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살림 2021.2.18.

숲집놀이터 247. 장래 걱정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내가 ‘돈 잘 버는 일자리’에 붙지 않는 길을 왜 가는지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터무니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아이들 장래 걱정’을 어김없이 늘어놓는다. 이분들은 아이들하고 내가 ‘걱정에 휩싸여 살기’를 바란다. 걱정을 해야 서울로 가서 돈벌이 좋은 일자리를 찾을 테고, 돈벌이 좋은 일자리를 찾자면 열린배움터(대학교) 마침종이를 거머쥐어야 하고, 이 마침종이를 거머쥐려면 배움수렁(입시지옥)에 아이들을 몰아넣어야 하고, 배움수렁에 몰아넣으려면 새삼스레 돈을 더 벌어들이는 쳇바퀴에 갇혀야 하고 …… 그렇다. 나는 곁님하고 나하고 아이들 ‘앞길을 그리’려고 한다. 앞날을 걱정할 뜻은 없다. 밤에 잠들어 새벽에 일어날 적마다 하루를 어떻게 그리면서 지을 적에 ‘즐겁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웃으며 노래하고 춤출만 할까’ 하고 생각한다. 나한테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마 이 삶에서 ‘웃음·노래·춤’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웃음·노래·춤’을 비로소 생각했고, 이 셋을 ‘즐거움·아름다움·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시나브로 헤아린다. 내가 이웃이나 동무한테 들려줄 이야기라면 ‘걱정이 아닌 그림’이요, ‘돈 걱정이 아닌 살림꽃이 되는 길’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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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살림 2021.2.16.

숲집놀이터 246. 면사무소 복지계



바람이 드세어 도무지 자전거는 안 되겠네 싶어 시골버스로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 낮나절, 면사무소 공무원 두 사람이 우리 책숲에 찾아왔다. 고흥에서 열한 해를 살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리고 책이며 말꽃(사전)을 숱하게 써내어도 이 고장 공무원이나 교사나 작가는 책숲에 안 찾아왔다. 하나같이 ‘군수바라기’를 할 뿐이요, ‘군수가 꾀하는 막삽질에 붙거나 입을 다물’ 뿐이었다. 면사무소 공무원이 찾아온다기에 ‘시골이란 터전을 새롭게 가꾸면서 푸르게 북돋아 젊게 피어나는 길’을 이야기할 만한가 싶었으나, 두 분은 ‘복지계’ 일만 맡는다면서 ‘차상위계층’인 우리가 ‘어떤 물품 지원을 받으면 좋겠는가’만 묻고 들으려 한다. “저희가 사는 마을 뒤쪽 기스락 보이시지요? 저 자리는 고흥으로 옮기고 싶어한 서울사람들이 마을 어르신한테 팔아 달라고 한 자리예요. 멧턱에 집을 짓고 밭을 작게 일구고 싶다고들 했는데, 마을 어르신은 젊은 서울사람한테 안 팔고 태양광업자한테만 팔아서, 이제 이곳에 젊은이가 들어올 일은 사라졌습니다. 요 앞 멧자락도 잔뜩 밀었지요? 저기도 태양광 예정지잖아요? 저희한테 샴푸·치약·쌀·라면 같은 물품을 주시더라도 저희가 쓸 일이 없어요. 저희를 돕고 싶으시면 저희가 지은 책과 사전을 사서 읽어 주셔요. 그리고 이 시골이 농약하고 비닐이 아닌 숲을 헤아리는 흙살림으로 가는 길을 함께 생각해 주셔요. 복지계라서 복지만 맡는다면, 이 작은 시골이 너무 좁지 싶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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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살림 2021.2.15.

