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51. 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 배운다. 맛있게 먹는 입을 바라보면서 배우고, 내리기 무섭게 녹는 고흥 시골마을 눈을 보면서 배운다. 고단한 몸으로 밥을 지어내고 빨래까지 마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느끼며 배운다. 나날이 글씨를 깨치는 작은아이를 마주하면서 배우고, 아주 작은 손짓에 웃음꽃을 피우는 큰아이한테서 배운다. 서울마실을 갔다가 엉뚱한 데에서 길을 헤매느라 택시를 타고 한참 돌아가면서 배우고, 고마운 글월 하나를 받으며 배우다가는, 상냥한 목소리가 흐르는 전화 하나로 배운다. 겨울바람을 쐬며 찬 숨결을 배우고, 이 찬바람을 머금으며 굵는 동백꽃망울을 어루만지며 배운다. 이제 살짝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야지. 등허리를 펼 적에는, 나무로 짠 바닥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새삼스레 배운다. 2018.1.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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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50. 숲이 있는 집



  도시에서 살면서 늘 “마당 있는 집”을 생각했다. 우리 집 마당을 누리면서 “우리 집 나무”를 심고 “우리 집 풀꽃”을 누릴 수 있는 집을 생각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들어서면서 드디어 “마당 있는 집”을 누리는 하루를 짓는다. 아무래도 우리 스스로 마당을 누리려고 생각하는 꿈을 늘 품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 나는 새롭게 생각하며 꿈을 지으려 한다. 두 어버이하고 두 아이는 앞으로 “숲이 있는 집”에서 살려고 한다. “우리 숲”이 있어서 우리 숲에서 나무를 알맞게 베어 나무집을 새로 지을 수 있는 삶을 꿈꾼다. 우리 숲에 온갖 숲짐승이 함께 살아 서로 이웃이 되고 동무가 되는 삶을 꿈꾼다. 우리 숲에 갖은 나무가 고루 자라면서 싱그러이 춤추는 살림을 꿈꾼다. 우리 숲에 아이들이 꿈씨를 심어 새로운 아이들을 돌보면서 고이 물려주고 이어줄 수 있는 ‘사랑자리’를 꿈꾼다. 2018.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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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49. 역사읽기



  우리 두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역사를 거의 하나도 안 가르친다. 책으로 적힌 역사 가운데 아이들한테 알려줄 만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고 여긴다. 왕조 이름을 굳이 가르쳐야 할까? 왕조마다 어떤 우두머리가 임금 자리에 얼마나 있었는가를 구태여 외우라 해야 할까? 조선왕조실록을 왜 읽혀야 할까? 숱한 싸움을 왜 들려주어야 할까? 이 땅에서뿐 아니라 온갖 나라에서 싸우면서 죽고 죽인 짓이 왜 역사일까? 싸움짓이란 그저 싸움짓이다. 권력질이란 한낱 권력질이다. 우리 두 어버이는 아이들이 배울 역사를 책이 아닌 다른 데에서 찾는다. 언제까지나 고이 흐르면서 물려주고 물려받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피어날 살림을 짓는 손자국하고 발자국일 적에 역사라는 이름을 쓸 만하다고 본다. 이다음으로 삶자국, 살림자국, 사랑자국, 생각자국, 슬기자국, 마음자국을 역사라고 본다. 바큇자국(문명사)이나 총알자국(전쟁사)은 역사라고 여기지 않는다. 즐거이 노래하는 노래자국이나, 기쁘게 이야기하는 말꽃자국쯤 되어야 참말로 역사이지 않은가.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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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48. 어떤 이웃



  어떤 이웃님이 어느 방송에 나왔다고 한다. 다만 내가 아는 이웃님은 아니고, 이분은 다섯 아이하고 집에서 도란도란 ‘우리 집 학교’를 누리는데, 어느새 여섯째 아이를 낳아서 모두 여덟 사람이 북적북적 지낸다고 한다. 이 이웃님이 방송에 나와서 맏이하고 둘째를 ‘졸업장 따는 학교’에 안 보낸다고 밝히니 둘레에서 여러모로 말이 많은 듯하다. 그런데 누리글을 살피니 막댓글이 거의 안 보인다. 더욱이 어느 분은 “기사 보고 막댓글 다는 이는 사회성을 입에 올릴 깜냥”이 안 된다는 댓글을 남기네. 그렇구나. ‘우리 집 학교’를 아이하고 함께 다니는 어버이가 어떤 마음인가를 찬찬히 읽지 않고서 막말·막글·막댓글을 퍼뜨리는 이야말로 ‘사회성이 없는’ 셈일 테지. 참말로 슬기롭고 따사로우며 넉넉하게 살림짓는 마음이라면 참말·참글·참댓글을 쓰면서 서로 생각을 곱게 주고받으면서 이야기꽃을 지피려 하겠지.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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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147. 그림순이



  큰아이 우체국 통장을 없애고 광주은행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만둔다. 새 통장을 열든 자석이 갑자기 망가져서 쓸 수 없는 통장을 바꾸든 갖은 서류를 떼야 하기는 똑같다. 요새는 통장으로 속임수나 거짓을 쓰는 이가 많다며 꼭 온갖 서류를 떼야 한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는 아무 서류 없이 새 통장을 얼마든지 열 수 있다. 이제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함께 책을 내는 사이가 되어, 큰아이 통장에 그림삯(그림 인세)이 들어가니, 큰아이가 이를 보도록 통장을 갈무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말썽이 나서 보름 가까이 품을 팔고 애먼 걸음을 해야 했다. 큰아이 통장을 바꾸고 나서 비로소 숨을 돌리며 곰곰이 돌아본다. 아이 통장을 아이를 이끌고 우체국을 들락거리면서 살피는 어버이는 어쩌면 거의 없는지 모른다. 아이와 어버이 사이, 이른바 ‘미성년자와 보호자 관계’를 밝히는(증명) 일이란 꽤 덧없다. 그깟 종잇조각이 뭘 밝히나? 주민등록번호하고 손그림만으로도 모든 개인정보가 떠도는 판인데. 그림순이는 아버지가 한참 덧없는 다리품을 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나날이 그림순이 그림결에 발돋움한다. 그림돌이 그림빛도 나날이 눈부시게 거듭난다. 그래, 우리는 우리 배움자리에서 즐겁게 그림을 그리자. 그러면 되지. 2018.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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