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95. 살림짓기



  살림을 짓자는 생각으로 하루를 연다. 살림을 가꾸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살림을 일으키자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살림을 노래하자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살림을 꿈꾸려는 뜻으로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림을 사랑하려는 손길로 이모저모 짓거나 만진다. 나는 마당에서 갓잎을 뜯고 솎아서 갓김치를 담는다. 아이들은 갓김치를 담는 아버지 곁에서 책을 읽고 흙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달리기를 하고 춤을 추고 …… 하면서 기운을 북돋아 준다. 서로서로 사이좋게 하루를 지낸다. 다 같이 즐겁게 한자리에 모여서 오순도순 잔치판이 된다. 참 그렇다. 언제나 온 하루는 웃음잔치 일잔치 놀이잔치 노래잔치 꿈잔치와 같고, 밥잔치 기쁨잔치 사랑잔치이지 싶다. 어버이로 사는 하루란 바로 ‘날마다 잔치’인 줄 배우는 나날이로구나 싶다. 살림짓기를 하면서 누리는 이야기는 언제나 신나는 꿈노래로 거듭나지 싶다. 2016.3.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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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4. 내 꿈을 그리자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면서 가르치는 동안 아이들도 나한테서 배우지만 나도 아이들한테서 배우기 때문에 누가 교사이거나 학생이라는 틀은 거의 없다고 느낀다. 다만, 어버이인 나는 아이들보다 먼저 이 땅에서 살림을 지으니, 밥이나 빨래나 옷이나 집이나 여러 가지 일은 어버이인 내가 도맡는다. 이야기도 어버이인 내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얼거리가 되는데,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이야기를 듣기를 즐길 뿐 아니라, 어버이한테 저희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몹시 즐긴다.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겪거나 느끼거나 생각한 이야기를 조잘조잘 들려주면서 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그림을 그린다. 나는 어버이요 어른으로서 내 꿈을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요 새롭게 삶을 짓는 숨결로서 아이들 꿈을 그린다. 잘 그리는 그림이나 못 그리는 그림이란 없이, 늘 새롭게 그리는 꿈이다. 오늘 두 아이가 능금씨를 뒷밭에 심는다며 꽃삽을 들며 부산을 떠는 동안, 나는 마당에 새로 짜서 놓은 평상에 조용히 앉아서 새로운 꿈을 그려 보았다. 내가 고흥 시골에서 가꾸는 ‘사진책도서관’이 처음부터 맡은 몫이었던 모습을 비로소 짙게 깨닫고는 ‘한국말사전 배움터(연구실)’라는 이름을 함께 쓰자는 생각이 든다. 참말 그렇다. 나는 이 시골에서 한국말을 새로 가꾸면서 북돋우는 일을 하지. 나는 늘 아이들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겁게 꿈을 꾼다. 2016.3.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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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3. 물이 흐르는 곳



  놀다 보면 땀이 흐른다. 신나게 놀기에 땀투성이가 된다. 가까운 곳에서 손이랑 낯을 씻고 물을 마실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놀면서 땀투성이가 된 아이들이 손도 낯도 씻을 수 없거나 물도 마실 수 없다면, 놀이가 퍽 고단하리라. 물 한 모금으로 더위를 가시고, 바람 한 줄기로 새 기운을 얻는다. 아이들이 노는 자리 곁에는 물이 흘러야 한다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놀이터 한쪽이라면 살짝 물놀이를 할 만한 자리가 있으면 한결 나을 테고. 우리 마을에는 샘터랑 빨래터가 있어서 이곳은 ‘손빨래하는 자리’가 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낯이랑 손을 씻는 자리도 된다. 더욱이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니 신나게 마실 만하다. 골짝물을 마을 앞 샘터에서 다슬기랑 함께 마시면서 놀이도 살짝 한숨을 돌린다. 2016.3.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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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2. 일하는 곁에서



  아버지가 일하는 곁에서 노는 아이들은 아버지가 작은 심부름을 하나만 시켜도 서로 하려고 달려온다. 마치 이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아버지가 부르면 무엇이든 다 해내겠다고 기다리는 일동무인지 모른다. 톱질을 할 적에 나무를 밟아 달라든지, 못을 뽑을 적에 해 보라든지, 옻을 바를 적에 한 번 붓을 쥐어 보라든지, 못을 박을 적에 망치를 두들겨 보라든지, 짐을 나른다든지 무거운 평상까지 함께 들어서 나른다든지, 쓰레기를 버려 준다든지, 쓰레기 담은 자루를 마을 어귀로 나른다든지, 빨래를 넌다든지 빨래를 걷는다든지 또 빨래를 갠다든지, 무엇이든 말만 하면 척척 움직여 준다. 이리하여 어버이는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곁에서 노래하며 웃고 놀기에 즐겁고 씩씩하게 새로 기운을 차린다. 2016.3.1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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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91. 우리가 선 길은



  우리가 선 길은 우리가 가는 길이다. 우리가 선 길은 우리가 일하거나 놀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길이다. 우리가 선 이 길은 오늘 내가 살림을 짓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삶을 물려받을 길이다. 그러니 우리가 선 이 길에서 즐거운 마음이 되어 웃을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느낀다. 다른 것이 있어야 할까? 아마 다른 것이 있어도 좋을 테지. 다만, 아무리 다른 좋은 것이 많더라도 내 마음속에서 샘솟는 웃음이 없다면 이 삶을 누리는 보람은 없으리라 본다. 다른 좋은 것 때문에 이 삶이 아름답지 않다. 우리가 선 이 길을 사랑하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는 마음일 때에 비로소 이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2016.3.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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