숲집놀이터 245. 할아버지



일곱 해 만에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아이들 할아버지하고 목소리를 나눈다. 우리 아버지는 큰아이가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안 들어가고 집에서 놀며 스스로 배우는 길을 간다고 할 적부터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렸다. 우리 아버지는 사내인 내가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천기저귀를 챙기고 안고 업고 돌보면서 다니는 일도 못마땅히 여겼다. 마침종이(졸업장)가 아닌 살림빛을 품으려는 길보다는 돈·이름·힘을 거머쥐면서 이 세 가지로 집안을 거느려야 한다고 여기는 우리 아버지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여덟 아이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나 여러 동생을 먹여살리려고 사범학교를 마치고서 바로 교사라는 길을 가면서 돈을 벌었고, 갖은 고비에 수렁을 온몸으로 견디고 이겨 왔으니, ‘틀·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가야 이 나라에서 비로소 살아남을 만하다고 여길 만하다. 나는 ‘틀·울타리 안쪽’이 아닌 ‘숲 한복판’을 바라보면서 이 살림빛이 살림꽃으로 피어 살림씨앗을 맺는 길을 생각한다. “할아버지, 돈을 벌어도 살림이지만,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가꾸어도 살림이에요. 넓고 번듯한 집도 세간이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지으면서 조금씩 돌보고 가꾸는 집도 세간입니다. 서울 한복판 일자리도 있을 텐데, 기저귀를 빨고 아기를 안고 자장노래를 부르고 밥을 짓고 나무를 품으면서 조용히 하는 일도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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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

숲집놀이터 244. 모든 아이들은



따지고 보면, 모든 아이들은 학교를 안 가도 된다. 교과서를 읽고 시험을 치르며 교칙에 길들다가 졸업장을 따는 학교를 갈 겨를이 있다면, 집에서 어버이 살림을 지켜보고 거들면서 배우고 스스로 무엇을 하면 즐거울까 헤아리면서 놀면 된다.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 사랑이요 사람이며 살림이자 슬기로운 숨결인 줄 늘 느끼면서 스스로 배울 노릇이라고 본다. 잘 놀며 자란 아이들은 앞으로 할 일을 스스로 즐겁게 찾아나서기 마련이라고 느낀다. 인문지식·시사정보·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철학이 아닌, 사랑·사람·살림·슬기·숨결·숲을 언제나 마주하면서 차근차근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야지. 아이들을 학교에 가두니 아이들한테서 생각날개가 사라진다. 아이들을 학교란 틀에 옭매니 아이들한테서 사랑씨앗이 사그라든다. ‘교육’이란 이름을 붙여 아이들한테 하는 짓 가운데 사랑스럽거나 참답거나 슬기로운 길이 있을까? ‘놀이’란 이름으로 아이 스스로 배움길을 찾아나서면 될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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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꽃

숲집놀이터 242. 사랑꾸지람



아이를 사랑으로 꾸짖을 수 있을까?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여긴다. 꾸짖는 말이 어떻게 사랑이 될까? 사랑이라면 꾸짖지 않겠지. 사랑이라면 이야기를 하겠지. 사랑이라면 달래고 다독이겠지. 사랑이라면 어루만지고 얼싸안다가 눈물을 짓겠지. 사랑이라면 노래하고 춤추는 손길로 가볍게 토닥이겠지. 어버이는 아이를 꾸중하거나 꾸짖을 수 없다고 여긴다. 어른 사이가 되기에 비로소 꾸짖거나 꾸중할 만하지 싶다. 동무를 꾸짖는달까요. 이웃을 꾸중한달까. 그러나 이때에도 결이 다르다. 동무나 이웃을 어떻게 꾸짖거나 꾸중할까? 우리가 참다운 사랑으로 살아가면서 동무나 이웃을 정 꾸짖거나 꾸중해야 한다면, ‘사랑꾸지람’이어야지 싶다. 꾸지람을 생각하지 말고, 사랑을 앞에 놓아야지 싶다. 이러다가 꾸지람을 녹여없애고 사랑말로, 사랑얘기로, 사랑노래로 거듭나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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