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3] 삼월꽃
별꽃이랑 코딱지나물꽃이랑 봄까지꽃은 이월을 밝히는 눈부신 꽃입니다. 앉은뱅이 봄꽃 세 가지는 마당이며 논둑이며 들판을 덮습니다. 냉이꽃이랑 꽃다지꽃이랑 꽃마리꽃도 앉은뱅이 봄꽃 둘레에서 나란히 앉아서 한들한들 어깨동무합니다. 숲속에서는 할미꽃이랑 복수초랑 현호색이 곱게 고개를 내밉니다. 삼월로 접어들 무렵에는 진달래가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때이른 유채꽃과 갓꽃이 피는 한편, 닥나무꽃이랑 매화나무꽃이랑 수유나무꽃이 해맑게 흐드러집니다. 삼월에 피어나며 눈부신 꽃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동백나무꽃은 삼월꽃일까요, 이월꽃일까요. 제비꽃도 삼월에 방긋방긋 고개를 내미니 삼월꽃이라 할 테지요. 사월에는 사월을 빛내는 하얀 딸기꽃이 피고, 딸기꽃에 앞서 앵두꽃이 곱습니다. 요즈음은 앵두꽃이나 딸기꽃을 누리는 사람은 드물고 으레 벚꽃만 누리는데, 달마다 이 꽃 저 꽃 즐기면서 꽃한테 이름 하나 새롭게 붙여 봅니다. 너희는 삼월꽃이로구나, 너희는 이월에도 피고 사월에도 피니 삼월꽃이면서 이월꽃이요 사월꽃이로구나, 너희는 사월에 흐드러지지만 삼월부터 피어나니 사월꽃이면서 삼월꽃이로구나, ……. 봄꽃이고 봄맞이꽃이며 삼월꽃입니다. 봄내음꽃이고 봄바람꽃이며 봄빛꽃입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