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107. 우리 숲놀이



  자동차가 있으면 더 멀리 다닐 수 있다. 옳다. 자전거가 있어도 제법 멀리 다닐 수 있다. 아무렴. 두 다리가 튼튼해도 즐겁게 다닐 수 있다. 그렇지. 그래서 더 멀리 다녀야 하는 때에는 버스를 타고서 다닌다. 제법 멀리 다녀오려고 하면 자전거를 달린다. 느긋하면서 조용하고 신나게 뛰놀면서 다니려 하면 두 다리로 오갈 수 있을 만큼 걷는다. 아직 우리 보금자리에서는 숲마실을 해서 숲놀이를 하자면 자전거를 달려야 한다. 머잖아 두 다리로 사뿐사뿐 거니는 숲마실이랑 숲놀이를 꿈꾸면서 자전거를 달린다. 여느 집과 여느 마을 모두 숲정이로 거듭날 수 있는 터전을 꿈꾸면서 숲바람을 마신다. 2016.6.2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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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106. 골짜기에 가려면



  큰아이가 “아버지 더워요. 우리 골짜기 가요.” 하고 말한다. 아침을 지나 낮이 되니 덥지. 그러면 골짜기를 가야지.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날마다 골짜기에 다녀오면 시원해. 그런데 골짜기에는 그냥 갈까? 아니면 아버지가 부엌을 다 치우고 설거지를 마치고 행주랑 수세미를 바깥에 내놓아 말리고 이것저것 다 마친 다음에 갈까? 부엌일을 아버지 혼자 할까, 아니면 네가 거들까? 작은아이가 “우리 골짜기 언제 가?” 하고 묻는다. 작은아이더러 “네가 논 방이랑 마루 치웠니?” 하고 되묻는다. “우리는 집안을 이렇게 어지럽히고 아무 데도 안 가.” 하고 덧붙인다. 골짜기를 다녀오면 틀림없이 졸음이 쏟아지거나 지칠 텐데 골짜기로 나서기 앞서 집에서 치워 놓지 않으면 이대로 저녁에도 밤에도 그대로 널브러진 모습이 된다. 얘들아, “얼른 가요!” 하고 노래할 틈이 있으면, 너희가 할 수 있는 몸짓으로 너희 장난감을 가지런히 놓아 두렴. 2016.6.2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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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s 2016-06-2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들이 재촉할만한 골짜기입니다. .
 

우리집놀이터 105. 내가 가르쳐 줄게



  두 아이하고 마실을 다닐 적에 으레 큰아이가 먼저 꽃아이가 되어서 노는데, 때로는 작은아이가 먼저 꽃아이가 되어 놀곤 한다. 자전거를 달리든 숲을 가로지르든 논둑길을 걷든, 이제껏 큰아이가 꽃이나 풀줄기를 꺾어서 작은아이한테 건넸는데, 작은아이가 마침 거의 처음으로 먼저 커다랗고 노란 꽃을 꺾어서 놀다가 누나한테 알려준다. “그 꽃 어디서 봤어?” “응! 내가 알아. 내가 가르쳐 줄게. 이리 와 봐!” 바람을 가르면서 콩콩콩 달려서 꽃무더기 앞에 선다. “자, 여기 있어!” 가르칠 수 있어 기쁘고, 배울 수 있어 즐겁다. 가르칠 수 있어 즐겁고, 배울 수 있어 기쁘다. 2016.6.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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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104. 손을 내밀어



  손을 내밀어 숲길을 거닐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하고 바라는 마음대로 두 아이는 숲길을 거닐다가 손을 맞잡는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 스스로 이러한 손길과 손짓과 손결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려고 하는 꿈을 키우면서 살기에, 우리 아이들도 이러한 꿈을 물려받는 셈이리라 본다. 어버이로서 어리석은 마음이 되면 아이들은 이 어리석음을 늘 바라보고, 어버이로서 즐거운 마음이 되면 아이들은 이 즐거움을 언제나 마주할 테지. 손을 내밀어 아이들 볼을 어루만지고, 내 살갗을 쓰다듬는다. 손을 내밀어 호미를 쥐고 흙을 쓰다듬는다. 손을 내밀어 씨앗을 손바닥에 얹고 나뭇줄기랑 나뭇잎을 가만히 쓸어 본다. 손을 내밀어 신나게 도마질을 해서 밥을 짓고, 손을 내밀어 연필을 사각사각 놀려 재미난 글을 지어 아이들한테 읽힌다. 2016.6.1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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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103. 하루하루


  하루가 흘러서 하루가 온다. 하루가 지나면서 살림이 쌓인다. 하루가 저물고 다시 하루가 찾아들면서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어제 하루는 어떤 삶이고 살림이었으며 이야기인가를 돌아본다. 새로 맞이하는 아침에는 이 하루를 어떻게 지을까 하고 생각한다. 저녁이 되어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또 하루를 맞이하려 하는가를 되새긴다.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없다. 온 하루는 언제나 모든 것이 된다. 지나간 하루를 아쉬워할 까닭은 없다. 새로운 하루를 누리면서 즐겁게 이야기꽃과 살림꽃을 가꿀 수 있으면 된다. 함께 빚은 우리 달력에 우리 하루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으면서 하루마다 어느 만큼 거듭나는 몸짓인가를 돌아본다. 2016.6.1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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