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06. 먹지 않으면
먹지 않으면 하루가 얼마나 길고, 살림은 얼마나 홀가분하며, 우리는 서로 참으로 사이좋게 어우러질 텐데 하고, 꽤 어릴 적에 생각한 적 있다. 아니, 꽤 어릴 적에 무척 자주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가 밥을 차리느라 밤부터 애쓰고 새벽에도 애쓰며, 아침이며 낮이며 저녁이며 하루를 온통 쓰면서 밥살림 짓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면서 ‘먹느라 왜 이렇게 힘도 돈도 품도 말미도 많이 써야 하나?’ 하고 여겼다. 우리가 먹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힘든 일에서 풀려날 뿐 아니라, 하루를 넉넉히 쓰면서 어머니 꿈을 홀가분히 펴실 테고, 아버지도 아버지대로 아침저녁으로 먼 길을 오가며 돈을 버느라 고되지 않아도 되리라 느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바람을 마시지 않으면 그만 숨이 끊어져서 죽는 몸이 될 테지만, 밥을 먹지 않는대서 바로 죽어버린다든지 굶주림에 허덕이지는 않는 몸이리라고. 늘 즐겁거나 기쁘게 지내는 이웃이나 동무는 무척 적게 먹어도 참말로 늘 즐겁고 기쁘게 사는 모습을 보았기에 이런 생각은 내 마음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