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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 펼침책



  펼치면 그림이 튀어나오는 책이 있습니다. 여느 책은 종이를 한 쪽씩 넘기면서 읽고, 펼칠 적에 그림이 튀어나오는 책은 좍 펼치는 그림을 두루 살피면서 읽습니다. 올록볼록 올망졸망 튀어나와 이루는 무늬와 빛을 읽습니다. 그러고 보면, 종이를 알맞게 자르고 두꺼운 판을 왼쪽과 오른쪽에 대어 붙인 뒤, 살짝 덮었다가 가만히 펼치는 놀이를 어릴 적에 곧잘 했습니다. 펼칠 적에 어떤 무늬와 모양이 생길까 하고 생각하면서 종이를 알맞게 자르거나 오리거나 붙입니다. 한국도 책을 묶은 발자취는 제법 깊지만, 여느 사람들이 두루 즐길 만한 책을 만들어 널리 읽는 발자취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 ‘팝업북(pop-up book)’과 같은 영어를 쓰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면, 펼치는 책이기에 ‘펼침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4347.5.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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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 쉬운 말 사전



  한글학회에서는 《쉬운 말 사전》을 펴냅니다. 사람들이 서로 쉽고 즐거우며 아름답게 말을 나누지 못한다고 여겨, 어려운 말을 털고 생각을 쉽게 나누자는 뜻을 담은 책입니다. 《쉬운 말 사전》은 책이름 그대로 말을 쉽게 쓰자는 생각을 드러냅니다. 굳이 어려운 말을 쓸 까닭이 없다고 속삭입니다. 어려운 말은 서로를 아끼거나 사랑하는 길과는 동떨어진다고 노래합니다. 쉽게 쓰는 말이 사랑스럽고, 쉽게 쓰는 말일 때에 아름다우며, 쉽게 쓰는 말로 삶을 빛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말을 쉽게 하거나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 퍽 드뭅니다. 다들 쉬운 말보다 어려운 말을 좋아합니다. 쉬운 말로 삶을 가꾸려 하지 않고, 어려운 말로 삶에 껍데기를 씌우려 합니다. 그런데, 이 책 《쉬운 말 사전》은 이름을 잘못 붙였지 싶어요. 쉬운 말이 우리 말이라는 생각은 맞는데, 사람들이 함부로 잘못 쓰는 말은 ‘어려운 말’이 아니에요. ‘한국말이 아닌 말’입니다. 그러니까, 《쉬운 말 사전》은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책’입니다.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제대로 깨치지 못한 채 엉뚱한 말을 쓰니,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쓰자고 알려주는 책인 셈입니다. 4347.5.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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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4] 길장사



  가게를 내어 장사를 하는 이웃이 있습니다. 가게를 내지 못하고 길에서 장사를 하는 이웃이 있습니다. 가게를 낼 만한 돈과 살림이 되기에 가게를 내고, 가게를 낼 만큼 돈과 살림을 갖추지 못했으니 길에서 장사를 합니다. 길을 갑니다. 길을 가는 사람은 길손입니다. 길손은 길에서 길밥을 먹습니다. 길밥을 먹으려고 길에서 장사를 하는 길장수꾼을 찾습니다. 길장수꾼은 길손한테 길장사를 합니다. 들에서는 들일을 하고 바다에서는 바닷일을 하듯이, 길장사를 하는 이웃은 길일을 합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지만 씩씩하고 꿋꿋하게 길 한쪽에서 빙그레 웃고 노래하면서 길을 밝힙니다. 이 길에 길빛이 감돌고 길노래가 흐릅니다. 길장사를 하는 길사람은 서로 길벗이 됩니다.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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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3] 배움 모임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동무 몇이 모여 ‘공부 모임’을 했습니다. 우리끼리 조금 더 배우자는 뜻이었습니다. 대학교에 살짝 들어갔을 적에도 ‘공부 모임’을 생각했는데, 다른 동무들은 ‘스터디 클럽’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대학교를 그만두고 신문배달을 하며 동아리를 두 가지 만들었습니다. 이때에는 ‘배움 모임’을 꾸렸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며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工夫’는 한자말이고 ‘study’는 영어이며 ‘배움’은 한국말입니다. 오늘날 한국사람은 세 가지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세 가지 말이 어떤 뜻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곤 합니다. 아니 ‘공부’와 ‘스터디’만 자주 쓰고 ‘배움’은 잘 안 쓰지 싶어요. 배우려고 모임을 꾸리기에 ‘배움 모임’인데, 어떤 이는 ‘학습 모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學習’ 또한 한자말이고, ‘배울 學’에 ‘익힐 習’입니다. 스스로 한국말을 배우지 않기에 스스로 한국말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모르는구나 싶습니다. 스스로 한국말을 익히면 스스로 한국말을 어떻게 빛낼 때에 아름다운가를 알리라 느낍니다. 4347.4.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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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2] 자리끼



  나는 언제부터 ‘자리끼’라는 말을 들었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주 어렸을 적이지 싶습니다. 아버지가 자리끼를 찾으시기에 밤에 물을 가져다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에 외가에 놀러갔을 적에도 머리맡에 스텐그릇으로 자리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자리끼’라는 낱말은 어릴 적부터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 두 아이와 살아가며 밤에 재우다가 아이가 “물 마시고 싶어.” 하면 아주 어릴 적에는 물을 떠서 건네다가 이제는 아이 스스로 물을 마시도록 합니다. 가끔 큰아이한테 ‘자리끼’라는 낱말을 들려준 적 있지만 자주 쓰지는 않습니다. 큰아이가 갓난쟁이였을 적에 곁님 손이 닿는 가까운 데에 늘 자리끼를 두었습니다. 자다가 잠자리에서 마시는 물을 왜 자리끼라 했을까 늘 궁금한데, 그냥 ‘물’이라 하지 않는 까닭은 마시는 물과 천에 적셔서 아기들 땀을 훔치는 데에 쓰는 물과 다른 여러 가지 말을 잘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문득 느끼곤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열 살쯤 넘어가면 그때부터 밤에 ‘물’이 아닌 ‘자리끼’를 찾을 수 있겠지요. 4347.4.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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