는 할머니들만 으레 이렇게 앉지만, 나는 시골내기로서 즐겁게 이래 앉는다. 아마 도시에서는 이렇게 하기에 수월하지는 않겠지? 도시로 마실을 가면 전철에서는 내가 먼저 바닥에 앉고는 무릎에 두 아이를 앉히곤 한다. 전철이나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자리를 웬만큼 차지해서 아이들을 감싸지 않으면 아이들이 참으로 고단하다. 내가 볼 곳은 아이들일 뿐, 다른 사람 눈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 나는 씩씩하면서 즐겁게 버스 바닥에 잘 앉는다. 2016.2.23.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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