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23. 갈무리



스스로 치울 생각이 있으면 스스로 치운다. 스스로 갈무리할 생각이 있으면 스스로 갈무리한다. 스스로 놀 생각이 있으니 스스로 놀고, 스스로 심부름할 생각이 있으니 스스로 심부름을 한다. 스스로 먹을 생각이 있으니 밥을 찾아서 먹고, 스스로 잘 생각이 있으니 어디에서나 사르르 눈을 감고서 꿈나라로 간다. 그러니까 언제나 모두 스스로 우러나올 적에 할 수 있다. 시켜서 하는 때도 있겠지만, 시켜서 하는 놀이나 일이라면 언제나 또 시키고 다시 시키고 거듭 시켜야 한다. 스스로 하는 놀이나 일이라면 언제나 기꺼이 즐겁게 웃으면서 하기 마련이다. 어느 길로 갈 적에 갈무리가 될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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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4. 내 모습이



내 모습이 고스란히 아이 모습이다. 그러니 내 모습은 고스란히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 모습이자 형 모습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몸짓은 언제나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형을 보여준다. 잘하든 못하든 모두 같다.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나 형이 이런 모습이나 몸짓이 아니어도 빌미가 될 씨앗은 모두 똑같이 품는다. 다시 말해서 나 스스로 바꾸면 모두 바뀌고, 나 스스로 새롭게 살아가면서 꽃피우려 하면 다 같이 거듭날 수 있다. 엊그제 어느 방송국에서 뭔가 찍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받아들일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손사래’로 마음을 굳혔다. 우리가 쓴 책을 하나도 안 읽고서 찍겠다고 하니,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 만할까? 나랑 곁님이랑 아이들 삶을 바탕으로 쓴 책이 한 권도 아닌 꽤 많은데, 이 가운데 여러 권쯤은 읽어야 서로 이야기할 만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취재를 자꾸 받아들인 지난 몸짓이란, 우리를 이웃이나 동무로 사귀려는 뜻이 없는 사람들을 자꾸 손님으로 받은 지난 몸짓이란, 우리 아이들한테 하나도 배움거리가 못 된다는 뜻이다. 이웃이나 동무는 ‘남’이 아니다. 이웃이나 동무는 마음하고 삶을 읽으며 손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끊고 맺을 줄 아는 모습이 스스로 되어야, 아이들한테 사람을 사귀는 길을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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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2. 토막말



진주 어느 밥집에 들어온 아저씨 손님이 아줌마 가게지기한테 토막말을 쓴다. 거꾸로 생각해 본다. 아줌마 손님이 아저씨 가게지기한테 토막말을 쓰는 일이 있을까? 오늘 한국에서 이런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가? 아저씨들은 무슨 생각으로 아줌마한테 토막말을 쓸까? 이런 아저씨라면 어린이 앞에서 대놓고 토막말만 쓸 테고, 오직 나이하고 성별만으로 사람을 가르는 길을 걸을 테지. 어쩌면 이 아저씨는 어릴 적부터 둘레 이웃한테 어떤 말씨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를 못 배웠을 수 있다. 사내는 아무 때나 어느 자리나 토막말을 해도 된다고 배웠을 수 있다. 온말이 아닌 토막을 치는 말로 어떤 사랑이나 슬기를 펼 만할는지 모를 노릇이다. 온말을 써야만 사랑이나 슬기를 펴지는 않겠지만, 말을 오롯이 헤아리면서 살리는 몸짓은 토막삶이나 토막넋이 아닌 온삶이나 온넋으로 나아가는 첫발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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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1. 묵으면



묵은짓은 새길을 가로막는다. 묵은말은 새꿈을 가로막는다. 묵은길은 새살림을 가로막는다. 아이들한테 이야기한다. 우리 말이야, 묵은것을 내려놓아야 즐거운 길을 새롭게 갈 수 있어. 묵은짓을 자꾸 하면 그 몸짓에 길들어 그만 새길을 못 배운단다. 우리 말야, 새롭게 웃고 배우면 어떨까? 우리 말이지, 늘 하느라 몸에 밴 버릇을 가만히 털어내어 언제나 눈부시게 거듭나는 나비 날갯짓을 배우면 어떨까? 아이하고 함께 새로 태어나자면 어버이부터 묵은말을 내려놓을 노릇이겠지요. 묵은낯빛도 씻어내고 묵은소리도 지우면서, 새말 새낯빛 새소리로 노래하는 하루를 열어야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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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0. 꿈 아닌 길



아이들하고 밤이랑 낮에 꿈을 꾸자고 이야기한다. 밤에는 밤잠을 누리는 꿈을, 낮에는 낮잠을 즐기는 꿈을 꾸자고 한다. 꿈을 꿀 적에는 몸을 고이 쉬면서 온몸에 새로운 숨결이 돌도록 하늘빛처럼 파랗게 거미줄처럼 튼튼하며 싱그럽게 빛을 고요히 그려 보자고 이야기한다. 하루에 밤이랑 낮에 한걸음씩 꿈꾸기를 하고 나서는 길을 짓자고 이야기한다. 우리 삶길을 생각길을 살림길을 노래길을 사랑길을 슬기로우면서 재미나게 짓자고 이야기한다. 아이들하고 ‘장래희망’이나 ‘미래직업’을 살피지는 않는다. 나 스스로도 이런 두 가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버이인 나부터 스스로 내 삶길을 신나면서 당차게 걸으려 한다. 스스로 튼튼한 몸이 되고 싱그러운 마음이 되어 삶을 짓는 길을 뚜벅뚜벅 상냥히 걸으려 한다. 이렇게 우리 길을 걸으면 우리 보금자리에 새롭게 빛나는 길을 우리 두 다리로 열 만하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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